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사가: 언리미티드' 체험기

코인 배제한, 풀리 온체인 웹3 MMO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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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게임으로 구현함에 있어서 코인이 필수인 것도 아니건만, 많은 웹3 게임들이 당연한 것처럼 코인을 쓴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는 블록체인을 게임에 접목함에 있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인 동시에 기업으로서 수익을 내기 쉽기 때문임을 들 수 있다. 동시에 웹2, 웹3를 아우르는 수많은 게임 가운데 가장 효과적으로 게임을 알리는 수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때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까지 일컬어지던 엑시 인피니티의 경우 한 달에 몇십만 원을 벌 수 있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돈 되는 게임, 이른바 P2E 게임 시대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셈이다.

이처럼 P2E 게임이 곧 웹3 게임으로까지 여겨지는 오늘날의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엔픽셀의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랑사가를 PC MMORPG에 어울리게 싹 다 뜯어고쳤을 뿐 아니라 코인까지도 배제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코인으로만 구현하는 데서 그친 여느 웹3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한 발 더 앞섰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게 곧 게임의 재미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게이머에게 있어서 새로운 기술 같은 건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야 한다. 내로라하는 PC MMORPG들 속에서 신예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웹3 게임으로 바라보기에 앞서 PC MMORPG로서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본기는 갖췄다
탱딜힐 기반 PC MMORPG로 환골탈태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에 대해 얘기하기에 앞서 먼저 그랑사가와의 차이점에 대해서 간단히 짚고자 한다. 장르적으로 그랑사가는 모바일 MMORPG를,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는 PC MMORPG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렇게만 놓고 보면 얼핏 플랫폼에 대한 차이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 둘은 명맥히 다르다. 그랑사가의 경우 모바일 MMORPG를 표방했지만, 시스템적으로는 MMORPG라기보다 모바일 게임의 전통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수집형 RPG에 가까웠다. 실제로 다른 유저와 파티를 꾸리고 함께 인던을 클리어하기보다는 높은 등급의 좋은 캐릭터를 뽑거나 좋은 그랑웨폰을 뽑는 등 나만의 파티를 꾸린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랬던 그랑사가가 탱딜힐 기반의 전통적인 PC MMORPG로 환골탈태했다. 캐릭터 뽑기는 물론이고 나만의 파티를 꾸린다거나 하는 요소도 없어졌다. 그랑사가 IP와 리소스를 재활용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장르적, 시스템적으로 전혀 다른 게임으로 바뀐 셈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먼저 직업을 골라야 한다. 이번 2차 커뮤니티 테스트에서는 엘리멘탈리스트, 가디언, 거너, 워리어, 메이지 5개의 직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핏 직업이 5개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워리어를 제외하면 각각 2개의 직업으로 세분화되기에 실제로는 9개의 직업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분화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역할군 자체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가디언의 경우 센추리온과 브레이커로 구분되는데 센추리온이 중갑에 방패를 든 전형적인 탱커라면 브레이커는 적을 약화시키는 등 좀 더 공격적인 타입의 탱커라는 정도만 다를 뿐이다. 다른 직업들도 대체로 비슷하다. 거너의 경우 1대1, 중근거리에 특화된 어썰트와 광역기를 기반으로 몰이사냥에 특화된 장거리 타입의 블래스터로 구분되기에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전투 시스템은 와우, 파판14, 엘더스크롤 온라인 등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타겟팅 기반으로 단축키에 스킬을 배치해서 쓰는 형태다. 그렇기에 스킬이 한두 개에 불과한 초반부 전투는 다른 PC MMORPG들과 비교했을 때 여러모로 지루하다. 스킬 한번 쓰면 쿨타임이 돌아오기까지 몇 초나 걸리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레벨업을 하고 스킬이 늘어나면서 이런 지루함 역시 조금씩 옅어진다는 점이다. 스킬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투의 연출, 박진감 역시 늘어난다. 강력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스킬이 늘어나는 만큼, 대여섯 개는 돼야 제대로 된 전투를 펼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던이나 필드에서 보스를 상대하다 보면 광역기를 쓸 때가 있다. 원형이나 부채꼴 등 다양한데 대부분은 여유롭게 피할 수 있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거나 파티원이 미처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가 바로 넉백 등의 스킬이 활약할 때다. 공격력은 낮지만, 넉백이나 적을 공중에 띄우는 에어본 스킬 등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면 전투를 한결 편하게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은 인던에서의 파티 플레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여느 PC MMORPG와 마찬가지로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의 인던 역시 파티 플레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공격력은 물론 피통도 만만치 않기에 레벨이 어지간히 높지 않는 한 솔플은 불가능에 가깝다.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탱커와 힐러다. 피통이 많을 뿐더러 방어력도 높은 가디언 계열 직업이 탱커를, 엘리멘탈리스트 계열의 프리스트가 힐러를 맡으면 남은 딜러 자리는 1대1에 특화된 딜러를 넣든 아니면 광역 딜러를 넣든 자유롭게 구성해도 무방하다. 최대 4인으로 구성되는 만큼, 탱커와 힐러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딜러의 역할이 그냥 딜만 넣는 게 전부라는 건 아니다. 인던의 메인 보스는 다양한 패턴을 보유하고 있는데 개중에는 광역기도 꽤 많다. 보고 피하면 그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필드 보스와 달리 발동까지 시간이 제법 빠르다는 점이다.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도 있지만, 한결 쾌적한 전투를 위해서는 딜러가 넉백 등 다양한 상태 이상 스킬을 활용해 광역기를 끊을 필요가 있다.

