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7] 개발기간만 총 10년, '파판15'는 어떻게 출시될 수 있었나

게임뉴스 | 김지연 기자 | 댓글: 26개 |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보면 바쁜 일정과 많은 양의 업무로 삶의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다. 또한 팀원이 늘어나면 팀이 나아가야 할 목표와 방향성을 함께 공유하기가 어려워 진다. 아무리 사소한 요소라 하더라도 어긋나기 시작할 때 제대로 잡지 않으면, 팀과 프로젝트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장기간 동안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일과 사적인 영역의 조화를 맞추려고 노력한 이가 금일(1일) GDC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바로 지난 11월 발매된 시리즈 최신작 '파이널판타지15'의 총괄 디렉터 '타바타 하지메(Tabata Hajime)'이다.

'파이널판타지15'는 2006년도에 최초로 공개돼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게임의 스케일과 그래픽, 모션 캡쳐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하이 퀄리티를 지향했기에, 개발 기간만 해도 총 10년에 달한다. 타바타 디렉터는 오랜 기간 동안 프로젝트와 팀을 이끌어오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함께 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 '파이널판타지15' 개발을 맡은 '타바타 하지메(Tabata Hajime)' 총괄 디렉터



약 1시간 동안 그는 '파이널판타지: 한 번 더 도전하는 이('FINAL FANTASY': A CHALLENGER ONCE AGAIN)'라는 주제로 개발 과정에서 느낀 바에 대해 중점을 두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그는 '파이널판타지15' 런칭 트레일러를 보여주었다.


타바타 디렉터는 도전 경험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성공 경험담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파판15가 성공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특히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큰 성공이라고는 하기 힘들다"며, "개인적으로 파판15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많은 부분에 도전했는데, 이를 통해 배운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파이널판타지15'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더 이상의 파이널판타지 개발은 없다'고 생각하고 프로젝트에 임했다. 개발에 앞서 목표 판매량을 산정했는데, 각 지역별로 예상 가능한 수치를 예측해 합산해도 5백만 이하에 불과했다고 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그는 파이널판타지의 브랜드 경쟁력이 다양한 이유로 인해 점차 저하되고 있음을 그는 깨달았다.




하지만 타바타 디렉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최저 목표치로 6백만을 산정했다. 이유는 '도전'하기 위함이었다. 현실적인 수치를 산정하고 거기에 머무르기 보다는, 도전하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파이널판타지가 오랜 기간 동안 게이머들과 함께 숨쉬고 있는 역사적인 브랜드이기에, 그들이 취해야 할 목표라고 생각했다고.

여러 분야에 도전하며 그가 배운 교훈은 '타깃'과 '팀' 그리고 '결과' 3가지 측면에 있었다.


■ 타깃(Target)




타바타 디렉터는 지금까지 주로 포터블 디바이스용 게임을 기획해왔다. PS4용 타이틀을 개발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개발해 온 게임과 파판15를 산의 높이로 비교해보면, 3천 미터 높이의 산만 오르다가 갑자기 6천 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는 것 같은 차이였다고 비유했다.

"이렇게 높은 산을 가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장비를 준비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 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혼자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기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비로소 팀원이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닌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동반자'로서 함께하게 된다.





■ 팀(Team)




거대한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그 산에 대한 지식과 적절한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타바타 디렉터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는 낮은 산을 오르는 지식에 대한 것이었기에, 높은 산을 위한 새로운 지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높은 산을 공략하기 위한 팀을 꾸릴 필요가 있었다.

각 팀원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고, 싫어하는 것보다는 잘하고 좋아하는 것 위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배했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강점을 살리도록 팀을 배치하여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도모했다는 것.

"여러분들도 모두 일을 하고 있겠지만, 자신의 강점을 다른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이를 펼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자신의 퍼포먼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런 방법을 이용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자신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거든요. 팀 조직을 재배열함으로써 더 나은 활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최적의 팀을 구성했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도전과 오픈월드 MMORPG 개발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그래서 파판15 개발팀은 2015년 3월에 데모 버전인 '에피소드 더스카'를 선보였다. 데모 버전을 만든 건 마케팅 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게임의 기본 사이클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데모 버전을 배포하기 위해 최소한의 세팅과 설정이 필요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더스카이다. 캐릭터 선호도는 유저마다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게임 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한다.

"데모를 만들고 돌려보니 어느 정도를 더 만들어야 완성이 될 지를 알 수 있었어요. 데모를 만들어보니 '아직까지 우리는 3천 미터 산 밖에 못 오르는 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부분도 절망적일 정도로 많았고요. 앞으로 닥칠 문제를 뛰어 넘어갈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여름이 되자 팀의 사기가 상당히 저하되었고, 생각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타바타 디렉터는 과거 자신의 경험 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당시 제 딸이 6살이었는데, 제가 집에 들어오면 항상 많이 바쁘냐면서 외로운 얼굴로 저를 쳐다보곤 했어요. 당분간 바쁠 거라고 했더니 울먹거리면서도 웃으면서 힘내라고 격려하더라고요. 너무 사랑스러워서 크게 웃으며 딸을 바라봤는데요. 나중에 딸이 웃고 있는 제 모습을 그려서 선물로 주더라고요. 그걸 받으니 제가 얼마나 가족들을 고생시키는 지에 대해 새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바로 '패밀리 데이' 행사를 열었다. 일 때문에 망가져버린 가족과 일의 밸런스를 구축하고, 서로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함이었다. 200명이 넘는 직원의 배우자와 부모님, 아이들이 오다 보니 이벤트의 스케일이 상당히 커졌다고 한다.

직원들은 가족들에게 평소에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와 근무환경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가족들은 패밀리 데이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이해를 하고 안심했다. 또 다시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 도전의 결과(Results)




정식 출시까지 파판15 개발팀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닥쳤다. 그는 "발매일이 두 달 미뤄진 일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스포일러'에 대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동시발매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얼리엑세스'를 통해 게임의 일부가 미리 밝혀지는 점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발매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 다소 악의가 담겨 있는 스포일러는 문제가 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실제 일부 팬들로부터 이와 관련해 불만이 접수되기도 했고요."

만약 동일한 상황에 또다시 직면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고, 그는 이들을 배제하기 보다는 아우르는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스포일러를 하는 이들의 활동을 활용해 발매를 어떻게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고.




위기야말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게임과 관련된 프로젝트에서는 다방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게 상식이며, 그렇기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피하기 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는 것이 좋다. 그것이 타바타 디렉터가 파판15를 개발하며 배운 교훈이다. 그 결과 파판15는 발매 1개월 만에 목표 수치였던 판매량 6백만을 가뿐히 돌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위기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파판15 개발팀 역시 다가올 다양한 기회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으며 새로운 도전도 서슴없이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내부적으로 저희는 이미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정말로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이죠. 여러분도 도전하고 있습니까? 함께 도전하지 않겠습니까?"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