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하면 호흡 좀 맞춰보라고!

칼럼 | 서명종 기자 |





1. 청출어람이라고 하기엔 정말 찜찜하다





흔히들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날 때 다음과 같은 문구를 인용한다.





靑出於藍 靑於藍(청출어람 청어람) = 쪽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





어조사 於의 용법상 차이를 드는 문장으로 많이 제시되기도 했던 이 청출어람은,

그러나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적용될 뿐이다.

그와 반대인 부정적인 사안에 이르자면, 청출어람을 대신하여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같은 단어들이 사용되는 것이다.





배꼽이 배를 삼켜버리는 경우도 현실 세계에서는 종종 발생하는데

가장 극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에 발생한 액토즈 소프트의 피인수 사건이다.

액토즈 소프트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계에서 상당한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로

진즉부터 상장되어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액토즈 소프트의 시가 총액은 1,500 억원 가량이다.

이 주식의 30% 가량을 1천억원에 샀으니, 시세보다 2배 넘게 쳐준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고 기타 특수 관계가 있으니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닐 것이다)





액토즈 소프트는 미르의 전설2 를 개발한 위메이드의 지분 40%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미르의 전설2 의 중국 서비스권을 가지고 있어서 중국에 서비스한 회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국에 서비스할 때 현지 파트너로 삼았던 회사가 바로 샨다이다.





처음에 서비스권을 따내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을 회사,

게임의 서비스를 위해서 엄청난 마케팅적인 노력을 들여야 했던 회사,

사업은 참 잘했다고 소송의 원고들조차 인정할 정도의 실력이 있었던 회사,

나스닥까지 상장되어 전 세계 게임업계의 새로운 거목으로 등장한 회사인 샨다!!





기업의 성공을 놓고 말하자면,

모 기업이라 할수 있는 회사를 역으로 인수했으니 분명 청출어람이라고 칭찬해야겠지만

그 전에 보여주었던 그 회사의 다른 행태를 보아하니 못내 마땅치 못하여

청출어람이 아니라 “배를 삼켜버린 배꼽”이라고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그 회사의 국적 때문만은 아니다.









[ 한때 마케팅 사례로 인용되기도 했던 A3 의 캐릭터, 레디안 ]






2. 사건 A : 로열티 분쟁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미르의 전설2의 서비스는 개발사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퍼블리셔이자 상당량의 지분(40%)를 가지고 있는 액토즈 소프트,

그리고 중국 서비스 업체인 샨다의 3개 업체가 서로 얽혀 있는 구조였다.





초창기 진출이라 그런지, 계약 조건들이 세세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나중에는

업체간 트러블로 작용을 하였고, 결국 액토즈와 위메이드는 로열티를 상당기간 못받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소송 및 전기 세계에 대한 저작권 분쟁 역시 발생한 상태였다.

서비스 연장, 계약 내용 수정을 요구하며, 샨다가 로열티 지급을 계속 미룬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그런데 액토즈 소프트는 위메이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정 계약을 체결하여 로열티를 받은 후,

위메이드에게는 위메이드가 수정계약에 동의를 하면 위메이드 몫의 로열티를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로열티는 액토즈가 샨다에게 받아 위메이드에 지불하는 형식이었다)





수정 계약 문제로 액토즈와 위메이드간의 분쟁이 한창일 무렵,

위메이드 측의 입장을 듣고자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인터뷰를 했던 담당자들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저렇게 액토즈가 샨다에게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무언가 이상하다.

액토즈가 무언가 말못할 약점을 잡혔거나 혹은 팔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하고 있다.






결국 나중에는 액토즈와 위메이드간의 나름대로의 합의가 이루어져 로열티는 받았지만,

아직도 전기세계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은 진행중이고, 그때 체결된 수정계약에 의해 진행되는

미르의 전설2의 중국 서비스와 관련된 분쟁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3. 사건 B : 전기세계의 저작권 분쟁





위메이드와의 분쟁이 오래 지속되자,

샨다가 미르의 전설2를 대체할 자체 게임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전기 세계이다.

한때 위메이드와 사이가 더 벌어지게 된 것중 하나가, 미르의 전설 2 의 유저 DB 를

샨다가 (위메이드의 동의 없이) 전기 세계로 이관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전기 세계에 대해 위메이드 관계자들은 단호하게 미르의 전설 2의 표절,

그것도 완벽한 표절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으며 작년 10월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기도 하다.

