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시 계정 삭제 ? 약관과 운영은 별개 ?

칼럼 | 서명종 기자 | 댓글: 41개 |


1. 약관의 변경, 그러나 …



지난 3월 24일(목)에 있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1.30 패치에서는
퀘스트, 인던, 레이드, 아이템 및 직업별 패치 등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그 중 눈에 띄는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이용 약관의 변화이다.


캐릭터 이동이나 환불 등 새로운 조항이 추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용 약관의 번역에서 빚어졌던 몇몇 오역과 오류들도 수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어색한 느낌의 문장과 표현들이 군데군데 숨어있긴 하지만,
지난 1월 26일의 칼럼에서 지적했던 오역과 오류들은 수정이 되어 있었다.


◆ 관련 기사 보기: 블리자드가 저작권을 포기했다고 ?






[ 3월 24일 약관 변경 이전의 약관 ]






[ 3월 24일 약관 변경 이후 All Rights Reserved 가 이렇게 바뀌었다 ]






[ 마찬가지로 오역과 오류들의 일부가 수정되었다 ]



특히 맨 마지막 저작권을 표시하는 “All Rights Reserved” 라는 문구가
김대충 영문법에 의거한 “모든 권리 유보”라는 황당하게 깔끔한 단어의 번역에서
“모든 권리는 블리자드에게 있습니다”라는 정상적인 문장으로 교체되었으며,
(김대충 영문법을 모른다면 딴지 일보의 이 기사를 클릭하시길 바란다)


“블리자드는 접속을 제한할 권리를 유보합니다”라는 류의 반대로 해석된 문장들이
“블리자드는 접속을 제한할 권리를 가집니다”라는 형식으로 모두 교체되기도 했다.


약관의 오역이 부분적으로나마 바로 잡혔으니 기분이 Up 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약관을 찬찬히 훑어보는 와중에 이 기분은 다시 Down 되어 버리고 말았다.
바로 새로이 추가된 항목인 14조의 맨 마지막 줄 유의사항 때문이었다.


전에는 운영방침이었고 약관에는 없었지만 3월 말에 추가된 조항.
상용화 직후 유저들의 분노를 증폭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방침.
아직까지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내용.


바로 환불을 할 경우 계정 자체를 완전 삭제한다는 조항이다.






[ 삽질의 향연, 너희가 MMORPG 를 아느냐 ? ]




2. 과연 누가 키를 쥐고 있는가 ?



과연 그들은 어떠한 생각으로 이와 같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
그간 유저들의 반응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왔다면,
한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의 구조와 현황을 파악했다면,
절대로 이와 같은 규정을 유지하거나 삽입하지 않았을 터.


그간 여러 게시판에서 이에 대한 원성이 쏟아져 나온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터인데,
어이하여 그들은 이와 같은 규정을 이에 명문화를 시켰단 말인가.
그리고 이 정책을 수립하고 이 규정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만 하는 것이
게임의 개발과 패치에 대한 결정권을 과연 누가 쥐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의 생각이 변해야지만
비로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인데,
한국에서의 WoW 서비스를 대행하는 블리자드 코리아가 아니라
WoW 를 개발한 미국의 블리자드 본사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에 말했던 대로, 그들이 기술력이 없어서는 결코 아닐 것이다.
그간 게임을 만든 경력도 경력이려니와,
한국의 모든 MMORPG 서비스사들이 그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에도,
그들이 환불시 계정 삭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현재의 방식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변경할 필요도, 솔루션을 개발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 테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직 블리자드 본사의 결정권자들은
온라인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온라인 게임이기에 지닐 수 밖에 없는 차이점들을,
한국의 온라인 게임의 이용 성향이 어떠한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3. 한국 유저들이 생각하는 환불의 개념은 ?



아마 블리자드 본사의 공통 약관을 그대로 각국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패키지 판매의 입장에서는 블리자드의 현재 약관이 합당하다.


환불을 한다는 것은 패키지를 반납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환불은 곧 게임으로의 접속이 가능한 시리얼 넘버를 반납한다는 뜻이다.
시리얼 넘버 1개당 하나의 계정만이 등록 가능하므로
그 시리얼 넘버를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시리얼 넘버로 등록된 이전 계정을 삭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패키지 판매를 전제로 하는 다른 나라들에서는
환불시 계정 삭제라는 방침이 납득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방식 하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3개월 계정을 끊었지만 그 기간이 끝나 접속이 불가한 사람과 (= 유예계정)
3개월 계정을 끊었다가 2개월 사용후 1개월치를 환불받은 사람의 차이이다. (= 환불계정)


현재의 약관대로라면
"유예계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는 나중에 언제든지 비용만 내면 접속이 가능하지만
"환불계정"이라고 할 수 있는 후자는 비용을 다시 내더라도 새로운 계정으로 새로 시작해야만 한다.


