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저작권을 포기했다고?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8개 |
부제 : 불공정이용약관과 운영의 부재


1. 현지화는 단지 게임 내에서만 이루어졌다.

처음 그 게임에 접속했을 때,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었다.
새로운 유형의 게임이었다는 것도 있었고, 그래픽 등등 많은 요소가 있었지만
그들이 구현해놓은 한글화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도 한가지 요인이었다.

외국 사람이 만들었다는 티를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것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단지 영어를 한글로 적어놓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게임 내의 한글화와 음성은 유저들의 탄성을 자아낼만 했다. ]


간혹 한 두개의 번역 오류라든가 수정되지 않은 것들도 나타났었고
또는 GM 의 게임내 매크로 답변이 영어로 출력되기도 했었지만,
그 정도 것들이야 다른 게임들에서 나오는 버그의 총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기에
큰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게임에 들였던 열정만큼이나
홈페이지와 운영 등에 있어서도 한글화 및 현지화를 잘 해놓으리라고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나머지 모든 것들은 게임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으며
특히 현재 게재되어 있는 이용약관과 운영원칙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2. 이용 약관, 그것은 외국인이 한글로 번역을 한 것이다.


marry (결혼하다) 라는 동사를 대부분의 유저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동사는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자주 인용되곤 한다.


예시 문장: 쓰랄은 프라우드무어와 결혼했다.


이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


쓰랄 married with 프라우드무어.
쓰랄 married 프라우드무어.



“~ 와 결혼했다” 이니 “married with” 가 맞다고 일견 혼동하기 쉽지만,
“marry” 라는 동사 자체가 “~ 와 결혼하다” 라는 뜻이기 때문에 married 가 맞다.
미국 사람이 위 문장을 영어로 옮길 때 marry with 로 번역하진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쓰랄 married 프라우드무어” 를 한국사람이 한국어로 번역을 하는데,
“쓰랄은 프라우드무어를 결혼했다” 라고 옮기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게임의 이용약관과 운영원칙은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유보(=무엇을 뒤로 미루는)와 보유(=현재 가지고 있는)의 단어 차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 것이다.


이용 약관의 문장중 절반 이상이 문법적 비문에 해당된다.
즉 이용 약관의 많은 문장이 “쓰랄은 프라우드무어를 결혼했다”로 되어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예만 들어주면,


웹사이트의 맨 하단에 나오는 “All rights reserved” 라는 문구는 아마 다들 익숙할 것이다.
이 말은 “상표권과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니 불법 사용을 금한다”는 뜻이다.






[ All Right reserved... 모든 권리 유보와 모든 권리 보유는 단순한 단어 차이가 아니다. ]



보통 제품의 사용 설명서나 이용 약관에 언급될 때는
등록된 상표이니 불법적 이용을 하지 말라는 문구로 들어가기도 하며
아예 영어 그대로 나오고 별다른 설명이나 번역을 덧붙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용약관에서는 “모든 권리 유보” 라고, 아주 짧고 깔끔하게 적어놓은 것이다.
그 회사는 이제 회사이름과 게임에 관련된 모든 저작권을 포기한 것인가 ?


영어를 번역할 정도의 학력을 지닌 한국인이 보유와 유보를 구분하지 못할 리도 없고,
그렇게 IQ 가 딸리는 사람을 그 회사가 채용했을 리도 없으니
한국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그저 번역만을 했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추측하는 것이다.


두번째 사례는 환불 규정에 나오는 “연체 계정” 이라는 단어이다.
(이와 아울러 “신용 상태가 양호한 현존 계정” 이라는 문구도 있다)


연체는 납부의 의무를 지니고 있을 때 쓰는 것이다. 세금이나 빌린 돈처럼.
그럼 그 게임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게임이고 정액비는 세금이란 말인가.
만일 게임을 하다가 기간이 끝나 중단하고 안하면
금융감독원에 신용 불량자로 등록이라도 시킨다는 뜻이란 말인가.





[ WoW를 우연히라도 보고 결제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신용불량? 연체계정의 의미는? ]


한국 사람이 이 이용 약관을 번역했다면 절대로 연체계정이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니, 한국 사람에게 이 이용약관을 한번이라도 미리 읽혔다면,
절대로 이렇게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외에도 지적해보라고 하면, 정말 백가지 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자면, 현재 올라와 있는 이용 약관은
“중학교 수준의 영어를 배운 학생이 법률 조항을 사전만 보고 영어로 번역”한 수준이다.


