[인터뷰] 악동개발자 박민근의 게개랩 후기, 시즌2는 내년 초에

인터뷰 | 오의덕 기자 | 댓글: 1개 |
나는 게임개발자가 되고 싶다.

언제부터 게임개발자가 되고 싶었냐는 질문. 게임개발자라는 목표는 어린 시절의 한낱 치기 어린 꿈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그의 인생을 지탱하는 유일한 길이었다는 그의 답변이 이어졌다. 그가 초, 중학교 시절 콘솔게임을 즐기면 세운 목표는 현실적인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고등학교를 지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그를 부산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도록 이끌었다.

중학교 때부터 퀵베이직으로 코에이의 삼국지2를 카피한 게임은 물론 텍스트 기반의 동인 게임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했던 그가 군대를 제대한 직후 대학교 자퇴를 결심한 것은 의외였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지만 그 당시 대학교 초년생 시절의 이론 수업이 실제 게임개발과는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부모님에게도 비밀로 했기에 기숙사를 지원하는 부산직업학교에 들어가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오직 독학으로 게임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하는데 기숙사에 인터넷이 없었고, 돈이 없어 책도 마음대로 사보지 못했다. 그가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곳은 오직 학교 도서관이었지만, 대여 기간은 2주가 고작. 그때부터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게임 인턴십에서 통과해 현업 개발자의 길로 들어설 때까지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고 회고한다.

현재 박민근 프로그래머는 액토즈소프트와 엔씨소프트, 드래곤볼 온라인의 NTL, 그리고 네오위즈를 거쳐 경력 10년의 게임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다. 잠시의 휴식기를 가지다가 최근에는 모 모바일 게임회사에 합류했다. 그가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미소녀 카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서론이 길었지만, 사실 박민근 프로그래머는 게임개발자보다는 올해 5월부터 시작한 '게임개발자랩소디'(이하 게개랩)라는 공개 팟캐스트의 사회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많은 화제와 이슈를 낳았던 게개랩에 대한 기본 정보는 이쪽을 참고하시길. [링크]

최근 그는 돌연 14회를 마지막으로 게개랩 시즌1의 종료를 알리며 많은 팬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인벤에서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인벤 사무실에 그를 직접 만나 지금까지 게개랩을 운영해오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게임개발자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해 돌직구를 날려보았다. 게개랩 시즌2에 대한 소식도 덤이라면 덤.

이미 게개랩과 함께 수많은 팬과 안티를 양산(?)하며 자신의 유리멘탈을 깨부수고 있는 그였던 만큼 답변도 화끈했다. 더불어, 여느 인터뷰와는 다르게 격식과 예의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으니 독자들의 너그러운 이해 부탁 드린다.






[ ▲ 게임개발자, 박민근 프로그래머 ]






인터뷰 서두부터 본인 자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갔다. 요즘에도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나. 술자리가 많은 걸 보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술자리가 많아 덜한 것 같다. (웃음) N 모사에서 잠깐 일할 때 게임개발이 아니라 사이트 결제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내가 정규 코스를 밟아온 게 아니어서 이대로 있다가는 앞으로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일부러 다른 개발자들 스터디 그룹에 기웃거렸는데 내용이 너무 어려웠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모아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목표로 만든 것이 루키개발자 스터디 그룹이며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게임회사들이 야근이 많은 탓에 평일에는 많으면 2시간 정도 공부를 하고 있고 주말에는 스터디 그룹 하면서 6시간 정도를 공부에 할애하고 있다. 프로그래머는 끊임없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다.




그렇게 공부할 시간도 없다면서 게개랩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아는 개발자들이랑 술 마시다가 이야기가 나왔다. 한참 '나는꼼수다'가 인기를 끌 때였는데 게임개발자가 모여서 뒷담화 식으로 팟캐스트를 운영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구상을 올해 1월부터 했고 첫 방송을 5월부터 시작했으니 4개월 이상 준비시간이 걸린 셈이다.





[ ▲ 게개랩 홈페이지, http://agebreak.iblug.com/index.jsp ]






뭘 그렇게나 오래 걸렸나. 즉흥적인 콘셉과는 다르게 준비시간이 너무 길다.


'네거티브'한 방송 콘셉이 문제였다. 아무래도 뒷담화식으로 하려다 보니 출연자가 겁을 먹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고 '네거티브'로 해봤자 업계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싶었다. 그래서 네거티브를 포기하기로 하고 주 내용을 '비 개발자가 개발자에 대해 오해하는 내용'을 풀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보통 주위에서 여자친구 없고 가난하고 야근 많고 컵라면 끼고 사는 모습으로 게임개발자를 연상하더라. 그걸 깨고 싶었다. IT 타 업계보다 게임 개발 쪽도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1화 방송 제목을 "게임 개발자는 정말로 불쌍한가?"로 잡은 것이다.




