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부극의 마스터피스 '레드 데드 리뎀션'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4개 |



약 15년에 이르는 국내 게임물등급분류 역사상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공포, 언어, 약물, 범죄 7가지 항목 '몰표'를 받은 게임은 단 두 개 뿐입니다. 첫 번째는 지난번에 소개한 '폴아웃: 뉴 베가스'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죠. 그렇다면 남은 하나는 뭘까요.

폭력성이나 사행성, 범죄 등이 들어간 명작이라고 하니 얼핏 GTA 시리즈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GTA3를 비롯해 4편과 5편 모두 청불을 등급을 받은 막 나가는 게임이었지만, 몰표를 받진 않았습니다. 공포 항목과 관련해서 괴물이 등장한다거나 하는 그런 게임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등급분류 '몰표'를 받은 두 번째 게임은 바로 '레드 데드 리뎀션'입니다. ​락스타 게임즈가 GTA3와 GTA4를 통해 쌓아올린 샌드박스의 노하우를 집대성한, 서부극을 근간으로 한 게임의 마스터피스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게임이죠.

국내 게임물등급분류 첫 7관왕 달성이라는 영예를 거머쥔 '레드 데드 리뎀션'은 과연 어떤 게임이었을까요. 레드 데드 시리즈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레드 데드 리뎀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은 어떤 게임?
GTA의 정수가 녹아든 서부극의 마스터피스




오늘날 서부극의 마스터피스라고 평가받는 레드 데드 시리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출시와 동시에 흥행과 비평, 두 마리의 토끼를 거머쥐고 2010년 최다 GOTY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린 '레드 데드 리뎀션'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보다 앞서 레드 데드라는 타이틀을 단 게임이 있었기 때문이죠. 캡콤이 엔젤 스튜디오를 통해 개발하고 있었던 레드 데드 리볼버가 그 주인공입니다.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3인치 슈팅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중간에 락스타 게임즈가 엔젤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레드 데드 시리즈 역시 락스타 게임즈의 품에 안기게 됐죠.

레드 데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레드 데드 리볼버지만, 아마 게임 좀 해봤다 하는 게이머들에게 있어서도 이 게임은 다소 생소할 겁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요. 망작이라고 할 정도로 어설픈 게임이었는가 하면 그런 건 아니었지만, 뭇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의 게임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무법자 주인공의 복수극을 그린 무난한 슈팅 어드벤처. 딱 이 정도에 머물렀죠. 사실상 오늘날 레드 데드 시리즈의 근간이 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후 시리즈와의 연결고리도 빈약한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 그럼에도 레드 데드 리볼버에 등장한 '데드 아이'는 이후 시리즈의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럼에도 서부극이라는 배경과 무법자라는 주인공은 오랫동안 락스타 게임즈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소재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6년 후, 락스타 게임즈는 레드 데드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으로 '레드 데드 리뎀션'을 들고 왔습니다. 무난한 슈팅 어드벤처에서 한 편의 영화 같은 서사와 매력적인 인물 군상, 그리고 몇 배는 발전한 시스템을 달고 말이죠.

레드 데드 리볼버에 대한 얘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레드 데드 리뎀션'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죠. '레드 데드 리뎀션'은 서부 시대의 황혼기를 배경으로 한 게임입니다. 서부극하면 으레 떠올리는 멋들어진 카우보이나 무법자들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한때 반 더 린드 갱단의 전투원이었던 존 마스턴 역시 과거와 결별하고 목장에서 얌전히 지내고 있죠. 하지만 끝내 그의 과거가 그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가족이 연방 수사국의 에드거 로스 요원에게 인질로 잡힌 상황. 이제 그는 과거를 청산하고 가족을 돌려받기 위해 그의 옛 동료였던 갱단 멤버들을 잡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서부를 횡단하게 됩니다.