정상적인 국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 번역을 했다고는 보이지 않는 문법적 오류,
그리고 한국 사람이라면 결코 쓰지 않을 표현들이 약관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례로, 이용 약관의 번역이 황당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한번 살펴보자.
그네들이 만든 약관대로라면 결코 유료 서비스를 실시해서는 안된다.



(1) WoW의 유료화는 약관 위반이다. 1조 E항의 1-c 항목을 참조하라.


ㅁ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기 위해 구매한 지정 시간을 모두 사용하였을 경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단독 재량으로 본 계약과 그외 모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책무와 함께
귀하의 계정과 접속을 정지하고 종료할
권리를 유보합니다.

==> 정액을 끊지 않았다고, 혹은 사용시간이 다 지났다고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은 약관 위반이다.

(2) 이용 약관 1조의 A 항 및 E 항의 1-b

ㅁ 귀하가 면허인에게 허위 혹은 날조 등록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면허인이 알게 되는 경우,
면허인은 즉각 귀하의 계정을 종료할
권리를 유보합니다.

==> 허위 정보를 입력했다는 이유로 계정이 압류되면 약관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걸 수 있다.
결코 그 회사는 허위 정보 입력을 이유로 계정에 제재를 가할 수 없을 것이다.



(3) 어떤 짓을 해도 결코 계정 압류는 없다. 3조의 서문 및 3조 A 항을 참조하라.


ㅁ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어떠한 행동이 게임의 정신에 위배되는지를 결정하고
적절하다고 간주되는 징계 조치를 취할
권리를 유보합니다.

==>그렇다. 그들은 판단할 권리도, 징계를 내릴 권리도 전혀 없다.
혹시 강제로 이름이나 길드명이 바뀐 유저들이 있다면 바로 소송을 거시라.



(4) 그들은 놀고 먹겠다고 했다. 5조를 참조하라.


ㅁ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단독 재량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 포털을 보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어떠한 조치이건 취할
권리를 유보합니다.

==>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말인가 ? GM과 상담원은 놀고 먹는 직업인가?



(5) 서버 점검조차도 약관 위반이다. 단 1초도 멈추어서는 안된다. 10조를 보라.


ㅁ 귀하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관련된 통신 장비를
유지, 시험, 교체, 수리하기 위해, 또는 전송 중단 등 기타 여하한 시스템 운영상의 필요에 의해
서비스를 일시 중단할
권리를 유보한다는 것을 이에 인정합니다.

==> 서버를 단 한순간이라도 내리면, 그들은 약관 위반이다. 서비스 중단 권리가 없으니까.
점검 ? 버그수정 ? 패치 ? 다 필요 없다. 내리면 무조건 약관 위반이다.



(6) 다시한번 재차강조. 절대로 압류나 삭제는 없다. 14조를 보라.


ㅁ 만약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단독 재량에 의해 귀하가 본 사용 약관 및
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최종 사용자 라이센스 계약의 여하한 조건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통지 없이 본 계약을 종료할
권리를 유보합니다.

==> 절대로 압류나 삭제를 하지 않겠다는 저 굳은 의지. 한번 두고 보자.


(7) 충격! 블리자드 모든 상표권, 저작권 완전 포기, 맨 마지막을 보았는가?


ㅁ ©2005 Blizzard Entertainment. 모든 권리 유보.
World of Warcraft, Warcraft 및 Blizzard Entertainment 는 미국 및/또는 기타 국가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상표 또는 등록상표입니다.
모든 권리 유보.

==> 눈보라,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바로 이 게임의 상표권과 저작권이 모두 사라졌다.
먼저 신고하는 사람이 먹는다. 얼른 관공서에 접수하러 가도록 하자. 로또 1등보다 더 비쌀 것이다.



이제와서 발뺌해도 소용없다. 스크린샷 다 받아두었다.
또한 아주 결정적이게도, 유보가 아닌 "보유"라고 표현한 부분도 두 곳이나 있다.


즉 이 약관을 올린 사람 및 승인한 경영진은
보유와 유보의 차이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7가지의 약관은 유효한 것이라 사료된다.



