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검은 사막만을 위해 빚은 13년 장인정신의 음악! 류휘만 음악 감독

인터뷰 | 이동원,오인수 기자 | 댓글: 24개 |
새로운 신작 게임을 만났을때 가장 먼저 끌리는 것은 그래픽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게임의 선택 기준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콘텐츠나 인터페이스에 앞서 그래픽은 게이머들에게 가장 직관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직접 게임을 즐기게 된 후에는 알게 모르게 게이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소도 있다. 평소에는 제대로 의식하지 못해도 마치 게임에 흡수되는 듯한 몰입감을 주고, 사라지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어색함이 감돌게 되는 요소. 바로 듣는 즐거움에서 오는 몰입감의 재미, 소리다.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많은 유저들은 MMORPG를 플레이할 때 캐릭터의 동작에만 집중하는 편이라서 크게 거슬리거나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면 소리의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지 못한다.

덕분에 십수년이 흘러도 음악만 흘러나오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고전 게임들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음악에 대한 추억이 적은 편이다. 사실 수백시간을 반복해서 즐기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쉽게 지겨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검은 사막의 소리는 무엇인가 다르다. 1차 CBT를 직접 경험했던 유저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마을 및 필드, 그리고 전투에 돌입했을때 달라지는 배경음악은 물론 전투에서 빠질 수 없는 타격음들까지, 검은 사막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는 상상 외로 많다.

조금 무거운 듯 하면서 차분함까지 느낄 수 있는 감성, 검은 사막만의 웅장하고 사실적인 면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주는 각종 음악들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13년 경력의 게임 음악 전문가, 펄 어비스의 류휘만 음악 감독을 만나 검은 사막의 특별한 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류휘만 - 펄어비스 음악 감독

Croove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펄어비스의 음악 감독. Ez2dj를 시작으로 DJ MAX까지 약 13년간 리듬 액션 음악 게임을 작업하다가 검은사막을 통해 처음으로 MMORPG에서의 음악 총괄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검은사막이 새로운 도전이라 말하는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Aquaris, -1, The Rhythm, Ztar warZ, Sand Storm, Envy Mask, 20000000000, Mystic Dream 9903, Shout, B.O.W, Enemy Storm, Out Law, Sunny Side 등이 있다.







Q. 검은사막에서 어떤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각종 효과음 등을 포함하여 음악에 대한 모든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같이 작업하는 분이 어떻게 작업할지 지시하거나 감독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Q. 음악이라 해도 다양한 부분이 있는데 보통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회사에 녹음 작업만을 위한 부스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직접 녹음도 가능하고 곡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효과음 같은 경우는 직접 제작할 때도 많은데 폴리녹음을 하여 변환하고 조합하는 등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야외에서 작업할 때는 휴대용 녹음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음성 녹음을 위해 성우를 초청하기도 하는데 간혹 펄어비스 내부 직원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사용한 적도 있다. 내부 직원의 목소리 중 녹음이 잘 된 케이스는 초청 된 성우에게 가이드 라인으로 제공하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여 여러모로 유용한 것 같다.

대부분의 음악은 어떻게 적용할지 프로그래머와 상의하여 방식을 정하고 작업을 진행하며 성우 녹음의 경우 현재 모든 부분이 적용된 것은 아니고 대사라든가 일정 등이 확정되면 추가 할 준비를 하고 있다.





Q. 검은 사막에 사용 되는 음악 테마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기존의 방식은 여러 곡을 게임 내 월드 곳곳에 배치하는 방식이지만 검은사막은 대륙이 하나 있으면 그 모티브를 잡아 배열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테마의 수를 명확하게 세기는 조금 어려운 편이다.

대략적으로 본다면 한 대륙을 기준으로 약 15곡 정도를 작업하게 되며 상대적으로 대륙이 큰 편이라 랜드마크와 같은 곳이 존재한다면 그것만을 위한 별도의 음악이 제공되기도 한다.



Q. 검은사막의 전투에서 타격음에 대한 이야기를 뺄 수는 없을 것 같다

타격음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 등 소리를 합성하는 노하우가 있지만 정말 세세한 부분이라 쉽게 설명하는 것이 조금 어려운 것 같다. 사실 타격음 제작은 한 번 만들 때도 몇 백 번씩은 바뀐 것 같다. 김대일 대표가 타격음에 대해서는 많은 신중을 기하다 보니 하루에도 몇 십번씩 바뀐적도 있을 정도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물체를 휘두르는 소리를 만들 때는 줄넘기와 같은 줄로 바람 소리를 만들거나 할퀴는 듯한 표현을 위해서는 무언가를 찢기도 한다.

타격과 같은 일반적인 공격 타격음은 괜찮지만 소서러가 사용하는 마법과 같은 경우 판타지적인 요소다보니 이러한 소리를 검은사막만의 사실적인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편이다.



Q. 소리 제작에는 많은 부분에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참고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존의 자료를 참고할 경우 소리가 정형화 될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소리를 찾으려 한다. 물론 개발 중이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긴 하지만 녹음을 한 후 변형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사용하기도 한다.




▲ 전투에서의 타격음 등 많은 소리가 새로운 시도를 통해 탄생한다



Q. 검은사막만의 소리를 표현할 때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음악은 김대일 대표의 부탁처럼 느와르를 기초로 하여 만들고 있으며 음향적인 부분에서의 효과음은 보다 사실적인 효과를 내려 하고 있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에 비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려 하나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니 힘든 부분도 존재한다. 만화적이거나 판타지적이지 않은 소리를 내려 한다.