단순히 탱커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이유는 또 있다. 보스의 체력 하단에 있는 버스트 게이지(가칭) 때문이다. 보스를 공격할 때마다 버스트 게이지가 조금씩 깎이는데 보스의 스킬을 차단하거나 하면 이 게이지를 큰 폭으로 깎을 수 있다. 모든 게이지를 깎으면 보스는 바로 버스트 상태에 빠지게 되고 짧은 시간 받는 대미지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 빠른 클리어를 위해서는 딜러의 역할도 여러모로 중요한 셈이다.

이러한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의 전투 및 파티 시스템은 여러모로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인상을 안겨준다. 여전히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더러 보이지만, 적어도 뼈대만큼은 제대로 세웠다는 느낌이다.



▲ 장비 강화 기능 등 있을 건 거의 다 있다고 할 수 있다


어? 점프가 안 되잖아?
아쉬운 부분도 많아. 더 나아진 다음을 기대한다

PC MMORPG로서 기본기에 충실한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캐릭터 생성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나름 다양한 직업을 준비한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지만, 역할군 비율을 간과한 느낌이다. 탱딜힐 기반의 전통적인 PC MMORPG에서 탱힐 희소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저들의 플레이 성향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파티 플레이가 아닌 솔로 플레이 시에는 딜러가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에 보통 이런 경우 딜러가 가장 인기가 많다.



▲ 9개 직업 중 힐러가 1개 밖에 없어서 직업 쏠림 현상이 우려됐다

'그랑사가: 언리미티드' 역시 마찬가지다. 9개 직업 중 5개가 딜러, 서포터인 상황에서 탱커는 2개, 힐러는 1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탱커는 브레이커가 딜러의 역할을 어느 정도 겸해서 그런지 더러 만날 수 있었지만, 힐러는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는 파티 플레이 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인던 레벨보다 높은 레벨대의 유저들과 파티를 해서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위기의 순간은 더러 찾아왔다. 힐러도 충분히 솔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던가 퓨어 힐러, 하이브리드 힐러 등으로 구분하는 식으로 힐러 직업을 늘릴 필요성이 느껴졌다.