(1) 약관 2조의 C항을 보라. 보유라고 되어 있다.


ㅁ 블리자드는 법에서 허용되는 최고 한도 내에서
해당 사용자가 야기한 손해를 조사하고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합니다.


(2) 약관 5조의 가장 마지막에도 보유가 등장한다.


ㅁ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사용 약관 혹은 최종 사용자 라이센스 계약을 위반하는
여하한 사용자에게도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를 보유합니다.


삼가 그 회사의 경영진들에게 위로를 표한다.
엄청나게 비싼 그 회사의 상표권과 저작권을 날려버렸음은 물론이거니와
줄을 이을 유저들의 소송은 어찌 감당하겠는가?!




3.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 운영 원칙



몇백억원에 달할 자사의 상표권을 포기하겠다는 문구를 집어넣을 정도로
아무런 개념도 없는 번역자 및 그 회사의 경영진들이 보여준 황당한 실수들은
운영 원칙에서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되풀이되었다.



언뜻 보면 각 항목별로 세부적으로 구분되어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중간중간 남아있는 테스터라는 단어들은 그냥 애교로 봐준다고 할지라도)
운영원칙을 쭉 읽어나가다가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영문판 패키지 게임을 사거나,
영어로 된 제품 설명서와 사용 설명서가 들어 있는 제품을 산 경우,
심지어는 MS 의 윈도우나 오피스의 정품 CD 를 산 경우
그 안에 들어 있는 사용 설명서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 영문을 그대로 직역하면 대부분은 실소를 자아낼 만큼 웃긴 경우가 많다. ]



그것들을 그대로 직역하면 한국말로 참 요상하고 야릇하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무척 싸가지 없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ㅁ 불행하게도 몇몇 고객들은 GM처럼 행동하거나 GM임을 사칭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고 할 수 있습니다.(운영 원칙 중)
ㅁ 자사 사이트로의 링크를 제공하는 광고업체나 웹 사이트들에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십시오.(개인정보 보호정책 중)




심지어, 개인정보보호정책에서는 유저 즉 고객을 가리켜 당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누가 당신의 정보를 수집하는가” 처럼 그것도 소제목에서 말이다.
(그 회사의 다른 사이트 모두 개인정보보호정책은 동일하게 번역되어 있었다)



아마도 you, your 라는 단어를 그냥 그대로 직역을 했나 보다.
개인정보보호정책이나 운영원칙에서 you 가 쓰여져 있다면,
지칭하는 대상이 “너”, “당신”이 아니라 “유저”, “고객”임을 모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대다수의 한국 사이트들은 회원, 유저, 사용자, 고객 등으로
자기 회사의 약관 내에서는 통일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이 회사는 스스로를 가리킬 때도 면허인, 회사 이름 등 여러가지 명칭을 쓸 뿐 아니라
유저를 가리킬 때도 사용자, 당신, 귀하, 플레이어 등 다양한 명칭이 등장한다.
용어의 정의와 용어의 통일이 싸그리 무시된 약관은 사실 이번에 처음 보았다.



혹 나중에 그 회사의 사장을 만나 인터뷰 같은 것을 하면서
질문을 할 때마다 “당신”이라고 표현해가며 질문을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
그냥 you 를 한국어로 번역했겠거니 해서 자연스럽게 넘어갈까 ?



문제는 그것이 왜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그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무지하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그래서 현지화에 관한한 빵점이 아닌 마이너스 점수를 부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4. 그들은 패키지 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착각했다.



그들이 적어놓은 운영원칙의 각 페이지의 하단부마다
그들은 Massively Mulitplayer 를 중시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를 해놓았었다.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집에서 혼자 하면 MM 이 성립이 안되고
Online 상에서 여럿이 같이 해야 MM 이 성립이 되는데,
“그들은 O 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패키지 게임의 약관과 온라인 게임의 약관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패키지 게임은 포장을 뜯고 설치를 하는 순간 환불이 불가능하게 되지만
온라인 게임은 “설치했다 지웠다, 정액 들었다 말았다” 를 무한반복해도 되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 자체가 불가능해질 때만이 환불이 가능하다고 하는 이용 약관은
패키지 게임의 판매 조건에 배틀넷 이용을 필수 항목으로 넣어두었을 때만이
비로소 앞뒤가 들어맞는 것일 뿐 순수한 온라인 게임에는 적용될 이유가 없다.







