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보자' - 기간틱 X가 앤빌이 된 과정

게임뉴스 | 박범 기자 | 댓글: 2개 |



  • 주제: '앤빌' 콘솔 제작 도전기
  • 강연자 : 손원호 - 액션스퀘어 / PD
  • 발표분야 : 개발, 콘솔
  • 강연시간 : 2021.11.19(금) 16:00 ~ 16:50
  • 강연 요약: 모바일 플랫폼 기반 Gigantic X(이하 기간틱 X)를 콘솔/PC용으로 다시 개발하게 된 배경부터 '앤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출시될 액션스퀘어 손원호 PD의 게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 기간틱 X의 아쉬움 - 증발해버린 3년... 앤빌로 부활하다

    손원호 PD의 앤빌은 기간틱 X를 기원으로 한다. 기간틱 X는 2017~2019년 3년간 개발되었고, 약 40명의 인원이 투입된 프로젝트였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슈팅 액션 게임이었고, 당시 모바일 게임 트랜드 상 장기 플레이가 가능해야 했기에 파밍과 성장 중심으로 구성됐다.

    내부는 물론, 외부 평가도 괜찮은 편이었다. 당시 내부 평가로는 천편일률적 모바일 게임 중에 직접 플레이하는 것의 재미를 알리는 게임이었다는 점과 해외에서도 많은 유저들에게 관심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기간틱 X는 완벽한 수동 조작 게임이라 피로도가 높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모바일 게임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을 정도로 플랫폼과 시너지가 별로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피드백을 받고 장점을 부각, 단점을 보완하며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기간틱 X는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개발 완성 시기와 액션스퀘어의 경영 위기 시기가 맞물리는 악재를 맛봤다. 게임을 다 만들었는데 서비스 준비를 끝내지 못한 채로 소프트 런칭을 하게 되었고, 결국 팀이 해산됐다. 팀원들 중 일부는 전날까지 야근하다가 갑자기 프로젝트 중단 통보를 받기도 했다. 3년 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손원호 PD가 이때 느꼈던 건 분노가 아닌 아쉬움과 미련이었다. 공들인 게임이 시장에 제대로 출시되어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그에 따라 게임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기간틱 X는 아무런 지표 분석도 받아보지 못한 채 중단됐다.

    시간이 흐른 뒤에 손 PD는 액션스퀘어가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개발 리더 교체 소식도 들려왔다. 또한, 기간틱 X 부활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지인에게 듣게 됐다. 손 PD와 당시 팀원들에게 기간틱 X는 3년 동안 큰 열정을 쏟았던 프로젝트였고 그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게임이었다. 고민 끝에 새로운 액션스퀘어에 합류하기로 했다.

    기간틱 리버스라는 뜻으로 '프로젝트 GR'이 가동됐다. 회의 결과, 기간틱 X의 핵심 요소들을 잘 가져와서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거라고 판단했다. 기획적으로 봤을 때 한 번 했던 프로젝트의 게임성을 더 깊게 파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기간틱 X를 개발하면서 손원호 PD는 이걸 모바일로 끝내는게 아니라 잘되면 PC/콘솔로도 출시해보자는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기존에 제작됐던 리소스들을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해도 큰 문제가 없도록 준수한 퀄리티로 제작해뒀다. 이로 인해 리소스를 개발하는데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또한, 플랫폼 전환은 기간틱 X가 모바일 게임이기에 억지로 보유하고 있던 시스템 등을 모두 덜어낼 수 있게 해줬다. PC/콘솔로의 전환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완성됐다.

    이미 핵심 게임성을 보유했고 플레이 가능한 빌드가 있었기에 '프로젝트 GR'의 앞길은 순탄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첫째로, 모바일로 제작된 걸 큰 화면으로 보는 건 완전 새로운 경험을 줬다. 기존에는 잘 보이지 않았거나 넘어갈 수 있었던 리소스의 결함 등이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 필드나 스테이지도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었다.

