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왕가의 피 체험기

모바일에서도 손맛 살린 조선 좀비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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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퀘어는 지난 17일부터 '킹덤: 왕가의 피'의 CBT를 진행했다. '킹덤: 왕가의 피'는 동명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액션 RPG로 풀어낸 작품으로, 사방에서 출몰하는 좀비와 추격자들을 뿌리치고 한양으로 당도하는 원작의 여정을 모바일 그리고 PC 크로스플랫폼 환경에 맞춰 담아냈다.

'킹덤: 왕가의 피' CBT 빌드에서는 간단한 튜토리얼과 함께 원작의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진행됐다. 원작에서는 시즌2에 거쳐서 한양에서 내막을 조사하기 위해 동래로 간 이창 일행이 상주-문경새재를 거쳐 한양에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그렸지만, 게임에서는 계비 조씨의 대사와 함께 회상으로 넘어가면서 첫장부터 생사역이 된 부왕을 마주하는 장면까지 빠르게 풀어갔다.


이번 CBT에서는 원작의 주인공 '이창'과 프리퀄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의 주인공 '아신' 두 명의 캐릭터가 플레이어블로 등장한다. 이창은 환도를 활용한 근접전이 주가 되는 한편, 아신은 상황에 따라 활로 원거리 견제를 하다가 무기를 빠르게 바꿔서 단검으로 근접전을 펼치는 테크닉이 요구됐다.

그간 여러 모바일 게임이 자동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 만큼, '모바일'이라는 키워드가 붙으면 반사적으로 '자동'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킹덤: 왕가의 피'는 이를 배제하고 액션의 손맛을 온전히 즐기는 방향에 집중했다. 두 개의 가상 버튼을 활용해서 펼치는 단순한 조작법을 채택하면서도, 그 버튼을 누르는 순서에 따라 기술이 달라지게끔 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동작으로 적을 상대할 수 있게끔 했다. 여기에 버튼 입력 시에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자신이 직접 세팅할 수 있게끔 해 수동 조작이 불편한 모바일 환경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또한 그간 모바일 액션 게임에서 종종 보였던 QTE식의 연계 공격도 추가, 적을 빠르게 제압하는 맛과 연출 그리고 쉬운 조작감을 다 아우르는 모습도 보였다.






▲ 환도로 균형 잡힌 전투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창'






▲ 활로 원거리 견제 후 단검으로 근접전을 펼치는 '아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 있다

액션 게임에서 '쉬운' 혹은 '간편한' 이런 문구가 들어가면 경계하기 마련이지만, '킹덤: 왕가의 피'는 그것이 액션의 퀄리티를 낮추는 요인이 되지 않았다.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배려하되, 액션의 손맛을 즐기지 못할 정도로 어이 없이 쉽게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초반 단계에서는 그냥 막무가내로 정면에서 들이받는 좀비와 허술하게 검과 창을 휘두르는 졸병들이 등장하니 맥이 빠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1장의 후반부터 바로 전반부에 봤던 것과 동일한 적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격차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그냥 휘두르면 맞다가 공격이 끝난 뒤 후딜 타이밍에 어떻게 검 한 번 느리게 휘두르는 잡졸들이 그때가 되면 기본 공격 3타의 딜레이를 캐치해서 회피하고 바로 반격을 시도하는 몸놀림을 보여주니 말이다. 창병들도 그 긴 창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환도나 단도에 거리를 어이 없이 내주는 것도 잠시, 각 장의 후반부로 가면 한두 대 맞아준 뒤에는 바로 칼이 안 닿는 범위로 빼서 찔러댄다. 더군다나 후반부의 적들은 갑주도 제대로 착용해서 연계 공격까지 바로 꽂아넣지 못하면 큰 피해를 주기 어렵다.



▲ 갈수록 그냥 잠자코 맞아주는 일 없이 야금야금 체력이 갉아먹힌다



▲ 원작과 달리 게임에서 이성 없는 좀비가 떼로 몰려봤자 이런 생각이 들겠지만



▲ 한 번 까딱 잘못 잡히면 답이 없으니 주의



▲ 왜 안현대감과 조학주가 그런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했나 설득력이 생기는 순간.webp