[ 배틀넷과 MMO는 전혀 다르다. 과연 약관에 이러한 사실이 배려되었는가? ]




그들은 아마도 그 게임의 서버를 배틀넷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그들의 철저한 한글화는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지명과 단어들을 한글화한 것일 뿐,
게임의 운영에서는 단 하나도 한글화와 현지화를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랬기에 당신 운운하는 문구를 태연히 홈페이지게 게재해놓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홈페이지는 여전히 유저들의 거센 항의에 대한 아무런 입장이나 해명도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결제 메뉴를 통해서 서브 화면들을 확인하면
운영원칙 등 많은 페이지들이 업데이트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환불 안내 페이지도 드디어 새로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상용화 후 상당히 많은 변신(?)을 한 홈페이지. 과연 내용은? ]



이 내용이 실제로 현재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며,
약관상으론, 여전히 서비스 이용 불가 상태일 때만이 환불이 가능한데
이때의 환불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 사항인지,

아니면 유저의 자의적 환불에 대한 규정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게시판에 올라오는 환불에 관련된 많은 경험담과 항의들은
그들이 패키지 게임을 판매했던 과거의 약관들을 그대로 번역해서 사용했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되게 한다.
(접속 한번 했다고, 혹은 이미 결제를 했다고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패키지 판매가 없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상상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올려놓은 운영원칙과 이용약관의 번역 상태와 수준은
그러한 추측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 회사의 경영진과 임원들은
한국어 및 한국문화에 무지하다고 판단이 되며,
온라인 게임이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게임을 단지 한글화 했을 뿐 현지화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패키지 게임의 판매시 적용되었을 규칙들의 수준 낮은 오류투성이 번역본(!)을 들고
온라인 게임을 상담하고 있는 한국인 상담원들이 불쌍할 뿐이다.



출판사에서 교정을 보는 친구에게 이 약관과 운영원칙과 개인정보보호정책을 보여주었더니
"이것은 인간의 번역이 아니야. 기계에 넣고 돌렸을 거야"라는 회신을 보내왔다.
하기사 한국에서 서비스할 이용 약관에 미국의 주가 어떻고 등등의 내용이 들어갈 턱이 없지 않은가.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판단을 했을 텐데 말이다.



5. 여전히 걱정되는 이유



그 상담원들이야 한국인들이니 게시판들을 볼 것이며
무엇이 불만인지, 뭐가 불만인지, 그것이 왜 불만인지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두가지가 걱정이다.



정책을 결정하고 또 지시할 경영진과 임원들이
과연 이러한 불만의 원인을 인지하게 될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용 약관과 운영 원칙과 개인정보 보호정책의 그 난잡함(!)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그 항목들 및 번역 수준이 왜 엉터리인지를 알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동일한 만행을 저지를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 회사의 상담원과 GM 들이
그들이 조잡하게 번역해놓은 규정집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문법적 오류들이 산재하기에 각자 나름대로 이해하면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지는 않을까?



대신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곳은 아마 한국의 게임사 및 관계자들일 것이다.



최초에 퍼블리싱을 맡길 듯 하면서 입찰을 받았던 그 회사.
그러면서 빼낼 수 있는 최대의 정보를 다 요구했고 그것을 획득하게 되자
갑자기 직배로 돌아서서 많은 비판을 들었던 그 회사.
나중에 마케팅을 위해 다시 또 다른 업체들에게 마케팅 제안서를 요구했던 그 회사.
결국 그 방법만을 참고해서 자신들이 활용하고 업체들에게 다시 물을 먹였던 그 회사.



그러나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라는 것이
결코 서류 쪼가리 몇장으로는 획득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은 몸소 증명해주었다.
또한 현지화라는 것이 게임만을 잘 번역한다고 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실천했다.






[ 과연 미래는? ]



그들에게 정보만 주고 이용당했다며 배신감에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을 관계자들이
통쾌한 복수감에 건배를 외쳤을만도 한 이번 사태.



그리도 칭찬을 받았던 이 게임이
몇몇 소수에 의해 이리도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플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세가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더 높다는 것에
아제로스에 남아있는 내 사랑 흑마법사가 불쌍해질 뿐이다.



Quo Vadis, Azeroth?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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