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FM2022, 3D 바둑알 대신하는 '진짜 축구'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15개 |
풋볼 매니저(FM) 시리즈를 오랜 기간 즐겨온 플레이어라면 한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 그리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시리즈 후속작에 이미 익숙할 겁니다.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니 큰 변화가 없는 게임을 즐길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수백 시간은 넉넉히 플레이해야 달라진 점이 겨우 보이는 일이 흔하다 보니 사실 새로운 로스터와 이적 시장 적용에 신작을 덥석 구매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습니다. 사실 축구 게임 많이 즐기지 않는 이들에야 이게 무슨 중요한 변화인가 싶겠지만, 당장 최근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지난 FM2021보다 더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변화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곧 이번에도 수백 시간은 너끈히 즐길 수 있는 힘이 되고요.




게임명: 풋볼매니저2022
장르명: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1. 11. 10.
개발사: 스포츠 인터랙티브
서비스: 세가
플랫폼: 스팀 / XBOX

관련 링크: 'FM2022' 오픈크리틱 페이지


미끄러지는 잔디 위 스케이트는 그만! 더 사실적인 움직임과 매치 엔진

FM 시리즈를 상징하는 잔디 위 스케이트. 매 시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큰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게임의 새로운 매치 엔진의 개선과 함께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적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있죠.

자연스러운 변화의 바탕에는 볼의 터치에 있습니다. 때로는 발에 붙어 다니고, 또 선수의 볼 터치와는 관계없다는 듯 알아서 움직이는 볼은 이제 선수의 움직임과 보다 밀접하게 연결됐습니다. 볼에 선수가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선수의 움직임에 볼이 반응하듯 바뀌며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도 자연스레 다채로워졌습니다.

엔드라인까지 공을 몰고 올라간 측면 미드필더가 수비수를 등진 채로 몸을 돌리며 볼을 올리고, 왼발을 벌리고 오른 발로 힐킥을 하거나 자연스럽게 드리블을 수행해내며 정말 그럴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몇은 거의 피파 개인기급의 드리블을 하기도 하고요. 특히 공중볼 액션이나 드리블로 상대를 제칠 때는 지금까지의 막대기가 아니라 몸 각 부분이 구분된 진짜 사람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 슛까지 보다 자연스러워진 애니메이션

그리고 이런 애니메이션과 함께 개선된 매치 엔진은 움직임만이 아니라 플레이까지 좀 더 실제 축구에 가까워졌습니다. 예를 들어 컷백 상황에서 2선의 공격수들, 혹은 뒤따라 들어오는 윙백의 공격 지원은 더욱 자연스러워졌죠.

체력과 경기력에 따른 압박 시스템이 이번에 새롭게 적용되기도 했는데요. 선수들이 게겐프레스나 전방 압박, 느슨하게 게임을 풀어나가는 등 감독이 설정한 전술에 맞게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체력에 따라 이걸 수행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줍니다.

경기의 결과를 연산화해 실제 보여주는 과정이 더 현실적으로 바뀐 만큼 경기 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전략 개선도 보다 용이해졌습니다. 물론 인게임 내 화면만큼이나 경기 종료 후 제공하는 정보가 이번 작품에서 더욱 많아지고 보기 편리해진 만큼 전술의 단점과 개선점을 확인할 방법도 많아졌고요.



▲ 그냥 크로스 난사가 아니라 중앙 활용 요청시 말 잘듣는 선수들



상대 센터백은 최전방까지 달려가는데!

새로운 매치 엔진이 눈에 보이는 게임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든다면 경기 안에서 선수들의 플레이와 전술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건 새롭게 추가된 와이드 센터백입니다. 전에 없던 새로운 포지션도 아니고, 센터백의 세부 역할 하나 추가된 게 뭐 그리 큰일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셰필드나 아탈란타의 오버래핑을 비롯해 오늘날 현대 축구 트렌드인 스리백을 보다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 와이드 센터백이죠.

