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한 지스타 2005

칼럼 | 서명종 기자 |





비판 기사란 제일 쓰기 쉬우면서도 잘 쓰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어떤 것이든지 결점은 있게 마련이므로 비판할 구석은 존재하기 때문이며,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워도 무엇무엇이 부족하다 라는 말은 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두 문장의 짧은 비판을 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그것을 잘 구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종 매체에서 비판 기사를 흔히 접할 수 있으면서도
정말 잘 쓴 비판기사라고 생각되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고,
어지간한 행사가 하나 끝나고 나면 으례 비판 기사가 실리곤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난주에 열린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05 에 대해 기사를 쓴다는 것이
그저그런 비판 기사를 하나 더 하는 것 밖에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을 하면서도
4일간 취재를 진행했던 담당 기자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그간 한국의 게임 전시회는 KAMEX 등 여러 전시회가 산발적으로 진행되었고
행사 주최자에 따라 게임사들의 참여가 서로 엇갈리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전시회들이 세계 4대 게임 전시회를 표방한다는 당찬 표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갈수록 그 규모와 위상이 축소되어갔던 것이 작년까지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 2005 년부터는 지스타 라는 이름으로 모든 게임 전시회들이 통합되어 개최되었고
이번에 열린 행사가 바로 그 첫번째 행사였던 것이다.





[ 지스타 게이트 오픈식 직전, 진대제 장관, 빌로퍼, 김택진 대표 등의 모습 ]



일단, 참가 규모나 업체 측면에서는 그간의 여러 전시회에 비해 제일 많았다.
EQ2 를 서비스하는 감마니아코리아나 WoW 를 서비스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대항해시대의 성공적이 오픈 베타를 진행하고 있는 CJ 인터넷 넷마블,
게임포탈 엠게임, 네오위즈 등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참여 업체의 수나 그 규모로 볼 때 역대 전시회중 가장 큰 볼륨을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이번 행사가 제 1회 행사였다는 점,
일산의 KINTEX 라는 먼 거리였음에도 4일간 방문한 게이머들의 수가
기존의 다른 전시회에 비해 더 월등히 많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행사의 주최와 진행 그 자체에 대한 평가가 그리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지스타의 주된 행사는 한마디로 B to C 였다.
쉽게 말하면, 게임사가 게이머들을 상대로 홍보와 이벤트를 진행하는 행사였던 것이다.





[ 일부 이벤트에는 많은 게이머들이 몰렸다. 사진은 김학규, 빌로퍼 팬사인회를 기다리는 게이머들 ]



업계 관계자나 언론 매체 등에게 새로운 게임을 소개하고 보여주는 프로그램 위주인가,
혹은 게이머들에게 자사의 게임을 홍보하고 이벤트를 개최하는 프로그램 위주인가라는 측면에서
이번 지스타 2005 는 그 방향성을 후자에 철저하게 맞춘 것이었다.


비록 B to B 관이 따로 존재했었고 수출 상담 코너도 별도로 존재하긴 했었지만,
메인 무대 및 주요 부스의 행사 자체가 게이머들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매체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소규모의 인터뷰 등등이
메인 무대와 부스에서의 행사 소리로 인해 잘 진행되지 않기도 했다.


게임 전시회를 방문한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현재 클로즈 베타를 진행중인 게임들도 시연을 해보고
또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여 상품도 받으니 나름대로 즐거웠던 측면이 있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본 몇몇 게이머들의 경우, 재미있다 라는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아쉬움중의 하나가 바로 신규 게임에 관한 것이다.
물론 신규 게임도 여럿 나왔고 그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는 않았다.





[ 신규 게임 라인업 발표를 진행중인 이젠의 이수영 대표, 메인 무대 옆이라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



윈디소프트는 얼마전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발표한 신규 게임 6 개를 들고 나왔고
이수영의 이젠 역시 레드사커와 아프로 비스킷이라는 신규 게임 2개를 들고 나왔다.
포탈을 시작한 엔씨소프트도 엑스틸, SP JAM 등의 부스를 설치했으며,
청인, 창천 등을 내세운 위메이드, 12월에 공개될 조이온의 거상 2, 웹진의 썬 등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 게임들은 구석구석 포진해 있었다.