Q. 검은사막의 음악을 작업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검은사막은 판타지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스토리 역시 신들이 싸우거나 양 진영으로 갈라서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자원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처럼 실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사는 것과 같은, 사실적인 면이 강조되는 게임이라 이 부분에 초첨을 맞추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처음에는 동양적인 음악을 배치 해봤는데 맞지 않아 지금은 서양적인 느낌이나 그런 류의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 음악 작업을 할 때 김대일 대표가 주문했던 것은 어둡고, 슬픈 느낌이 오는 느와르적인 풍의 음악이었다.

검은사막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 처럼 음악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재 공개 된 1차 CBT버전 음악은 컴퓨터로만 작업을 한 것으로 녹음이 되지 않은 버전이다. 녹음을 하게 되면 변경이 불가능한 점 때문인데 차후 음악 배치가 완성 된 상태에서 녹음을 하려 한다. 보다 완성 된 음악을 만들고 싶다.



Q. 그 외 힘든 점은 없는가

다른 개발팀과 달리 소수 정예로 작업하는 중이라 힘든 면은 있다. 현재 펄어비스에서 음악쪽은 단 2명이서 작업하고 있다. 외주는 주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내부에서만 처리하고 있는데 힘든 만큼 보람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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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1차 CBT당시 전투 돌입 시의 음악이 심심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원래는 전투 지역으로 돌입하게 되면 긴박해지는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되어 있는데 프로그램상의 오류로 음악 전환이 되지 않아 졸립다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검은사막에서의 전투 음악 시스템은 기술적으로도 복잡한 편이다. 기본적으로는 전투 상태에 돌입할 때 자연스럽게 긴박한 음악이 흐른다. 하지만 자기보다 약한 몬스터랑 싸울 때는 전투 음악이 나오지 않으며 보다 강하고 여러 마리의 몬스터와 전투를 할 때는 더 긴박해지는 식으로 바뀌게 된다.

    아직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탈 것을 탔을 때도 음악이 바뀌고 생명력이 적어 위험한 상황일 때는 보다 어두운 느낌의 음악으로 변경될 것이다. 환경적 상황이 갑자기 바뀐다 해서 기존에 나오던 음악이 확 끊어지며 다음 음악이 이어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하며 보다 게임성있게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Q. 1차 CBT의 마지막 지역이었던 세렌디아 이후 새로운 지역의 음악은 어떠한가

    새로운 지역의 이름은 현재 칼페온이라 부르고 있으며 대도시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콘셉트가 섞여 있다. 다양한 특징이 있어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음악이 많이 나올 것 같다.



    Q. 로그인 할 때 흐르는 음악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

    발레노스 대륙을 콘셉트로 한, 해가 질 때의 넓은 평야에서의 장엄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음악이다. 사실 웅장한 성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느낌의 별도의 로그인 전용 음악으로 만들어 둔 것이 있었다. 하지만 로그인 화면 이미지에 맞춰야 하는데 1차 CBT에서 보여진 화면은 풍경의 느낌이라 이에 어울리는 발레노스 대륙 콘셉트 음악이 사용되었다.




    ▲ 미리 완성 된 음악이라도 화면과 어울리지 않으면 과감하게 드랍!



    Q. 검은사막의 음악 작업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녹음이 완료된 것도 아니고 멜로디가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지 않는 등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다 생각하기에 만족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Q. 과거 리듬 액션 게임 음악을 작업할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곡을 완성해도 바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최초 개발 시에는 수호탑처럼 타워형 몬스터가 없었는데 추가되면서 이에 필요한 음악 작업을 해야하는 것 처럼 게임과 함께 음악 역시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이런 부분은 외주가 불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내에서 함께 작업을 하기에 좋은 점도 있고 음악을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라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음악을 변경하는 작업이 즐겁게 다가온다.

    그리고 심리스 방식이라 음악 변환 작업도 어려운 편이다. 만약 지역간 이동에 로딩이 필요하면 로딩과 동시에 음악을 끊고 로딩 후 새로운 음악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검은사막은 모든 지역이 연결되어 있기에 그 경계가 모호한 편이고 지역이 바뀌는데 음악이 안 바뀔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부분은 마치 뮤지컬처럼 기존에 흐르던 음악이 자연스럽게 중지되며 새로운 음악이 어색하지 않게 이어질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게임을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어려운만큼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하고 있다.



    Q. 검은사막만의 OST가 별도로 제작 될 가능성이 있는가

    개발이 우선이기에 지금은 아니고 게임을 완성한 후 나중에 해야하지 않을까. OST를 제작해 수익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검은사막의 음악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의 개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검은사막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한 인사 부탁한다

    검은사막의 음악은 세계관에 맞춰 중세적인 느낌을 주려하며 사실적인 표현을 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나름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 정형화 된 음악이 아닌 재즈적인 요소를 넣는 등 중세라는 틀 안에서 많은 시도를 하는 셈이다.

    그리고 똑같은 마을이라고 항상 똑같은 음악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프레이즈가 랜덤하게 바뀌는 것 처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같은 음악이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분도 바뀔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재는 CBT에 맞춰 컴퓨터로 작업한 음악을 듣게 되지만 차후 녹음이 끝난 완성 된 버전을 들으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똑같은 음악이라도 녹음 버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 것과 같다. 게임 내 아이템인 피리를 사용할 때의 음악 역시 실제 피리 연주를 녹음한 버전으로 바뀌게 되는 것처럼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검은사막의 음악을 기대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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