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 '대리랭크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칼럼 | 이동원 기자 | 댓글: 30개 |
사업자등록증까지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대리랭크 사이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스포츠맨쉽'의 모범이 될 위치에 있었던 전직 프로게이머들이 해당 사이트에서 대리랭크를 뛰고 있다는 소식은 슬픈 일면이 있다. 기사가 나간 후 인벤팀으로는 해당 전직 프로게이머들이 '누구'라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기도 하다.

특히 해당 사이트의 운영자는 대리랭크 영업이 불법이 아님을 강조했다. 법무사와 세무사까지 동원해 문제가 없는 사업인지 여부를 체크해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라이엇코리아 법무팀에 문의까지 넣어봤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법무팀 또한 '(뾰족한 법적 대응책이 없지만) 너무 논란이 커졌기 때문에 방법을 찾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대리랭크 사이트는 앞으로도 꽤 오래 당당히 영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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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이냐 아니냐? 오토의 사례

사실 해당 사이트 운영자의 주장처럼 대리랭크 영업 자체가 불법인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할 여지가 있다. 당장 명확하게 '불법이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물론 게임사가 약관으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약관을 위반할 경우 계정 블록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 정도가 게임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당장 '불법'으로 명문화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법이 정비되지 않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를 MMORPG에서 지난 몇 년간 논란이 되어왔던 오토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토가 문제라는 점은 게임사도 유저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오토로 인한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임사는 게임사대로 콘텐츠의 수명이 줄어들고, 유저들로부터 오토 처리를 하지 않는다고 몰매를 맞아야 했다. 유저들도 피해를 봤다. 사람이 아닌 로봇 캐릭터들이 24시간 사냥을 하면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법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명확히 '불법'은 아닌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토프로그램이나 기기를 판매하는 업주들 역시 사업자로 등록하고 버젓이 영업을 해왔다.

오토와 관련해 법이 정비된 것은 2011년에 들어서였다. 꾸준히 문제 제기가 되어왔던 이 문제는,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을 통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 2011년 당시 개정 게임법이 적용되면서 오토 판매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오토 역시 법이 바뀌기 전에는 불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법이 미비해 불법성을 따지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게임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행위들이 게임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된다면, 법을 따지고 있을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기억하는 사례가 있다. 오토가 명백히 불법으로 법제화가 되기 이전인 2010년 서비스를 했던 한 MMORPG의 A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서비스 초창기 오토들을 앞세운 작업장들이 게임에 들어서면서 문제가 커지자 다른 MMORPG들처럼 눈가리기식 오토 잡기 시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전쟁을 선포했다.

공식홈페이지에 대표의 이름으로 커다랗게 팝업을 띄우고 '오토/작업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A대표는 법무팀을 통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에 대해 모든 유저들에게 해당 내용을 알렸다. 그 소식이 전 유저의 추앙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해당 게임의 오토를 판매했던 사이트는 억 단위의 소송을 받게 되자, 결국 해당 게임을 오토 서비스에서 제외시켰다.

그 후에서야 작업장과 오토 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지금 돌이켜보아도 아주 호쾌하고 효과적인 조치였던 셈이다.


■ 유저들이 걱정하는 문제. 대리랭을 지금 잡지 않으면...

MMR이라는 유저의 실력을 측정하는 수치에 따라 비슷한 실력을 가진 유저들끼리 매치메이킹이 되는 것이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핵심가치이다. 서로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끼리 만나 공정하게 승부를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리랭크는 이런 시스템을 비웃듯 비켜간다. 나와 함께 게임을 하는 유저가 실은 굉장한 실력을 가진 대리기사가 되면서 공정한 게임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이런 대리가 초기에 잡히지 않았을 경우다. 이번 일이 보도되자 많은 유저들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투기장 콘텐츠와 관련해서 대리 플레이가 아무런 제재 없이 성행했음을, 그리고 그것 때문에 투기장 콘텐츠가 몰락했음을 다시 한 번 지적한 것은 그런 우려에서다.




▲ 투기장 버스와 관련된 논란은 당시에도 뜨거웠다


투기장의 평점을 대신 올려주는 대리기사들이 다른 유저들의 캐릭터를 대신 플레이하면서, 실력을 기반으로 매칭이 되어야 할 와우의 투기장은 대리기사의 전유물이 되었다. 그들 사이에서 일반 투기장 유저들은 갈 곳을 잃어갔다. 대리기사들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않고 방치되면서, 나중에는 투기장 평점을 노린 대리기사들끼리 매칭이 이뤄지거나, 대리기사를 운영하는 측에서 상대 대리기사를 '저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정상적으로 투기장 콘텐츠를 즐기려던 유저들은 투기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이런 점에 더 취약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와우의 투기장은 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에 불과하다. 만약에 투기장이나 PVP에 관심이 없는 유저라면 투기장 대리에 대해서 크게 체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기장이 아니라도 즐길거리는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리그오브레전드는 다르다. 공정한 매치메이킹에 의한 랭크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의 거의 모든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리가 초기에 제재를 받지 않고 방치되었을 때의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한 유저가 남긴 "이러다가 우리편 대리가 상대편 대리보다 더 잘하기만을 기도해야 될 지도 모른다"는 예측은 리그오브레전드의 디스토피아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대리랭이 성행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돈을 받고 하는 대리.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을 수 있다. 관련 법이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이엇이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대처가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액션성' 공지만 띄우고 해법이 없다며 나몰라라 하는 것은 아닌지 유저들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러는 중에도 대리랭크는 돌아가고 있고 사이트는 성업 중이다. 라이엇은 경고를 했다고 하지만 전화통화를 몇 통 한 것뿐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유저다. 라이엇도 대리랭 업주도 별다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 당장 게임에서 대리 유저와 게임을 해야 하는 유저들 말이다.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느껴야 할 유저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과연 라이엇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는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동등한 실력의 유저끼리 공정하게 대결하는 것이라는 원칙이 '승패가 운으로 결정되는' 상황으로 변질되는 것이야말로 라이엇게임즈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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