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on] '이터나이츠'로 보는 PS 속 인디 게임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2023년 11월 16일, 부산 벡스코 컨퍼런스 홀에서 진행된 '지스타 컨퍼런스(GCON)'의 마지막 강연에서 SIE 인디 이니셔티브의 수장인 '요시다 슈헤이'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1986년 소니에 입사한 이후, 최초의 플레이스테이션부터 시작해 최근에 이르기까지 소니의 모든 게이밍 프로젝트에 관여하며 큰 기여를 한 그는 2019년, 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의 수장직을 내려놓고 게임 산업 풀뿌리를 찾아 인디 이니셔티브로 향해 새로운 게임들을 찾아나섰다.

이날 강연에서, 요시다 슈헤이는 PS가 인디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이터나이츠'의 사례를 케이스로 설명했다. 강연에는 이터나이츠를 개발한 '스튜디오 사이'의 유재현 대표가 함께 자리했으며, 두 연사가 함께 협업한 과정과 이터나이츠의 지원 과정, 그리고 소니가 인디 게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 요시다 슈헤이, 그리고 인디



▲ PS의 모든 역사에 함께한 요시다 슈헤이

게임 산업에서 '요시다 슈헤이'라는 이름은 굉장히 유명하다. 산업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게이머들도 오랜 세월 게임을 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 소니가 처음 게임 산업에 발을 들이밀 때, 80명의 부서 직원 중 32번의 사번을 받아 함께했던 그는 2008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월드와이드 스튜디오(현 SIE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의 사장이 되었고, '그란투리스모'부터 '갓오브워', '라스트오브어스', '언차티드'에 이르기까지 PS 진영의 이름난 독점 프랜차이즈 대부분의 개발 총책을 맡았다.

이후 2019년, 사장 자리에서 내려온 그는 돌연 인디 이니셔티브의 수장이 되어 새로운 게임, 흥미로운 게임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누볐다. 오늘날 플레이스테이션에 합류하는 다양한 인디 게임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를 위해 실제로 전 세계를 떠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올해만 19개의 게임쇼를 방문했으며, 올해 안에 아직 두 개의 게임쇼를 더 방문할 예정이라 밝힐 정도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인디 게임에 대한 지원을 무척 강하게 어필하는 XBOX 진영에 비해 PS는 비교적 인디 씬에 대한 관심이 적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점이다.



▲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PS도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선 오픈되어 있었다

요시다 슈헤이는 과거, PS의 초기 작품 중 하나였던 '파라파 더 래퍼'의 이야기를 꺼냈다. 비트매니아보다 1년 전 출시된, 최초의 리듬 게임인 이 게임은 일본의 밴드 '사이즈(PSY·S)'의 '마츠우라 마사야'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되었는데, 이 당시 마츠우라 마사야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던 게임인데 이게 잘 될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파라파 더 래퍼'는 출시 년에 7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당시 기준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 외에도, 기존에 없었던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는 계속 이어졌다. '듀얼쇼크'의 최초 등장과 함께 출시된 '에이프 이스케이프'나 '토로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도쿠데모 잇쇼',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저니', 그리고 '스트레이'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없던 시도는 꾸준히 해 왔다.


- 아포칼립스 액션과 연애 시뮬레이션의 융합, 이터나이츠




'이터나이츠'또한, 요시다 슈헤이가 원하는 '새로운 무언가'의 기준에 들어온 작품이다. 이터나이츠를 개발한 스튜디오 사이의 유재현 대표는 과거 '겨울왕국'의 그래픽 작업부터 라이엇 게임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작품에도 참여했고, '저니'의 개발에도 한 발을 담근 개발자이며, 창업 전까진 애플에서 '비전 프로2'의 개발에 참여했던 베테랑 개발자다. 커리어를 이어가면서도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했던 그는 퇴근 후와 주말에 꾸준히 혼자 게임을 개발해 왔고, 그 때의 기획과 프로토타입이 '이터나이츠'의 시작이 되었다.