▲ 평온한 일상을 바라는 존이지만, 끝내 그의 과거가 그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그렇게 옛 동료들을 붙잡은 끝에 가족들을 되찾지만, 에드거 로스 요원은 끝내 최후의 갱단원도 붙잡으려고 합니다. 바로 존 마스턴 본인을 말이죠. 그 역시도 그런 결말을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강도질은 물론이고 살인도 비일비재하게 저질렀던 그입니다. 반 더 린드 갱단의 옛 동료들 역시 어떻게든 과거와 결별하고자 하는 그에게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고 비아냥거리죠. 그리고 끝내 그들의 말은 사실이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존은 포기하지 않고 구원(Redemption)을 위해 달립니다. 피비린내 나는 과거와 결별하고 평온한 가족을 되찾는 걸 소망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끝내 존은 이를 이뤄냅니다. 자신의 목숨은 잃지만 말이죠. 본인의 죽음을 끝으로 과거와 결별하고 가족의 평온을 되찾은 겁니다.



▲ 아내와 아들을 떠나보내고 존은 결국 과거와 결별을 고합니다

서부극이라고 하면 다소 평면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매력적이고 정의로운 주인공과 정반대되는 구제할 길 없는 쓰레기 같은 악당이 등장하고 보통 그들에게 착취당하는 피해자가 등장하죠. 주인공은 그런 피해자들의 부탁을 받아 악당을 처단하곤 합니다. 오락으로서는 훌륭할지 몰라도 서사가 빈약하곤 했죠. 재미있는 게임, 그 이상이 되진 못했던 겁니다.

반면 '레드 데드 리뎀션'은 달랐습니다. 존 마스턴은 나름 선을 지키며, 인정을 배풀기도 하지만 결코 선인은 아닙니다. 한때 갱단원이었을 정도로 도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의 모든 걸 거는 아버지로 그려지죠. 깊이 있는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레드 데드 리뎀션'은 GTA3와 GTA4로부터 가져온 샌드박스의 정수, 그리고 시리즈의 원조랄 수 있는 레드 데드 리볼버의 데드 아이 시스템을 가져옴으로써 역대급 게임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 데드 아이는 연출은 물론이고 전투의 재미를 살려준 요소가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레드 데드 리뎀션'의 전투 시스템은 여느 TPS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질 수 있다는 거죠. 이러한 문제를 락스타 게임즈는 전투 시스템의 백미랄 수 있는 데드 아이 시스템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서부극을 대표하는 연출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리볼버로 순식간에 적들을 처치하는 장면을 떠올릴 겁니다. 어지간한 서부극에는 결투씬과 함께 꼭 들어가는 장면이죠. 데드 아이 시스템은 이러한 연출을 시스템으로 구축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데드 아이를 발동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데 그때 적들을 조준하면 한 편의 영화처럼 화려한 연사로 적들을 쓰러뜨릴 수 있죠. 화려한 연출과 더불어 게임의 재미를 책임지는 요소가 된 셈입니다. 후속작에서도 그대로 가져왔을 정도이니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지는 굳이 얘기할 것도 없을 겁니다. 이제는 레드 데드 시리즈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자리했을 정도죠.



▲ 데드 아이는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죠

GTA3와 GTA4를 통해 쌓아올린 샌드박스의 노하우를 통해 실감 나는 서부 시대를 묘사한 점 역시 특기할만합니다. 사실상 그 시대에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한 거였죠. 현상금 의뢰를 받아서 무법자들을 붙잡거나 동물을 사냥해 돈을 버는 것부터 도박을 즐기거나 혹은 민간인을 상대로 강도질을 벌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더해 '레드 데드 리뎀션'은 다양한 이벤트를 넣음으로써 방대한 세계를 더욱 생동감 있게 꾸며냈습니다. 길을 가다가 노상강도를 만날 수도 있고 혹은 야생 동물에게 쫓기는 사람을 구해줄 수도 있죠. 얼핏 별거 아닌 랜덤 인카운트 이벤트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이후 NPC들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미션이나 이벤트를 달성하면 명성이 올라가고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따라 명예 수치가 달라짐에 따라, 플레이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거죠. 단순히 넓기만 한데에서 그치는 게 아닌, 생동감 넘치는 오픈월드를 구축한 셈입니다.



