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군필입니다만...? 재출발 나선 철권 프로, KDF '울산' 임수훈

인터뷰 | 박태균 기자 | 댓글: 8개 |



'남의 군 생활은 빨리 지나간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입대 소식을 알린 작년 2월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전역을 마친 그와 약 2년 만에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됐으니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최연소 철권 프로게이머, 광동 프릭스 '울산' 임수훈입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울산'은 철권 월드 투어(이하 TWT), 아프리카TV 철권 리그(이하 ATL)를 비롯한 숱한 대회에 참가하며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특히 '무울전'으로 불리는 '무릎' 배재민과의 대결은 매 경기 명장면을 만들며 많은 관심을 모았죠. 그리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울산'은 다시금 철권계 최정상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갓 전역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여유와 행복이 가득했던 '울산'과의 대화를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 해당 인터뷰는 30일(화)에 진행됐습니다.




전역 축하합니다. 얼굴이 좋아 보이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게 아름답네요. 사람이 이렇게까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나 싶어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죠. 전역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엄청나게 만족스럽죠. 군 생활이 끝나서 좋은 게 아니라, 다시 철권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 게임이 정말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역하자마자 철권에 모든 집중을 쏟고 있어요.


입대 전에 만났을 때 부대 내에선 철권을 절대 안 할 거라고 했었죠. 실제로 어땠나요?

부대 내에 철권 태그 2가 있긴 있었는데요. 선임들이랑 한두 판 한 것 말고는 정말 안 했어요. 철권을 할 줄 아는 제가 또래 사이에선 돌연변이 느낌이더라고요. 어느 정도라도 제 수준에 맞게 플레이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고, 그렇다고 혼자 연습하는 건 재미가 없었죠. 오히려 철권보다 다른 게임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플레이했습니다.




휴가 때마다 철권을 플레이한 거로 알고 있는데요. 원하는 만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나요?

일주일 휴가면 플레이 타임 60시간을 채울 정도로 철권만 한 것 같아요. 휴가 때 잠을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는 듯해요. 아시다시피 군인의 생체 리듬은 10시 수면, 6시 기상에 맞춰져 있잖아요?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계속 게임을 하고, 저녁에 친구들 만나서 졸고, 매번 그런 휴가를 보냈어요.


오랜만에 철권을 할 때마다 기량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나요?

있었죠. 첫 휴가 첫날에 클라우디오의 아케디아(1LK)가 안 막아지더라고요. 당연히 막아야 되는 건데 손이 안 움직였어요. 거기서 엄청나게 충격을 받고 '난 이제 틀린 건가?'라는 걱정까지 했는데요. 다행히 2일 차부터는 반응이 다 되더라고요. 철권이 1년 반 동안 크게 변한 게 없다 보니, 지금도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폼 유지는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철권이 크게 변한 게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실제로 철권 7에 밸런스 패치는 꾸준히 이뤄졌지만, 신작 출시는 멀어 보입니다.

그렇죠. 체감이 잘 되게 도와드리자면, 철권 7이 제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아케이드로 국내에 처음 출시됐거든요. 그때부터 열심히 플레이해온 제가 입대하고 전역했는데도 여전히 철권 7인거죠. 이게 유저분들께 최근 철권 7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듯해요. 다만 제 경우엔 철권 유저로서는 슬펐지만, 프로게이머로서는 좋았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할 필요 없이 곧장 대회 무대에 오를 수 있었으니까요.


만약 군 복무 중에 철권 신작이 출시됐다면 어땠을까요?

솔직히 한동안 신작이 나오지 않을 걸 확신하고 입대했어요. 만약 신작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군 생활 후반부일 거라고 생각했고, 그러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봤어요. 조금은 늦더라도 다른 분들과 비슷한 선상에서 시작한다면 빠르게 적응하고 치고 올라갈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입대하자마자 신작이 나왔다면 그건 좀 문제가 됐겠네요.


대회에서 카즈미, 밥, 파쿰람 등을 주력 캐릭터로 활용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제가 리디아 발표날 입대해서 전역 후에 리디아를 제대로 해보려 했는데요. 이번에 엘후에고에서 다른 프로게이머 형들이랑 게임을 하는데 리디아로는 한 판도 못 이기겠더라고요. 출시 후로 계속 숙련도와 경험을 쌓아야 했는데 그게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파쿰람도 최근 패치로 인해 사용하기 어려워졌고요. 다행히도 카즈미는 바뀐 게 많이 없어서 그대로 쭉 사용할 듯해요. 특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지선다가 강한 '죽창' 캐릭터들이 대부분 너프 되면서 안정성이 더 올라갔어요.


전역 후 프로게이머로서 활동하기 위해 새로운 팀을 구해야 했죠. 광동 프릭스 입단을 축하합니다.