(조만간 1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미르의 전설2는 박관호 회장이 액토즈에 있던 시절 개발을 하다가

별도의 법인으로 위메이드를 만들어 개발을 한 것이다.

그래서 액토즈 가 서비스권을 가지고 있던 것이기도 했고 지분의 40%를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액토즈 소프트는 A3 의 개발사인 애니파크의 지분도 40%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전기 세계의 표절 소송의 원고는 바로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였는데,

샨다가 액토즈 소프트를 인수하는 바람에 원고중 한명이 원고이자 피고를 겸해버리는 셈이다.

혹은 미르의 전설2에 대해 액토즈가 가지고 있는 각종 권리들을 십분 활용하여,

피고를 원조하고 동료 원고자를 압박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샨다와 오랜 분쟁을 지속하고 있는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2 ]






4. 사건 C : 액토즈 소프트의 수상





액토즈 소프트가 샨다에 팔린 날짜,

정확히 말하면 액토즈 소프트의 경영진이 자신들의 주식을 샨다에 매각한 날짜가 11월 30일이다.





그리고 나서,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2월 6일 다음과 같은 기사가 단신으로 실렸다.





"온라인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는 ‘제1회 대한민국 지식서비스산업 수출대상’에서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수여하는 대상을 수상했다고 6일 밝혔다.



액토즈소프트측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천년’, ‘미르의 전설’, ‘A3’ 등을 중국, 타이완, 일본, 인도 등에 수출, 전년도에 비해 수출 실적이 600% 가량 증가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수상했다고 덧붙였다.



코리아벤처포럼이 주최하고 산업자원부와 대통령 직속 중기특위가 후원하는 지식서비스산업 수출 대상은 액토즈소프트와 가마소프트 2개 업체가 대상을 수상, 우수상으로 볼트소프트, 엠닥스 등이 수상했다.




샨다에 팔리자 마자 각 매체들의 IT 및 게임코너에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중국의 도전과 기술유출,

줄어드는 격차를 걱정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그 회사가 수출 대상을 받은 것이다.





물론 미르의 전설2, A3 등을 중국에 서비스 하면서 외화를 좀 벌어들였다손 치지만,

샨다가 벌어들인 이득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고 심지어 이번의 매각으로 인해

한국의 게임사들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미리 수상 회사를 결정해놓은 상태라 변경이 안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불과 6일 간격으로 이 두 개의 기사를 보게 된 게임계의 관계자들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 ?









[ 보도 자료로 각 게임웹진 및 언론사에 제공된 수상 화면 ]






5. 어지간하면 호흡좀 맞춰보지 ?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를 키워준 것도 부족해, 스스로를 헌납하기까지 한 이번 매각 사태.





경영진들이야 시가의 두배가 넘는 금액으로 팔게 되어 엄청난 거금을 손에 쥐었고

이 돈으로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수도 있을 테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관련자들이 그 위험을 모두 떠안아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업체가 지식서비스산업 수출대상을 받은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파티 플레이에 비유해 보자면,





아군이 아닌 적군에게 힐을 주는 힐러에게 정부가 MP 를 채워준 셈이다.





이와는 좀 다른 맥락이지만, 이런 황당한 엇박자는 다른 게임에서 이미 한 건 발생을 했었다.

NC 소프트의 리니지2는 2003년 게임대상에서 최고의 상인 대상을 수상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계의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렇듯 정부 각 부처마다, 조직마다의 혼선이야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군침도는 사안을 놓고 부처끼리 서로 자기가 먹으려고 싸우는 것은 자주 보이는 광경이고,

서로 정반대의 정책을 각자 추진하다 보니 중간에서 휘둘리는 업계의 모습도 낯설지 않고

탐나는 산업을 서로 자신의 관할권에 두기 위해 일부러 규제를 남발하는 경우도 있고

경쟁 부처에서 추진을 하고 있는 사업과 정반대의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 와중에서 민간인이라 할 수 있는 관련 업계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이다.





보수성과 관료주의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관료조직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무리일 터.





월급은 받되 일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정도인 조직은 영등위 하나로도 족하니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상속세 우수 납부자로 선정되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액토즈의 지식서비스산업 수출 대상 수상과 같은 일이 앞으로는 재발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숨이 푹푹 나왔던 생제르망백작 iNVEN - LuPin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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