    리소스 뿐만 아니라 개발적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었다. 프로그래머는 보통 과거에 있던 코드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선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빌드를 다시 살리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소규모 팀으로 출발했기에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필요한 부서들에 충원된 것이 약 8개월 후였다.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손원호 PD와 '프로젝트 GR'팀은 남길 것과 바꿀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회의를 거쳤고, 장르적 재미와 리소스만 두고 나머지를 모두 버리거나 바꾸기로 했다. 요약하자면, 모바일 기간틱 X의 PC/콘솔판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 다시 만든다는 것 - 생각보다 이점이 정말 많았다

    동일한 프로젝트를 한 번 만들었다가 그게 어그러진 뒤, 다시 기존에 만들었던 걸 기반으로 다시 쌓아올린 경험은 손원호 PD도 처음 겪어본 일이었다. 하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가장 큰 장점은 팀원들끼리 같은 상처를 공유하다는 것이었다. 손 PD는 '동병상련'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렸다. 과거에 한 번 열정을 가지고 개발했다가 그게 갑자기 무너지고 그 뒤에 다시 모인 사람들이다 보니 강한 유대감이 형성됐다. 이는 프로젝트 GR, 즉 앤빌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줬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시 만든다는 것의 이점이 많았다. 빠르게 눈에 보이는 프로토 타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컸다. 손 PD는 이게 큰 역할 했다고 말했다. 팀원들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의견을 취합하는 개발 과정이 가능해졌다고. 또한, 지나가던 사람이 프로토 타입을 플레이하는 걸 보고 재밌어 보인다며 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눈에 보이는 비전이라는 건 그 어떤 설명과 표현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 손원호 PD의 설명이었다.




    자연스럽게 모든 개발자가 테스터 역할을 겸하게 되었다. 이것도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만들어냈는데 개발팀도 자신이 만든 기능을 검증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게임의 재미를 검증하게 되었다. 직접 플레이해보고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업그레이드하는 특이한 프로세스가 발생했다.

    손원호 PD는 이런 경험을 유저들에게 확산시키고자 했다. 팀 분위기 역시 유저 테스트에 겁을 내지 않는 쪽이었다. 팀원들이 다같이 플레이하던 빌드를 바로 패키징해서 데모를 진행했다. 유저들도 재빠른 피드백을 보내줬다. 이에 손 PD는 유저들에게 어떻게 데모를 제공하고 어떻게 피드백을 받는게 좋을지 끊임없이 알아보는 걸 추천했다. 여기에 덧붙여 스팀 게임 페스티벌, 플레이 테스트, 데모를 비롯해 엑스박스의 인사이더, 데모를 소개했다.

    앤빌은 스팀 플레이 테스트에 참여했다. 유저 댓글 중 88%가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을 인정받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팀 내에 형성됐다. 이는 개발팀에게도 좋은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4월 프로젝트 GR이 가동된 후, 약 1년 6개월 간 총 네 번의 데모를 진행했고, 확인해야 하는 게임성과 시스템을 끊임없이 보완했다. 유저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저절로 홍보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외 유명 스트리머들의 방송에 앤빌 플레이 영상이 업로드됐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대만 유저들의 관심도 우연한 기회로 받게 됐다. 이를 통해 앤빌은 개발 과정에서부터 게임의 저변성 확대를 충분히 경험했다.


    ■ 앤빌의 미래, 그리고... - 한 번쯤 해볼만 한 플랫폼 변환 시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음에도 손원호 PD는 앤빌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프로젝트'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콘솔 불모지'라는 평가에 맞서 좋은 게임을 개발해 그 뿌리를 내려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한 게임성 강화에 초점 맞추고 노력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미 앤빌에는 안정적인 멀티 플레이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또한,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는 순식간에 콘텐츠들이 휘발되고 유저들이 일정 기간 꾸준히 게임을 하고나면 목표를 더 못찾는 경우가 있는데, 앤빌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즌제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게임의 큰 틀이 확장되고 콘텐츠나 시스템의 볼륨이 정해지면 닌텐도 스위치나 PS 등 멀티 플랫폼 진출도 고려 중이었다.

    손원호 PD에게 PC/콘솔 개발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영역이었다. 개발 쪽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장 자체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글로벌 AAA급 게임들이 이미 너무 많았고, 서구권 유저들의 게임 퀄리티에 대한 안목이 정말 높았다고. 예전에 출시된 게임들 중 명작으로 평가받는 것들은 계속 남아있기에 특정 장르의 경우 이미 레드 오션이라고도 했다. 또한, 한국에서 활용했던 홍보 방식이 해외에서는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잦았다.

    그럼에도 손 PD는 모바일 게임을 플랫폼 변환하는 건 해볼만 한 시도라고 했다. 리소스 확보를 통해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작의 게임성을 이식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게임성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손원호 PD는 강연 마지막까지 잦은 데모에 목소리를 높였다. 잦은 데모는 무조건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며 무조건 앞으로 더 나아가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그리고 데모를 통해 얻는 유저들의 피드백은 거의 대부분 영양가 높다고도 덧붙였다. 만약, 데모를 계속 해도 재미가 더 올라가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바로 그때가 얼리 억세스를 출시할 타이밍이라는 말과 함께 손원호 PD의 앤빌 개발 과정에 대한 강연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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