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프를 산다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2개 |





나는 버프를 받지 않는다.

다만 아데나를 주고 구매할 뿐이다.






대다수의 유저들이 왜 버프를 받으려 하는가 ?

사냥을 더 효율적으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몬스터를 잡아 더 많은 경험치를 올리고

더 많은 아이템을 획득하고 더 많은 아데나를 보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령탄의 사용/비사용이 사냥의 효율성에 엄청난 차이를 불러오듯이

버프를 받고 안받고의 여부, 그리고 더해지는 버프의 레벨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약을 이용하여 버프 효과를 내게 되면,

소모되는 아데나량이 상당히 증가할 뿐더러

어느 정도 레벨 이상인 힐러와 버퍼들의 버프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몇 분 기다리더라도, 버프 상태에서 사냥을 하고 싶어하며

고레벨 힐러와 버퍼에게 낙점을 받았을 때는 1초라도 아끼기 위해 얼른 사냥하는 것이다.













버프를 받으려 하는 거의 모든 유저들 역시

이러한 버프의 효용성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받으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님아 버프점…” 이라는 말이 여기 저기서 울려퍼지는 것이고

사냥터에서 외치기로 “프로핏 분 있으면 버프 좀 주세요” 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모 서버에서 다크엘프 궁수를 키우고 있다.

원래 원거리 캐릭터를 선호하는 스타일상의 이유도 있지만,

장시간 앉아서 플레이를 할 수 없고 중간에 한 타임씩 잠깐잠깐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

어쩔 수 없이, 솔로잉 사냥이 가장 오랫동안 가능한 궁수를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궁수로 플레이를 할 때에도 역시나 마찬가지이다.

헤이스트 2단계, 포커스, 데스위스퍼 3단계 등 고레벨 프로핏의 버프를 받게 되면

캐릭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됨을 온 몸으로 확실히 체감하게 된다.





최근에는 크루마탑 근처에서 솔로잉을 하고 다녔다.

그러나, 잠깐잠깐의 솔로잉이기에 항상 버프에 목마를 수 밖에 없었다.





크루마탑 입구에서 게이트키퍼를 눌러서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구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거의 언제나 그곳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있게 마련이었고 힐러들도 대부분 있다.













이름 색깔이 파르스름하고 옷차림이 삐까번쩍한 힐러들에게 눈길이 가지만,

그냥 조용히 채팅창에 반복적으로 글을 올릴 뿐이다.





“궁수가 버프 삽니다”

“궁수가 버프 삽니다”

“궁수가 버프 삽니다”…






지켜보면, 대다수는 달라고 하면 그냥 주는 경우가 있다.

말을 조금만 정중하게 하면, 거의 대부분 주는 것이 거의 매너처럼 되어 있다.





누군가가 버프를 시전해주면, 추천을 일단 해주고 나서

잠시 뒤에 교환을 클릭한다.

그가 교환창을 열면 4천 아데나 정도를 올려놓고 확인을 누른다.

(좀 낮은 레벨의 버프라면, 3천 아데나 정도를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옆에서 누군가가 달라고 해서 풀버프를 받는 것을 보면서도

여전히 동일한 메시지를 채팅창에 출력할 뿐이다.

간혹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면, 특정한 프로핏에게 다가가서

“*** 님. 버프 좀 팔아주시겠어요 ?” 라고 말을 띄운다.





거의 대다수의 힐러들은 교환 신청을 OK 하지 않거나 그냥 취소를 한다.

10% 가 못될 정도로 극히 일부의 힐러들만 교환을 해서 아데나를 가져간다.

대다수는 그냥 웃으면서 “추천만 주세요” 하거나 “그냥 드릴께요” 하는 편이다.





버프는 사냥을 할 때라면 언제나 필요하다.

이것은 리니지2 라는 게임을 하는 한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버프를 살 것이다.













어쌔신은, 팬텀 레인저는 버프를 할 수 없다.

해봤자, 서너가지의 가장 기본적인 버프만 가능할 뿐이며

힐러의 그것과는 비교조차도 되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번거롭게 몇 분간이나 메시지를 띄우는 대신, 그냥 정중하게 달라고 할 수 있다.

훨씬 더 빨리, 더 편하게 버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추천 한번 꾹 눌러주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버프를 샀고, 어제도, 오늘도 샀고 내일도 버프를 살 것이다.





버프라는 하는 것은 그 클래스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고유한 특성이라는 것은 곧 아덴 월드에서의 그 클래스의 유일한 생존수단이라는 뜻이다.





남의 생존 수단을 그냥 공짜로 달라는 것이 어찌 합당할 수 있을까 ?





파격적인 대미지를 보여주는 궁수 클래스를 선택한 이상(이는 다른 격수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도움이나 협조를 통해 버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도움에는 그만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프가 필요한 것은 그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잠시 뒤에는 버프에 필요한 엠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

그 클래스에게는 아무런 대미지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파티를 구하기 위해 좀 더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의 여유 엠을 이용하여 버프를 준다 한들 그에게 무슨 손해가 있겠냐마는,





타인의 선의를 강요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기부이든, 기증이든, 혹은 선행이든 간에

그것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행해져야 하는 것이지

타인이 그러한 선행(?)을, 그것도 자신을 위해 해달라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 뜬금없는 소리가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이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것이다.





내가 그에게 버프를 달라고 하는 것은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것이고

그가 나에게 버프를 달라고 하는 것은 뭐 맡겨놨냐 라고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다.





그가 버프를 주지 않는 것은 매너가 없어서이고

내가 버프를 주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그러나,

궁수의 막강 화력이 아덴 월드에서의 생존 방식이 되듯이

버퍼의 버프 능력이 아덴 월드에서의 생존 방식인 것이다.





지나가는 짧은 한 순간에 불과할지라도,

그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는 Aciton 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아무리 하찮게 보이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남의 생존 수단을 말 한두마디가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주고 얻고 싶은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맡겨 놓은 것이 아니기에 그들에게 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거래를 원할 뿐이다.

그가 도움이고자 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도움을 수용한다.

그리고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다.





“궁수가 버프 삽니다”





이 8글자의 짧은 문장이, 내가 버프를 바라는 버퍼들에게 줄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선의이자, 나 스스로를 당당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이상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성선설을 탐탁치 않게 생각을 한다. 지나친 낙관!)

그러나, 자신이 이익을 바라는 만큼 타인 역시 이익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의 클래스를, 그의 마음을 그리고 그를 배려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타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익의 추구는 아덴 월드를 황폐하게 만들 뿐이다.

황폐화된 아덴 월드에서 내 Avatar 를 자라게 하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한때 생제르망백작 닉네임도 썼었던 iNVEN - LuPin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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