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우 장수생에서 이젠 사투리까지 소화하는 실력파로! 성우 김채하

인터뷰 | 송철기 기자 | 댓글: 19개 |
아르피엘 수신학원 학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미소녀 리샤의 등장은 뜨거운 햇볕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이 신입생을 만나기 위해 학원 광장에 모이는 진풍경을 연출했는데요. 아직도 게임 내에서는 양 갈레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많은 리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고 여린 체격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리샤는 씩씩하고 밝은 웃음으로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죠. 이런 매력적인 신입생 리샤의 웃음과 함께 명랑한 목소리로 사랑스러운 미소녀 캐릭터를 멋지게 완성시켜 준 성우는 누굴까요?

'아이엠스타!', '마이 리틀 포니' 등 미소녀부터 사투리까지 탄탄한 실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김채하 성우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바쁜 와중에 진행된 인터뷰에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준 김채하 성우는 그녀가 연기한 리샤만큼이나 매력적인 성우였습니다.



연령을 가리지 않는 팔색조 목소리, 성우 김채하!






성우 김채하

CJ E&M 8기, 2012년부터 현재까지 성우 생활 5년차

주요 출연작

◎ 애니메이션

아이엠스타! 中 마린
파워퍼프걸 中 버터컵
요괴워치 中 타올라이온, 나불할멈 등
마이 리틀 포니 中 애플블룸

◎ 게임

엘소드 中 이그니아, 에델, 앰버 료타 등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中 여군주 리아드린
우리집 아기고양이 中 유라
아르피엘 中 리샤




●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개와 인사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투니버스 8기 성우고 이름은 김채하라고 합니다. 이번에 아르피엘에서 예쁜 리샤 역할을 맡았어요.



● 원래 이름이 김나영이셨는데, 김채하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뭔가요?

예명은 아니고, 개명을 했어요. 이제까지는 평범한 김나영이었다면 앞으로는 성우로써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느낌도 있었고, 캘 '채'자에 강물 '하'자를 써서 강물 밑에 있는 바위나 돌멩이 사이에서 저만의 보석을 캐내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어요.

작명소에서는 좋은 뜻을 많이 붙였는데, 이 이름이 저에게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조금 더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전속 1년 차에 개명을 했죠.




▲ 즐겁게 이야기를 시작한 김채하 성우.




● 성우 준비를 굉장히 오래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저는 산전수전 다 겪었었습니다. (하하) 원래는 존경하는 수학 선생님이 계셔서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 선생님을 꿈꿨어요. 그러다가 고등학생이 된 후 첫 미술 시간에 자신의 꿈을 그림으로 그리는 수업을 하는데, 같은 반 친구가 성우가 되고 싶다고 그린 그림을 보고 성우라는 직업을 알게 됐죠.

처음에는 '와 어릴 때 나도 여러 목소리 내는 거 좋아했는데, 성우라는 직업도 있구나, 재밌겠다'라고 생각하며, 그 친구와 친해졌어요. 성우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인터넷 카페에 가입을 하라고 알려줘서, 카페도 가입하고, 그곳에서 친구들도 사귀면서 꿈을 키워나갔어요.

제가 지방에 살았는데, 수능을 100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때도 정모에 나갈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하다가 대학을 유아교육과로 진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왔죠. 그렇게 20살 때부터 서울에서 지내며 KBS, 투니버스 등 온갖 성우 시험을 보러 다녔습니다.

근데 저는 성우가 늦게 된 편이에요. 시험만 13번 떨어지고, 14번째 드디어 투니버스에 합격할 수 있었죠. 매번 시험 때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14번째 시험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쏟을 만큼 특히 간절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하늘이 도와서 합격할 수 있었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




▲ 선생님 역할을 연기하면 1석2조? (이미지 출처 : 애니메이션 고쿠센)




● 아무래도 '아이엠스타!'에서 마린 역할을 시작으로 많은 팬이 생겼는데, 마린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나요?

