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도 있어 고양이, '스트레이'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26개 |

집사가 되고 싶은 모든 애묘인들이여, 여기 '스트레이'를 보라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꼬물꼬물 움직이는 고양이들의 '심쿵' 영상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 생각보다 잦습니다. 게시판에서 새로운 소식이 없나 하고 돌아보면 높은 확률로 집사들의 자랑 글을 마주하게 되고요. 무슨 무슨 법에 따라 고양이 사진을 더 넣어 달라고 재촉하는 댓글을 달고 난 뒤에는, 항상 나만 고양이 없고 다른 사람들 고양이 다 있다는 생각에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정말 큰마음 먹고 고양이를 키워볼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게 얼마나 책임감을 요하는 행동인지 집사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모두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매일 성심성의껏 보살펴줄 수 있는 환경과 금전적 여유, 고양이가 보이는 행동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사전적 지식, 무엇보다도 반려로 삼은 동물과 평생을 함께하고 책임질 각오가 필요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전 세계의 집사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도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에 막혀 상상 속에서만 고양이 젤리를 누르고, 배방구를 하고 있는 예비 집사라면, 이 게임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고양이 집사를 넘어, 직접 고양이가 되어볼 수 있는 게임이 나왔습니다.



게임명: 스트레이 (Stray)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2. 7. 20.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블루 트웰브 스튜디오(BlueTwelve Studio)
서비스: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
플랫폼: PC, PS4, PS5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고양이 집사가 만든 '내 고양이는 이랬으면 좋겠다' 시뮬레이터


'스트레이'는 고양이에 대한 개발자의 절절한 사랑과 관심이 그대로 묻어져 나오는, 그야말로 애묘인들을 위한 고양이 게임입니다. 게임 속에 사람 캐릭터는 일절 등장하지 않고, 게임의 모든 매력 포인트는 고양이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부류의 게이머라면, 일찌감치 이 게임을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 게임에서 '고양이'를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거든요.

플레이어는 동료 고양이들과 함께 무리 생활을 하던 한 마리의 치즈태비가 되어, 더는 인류가 남아있지 않은 지하 세상을 탐험하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에 나서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사이버펑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지하 도시를 지나고, 인간들의 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는 다양한 개성의 로봇들과 만나게 됩니다.

어려운 조작이나 퍼즐에 골머리를 앓을 걱정 없이, 그저 스토리를 따라 세계관이 녹아 있는 배경 비주얼을 감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한 워킹 시뮬레이터나 다를 바 없지 않느냐는 혹평이 이어져도 이상할 것 없지만, 이 모든 과정을 '고양이'의 시점으로 담아내면서 스트레이는 기존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독특한 재미를 담은 게임이 되었습니다.



▲ 심지어 게임 플레이의 절반은 보기만 할 뿐인 컷신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여기에 고양이를 곁들인

스트레이의 첫 번째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고양이에 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실제 살아있는 고양이와 함께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도록 하는 다양한 연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벽이나 소파, 카페트를 긁거나, 야옹 소리를 내고, 상자를 보면 일단 들어가고, 눈 앞에 나타난 불확실한 것들을 '냥냥펀치'로 때려보는 행동 등이죠. 이외에도 실제 고양이의 행동을 묘사한 연출들이 게임 내에 가득 채워져있고, 그중 몇몇 행동들은 플레이어가 직접 해볼 수도 있습니다.

난간에 있는 페인트 통이나 상자 같은 것을 바닥으로 밀어 떨어트리는 등 몇 가지 행동을 제외하면, 사실 이러한 연출들은 게임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굳이 푹신한 자리에 누워 자고 가지 않아도, 벽이나 소파를 긁어 손톱자국을 남기지 않아도, 기지개를 켜거나 그루밍을 하지 않아도 엔딩까지의 스토리를 보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순전히 사실적인 고양이를 게임 속에 구현해내기 위해 개발자가 더한 노력인 셈이죠. 실제로 이러한 연출들은 애묘인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수 많은 인디 게임 출시작들 속에서 '스트레이'를 주목할만한 작품으로 만드는데 일조했습니다.



▲ 정말 아무런 보너스도 없지만, 카페트를 보면 일단 긁고 싶다



▲ '스트레이 갓갓겜' (판사님 이 글은 고양이가 썼습니다)

두 번째 매력은 고양이를 활용한 게임 구성에 있습니다. 스트레이는 고양이의 시답잖은 행동들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여 애묘인들의 관심을 끈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고양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퍼즐과 맵 구성을 만들어 게임 플레이에의 몰입을 이끌어냈습니다.

실제로 사람형 캐릭터라면 문을 열기 위해 한세월을 빙 돌아가야 할 것 같은 좁은 길을 작은 구멍 하나로 통과한다든지, 도저히 진입하기 어려워 보이는 높은 건물에 배관과 간판을 타고 가뿐히 올라가버리는 모습 등이 대표적입니다. 가끔 '고양이가 이런 물건을 옮길 수 있나?', '이렇게 똑똑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드는 부분에는 항상 고양이와 함께 움직이는 드론 'B-12'와 미래 기술이 등장하여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몰입감이 크게 깨지는 일 없이 약 4~5시간에 달하는 전체 게임 플레이를 온전히 고양이의 시점에서 즐길 수 있게 됐죠.