네!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어 광동 프릭스와 계약했습니다. 유니폼을 비롯한 온갖 장비를 다 챙겨주셔서 가방이 빵빵하네요. 전역 후에 절 바로 찾아주셔서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보상 받는 기분이라 더 확 다가왔던 것 같아요. 또 이번 입단으로 개인 방송 플랫폼을 아프리카TV로 옮길 예정인데요, 팬분들께서 제 철권 실력을 보러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른 프로 팀들과의 3:3 대결도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예전부터 철권 팀전은 3:3이 '국룰'이다보니 광동 프릭스도 3인 체제를 갖춘 것 같아요. '체리베리망고-머일' 선수와 함께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서 시청자분들을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전역 후 일주일 만에 2022 ATL 슈퍼토너먼트 서머에서 참가했죠. 최종 준우승으로 복귀전을 마무리했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오프라인 대회에서 복귀전을 치르게 됐는데, 긴장보다 설렘이 더 컸어요. 오랜만에 다른 프로게이머 형들한테 인사도 드릴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또 정말 힘들게 예선을 뚫고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적을 기록하면서 제 실력에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 됐어요. 오래 쉬고 돌아왔기 때문에,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철권에 진심으로 올인하겠습니다.


대회 중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손을 엄청나게 떨었는데요. 말씀하신 설렘 때문이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머리로는 전혀 긴장을 안 하고 막상 경기에 들어가서도 안 떠는데... 각 세트에 엄청나게 집중을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그 집중이 풀리면 저도 모르게 손이 떨리는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도 많이 관심을 보인 거로 아는데, 긴장 때문은 아닙니다.


'울산' 선수의 1순위 경쟁자는 입대 전에도 '무릎', 전역 후에도 '무릎'입니다. 최근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그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딜 가나 같은 얘기를 할 것 같아요. 경쟁자이지만 고마운 형이라고요. 국내 철권 e스포츠의 길을 튼 사람은 분명 '무릎' 형이 맞고, 이 판이 없었으면 저도 없었을 테니까요. 또 '무릎' 형의 마인드를 많이 배웠어요. 순수하게 철권을 좋아해서 그것만으로 성공한 사례잖아요. 단순하게 생각해 보니 저도 '무릎' 형이 닦아 둔 길만 그대로 걸으면 되겠더라고요. 철권 자체를 즐기고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저도 똑같이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요즘 심심해 보이셨는데, 오랜만에 저와 게임하고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기뻤습니다. 움직임과 심리전, 짠 기술로 승부하는 진짜 철권을 하니 저도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길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의 커리어 중에 가장 잘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감사하는 마음과 별개로 언제나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많은 게임 부탁합니다.


일본의 01년생 철권 프로게이머 '겐'과의 라이벌리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ATL 슈퍼토너먼트에서 '겐'은 예선, 저는 본선에서 '무릎' 형에게 두 번 패배했잖아요. 다 끝나고 나서 '우리가 진짜 친구다'라는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네요(웃음). 사실 '겐'과는 일본에 개인적으로 놀러 갔을 때 계속 같이 붙어 있었을 정도로 친한 사이입니다. 같이 연습도 많이 했고요.

많은 분들이 '겐'과의 라이벌 구도를 잡아 주시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서로를 경쟁 상대로 여기며 이기려고 노력하다 보면 계속 실력 향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건 '겐'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저희가 한국-일본의 철권의 미래라는 자부심을 갖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겠습니다.




2019 TWT 파이널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던 만큼, 2022 TWT 파이널에 대한 욕심이 클 것 같은데요.

이번에 TWT 운영 방식이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파이널 출전 기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올해는 그보다 ATL을 비롯한 각 대회 하나하나에 집중하려 해요. 개인적으로 2022 TWT 파이널 챔피언보다 리브 메이저나 믹스업 등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라는 이름이 더 강해 보이더라고요.


철권 프로게이머로서의 길을 선택한 것에 앞으로 후회는 없을까요?

만약 조금이라도 불만족했다면 'IF'를 생각해 봤을 텐데요. 지금은 'IF' 자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만족해요.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여러 나라에 여행도 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또 어디 가서 철권 프로게이머라고 하면 철권을 직접 하진 않아도 알아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후회는 없을 듯합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를 들려주세요.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철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첫째도 초심, 둘째도 초심이라는 생각으로 철권 자체가 좋아서 시작한 프로게이머 생활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롱런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각 대회에서의 우승도 중요하지만, 프로게이머로서 상위권에 꾸준히 입상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둘 예정입니다.

또 장기적으로 원대한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요. 하나는 먼 미래에 역대 철권계 TOP 3를 꼽을 때 '무릎' 형 다음으로 무조건 제가 거론되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다른 선수 및 팬분들과 잘 소통하고 겸손한, 인간적으로 올바른 사람이 되는 거고요. 그 언젠가 두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하겠으니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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