직업 비율 외에도 아쉬운 점은 또 있다. 커스터마이징의 부재가 그것이다.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의 직업은 그랑사가의 캐릭터인 라스(워리어), 세리아드(엘리멘탈리스트), 윈(가디언), 큐이(메이지)의 모습을 그대로 따왔다. 외형과 성별, 직업이 정해져있을 뿐 아니라 헤어 스타일 등의 커스터마이징 요소조차 전무하다. 장비에 따른 외형 변화도 없다. 외형을 바꾸기 위해선 별도의 외형 템이랄 수 있는 꾸미기 의상(Outfit)을 입어야 한다.



▲ 헤어스타일 정도의 간단한 커스터마이징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직 베타 테스트에 가까운 만큼, 추후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추가될 여지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커스터마이징이 전무한 지금의 모습은 여러모로 그랑사가의 리소스를 그저 '재활용'해서 만들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시스템적으로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대부분의 PC MMORPG가 최소한의 커스터마이징이라고 지원하는 걸 볼 때 '그랑사가: 언리미티드' 역시 이를 간과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는 유저층이 탄탄한 기존의 PC MMORPG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랬을까. 유독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앞서 언급한 커스터마이징도 못내 아쉬웠지만, 그보다 더 아쉬웠던 건 바로 점프가 미구현인 부분이었다.

논타겟팅 기반 게임에서는 점프로 적의 공격을 피하는 기믹이 등장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타겟팅 기반에서는 적다. 그렇기에 시스템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점프의 유무는 유저들에게 있어서 사뭇 민감하게 다가오곤 한다. 비단 MMORPG만의 얘기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스템적으로 큰 의미가 없음에도 점프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불만을 산 게임은 적지 않다.



▲ 예로부터 입장은 점프가 개념이거늘...

이는 MMORPG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입장은 점프가 개념'이라는 밈까지 나왔겠는가. 점프해서 인던을 입장한다고 해서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유저들은 재미를 느끼고 게임에 애착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볼때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에서 점프가 없다는 건 나름 치명적이다. 사소하지만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애착의 문제가 아니다. 반대의 경우 점프가 없는 것만으로도 유저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수도 있다. 단순한 비약이 아니다. 실제로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에서 점프는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없었으나, 점프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어딘지 땅에 못 박힌 듯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적지 않았다.


웹3 게임의 새로운 기준 제시할 수 있을까?
코인이 아닌 기술로서 적용된 블록체인




지금까지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는 착실히 기본기를 다져왔다. 그 자체로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탱딜힐 기반의 PC MMORPG로서의 재미, 그리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인을 배제하고 시스템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녹여낸 점과 얼핏 보면 웹3 게임인지 웹2 게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건 웹3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하면 여러모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재차 언급한 것처럼 아직 완벽을 논하기엔 이르다.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의 라이벌은 웹3 게임들이 아닌 PC MMORPG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풀리 온체인 웹3 MMORPG로서 웹3 게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지, 아니면 그저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의 독특한 시도에 머물지가 앞으로의 행보에 달렸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건 그래도 기본기가 튼튼한 만큼, 앞으로는 이를 보완하는 쪽으로 나아가면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점프가 없어서 아쉽다는 불만이 많다면 점프를 넣으면 되고 이동속도가 답답하다면 좀 더 빠르게, 스킬 연출이나 애니메이션이 투박하다면 개선하면 된다. 게임을 새로 뜯어고칠 정도로 큰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 '그랑사가: 언리미티드'에서는 골드가 코인을 대신한다.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수량도 적다

코인을 배제했기에 웹3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거부감이 적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인게임 골드가 웹3 게임의 코인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많은 웹3 게임이 게임의 재미보다도 그 게임에 쓰이는 코인에 가치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는 그러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셈이다.

2차례에 걸친 테스트를 통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다. 지금까지가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그랑사가: 언리미티드'만의 매력을 보여줄 때다. 아직 2차 커뮤니티 테스트가 한창이지만, 다음번에는 이번 테스트에서의 아쉬움 부분들을 전부 해결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으로 만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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