와이드 센터백의 역할은 기존 중앙 수비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팀이 볼을 소유한 상황에서 피치를 좀 더 넓고 깊게 활용합니다.



▲ 와이드 센터백의 등장으로 보다 유연하게 스리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중앙 위치에서 팀이 볼을 가진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전방을 향해 나아갑니다. 세부 임무에 따라 수비적인 롤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사이드 포지션 선수와 2:1 패스로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드리블로 깊은 위치로 뛰어들기도 하죠.

와이드 센터백은 스리백 상황에서 윙백을 두면 윙백이 올라간 자리부터 후방 미드필어와의 빈 공간을 채워줍니다. 단순히 뒤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전방 압박을 통해 빼앗긴 볼을 되찾아올 기회도 많아집니다. 공격 임무를 맡기면 쓰리백에서 한 명의 리베로가 전방으로 올라가 플레이메이킹을 해나가는 것을 넘어 스리백 좌우의 와이드 센터백이 깊숙이 오버래핑을 하기도 합니다. 윙과 윙백의 연계를 자신들이 윙백과 보여주기도 하고 혼자 깊게 자리를 잡아 엔드라인에서 크로스를 올리기도 하고요.



▲ 윙 자리까지 올라와 크로스를 올리는 센터백 판다이크. 공격 자원이 다른 위치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되죠

중앙 수비수를 통해 윙백의 공간을 채우고 공격 카드를 하나 늘리는 만큼 중앙 미드필더, 전방 공격수의 활용도 기존 작보다 비교적 자유로워졌습니다. 다만, 공격 임무를 맡은 와이드 센터백의 경우 정말 많은 주요 능력치를 요구하다 보니 상황에 따라서는 의미 없는 공격을 할 때도 있습니다. 드리블과 크로스 수치가 바닥인 센터백이 엔드라인까지 올라가 억지 크로스를 올리는 것처럼요. 여기에 공격 롤에 중점을 두면 그만큼 수비의 구멍은 커지게 됩니다.

그래도 공격적인 전술을 추구하거나 세계적인 명감독, 혹은 애정하는 팀의 포메이션을 구현하고 싶은 감독에게는 선택 가능한 옵션이 생긴 셈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전술로 이번 FM 2022를 플레이하며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죠.



팀 전력 강화의 마지막 퍼즐을 찾아라, 이적 시장 마감일

FM 2022의 선수들은 팀에 만족하며 경기를 뛰기도 하지만, 비슷한 경쟁자 탓에 불만을 품기도 합니다. 반대로 전력 외 평가를 받거나 동일 포지션 선수가 넘치는 경우에는 팀에 의해 방출 대상에 오르기도 하죠. 이렇게 이적을 원하는 선수들은 이적 시장 마지막날이 다가올 수록 급해집니다. 이때가 바로 효과적으로 새 계약을 맺고 팀 전력을 올릴 기회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1분 1초가 소중합니다. 다른 팀들이 이적 정보도 중요하죠. 오죽하면 이적 시장 마지막 날에는 헬기까지 오가며 선수 모시기에 나서는 팀도 있을 정도니까요.

새로운 이적 시장 마감일은 이런 급박한 이적시장 마지막 날의 모습을 새롭게 담아냈습니다. 그저 시간이 평소보다 느리게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새롭게 그려진 이벤트 형태로 말이죠.



▲ 슬슬 급해지는 이적 시장

이적 시장 마감일에 참여하게 되면 하루 단위에서 시간의 흐름이 바뀌고 현재 속한 구단의 이적 시장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표시됩니다. 대어급 선수들의 이동부터 어떤 구단은 얼마만큼의 돈을 썼는지 확인할 수 있죠. 물론 플레이어가 속한 구단의 영입 목록과 관심 선수의 동향 등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다양한 일정과 미팅, 경기 등으로 쉬이 집중할 수 없었던 이적 정보와 협상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셈이죠. 물론 마감일에도 전술 같은 다른 업무는 동일하게 볼 수 있고요.



