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시스템 쇼크, 아직 애매하다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댓글: 1개 |

1994년 출시된 '시스템 쇼크'는 여러모로 게임계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었다. 해커인 주인공이 우주정거장 시타델을 점거, 사람들을 학살하는 AI SHODAN을 저지하는 과정을 잠입 액션이 가미된 FPS로 그려낸 것뿐만 아니라 그치지 않고, 이제는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보는 여러 개념들을 새롭게 선보이거나 정립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당시에 낯설었던 오디오 로그를 활용한 스토리텔링과 인벤토리, 자체적으로 물리 효과를 도입해 지형지물을 이리저리 활용하는 이머시브 심을 적극 채용하면서 후대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나이트 다이브가 판권을 구입한 뒤, 지난 2016년 리메이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킥스타터 모금이 바로 마감되기도 했다. 그러다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2019년 개발 재개를 선언하면서 윤곽이 서서히 잡혀갔다. 코로나 19로 2022년으로 출시를 연기한 뒤 개발에 전념하다가 마침내 게임스컴 무대에서 모습을 다시 드러낸 '시스템 쇼크', 과연 원작을 어떻게 현 세대에 맞춰서 재현하려고 했을까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사의 요청으로 현장 촬영은 제한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스템 쇼크'는, 그 시대에는 혁신적이었지만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것들을 발굴해낸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진입할 때 인트로부터 80~90년대 SF풍 느낌이 나는 BGM과, 그때 게임기에서 흔히 채택하던 익숙한 UI가 눈에 띈다. 브라운관 TV처럼 묘하게 곡률이 진 시네마틱에 최근에도 나오지 않은 다양한 기계들의 모습이 보이는 조합. 그 묘한 분위기는 사이버펑크 스타일과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우주정거장으로 가는 시네마틱을 거쳐서 처음 발을 디디고 나서도 그 묘한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그래픽 퀄리티가 원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현 세대 여느 액션 게임과 비교하자니 투박한 곳들이 눈에 띈다. 지금은 빛의 강도나 방향에 따라서 그림자의 방향이 세밀하게 바뀌거나 물체의 표면에 반사되는 빛도 실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감안해서 반영하던 세대지 않나. 그런데 시스템 쇼크는 종종 실시간 라이팅을 구현하기 어려웠던 초창기 3D 게임처럼 윤곽이 확 드러났다가 어두워지는 그런 느낌이 있았다.



▲ 그때는 미래에도 이런 화면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감회가 새롭다



▲ 그에 맞춰서 현대적임에도 묘하게 고전 느낌이 나는 그래픽을 구축했다

그게 단순히 그래픽만 그랬다면 이질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 쇼크는 전반적으로 그 당시 느낌을 살리는 느낌이었다. 귀에 들리는 사운드부터 그랬다. 원래부터 오디오 로그나 글리치 등 사운드 부분에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도를 했던 작품인데, 그 특유의 귀에 거슬리는 듯한 글리치와 간헐적으로 들리는 묘한 효과음은 마치 주파수 안 맞는 라디오의 음을 이리저리 조율하면서 듣던 시절의 느낌이라고 할까.

마치 퍼즐식으로 잘 끼워 맞춰야 하는 인벤토리나, 설명도 없이 널브러져있는 의미 없는 잡동사니들을 뒤지면서 탄약 등 소모품이나 퍼즐의 답안을 찾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고전적 요소들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짙게 들 수밖에 없다. 뚜렷한 설명 없이 중간중간 나오는 오디오 로그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단서를 찾아가는 구성 등 고전적인 불편함을 그대로 담아낸 것도 그랬다. 다만 이 부분은 유저들이 확인을 하지 못하면 제자리를 맴돌 수도 있는 만큼, 메일함 표시로 새로운 로그가 왔다는 걸 알려주는 식으로 보완을 했다.

고전적인 게임이긴 하지만 현재 유행하는 이머시브 심의 조상격인 만큼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혹은 감시카메라를 하나하나 제거해나가면서 몰래 잠입해서 처리하는 여러 스타일의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가능했다. 오히려 한 방에 급소를 노려서 킬을 할 정도로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그런 스타일이 권장되는 디자인이었다. 옛날에는 회피가 없던 게임이 많지 않던가.

그처럼 적과 맞붙게 되면 적의 공격 타이밍에 뒤로 뛰어서 피하고 다시 치거나 벽 뒤에 숨어서 근접해오는 적의 머리를 후려치는 식으로 소위 치졸한 플레이를 해야만 했다. 살짝살짝 회피로 피한다는 느낌으로 그 지점에서 시간을 끌다보면 어디선가 레이저를 쏴대는 기계나 총을 쏘는 사이보그들도 나타나서 패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어딘가에 있는 감시 카메라는 미리 박살내두고 그 지점을 중심으로 적을 하나하나 유인하면서 치는 고전식 컨트롤이 요구됐다.



▲ 감시카메라는 보이는 족족 제거해둬야 편하다. 안 그러면 언제 SHODAN의 졸개들이 닥칠지 모른다









▲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고전적인 느낌으로 채웠다

이런 고전 스타일이 사실 촌스럽고 시대착오적인 것은 아니긴 하다. 바이오하자드 RE2만 봐도, 그 옛날 고전적인 플레이의 코어가 현대에도 어필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지 않나. 물론 바이오하자드 RE2와 비교하기엔 시스템 쇼크는 그래픽이나 연출에서부터 좀 엇갈리니 1:1로 비교하긴 어렵긴 하다. 시스템 쇼크도 전반적인 해상도나 그래픽 퀄리티도 높이긴 했지만, 그것도 고전적인 기법에 의거해서 작업해서 첫 인상부터 너무도 다르니 말이다.

그렇다고 쳐도 타격감까지 뻣뻣할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물론 때려도 크게 반응이 없어서 통수를 쳐야 공격이 먹히는 적 디자인이 맵이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극하는 요소이긴 하다. 그런 걸 감안해도 타격음이나 효과가 밋밋했다. 레트로 느낌을 준다는 걸 감안해도, 그 부분은 아무래도 현대적인 기준을 적용해서 생각하는 파트다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아무런 지표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내팽개쳐져서 여러 차례 헤딩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해킹까지. '시스템 쇼크'는 빈말로라도 친절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게임이다. 그 옛날 명작을 현세대 유저들에 맞춰서 개편하기보다는, 현대의 기술로 고전을 거의 다시 재구성하는 쪽으로 맞춰나갔기 때문이다. 그 방향이 다소 과해서 때론 불친절하고 투박하지만, 이제는 레트로처럼 느껴지는 미래 감성과 디스토피아적인 공포 그리고 고전적인 조작감의 시너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흔히 말하는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의 테마의 원류 같은 게임이고 그 디스토피아적인 테마만큼은 피부로 느껴질 만큼 진하게 우려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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