▲ 다양한 도박을 즐길 수 있는 건 물론이고



▲ 운이 나쁘면(좋으면) 강도 떼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11년 전 게임, 지금 해도 재미있을까?
재미는 보장, 차세대 콘솔로 한국어화 리마스터 기대해본다

이쯤에서 이러한 궁금증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레드 데드 리뎀션2를 했는데, 타임라인 상 그 후를 다루는 '레드 데드 리뎀션'은 어떨까 하고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지금해도 충분히 재미를 보장하는 게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세세한 디테일은 레드 데드 리뎀션2가 당연히 더 훌륭하지만, 출시 시기를 감안하면 '레드 데드 리뎀션' 역시 나쁘지 않고 대부분의 시스템은 이미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2편을 한 후에 타임라인 순서로 즐긴다고 해도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죠.




다만,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바로 콘솔 독점이란 점과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후속작인 레드 데드 리뎀션2가 PC로도 출시됐다는 걸 고려하면 PS3와 Xbox 360으로만 즐길 수 있다는 건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Xbox 시리즈의 경우 하위호환을 통해 Xbox Series X|S로 4K 해상도로 즐길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하위호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PS3와 Xbox 360을 가지고 있던 게이머들도 '레드 데드 리뎀션'을 사지 않았던 진짜 이유. 바로 한글화 여부입니다. 2010년도라고 하면 지금과 달리 많은 게임들이 한국어화 되지 못했습니다. 퍼스트파티 게임이거나 정말 흥행이 보장되는 일부 게임, 그리고 PC로도 출시되는 게임 정도만 한글화가 됐었죠.



▲ 콘솔 독점과 한글화 미정은 '레드 데드 리뎀션'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이 됐습니다

앞서 '레드 데드 리뎀션'에 대해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자랑하는 게임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단순히 나쁜 놈을 해치우면 끝인 그런 게임이 아니란 거죠. 서부를 횡단하면서 각종 NPC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아니 꽤나 수준 높은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2를 재미있게 즐긴 게이머가 많음에도 '레드 데드 리뎀션'을 즐긴 게이머가 적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드 데드 리뎀션2 출시 이후 '레드 데드 리뎀션' 리마스터 루머가 더러 나온 적이 있었죠. 결국, 단순한 루머에 불과했습니다만, 이후 락스타 게임즈의 행보를 보면 마냥 루머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PS3와 Xbox 360으로 출시된 GTA5는 PS4와 Xbox One으로 리마스터 출시된 데에 이어 오는 11월 11일에는 PS5와 Xbox Series X|S로도 출시됩니다. 그만큼 큰 인기를 누린 게임인 만큼, 차세대 콘솔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거죠. 그렇다는 건 '레드 데드 리뎀션' 역시 리마스터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안 그래도 PS4와 Xbox One으로 출시돼 콘솔의 성능 제약으로 인해 PC와 비교해 다소 아쉬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레드 데드 리뎀션2인 만큼, 1편과 2편 모두 합본으로 해서 차세대 콘솔로 리마스터 출시한다면 이것보다 좋은 그림도 없는 상황이죠. 더욱이 이미 GTA5 리마스터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본 락스타 게임즈인 만큼, 마냥 허황된 얘기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레드 데드 리뎀션' 리마스터 소식은 루머 단계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나올법하건만, 아직도 이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죠. 콘솔 독점과 한국어 미지원이라는 크나큰 진입장벽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아직도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지 못한 '레드 데드 리뎀션'입니다.



▲ 어찌나 리마스터를 원하는지 이런 그럴듯한 가짜 패키지까지 등장할 정도죠

당시와 비교해 국내 콘솔 시장도 많이 커졌습니다. 차세대 콘솔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고 GTA 시리즈와 더불어 레드 데드 리뎀션2 역시 많은 게이머들이 즐겼었죠.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인 욕심을 담아서 GTA5 차세대 콘솔 리마스터 후에는 한 번쯤 '레드 데드 리뎀션' 리마스터 역시 고려해줬으면 싶습니다. 그 자체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던 만큼, 그저 차세대 콘솔에 어울리게 리마스터하는 것만으로도 11년 간 이어진 그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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