아직도 그 1화가 게개랩 통틀어 최고의 다운로드 수가 나왔고 그만큼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동시에 게개랩에 대한 좋지 않은 피드백도 많았다고 들었다.


일단 긍정적이었던 반응을 추려보면 '이런 방송, 신선하다.' '살아있는 업계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 '(게임개발자들에 대한) 오해가 많이 풀렸다.' 등이 있었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게임개발자들의 꿈을 품고 살면서도 먹고 사는 걱정을 안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게개랩 방송보고 걱정이 많이 해소됐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부정적인 의견을 언급하기 전에 일단 나부터 고백하자면 내가 전문방송인도 아니고 편집도 처음이다 보니 내 스타일대로 하게 되면서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주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방송에 나온 개발자들이 지금 잘살고 있다고 잘 사는 이야기만 하냐', 뭐 그런 것들. 내 생각에는 많은 게임개발자가 '게임개발자는 불쌍해' 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오염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게개랩을 듣고 반발심을 느꼈을 수도 있고. '방송 내용과는 다르게 우리는 정말 불쌍하게 산다.'는 식의 댓글도 많았다.

물론, 모든 직업에는 양면이 있고 좋은 이미지도 있지만 나쁜 이미지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 의사나 변호사를 이야기할 때는 좋은 이미지를 많이 떠오르지 않나. 게개랩도 그런 의도였다. 게임개발자들의 좋은 면을 게임개발자가 직접 외부에 보여주자는 식. 그런 면을 몰라주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했다.





[ ▲ 게개랩 아이튠즈 스토어 페이지, 그래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






2화부터 방송 콘셉이 달라졌다. 1화 때 사건이 영향을 미쳤나.


그런 건 아니다. '게임개발자들에 대한 오해를 풀자'라는 콘셉은 유지하면서 단지 게임개발자가 아닌 특정 '직군'에 초점을 맞춰봤다. 게임개발자들도 기획자, 원화가,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로 잘 알지 못해 오해가 쌓이는 부분이 많다. 그런 걸 다뤄보고자 했다.




고정패널에서 게스트 중심으로의 변화도 있었다.


1화에 출연했던 개발자들이 서로 시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서로 야근도 있고 본래 생활도 있다 보니. 그래서 2화 콘셉도 그렇고 자연스럽게 게스트 중심으로 변경됐다. 진행자인 나 빼고는 고정 멤버는 없다는 식으로. 그래서 2화가 '게임원화가' 특집이었고 3화는 '북미개발자' 특집, 4회는 대마왕으로 알려진 정종필 부장의 '테크니컬 디렉터' 특집이 이어진 것이다.

5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14회를 내보냈으니 2주에 한 편씩은 꾸준히 나온 셈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게스트가 있을까?


역시나 1화다. 첫 방송이기도 하고 진행부터 편집까지 고생도 많이 했다. 칭찬도 많이 받고 욕도 많이 먹고. 실제 다운로드 수만 봐도 1화가 다른 에피소드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기억에 남는 게스트는 북미개발자 특집 편에 나왔던 포프 아저씨다. (포프 김이 궁금하시면 이 기사를 참고) 캐나다에서 스카이프로 연결해 녹음했는데 분량도 너무 길었고 이야기도 너무 재미없었다. 포프 아저씨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때 내 편집 기술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됐다. (웃음)





[ ▲ KGC 강연 때문에 방한했던 포프 킴, 그는 현재 스퀘어 에닉스에서 근무 중이다. ]






게개랩을 운영하면서 멘탈이 붕괴되고 화가 난 적도 많았다고 들었다. 평소 성격 같으면 중간에 때려치웠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악플이 조금이라도 달리면 짜증도 나고 솔직히 멘탈붕괴도 된다. 다만, 전체 댓글을 보면 90% 이상이 '재미있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런 응원들이 정말 힘이 많이 됐다. 수익도 전혀 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는데도.

방송을 하다 보니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있어서..' 라는 연예인의 심정을 조금은 알게 된다고 할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게개랩을 이제야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는 반응을 보내주면 너무 감동받는다. 1화부터 끝까지 정주행 했는데 유익하고 게임 업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는 소감도 나에겐 너무나 값지다.




수익은 전혀 없었다는 것은 기자도 인정하지만, 본인의 인지도 측면에서는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을까.


게개랩을 시작하면서 나 자신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초반에는 대부분이 게개랩이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다. 실명 밝히면 업계에서 '매장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들도 있었고. 인지도 생각했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게개랩 후반에는 게개랩이 조금씩 인기를 얻으면서 나오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기도 했다.