여기에 좀비도 점차 후방에서 갑자기 여럿이 기습하는 등 변칙적으로 출몰하기 때문에 긴장감은 더더욱 고조됐다. 공격 패턴이야 단순히 달려들어서 물어뜯는 게 전부지만, 한 번 잡히면 풀 방법이 없고 피격 딜레이도 생각보다 긴 편이라 자칫하면 다른 적들의 합동 공격까지 고스란히 맞는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사방을 경계하면서 잘 구르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이렇듯 미시적으로 액션을 살펴보면 '킹덤: 왕가의 피'는 여러 요소를 고루 자신만의 틀에 맞춰 녹여낸 실력이 엿보였다. 선딜과 후딜을 계산해서 신중하게 내지르고 구르면서 피하는 소울라이크식 액션에 여타 콘솔 액션의 분기 공격, 모바일 액션 게임에서 자주 채택하는 QTE로 구현한 연계 공격까지 고루 배치하면서 단순하지만 짜임새 있는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유저가 마주하는 적 캐릭터도 합이 맞게 설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 다양한 기술을 직접 보면서 자신에 맞게 배치하고 손맛 있는 액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좀 더 크게 보면 '킹덤: 왕가의 피'는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여타 모바일 액션 RPG처럼 짧은 스테이지를 여러 차례 돌파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챕터 단위로 길게 플레이하면서 혼을 모으고 각 단계별로 무작위로 등장하는 버프로 교환하는 방식은 모바일 RPG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던가. 이를 최대한 빠르게 피해 없이 반복 돌파하면서 의뢰를 클리어하고 이렇게 해서 모인 재화로 육성하는 방식까지 익숙한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띈다.

물론 그렇게 익숙한 것이 꼭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낯익은 만큼 플레이와 육성 루틴을 짜는 것에 수고를 덜 들이고 액션에 좀 더 치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모바일 액션 RPG 대다수가 저스트 회피 이후 극딜이라는 루틴을 채택한 만큼 모바일 액션 게임을 주로 즐겼던 유저에게도 '킹덤: 왕가의 피'의 액션은 다소 낯설 여지가 있다. 소울라이크의 묵직한 액션을 참고하긴 했지만 그보다 좀 더 가볍게 그리고 여러 육성 요소까지 더했으니 그쪽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던가.












▲ 육성 및 강화 콘텐츠는 모바일 게임 유저면 친숙한 요소들을 원작에 맞춰 활용했다

이러한 부분에서 원작의 요소를 채용한 것이 IP 게임에서는 흔한 모습이고, 그 공식을 '킹덤: 왕가의 피'에서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원작에서 이창 일행을 돕는 여러 조력자들이 인연으로 등장하고, 이들의 호감도를 높이면 의뢰서의 보유량을 늘려서 더 보상을 많이 얻거나 인연 효과 패시브를 얻는 등 기존 모바일 게임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무기를 강화한 이후에 쓸모없는 무기를 무게추로 교환해서 여러 보상이 담긴 상자를 획득해 강화재료나 버프 부적, 고등급 기술을 확률적으로 얻는 방식이 주가 되는 만큼 뽑기의 부담은 줄였지만, 아직 CBT 단계인 만큼 BM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 불필요한 무기나 전리품을 분해해서 필요한 물자로 교환하는 만물상

'모바일'이라는 것에 치중하기는 했지만, '킹덤: 왕가의 피'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스팀으로 출시가 예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패드 대응도 CBT 단계에서도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모바일 기기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콘솔 AAA급의 그래픽을 고스란히 담기엔 아직 어려운 상황에서도 캐릭터들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옷자락이 휘날리는 구도를 연출하고자 하는 집념도 눈에 띈다.

그런 만큼 개인적으로 콘솔 액션 게임처럼 락온 기능을 지원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킹덤: 왕가의 피'는 적이 정직하게 정면에서만 등장하지 않고 측후방에서 갑작스러 들이닥칠 때가 있는데, 이를 모바일 기기에서는 빠르게 시야를 전환해서 대응하기가 어려워서 종종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시야를 180도 돌리는 키를 더하기는 했지만, '킹덤: 왕가의 피'의 스테이지는 그리 넓지 않다보니 구르고 피하다보면 카메라가 벽이나 오브젝트에 가려지거나 구도가 잠시 틀어지는 일도 왕왕 있었다. 그떄 시야를 다시 확보하면서 적을 다시 찾는 과정이 상당히 불편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테스트 이후 좀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 서로의 컨트롤을 겨루는 대전 모드를 비롯해



▲ 패드 지원까지 수동 전투, 액션의 손맛에 집중했다

CBT 단계에서 '킹덤: 왕가의 피'는 원작 IP에만 기대지 않고 액션 게임의 기본기를 충실히 구현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였다. 그러나 '킹덤' 원작의 요소는 물론이고 콘텐츠도 좀 더 축적할 필요가 있었다. 원작 '킹덤'이 단순히 조선시대 배경으로 좀비를 때려잡는 액션만으로 그런 흥행 성적과 호평을 받았던 것 아니지 않던가. 현 단계에서 '점령전'을 비롯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콘텐츠들이 있는 만큼, 잘 다듬어서 원작 IP 못지 않은 성과를 올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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