아쉬운 것은 홍보와 이미지 각인이 주된 포인트였다는 것이다.


많은 신규게임들이 게임과 관련된 이미지의 전시, 캐릭터 복장을 한 도우미들과의 포토 타임,
해당 게임과 관련된 동영상 전시, 게임 홍보를 위한 이벤트 등에 포인트를 둔 반면,
실제 게임의 시연, 게임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은 그와 반대로 낮은 편이었다.


엔씨소프트 같은 경우 각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할 수 있는 시간을
B to B 관에 별도로 배치하여 인터뷰 및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고
한빛소프트의 경우에도 빌로퍼를 초청하여 인터뷰를 실시하기도 했으며,
이젠의 경우에도 향후 라인업에 대한 간담회 등을 개최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 이외에는 대부분 게이머에 촛점을 둔 행사였던 것이다.





[ 미팅룸에서 '헬게이트:런던' 을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는 빌로퍼 ]



이미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게임들을 제외하고
2006 년도에 새로이 출시된다고 하는 게임들의 경우,
게임 시연은 거의 힘들었고 이미지와 부스걸, 그리고 동영상 정도만 공개되기도 했다.


지스타 라는 게임 전시회 자체의 컨셉을 게이머에게 향한 B to C 에게 두었을지라도,
2006 년 게임 산업의 커다란 방향성이나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의 획득이 쉽지 않았으며
그저 2006 년에는 이런 저런 게임들이 출시되겠구나 라는 정도에 그쳤던 것이다.


그래서 그 이전의 전시회보다도 부스걸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지 않았나 하며,
역시 연예인의 등장 빈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듯 하다.
연예인의 잦은 등장은 게임이 차지하는 위상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순 홍보용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내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다.





[ 윈디소프트 부스에 출현한 베이비복스의 윤은혜, UN 의 김정훈 ]






[ 넥슨 부스, 카트라이더 코너의 부스걸 ]



또 한가지, 그리 매끄럽지 못한 진행을 들 수 있다.


평일이었던 10일과 11일날의 경우 일반 게이머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게임계 관계자들 및 관련 매체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메인 무대 및 서브 무대에서 열린 여러 행사들은
사람이 지극히 적어 썰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메인 무대의 경우 불과 2~30 명 정도의 관객만 착석한 형태로 이벤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주말에 배치된 메인 무대에서의 행사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평일과 주말이 각기 2일씩이었기에 평일의 경우 비즈니스 데이로 운영하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게이머가 많이 방문하기 힘든
평일의 먼 곳임에도 행사 일정의 배치에서 차이가 별로 없었던 것이 흠으로 남는다.





[ 게이머가 별로 없었던 평일 낮 메인 무대의 쓸쓸함이란 .. ]



이 외에도 운영상에서 미숙한 지점을 드러냈던 것들을 몇가지 더 짚어볼 수 있다.


기자와의 인터뷰 혹은 업체들간의 상담 등을 위해 마련된 B to B 코너가
메인 무대와 메인 부스에서의 소리에 대해 제대로 방음이 되지 않아
정상적인 진행이 힘든 부분도 있었고, 청소년 출입 금지라는 선이 그어져 있었으나
실제로는 이것을 체크하는 사람이 없어 출입 자체에 제한이 되지는 않았었다.


통폐합되어 처음 열리는 게임 전시회 지스타.


시작이라는 것 치고는 그 규모와 흥행면에서의 점수는 나쁘지는 않다.
또한 처음이기에 누적된 경험과 게임사의 참여도 일정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KGC 2005 같은 행사들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게이머들을 위한 행사와 이벤트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여타의 프로그램이 부족했고
결국 홍보 위주로 행사가 진행된 것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고,
몇몇 부분에서 보여진 운영의 부족함도 아직은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새로워지는 지스타의 모습을 기대하며,
2006 년도에는 칭찬만으로 가득찬 기사들이 올라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