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병헌 前 KeSPA 협회장의 '유죄' 선고 배경은?

게임뉴스 | 이두현,박범 기자 | 댓글: 56개 |


▲ 전병헌 전 한국e스포츠협회장, 전 청와대 정무 수석비서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전 KeSPA 협회장, 19대 국회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병헌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별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피했다. 재판부는 "결론에 대해 항소해서 불구속 상태에서 다퉈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구속이 능사가 아니라는 결정에 구속영장 발부는 하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본격적인 판시에 앞서 재판부는 전병헌 측이 제기한 일부 증거의 '채택 불가' 주장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해당 증거가 적법한 절차에 의한 영장으로 수집됐고, 다른 수사에 쓰였다 해서 금지된 바가 없다는 게 대법원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또한, 증거가 전병헌 사건의 사실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채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전병헌이 한국e스포츠협회를 사유화하려 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 법원은 오늘 사건의 판결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전병헌이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때에도 함께 기소된 윤문용 전 비서관과 조만수 전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으로부터 KeSPA 업무보고를 받은 것을 '사유화' 정황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전병헌이 게임단을 창단하고 e스포츠 대회를 여는 등 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것을 참작했다. 이를 한국e스포츠협회의 현안을 챙기는 전 회장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전병헌이 협회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더라도 한국e스포츠협회를 사기업처럼 다루려 했다고 당장 판단하기는 무리라고 봤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전병헌의 한국e스포츠협회 사유화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병헌의 혐의 가운데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한국e스포츠협회의 기부금을 받은 혐의와 금품을 수수한 혐의,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 시절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예산을 배정하도록 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GS홈쇼핑으로부터 기부를 받은 혐의와 한국e스포츠협회 예산을 횡령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무죄 결론이 내려졌다.

먼저 혐의가 없음으로 결정난 GS홈쇼핑 건은 윤문용 전 비서관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운운하며 회사를 압박한 것을 전병헌 전 수석이 알았느냐가 쟁점이었다. GS홈쇼핑은 과거 기저귀 환불 사태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었다. 당시 전병헌은 GS홈쇼핑과 관련된 국회 위원회 소속 의원이어서 증인 채택을 할 수 있었다. 이에 윤문용이 증인 채택을 하지 않을테니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하라는 의혹이 있었다.

재판부는 윤문용이 GS홈쇼핑을 압박한 것은 인정하지만, 전병헌이 이를 인지했다는 사실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KT가 1억 원을 한국e스포츠에 후원한 사안도 재판부는 뇌물이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 전병헌이 의원 시절 발의한 '확산규제법'이 의혹의 시작이다. KT가 자신들에게 큰 타격을 주는 '확산방지법'을 막기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에 1억 원을 내 막으려 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그러나 '확산규제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원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전병헌이 '확산규제법'에 관한 입장을 철회한 것이 KT가 후원을 했기 때문이라는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KT 임원 회의에서도 1억 원 후원은 괜찮겠으나 7억 원 후원은 문제가 되겠다라는 정황도 나왔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KT의 1억 원 후원이 한국e스포츠를 통한 제3자 뇌물 수수라 판단하지 않았다.

롯데홈쇼핑이 건넨 3억 원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수수죄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인정했다. 롯데홈쇼핑 측에 방송 재승인이라는 현안이 존재했고, 회사에 치명적인 '갑질방지법'을 막아야하는 상황도 있었다. 전병헌 측과 롯데홈쇼핑 측 사이에서 '3억원으로합시다'라 문자를 주고받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윤문용은 롯데홈쇼핑 대관담당자에게 '의원(전병헌)의 의사가 반영된 후원 요청'이라는 내용을 밝혔다. 롯데홈쇼핑 강현구 전 대표가 전병헌을 직접 만난 사실도 드러났다. 이때 강현구는 대회 후원을 언급하고, 재승인과 관련된 문제 제기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롯데홈쇼핑 대관담당자가 윤문용에게 후원을 약속한 것을 전병헌도 충분히 인식했을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강현구가 전병헌에게 500만 원이 든 기프트 카드를 건낸 것도 재판부는 진술을 토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이 전병헌 전 수석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 5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 10매를 교부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직무 관련성도 있어 뇌물 수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은 헌법에 따라 청렴 의무가 있고 국가 이익을 우선하며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지위를 남용해 이익을 취하거나 알선하면 안 된다"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통제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 관련 문제 제기를 중단하기로 한 대가로 한국e스포츠협회에 기부하도록 하고, 금품을 수수하기도 하는 등 청렴성을 훼손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e스포츠협회 예산 배정에 대해서는 "당시 정무수석 비서관으로서의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협회가 원하는 사업 예산을 배정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예산은 사업의 타당성과 직무의 적절성에 따라 반영돼야 하는데, 전 전 수석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제시한 문건 한 장만 보고 20억 원을 배정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을 횡령한 것에 대해서도 "정치인의 외유성 해외 출장 등은 정치권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라며 "3선 국회의원이었던 전병헌 전 수석이 이 같은 행적의 문제점과 비난 가능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함께 기소된 윤문용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국정감사 증인 신청으로 기업을 압박해 한국e스포츠협회에 돈을 내게 한 것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침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금액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언동이 인정되고, 실제로 거액을 횡령했으며, 한국e스포츠협회의 법인카드로 유흥을 즐기는 등 행태를 불량하다고 봤다. 재판부에 따르면 윤문용이 횡령한 금액은 7억 8천만 원이 넘는다.

다만, 재판부는 윤문용이 벌금형 외에 전과가 없고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점을 참작했다. 그리고 반성문을 제출해 과거 자신의 죄를 뉘우친 점을 양형에서 유리하게 봤다. 이를 고려해 법원은 윤문용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5억 원을 부과했다. 앞서 윤문용에게 허가된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만수 전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윤문용과 자금을 횡령한 점이 인정됐다. 다만, 초범인 점과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이 참작됐다. 또한, 영향력이 큰 전병헌과 윤문용의 지시를 따라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 점, 횡령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흔적이 없다는 점을 조만수에게 유리하게 봤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조만수 전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하고 2년간 집행을 유예했다.




한편, 전병헌은 재판 이후 법원 앞에서 항소의 뜻을 밝혔다. 전병헌은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단히 안타깝고 억울하다. 즉시 항소해서 검찰의 억지 수사를 밝혀내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이 부족해서, 협회에 기부금을 넣으라고 얘기를 하겠는가"라며 "당시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공천에서 배제될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등 앞뒤 상황을 생각하면 불완전한 것이 있다"고 억울함을 전했다.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협회에 2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에 대해서는 "전임 정부와 정책적으로 크게 달라진 부분에 대해 기재부에 설명하고 관심을 가져보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며 "지시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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