여기에서 한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찾을 수 있는데,
한국 유저가 생각하는 환불과 블리자드가 생각하는 환불의 개념이
아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 유저들이 생각하는 계정비의 의미는 2가지 뿐이다.
집에서의 접속도 가능하냐, 혹은 PC 방에서의 접속만 가능하냐.
그렇기에 한국 유저들에게 있어서 환불이라는 것은
개인적인 사정이나 이유로 인해 집에서의 접속을 하지 않겠다는 뜻
일 뿐이다.


게임을 완전히 접기 위해 남은 기간의 비용을 돌려받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정말 완전히 접을 것이라면 스스로 삭제하고 스스로 탈퇴하면 되는 것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남기는 것이기도 하고,
집이 아닌 곳에서의 접속은 지천으로 널린 PC 방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에
한국 유저들에게 있어 환불은 계정 포기와는 전혀 다른 맥락인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 유저들은 오랜 시간 게임을 즐겨왔다.
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치솟아 널리 퍼지기 전부터 그러했으며,
90년대 초반부터 있었던 PC 통신 역시 동일한 요금 방식이었다.


이전의 이용 약관을 기억하는 유저들이라면 "연체계정"이라는 단어를 기억할 것이다.
블리자드 본사는 (사용 기간이 끝난) "유예계정"을 바로 "연체계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즉 WoW 라는 게임을 구매했기에 지속적으로 돈을 납부하면서 사용해야 하는데
돈을 납부하지 않아 연체가 되었으니, 납부할 때까지 접속을 제한한다는 개념이다.


그에 반해 한국의 경우 납부해야 할 돈을 미납한 연체계정의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현재에는 돈을 내고 접속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간주를 한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언제든지 돈을 넣었다 혹은 말았다를 반복해도 되는 것이고
돈을 넣었다가 환불을 해도 사용한 만큼을 뺀 나머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계정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형태로 쭉 흘러온 것이다.


원래부터 패키지 판매를 통한 온라인 게임이라는 구조가 없었기에 설치 자체는 항상 무료였으며,
상용화를 하였을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기간 동안 접속할 수 있는 "기간요금" 제도를 운용해왔던 것이다.


이 "기간요금" 제도의 개념하에서 환불은
그 게임(혹은 서비스)을 접속할 권리를 현재의 시기에 유보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게임의 접속 권리에 대한 영구적인 차단이나 포기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있어서 환불이라는 것은
단지 집에서의 접속을 개인적인 이유로 잠시 유보하거나
혹은 현재의 시기에 접속할 권리를 잠시 유보하는 것 뿐이지
게임 자체를 완전히 떠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고,
PC방의 존재가 이러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뒷받침 해왔을 뿐만 아니라
네트웍 시대의 초창기부터 이미 그러한 시스템이 가동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블리자드가 이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구조와 특성에 대해서 과연 그들은 알고 있을까 ? ]




4. 그러나 블리자드는 환불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다.



그러나 블리자드의 경우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납부한 금액에 따른 계정 사용 기간이 끝나서 접속을 못하는 "연체계정"은
훗날 연체한 비용을 내면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유예계정"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낸 돈을 환불하는 경우는 당사자가 게임 자체를 영구 포기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블리자드의 이러한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내가 만일 해외 장기 출장이나 업무의 폭주, 사고로 인한 입원 등
개인적인 일이 생겨 잠시 게임을 유보해야 할 경우가 발생해도
이미 납부한 돈을 돌려받을 길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일시적 유보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패키지 판매는 포장을 뜯으면 환불이 불가하다는 조항도 있기에
환불을 해준다는 것이 오히려 플러스 알파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다.
물건을 쓰다가 환불을 해준다는 것은 제조업에서는 얼마나 좋은 서비스이겠는가!!