'이터나이츠'가 개인 습작에서 완성작이 되어가는 과정은 꽤 드라마틱했다. 혼자서 만든 연습용 컨셉 비디오가 해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고, 이를 본 투자사의 접촉과 창업에 대한 고민, 이후 투자사의 주선으로 만난 소니 인디 이니셔티브와의 만남까지, '이터나이츠'는 말 그대로 그림같은 길을 걸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단순이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다. 요시다 슈헤이는 이터나이츠의 첫 데모를 보았을 때 별다른 느낌을 받진 못했지만, 단순한 액션이 아닌, 연애 시뮬레이션의 서사가 곁들여져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고, 2차 데모를 받은 후에는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시다 슈헤이는 이터나이츠의 최종 빌드를 처음 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엔딩까지 플레이했다. 히로인으로는 '민'을 선택했으며, 이유는 이성에게 쉽게 주눅드는 성격이어서 그렇다고 답했다.



▲ 이 친구가 요시다 슈헤이가 선택한 히로인 '민'

어쨌거나, '이터나이츠'의 독특한 장르 융합은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요시다 슈헤이는 수없이 많은 게임들을 찾아다니며 가능성을 논하기에 개발중인 게임을 많이 보고, 이니셔티브 내부에도 해당 게임의 포텐셜을 평가하는 집단이 있는데, '이터나이츠'의 경우 내부 평가에서 "페르소나 시리즈가 생각난다"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강한 캐릭터성과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는 서사,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컷씬에 이르기까지 인디 게임임에도 놀라운 몰입도와 재미를 보여주었다며 말이다.





- 소니의 선택을 받은 인디는 무엇을 얻는가?

이어, 요시다 슈헤이는 이터나이츠를 소니의 독점 타이틀로 만들며 실제로 어떤 지원이 이뤄졌는지를 말했다. 가장 중점이 된 부분은 마케팅과 PR. 대부분 인디 게임들이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개발이나 규모와 같은 '당연히 약할 수 밖에 없는 요소'보다 외적인 부분, 게임을 알리고 홍보하는 과정에 있는데, 소니의 경우 이터나이츠를 알리는데 매우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첫 번째는 소니의 차기작 소식을 알리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 이터나이츠를 소개한 것.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와 같은 정규 쇼케이스에 노출되는 건 게이머들에겐 잘 와닿지 않는 이점이지만 엄청난 혜택이라 할 수 있는데, 비슷한 규모의 쇼케이스에 게임을 노출하려면 차이는 있지만 최대 수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 '이터나이츠'에 대한 적극 노출을 지원한 PS

그 외에도 PS공식 블로그와 SNS채널, e메일 푸시알림 등을 통해서도 이터나이츠를 계속 노출시킨것 또한 소니가 지원한 부분. 심지어 이터나이츠는 PS 스토어의 대문(메인 페이지)을 장식하기도 했는데, 온갖 대작들이 몰려드는 소니 스토어인 만큼 최상단 노출은 그 자체로 굉장한 이점을 준다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비트서밋과 도쿄 게임쇼에 게임 출품을 돕고, 이달의 대표 게임으로 뽑는 등의 지원도 더해졌다.

물론, 이런 지원은 반대로 채찍이 되기도 했다. 유재현 대표가 처음 구상한 이터나이츠는 4~5시간 규모의 말 그대로 인디 게임이었지만, 점점 규모가 커졌으며, 게임의 완성도에 대한 내적 부담도 점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유재현 대표는 이를 "양가감정이 드는 지원이었다"라고 말하면서도 해당 페이지의 스크린샷을 모두 저장할 정도로 감격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요시다 슈헤이는 말했다. 이터나이츠는 너무나 마음에 들어 전폭지원한 케이스이며, 이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닐 테지만, PS는 모든 인디 게임에 열려 있기에, 다른 모든 인디 게임들 또한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으며, 국적과 무관하게 어떤 게임이든 잠재력만 있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이다. 동시에 '데이브더다이버'나 '산나비'와 같은 게임들도 너무나 좋은 작품이었다 말하며, PS와 함께하는 인디 생태계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부탁의 말과 함께 강연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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