갑자기 게개랩을 시즌1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유가 뭔가?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동안 쌓인 악플들, 오해들이 그날 따라 갑자기 힘들게 하더라. 많이 참았는데 마음이 아프고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4화를 녹음하던 그날, 갑자기 결정했다. 멘탈도 좀 회복하고 새 직장에 가서 자리도 잡히면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14화가 나온 지 시간이 좀 흘렀다. 그동안 시즌2에 대한 구상은 좀 해봤는지.


시즌1이 직군에 따른 게스트 위주의 방송이었다면, 시즌2는 주제에 대해서 패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태를 가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아청법이나 셧다운제도 있겠고. 그게 너무 거창하면 개발자들 사이의 불화라든지. 모바일 게임업계의 미래를 다뤄봐도 좋을 것 같다. 기획자와 프로그래머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많이 주는 편이다. (웃음)




그렇다면 시즌2는 언제쯤 시작할 게 될까.


아직 모르겠다. 근데 그렇게 오래는 안 걸릴 것 같고. 내년 초쯤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는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해볼 생각도 있다. 지금까지 2만 원짜리 마이크 두 개로 믹서도 없이 버텨왔다. 그래서 10시간 동안 편집작업을 했는데 이번에는 장비도 좀 사서 편하게 해보려고.





[ ▲ 게개랩 운영자의 바람은 이렇게나 단순하다. ]






장소에 관한 얘기도 많다. 본인의 너무 화려하면서도 칙칙한(?) 자취방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그건 바꿀 수 없다. 게개랩의 가장 중요한 콘셉은 개발자들이 술 마시면서 하는 이야기를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거다. 게개랩은 백분토론도 아니고 무한도전도 아니다. 그렇다고 9시 뉴스도 아니라서 정확한 팩트도 기대해선 안 된다. 게다가 우리는 개발자 노동조합도 아니고 대변인도 아니다. 그래서 결론은 녹음은 내 자취방에서 치맥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시작은 가벼운 마음으로 했지만 게개랩이 점점 인기를 끌면서 대표성을 요구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로 그 위치에 있으면 말을 좀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을 몇 번 받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딴지일보가 인기를 끈다고 해서 모든 매체의 대표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게개랩도 마찬가지다. 게임개발자가 직접 나와서 자신들의 의견을 직접 말할 수 있는 매체가 있는 것뿐이지 여기에 대표성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응원해주는 것은 언제나 고맙지만 이런 요구는 자제를 좀 부탁 드려야 할 것 같다.




이야기하면 할수록 은근히 마음이 약해 보인다. 겉으로는 정 반대의 이미지인데.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이 방송하면서 멘탈이 다 깨졌다. (웃음)




만약 회사에서 게개랩 시즌2를 하지 말라고 막으면 어떻게 할 건지.


(몰래 해야지... 아니 이건 좀 지워주고.) '알아서 방법을 찾겠다.' 정도로 정리해 주면 좋겠다.





[ ▲ 지난 KGC에서 아예 게개랩 KGC 특집 편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






게개랩 시즌2 외에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이제는 좀 욕심을 내서 내 이름을 걸만한 상용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유저들이 원하는 정말 재미있는 미소녀 게임. 더 큰 목표는 언제나 말해왔듯이 우즈벡에 가서 일류젼 우즈벡 지사를 차리는 거다.




마지막으로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 한마디 하고 훈훈하게 끝냈으면 좋겠다.


가장 첫 번째는 노력이다. 게임개발자는 굉장히 특별한 직업이다. 좋은 대학교, 좋은 학점 있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발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요즘 추세가 신입을 잘 뽑지 않아서 더욱 힘들다.

게임개발자 학원 수업 끝냈다고 자만하지 말고 인터넷, 책 모든 방법을 동원해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학교,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게임개발자 세미나나 스터디를 지금부터 적극 나가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정보와 인맥이다. 주위 지망생들을 보면 정보에 너무 빈약하다.

자기가 좋은 하는 게임 공략 페이지는 달달 외우면서 게임개발자들 커뮤니티나 강연회, 업계에 대한 정보는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심지어는 그 회사에 가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지 어떤 게임을 개발 중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게임웹진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선배들을 쫓아다니면서 정보를 많이 얻어야 한다. 자기가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아야 승부를 낼 수 있다.

인맥이 중요한 것은 게임업계에서 공채 빼고 대부분의 채용 방식이 '수시채용'이기 때문이다. 개발팀에서 자리가 나서 단 한 명을 뽑을 때 업체 입장에서 가장 빠르고 믿을 방법은 '아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대부분 개발자 지망생들이 집에서 홀로 공부를 하는데 공부도 중요하지만, 밖으로 다니며 인맥을 쌓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는 점을 꼭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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