▲ 굳이 높이 올려놓은 상자, 액자, 컵을 찾아 밀어버리면 길이 보인다. 한발로 쓰윽 미는게 포인트



▲ 개발자 본인도 고양이의 힘을 잘 인지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매력은 고양이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세상입니다. 일반적인 게임 속 캐릭터의 시선보다 아득히 낮은 고양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기존의 다른 게임에서는 보기 어려운 색다른 시각적 재미를 선사합니다. 게임의 배경으로 수풀이 우거진 자연과 구정물이 흐르는 하수도, 낡은 네온사인 간판과 쓰레기로 채워진 슬럼, 공장, 번화가까지 다양한 장소가 등장하므로, 각 장소의 서로 다른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마지막까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에서 오는 1차적인 만족감에 그치지 않도록 맵 곳곳에는 각종 숨겨진 요소들과 콜렉터블 요소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스토리 진행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처음엔 소홀히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요. 모든 스토리를 확인한 1회차 이후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맵 속의 디테일을 찾아가며 유랑하는 기분으로 여유롭게 2회차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 잠시 서서, 전경을 둘러보는 것도 각별한 재미 포인트가 된다



그래도, 고양이라 다행이야




좋은 말과 표현들로 덮었지만, '스트레이'가 부족한 점이 없는 완벽한 게임인 것은 아닙니다. 타임어택으로 달리면 시작부터 끝까지 2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짧은 볼륨, 플레이어가 찾아서 즐기지 않는 이상 크게 두드러지는 것 없는 빈약한 인게임 콘텐츠, 이 모든 요소에 비해 비교적 비싼 편인 게임 가격까지, 몇몇 유저들에게 있어 충분히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카펫을 긁거나 야옹 소리를 내고, 벽을 긁는 상호작용도 처음에만 신선하지, 중반 이후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 고양이들은 발톱을 관리하거나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하지만, 게임엔 이러한 이유까지 반영되지는 않았거든요. 이러한 '고양이다운 행동'에 포인트가 더해지거나 체력을 회복하는 등 보너스가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나중엔 굳이 시간을 들여 하기엔 번거롭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됩니다.

스트레이를 플레이하며 직접 고양이다운 행동을 하거나 지켜보는 것에 '왜?'라는 의구심이 들게 됐다면, 그 시점에서 게임의 매력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게 됩니다. 사실 이게 이 게임의 전부거든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하는 게이머가 아니라면 처음부터 이 게임을 멀리하는 편이 좋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 고양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운 애묘인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있어서도 아쉬울 수 있는 포인트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유롭지 않은, 선형적인 게임 구조입니다. 고양이가 되어 다양한 장소를 돌아보며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임의 구조는 일견 빽빽하게 채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한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것들과 상호작용하는 제한적이고 선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점프를 시작으로 모든 행동이 특정 지점에서만 발동하는 상호작용으로만 채워져 있다 보니, 움직임부터 상당히 제한되고, 둘러볼 수 있는 영역도 생각보다 넓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당최 그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마이웨이' 그 자체인 고양이를 간접 체험한다고 보기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현재로선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면 획득할 수 있는 꾸미기 아이템인 뱃지의 올 컴플리트, 그리고 몇몇 도전과제 달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2회차를 생각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입니다. 클리어 특전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고양이의 종류를 더 늘려주거나, 클리어 후의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콘텐츠 업데이트가 꼭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스트레이'가 구가하고 있는 인기를 생각하면, 어떤 모습으로든 향후에 더해질 추가 업데이트를 충분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달리기 구간 역시 스토리에서만 잠깐 즐기기엔 아쉬운 콘텐츠 중 하나



▲ 좋은 긴장감을 선사하는 디플럭서 전투의 추가 활용은 어떨까?







'스트레이'는 고양이 집사가 되기를 꿈꾸는 여러 애묘인들에게 하나의 대안이 되어주는 게임입니다. 각박한 상황 속에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털도 날리지 않고, 막중한 책임감을 갖지 않아도 고양이의 재롱을 볼 수 있으니, 상상 속에서만 고양이를 키웠던 예비 집사들에겐 그야말로 구원이나 다름없는 셈입니다. 언젠가 찾아올 미래에는 아기 대신 디지털 자녀를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디지털 반려동물의 보편화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PS+ 카탈로그의 데이 원 입점이 결정되어 저렴한 가격에 미리 게임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이어 출시된 스팀 버전까지 동시에 구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35,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질 수 있는 게임의 플레이 타임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만의 디지털 고양이를 평생 소장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식 출시된 지 3일도 채 되지 않은 인디 게임에 달린 2만 개를 훌쩍 넘긴 유저 평가와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양이에 목말랐는지 그 인기를 십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이'는 잠시 눈에 씐 콩깍지를 벗기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명작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어려운 게임이 맞습니다. 볼륨은 짧고, 플레이 스타일은 시종일관 직선적이며 한정되어 있습니다. 인디 스튜디오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죠. 고양이에 관심이 없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단점들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고양이 애호가들에게 있어 이런 부분은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듣고 싶을 때마다 들을 수 있는 귀여운 '야옹' 소리, 안락한 자리를 찾아 누운 고양이의 고롱고롱 코를 고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일단 지적할 거리를 찾아보려던 마음이 누그러지고, 덩달아 플레이어에게도 한순간의 여유가 찾아옵니다. 하루빨리 나만의 고양이를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능과 어느 각도에서든 자유롭게 고양이의 '심쿵 모먼트'를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포토 모드, 그리고 츄르 한 스틱과 사료 캔을 잔뜩 따줄 수 있는 모드가 신규 DLC로 추가되길 간절히 고대하며, 저는 다시 디지털 냥이의 재롱을 보러 2회차로 떠나보겠습니다.



  • 몰입을 돕는 사실적인 캐릭터 모션 연출
  • 고양이의 시선에서 보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 눈이 즐거운 다채로운 배경 비주얼
  • 고양이
  • 고양이의 귀여움을 담기엔 너무 짧은 볼륨
  • 선형적인 구조와 단조로운 퍼즐 구성
  • 한정적인 액션과 상호작용

리뷰 플랫폼: PC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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