▲ 주요 이적 현황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더 간단하게, 혹은 더 깊이있게

FM 시리즈는 두 가지 전혀 다른 방향의 성장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하나는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하는 거죠. 단순히 팀의 전술을 짜고 주어진 선수를 운영하는 것부터 훈련, 선수들과의 대화, 언론 인터뷰, 이적 과정까지 팀 운영의 다수를 직접 관리하죠.

하지만 플레이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며 게임의 모든 부분을 파헤치기에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게임의 또 다른 성장 방향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바로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많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편의성의 증가입니다.

만약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소년 선수를 직접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1군 경기도 다 챙겨보지 못하는데 유소년 경기로 선수 능력을 확인해야 하고 성장 가능성도 내다봐야 하죠. 또 어느 정도 성장이 이루어졌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적당한 값에 사들일 수 있는지 계산기도 두드려야 하고요.

FM 시리즈는 이런 부수적인 역할을 스태프에게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를 점차 늘려 플레이어의 손이 덜 가도록 했죠. 반대로 플레이어가 직접 다루고자 하는 곳에서만큼은 정말 깊이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 마음껏 파고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태프와의 주간 회의에서는 선수들의 훈련부터 부족한 부문의 스태프 채용, 그리고 구멍 난 포지션을 메울 선수 영입 보고서까지 한 번에 살필 수 있습니다. 만약 하나하나 보기 귀찮다면 스태프에게 전부 위임해도 되고 필요한 부분만 챙겨 보고 나머지만 맡길 수 있죠. 플레이어가 원하는 부분만 직접 다룰 수 있게 하는 식입니다.



▲ 회사 높으신 분들이 모이는 주간 미팅에서는 알아서 필요한 부분을 가져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전술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정보도 이번 작에서는 더 쉽고, 깊이 있게 취득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라는 새로운 전력 보고서 메뉴는 지난 경기의 상세한 데이터를 리그 평균과 비교해 보여줍니다. 숫자로 기록된 통계부터 시각화된 자료로 팀 모멘텀과 패스의 흐름을 확인할 수도 있죠.

이런 데이터를 통해 팀의 부족한 점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데요. 한쪽으로 쏠린 패스 방향을 고르게 맞추기 위해 다른 쪽 패스 경로를 강화하거나 포지션 자체를 이동시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주요 패스 방향에 맞게 공격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고요. 패스뿐만 아니라 득점, 공격 효율 등 필요한 정보를 미리 저장해두고 매 경기 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더 많은 정보와 늘어가는 일거리. 그리고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편의 시스템의 추가로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을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 데이터 센터 메뉴를 통해 보다 빠르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뭐가 부족한지 체크해보죠



FM 시리즈는 일정 작품 수를 두고 적당한 개선과 강력한 새 시스템을 나누어 선보여 왔습니다. 이번 작에 많은 추가요소를 넣었다면 다음 몇 작품은 개선에 집중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여러 개선 사항을 담았던 FM 2021에 이어 다시 한 번 시스템을 정비하며 팬들이 기뻐할 만한 내용을 가져왔죠.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의 시리즈가 한결 맑아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물론 모든 단점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이번 시즌에는 라이선스 획득 과정에서의 잡음도 있었고 대화나 기자회견, 뉴스 시스템은 다음 작품에서 개선을 기다리고 있는 요소 들이고요. 그래도 오랫동안 기다린 매치 엔진의 변화와 다양한 정보 시스템 추가 덕분에 현실 속 인생보다 게임 속 감독의 삶을 사는 것은 그 어느 작품보다 즐거울 겁니다.
  •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 보다 현실 축구에 가까운 매치 엔진
  • 편의성은 오르고 보기 쉬워진 데이터 메뉴
  • 진행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메일들
  • 코치한테 맡겨버리게 되는 훈련과 이벤트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