물건이야 쓰다가 반납하면 다시 쓸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기에
그들은 패키지를 팔고 배틀넷을 운영하던 경험을 살려
WoW 의 서비스를 보강한다는 차원에서 환불에 대한 이런 정책을 수립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패키지가 아니라 온라인 게임인 WoW 의 계정비용에 대해서 과거와 다름없이
패키지 판매 비용, 그리고 이 패키지 판매에 따른 부가적인 비용 지불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이고,
패키지 판매 자체가 없는 온라인 게임들이 필연적으로 채택할 수 밖에 없는
(자유로운 납입과 환불이 가능한) "기간요금" 제도의 개념과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 유저들에게 있어서의 환불이나 계정비 미지불은
접속하여 즐길 권리를 지금 현재 순간에만 잠시 유보하는 것 뿐이지,
납부해야 할 돈을 미납한 연체의 개념으로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있으며,
자신이 게임상에 만들어놓은 것들을 완전한 무로 돌리기 위한 행위도 아니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시리얼 넘버의 존재가 필수적인 패키지 판매와는 하등 상관이 없고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과 다를 바 없는 무료 다운로드 방식이었기에
블리자드의 이러한 정책과 약관 조항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규정,
예컨대 인터넷 쇼핑몰에 배송이 없는 것처럼 황당한 규정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5. 온라인 문화의 강국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해 외국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모든 외국인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종종 특이한 현상을 보게 된다.


즉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나 인터넷 비즈니스가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들었다고 간주하여 교섭에 임하고
이에 따라 예기치 못한 트러블이 종종 발생을 하곤 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니까…" 하는 그네들의 선입견으로 재단을 하고
"게임이 많이 팔려봤자 머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어찌보면, 근대 자본주의 이후 그네들이 쭉 가져왔던 일종의 우월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업적으로 보면 보통 이것을 시장 조사의 실패라고 지칭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장 조사를 제대로 못한 혹은 시장 조사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현재 WoW 의 개발을 좌우하는 블리자드의 결정권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온라인 하나만은 대한민국이 최고이다.


이야기 5.3과 7.0을 보고 외국 통신 회사들이 울고 갔다는 말도 한때 회자되었었고
그 이야기 시리즈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역시 국산 새롬의 데이터맨이었다.
초창기 외국계의 워드프로세서가 아래아 한글에 밀려 참패를 거듭했었고
MS오피스가 성장을 지속하는 아직까지도 아래아 한글은 건재하다.
(자국산 워드 프로세서가 건재한 나라가 과연 몇 개나 되던가)


백신 프로그램은 여전히 안철수 연구소의 V3가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의 명품 스타택의 주인공 모토로라는 한국시장에서 처참하게 박살이 났었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노키아는 박살나다 못해 한때 철수까지 했었다.
(모토로라와 노키아가 온라인은 아닐지라도 정보통신 제품이기에 포함하였다.
이들은 한때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1%도 버거워했을 정도였다.)






[ 모토로라는 한국시장의 절대강자에서 1% 점유율로 추락했었다. ]



검색포탈쪽에서 명성이 높은 세계적인 인터넷 대표기업의 한국 사이트 하나는
초기에는 부동의 랭킹 1위를 쭉 이어나가며 세를 과시했지만,
결국 네이버 등 다른 사이트에 밀려 순위 4위로 떨어진지 오래이며,
각종 통계지표상 네이버에 비해 최소 3배, 최대 6배의 차이를 보일 정도이다.
(랭키닷컴의 순위, 접속자, 페이지뷰, 점유율 등의 통계 지표를 참조하였다)


이제 겨우 그들이 모뎀보다 빠른 인터넷을 쓰네 마네 할 정도에
우리는 시골의 읍면 지역까지 PC 방이 다 깔렸고 ADSL 이 다 설치되었다.
그네들이 이제 겨우 초고속 인터넷 보급 어쩌고 할 와중에
우리는 20~50Mbps 속도의 VDSL 로 전환하는 중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때 호주의 인터넷 사이트 중 다음이 랭킹 4위였는데,
그 이유가 호주에 있는 한국인들의 다음 접속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다음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2003년 여름에 직접 들은 이야기로
이럴 정도로 인터넷 사용량은 한국인들이 비할 수 없이 압도적이며
그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문화는 그들을 훨씬 추월해 있다.



6. 상상예찬! 배송 시스템 없는 인터넷 서점?



글이 상당히 길어졌지만, 쉬운 예를 들어 정리해 보자.


