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쌍의 호쾌함, 그리고 콤비 액션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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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무쌍 시리즈는 코에이 테크모, 그리고 오메가 포스의 든든한 밥줄과도 같은 장르였다. 일기당천으로 대표되는 수백에서 천에 이르는 적을 무찌르는 호쾌한 액션은 PS2 시절 많은 게이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곤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쌍의 인기 역시 점차 사그라졌다. 무엇보다 게이머들은 더는 일기당천에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게 됐다. 익숙해졌고 따분해졌기 때문이다.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인 적 수백, 수천을 쓰러뜨려 봤자 거기에는 어떠한 감동도 없었다.

그렇게 무쌍 시리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진삼국무쌍과 전국무쌍 시리즈는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의 관심을 벗어나게 됐고 잊혀갔다. 그랬던 무쌍이 돌아온 건 콜라보를 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단순히 콜라보한 게임의 외형 정도만 따왔던 무쌍 콜라보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무쌍 콜라보들도 나름의 퀄리티를 내기 시작했다.

빛을 보기 시작한 건 페르소나5 스크램블부터다. 무쌍의 호쾌함에 더해 페르소나 시리즈 특유의 약점 공략 요소를 넣음으로써 구식이 된 무쌍 장르에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흐름은 젤다의 전설 대재앙의 시대와 무쌍 풍화설월로 이어졌고 그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소울라이크 등 정교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액션 게임들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무쌍 장르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등장한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였으니 기대가 되지 않을 리 만무하다. 더욱이 페이트 IP라면 일본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였으니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과연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하는 작품일까. 9월 28일, 정식 출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도쿄게임쇼 2023 현장에서 시연 빌드를 체험해봤다.

오메가 포스와 타입문이 협업한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소원을 이뤄준다는 원망기 영월의 그릇을 차지하기 위한 7명의 마스터와 서번트가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사투를 벌이는 영월의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배 등장 이전, 과거가 배경이기에 성배가 영월의 그릇으로, 성배전쟁이 영월의 의식으로 바뀌긴 했지만, 기본적인 설정은 공유한다.

기존의 무쌍과의 차별점으로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마스터와 서번트 2명이 번갈아가면서 싸우는 콤비 액션을 들고왔다. 본작의 주인공이자 세이버의 마스터인 미야모토 이오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무사시의 양자이자 제자로 이천일류의 고수다. 서번트끼리의 싸움이라면 몰라도 어지간한 수준의 싸움이라면 이오리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 평범한 인간이 적이라면 이오리로도 충분하다



▲ 전투 중 서번트에게 지시해서 스킬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인간을 상대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다른 서번트를 상대할 때와 괴이를 상대할 때는 제아무리 검술의 고수인 이오리라도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설정상으로 훨씬 강력할뿐더러 괴이나 서번트는 일종의 실드 게이지를 깨야 대미지를 줄 수 있는데 이오리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때가 바로 서번트인 세이버가 활약하는 순간이다. 시연 빌드에서는 세이버에게 지시해서 스킬을 사용하거나 교체 게이지(가칭)가 차오른 상태에서 세이버와 교체하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세이버는 서번트인 만큼, 이오리보다 훨씬 강할뿐더러 실드 게이지를 깨는 것 역시 수월하다.

그렇다고 이오리가 쓸모가 없다는 건 아니다. 얼핏 서번트가 만능으로 보이지만, 크게 2가지 이유로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이오리와 서번트를 콤비로서 움직이게 한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교체 게이지다. 교체 게이지가 찬 상태에서만 교체할 수 있기에 언제든 바로 교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서번트 초상화 우측의 게이지가 교체 게이지다

여기에 더해 서번트와 교체하면 교체 게이지가 계속해서 줄어들기에 언젠가는 다시 이오리로 캐릭터가 교체되기에 이 역시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기껏해야 잡졸인데 좀 더 편하게 잡겠다고 세이버로 교체했다가 나중에 괴이나 서번트를 상대하게 된다면 피를 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검술의 형이다. 이오리는 다양한 형태의 검술을 쓴다. 시연 빌드에서는 땅의 형, 물의 형, 불의 형 3개의 검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태로 본다면 바람의 형 역시 있을 법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검술의 형은 모션을 비롯해 쓰임새 역시 제각각 다르다.



▲ 검술의 형에 따라 모션과 범위, 공격력 등이 다르므로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쓰도록 하자

땅의 형은 제일 느리지만, 그만큼 강력하다. 적의 방어를 부수거나 실드 게이지를 부술 때는 이만한 것도 없다. 물의 형은 말 그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계의 검술이다. 적의 방어를 부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반대로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최적의 효과를 발휘한다. 이처럼 마스터인 이오이와 서번트인 세이버는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에서 콤비로서 활동해야 한다. 이오리로 대충 한다면 세이버로 교체할 수 없으며, 교체했다고 해도 교체 게이지는 계속해서 줄어들기에 방심할 겨를이 없다.

스킬 시스템도 조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마스터와 서번트의 협동기를 들 수 있다. 서번트 혼자서 쓸 수 있는 스킬도 있지만, 개중에는 스킬 포인트를 2개나 소모해서 쓸 수 있는 협동기도 있다. 당연히 스킬 포인트를 1개만 쓰는 일반 스킬보다 훨씬 강하지만, 협동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퀵 슬롯에 장착했는데 이벤트 등의 이유로 마스터와 서번트가 따로 떨어지게 된다면 이러한 협동기를 쓸 수 없게 된다. 여러모로 기존의 무쌍 장르와는 차별화된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제법 높은 난이도를 들 수 있다. 시연 빌드이기에 실제 정식 출시 버전과는 어떻게 다를지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체이몬과 랜서를 상대하는 모드에서는 이게 정말 무쌍 장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높은 난이도를 보여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번트는 서번트로 상대해야 하지만, 교체 게이지가 찰 때까지 마냥 맞아주지 않는다. 허수아비 같은 잡졸들과 다르게 상대 마스터와 서번트는 그야말로 죽일듯한 기세로 덤벼들기에 말 그대로 모든 기량을 쏟아야 했다.




짧은 시연이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무쌍 콜라보와는 차별화된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만의 특징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일단 그 첫인상만 놓고 보면 제법 나쁘지 않은 느낌을 선사했다. 무쌍 장르 특유의 호쾌함을 유지하면서도 페이트다움을 놓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는 9월 28일, 한국어로 정식 출시 예정인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무쌍을 해본 적이 없는 페이트 시리즈의 팬이라도 즐길 수 있으며, 반대로 페이트를 잘 모르는 무쌍 장르의 오랜 팬이라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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