"비보라"라는 상당히 큰 서점이 있고 "Core"라는 인터넷 온라인 서점이 있다.
그런데 이 Core 라는 곳이 온라인 서점임에도 불구하고 꽤 잘 나가는 것이다.
공간을 임대하여 서점을 꾸려온 비보라의 입장에서 상당히 배가 아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간의 서점 경영 노하우를 살려 "비보라 인터넷"을 만들었다.
그간 서점을 잘 운영해온 사람들도 대거 투입하고
웹 디자이너, 웹 개발자, 웹 기획자 등 기술자들도 고용하고
이런 저런 각종 투자를 병행하여 아주 쌈박한 인터넷 서점을 하나 오픈을 했다.
서점과도 DB 를 연결시키고 책 비평, 리뷰, 추천 등등
Core 서점이 아직 추가하지 못한 기능들을 많이 구현해 놓은 것이라
오픈을 한다는 말을 듣고 독자들의 기대가 매우 높았다.


그리고 드디어 비보라 인터넷이 오픈을 했다.
사람들이 막 몰려들어 책을 주문하느라 서버가 먹통이 될 지경이기도 했고
단숨에 사이트 순위가 팍팍 오르며 매출도 대폭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픈 직후부터 책을 구매한 고객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비보라 인터넷의 경영진이 배송 시스템을 전혀 갖추지 않아서
왜 배송을 해주지 않느냐고 유저들이 빗발치듯 항의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비보라 경영진의 생각은
"책을 샀으면 와서 가져가야 할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단지 구매하는 장소만 인터넷일 뿐이고 책이란 원래 직접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인터넷 서점의 배송 시스템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경험했던 유저들에게
비보라 인터넷의 이러한 경영 방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배송시스템 없는 인터넷 쇼핑몰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



현재 WoW 의 한국 서비스가 처한 상황이 딱 이와 같다.
블리자드 서점은 그간 좋은 책도 많이 발간을 했고, 독서하기에도 좋아서
브랜드 인지도도 높았고 단골 손님들도 상당히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블리자드 서점이 더 화끈하게 서비스한다고 인터넷 서점을 열었고
그간 한국의 인터넷 서점들에 없던 각종 기능들이 많이 추가되어 인기가 높아졌다.
문제는 이 블리자드 인터넷 서점에는 배송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블리자드 인터넷 서점 경영진은 배송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책 구입 장소를 물리적인 서점 공간으로만 한정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블리자드 인터넷 서점 경영진은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을 받으려면 블리자드 서점을 방문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7. 블리자드 본사의 마인드 변화를 기다린다.



패키지 판매가 없는 온라인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징,
특히나 무료 다운로드 정책만을 실시했던 한국의 상황,
"기간요금"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인지와 마인드의 부족,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그간 어떠했는지에 대한 사전 조사와 이해의 부족.


패키지 판매에 따른 "패키지 반납"과 "연체계정(=유예계정)"의 개념만 머리속에 있는
블리자드 본사의 결정권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현재 당면한 문제는 비보라 인터넷 경영진들에게
어떻게 하면 배송 시스템의 필요성을 설득하느냐인 것이다.
이미 한국 유저들은 Core 의 배송 시스템에 십년전부터 익숙해져 있어서
배송 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고,
Core 말고도 모든 인터넷 쇼핑몰들이 배송 시스템을 운영해왔었으며,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이런 배송 시스템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추진하기 위해서 미국까지 날아가 본사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던,
결국 아무런 결정권이 없어 한국 유저들의 구미를 따라잡지 못했던 외국계 검색포탈회사나
한때 명품 대접 받을 정도로 잘 나가다가 처참하게 박살이 난 외국계 휴대폰 업체들처럼,
한국의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현황을 모르고 자기들에게 익숙한 방식을 유지했다가
한국 유저들과 기업들의 축적된 온라인 노하우와 문화에 박살이 났던 세계 유수의 회사들...


만일 블리자드가 현재의 마인드를 그대로 유지해 나간다면,
4위로 추락한 외국계 검색포탈 사이트나 휴대폰 회사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그리고 와우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 그 유탄이 날아오게 될 것이다.


인터넷 서점은 매장형 서점과 달리 인터넷 서점이기에 필요한 것들이 있는 것처럼
온라인 게임도 패키지형 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이기에 필요한 항목들이 있고,
온라인 게임이기에 필요한 새로운 개념과 제도들이 있다.
게임의 모습이 온라인이면 운영도 온라인 게임처럼 해야 하는 것이다.






[ 이제는 우리가 퀘스트를 줄 차례이다 ]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블리자드 코리아 밖에 없다.
블리자드 본사 결정권자들의 마인드를 바꾸어 주는 것,
그것이 블리자드 코리아가 맡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임무이다.



이 퀘스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매우 적대적”으로 전락한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테니까.



서명종 기자 (lupin@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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