요즘 애니메이션들은 옛날에 비해서 제작 편수가 많이 줄었는데, '아이엠스타!' 같은 경우 방영도 길게 된 편이에요. 게다가 말도 많은 역할이라 처음에는 "좋은 캐릭터 맡았다. 이번 기회에 많이 배우면서, 나도 뭔가 보여줘야지."라고 막연히 생각했죠.

그런데 점점 마린이라는 캐릭터가 애니메이션 안에서 무슨 일을 겪을 때마다 제가 이입하게 되더라고요. 보통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때 조연보다는 주인공을 위주로 보게 되잖아요. 하지만 저는 어느 순간부터 라임이라는 메인 주인공을 친구인 마린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느낄 만큼 몰입할 정도로 정말 정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라임이라는 주인공이 미국으로 떠날 때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아쉬움을 함께 꼈죠. 이 친구가 없으면 외롭고 허전할 걸 알면서도 보내야 하는, 정말 내 단짝 친구가 떠나는 기분이어서 녹음할 때도 가슴이 뭉클했어요.

특히 마린이 친구를 웃으며 떠나보내다가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는 마린이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그림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느낌의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그래서 '아이엠스타!'가 끝난 후에도 여운이 많이 남아 마린을 좋아하는 팬분들이 제 블로그에 찾아올 때나 '아이엠스타!' 극장판이 개봉할 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이벤트를 여는 등 많이 애정을 보이게 됐죠.



● 마린은 아이돌 역할이다 보니 노래하는 장면이 많던데, 성우분들이 작품에서 노래를 자주 하시는 것 같아요.

성우가 되기 전, 준비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발음이나 발성, 연기력은 생각했지만, 노래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근데 희한하게 성우가 되고 나서 주변을 살펴보니깐 다들 노래를 기본 이상으로 잘 하시더라고요. 노래로 유명한 성우분들도 계시고요.

전속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펴보면 연기를 하는 건 당연하고, 그밖에 노래를 할 기회도 생각보다 많아요. 노래를 아주 잘 하시는 분들은 좀 타고 나신 것 같지만, 다른 성우들도 노래할 기회가 계속 있다 보니깐 거기에 단련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성우로써 부르는 노래가 비교적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니어서, 노래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요즘에는 노래 난이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서, 점점 더 필수가 돼가는 것 같기도 해요.



(김채하 성우가 부른 '아이엠스타!' 마린의 노래 Stranger Alien.)




● 사랑스러운 소녀 마린의 모습과 달리, 성우가 되기 전에는 패러디물인 '매너 방위대'에서 거친 언어도 많이 사용하신 게 발견되면서 이슈가 됐었는데요.

'매너 방위대'라는 영상이 풀빵 닷컴에 콘텐츠물로 등록되던 거였고, 성우가 되기 전에 해당 영상 연출자분이랑 인연이 닿아서 저와 대원 방송의 안효민 성우를 비롯해서 몇 명이 함께 작업했습니다. 사실 '매너 방위대' 외에도 여러 가지 패러디물이 많았는데, 유독 '매너 방위대'가 재밌게 만들어져서 그 당시에 네티즌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그때는 성우 김채하가 아닌 김나영으로 이름을 썼고, 성우로 어필되기보단 콘텐츠 자체로 더 유명했죠. 그 후 제가 성우가 되고 나서 '아이템스타!'의 마린이나, '마이 리틀 포니'의 애플블룸 같은 명랑한 캐릭터들을 맡던 와중에 "성우가 되기 전에 이런 캐릭터도 했다더라!"하면서 팬분들 사이에서 다시 영상이 돌았어요.

아무래도 느낌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팬분들이 놀라워하면서, 동시에 재밌어하시더라고요. 저도 다시 그 영상을 보면서 "와, 내가 이런 캐릭터도 했었구나", "이제는 이런 말도 못쓰는데" (하하)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저도 개인적으로 따로 소장을 하고 있어요.

그때 당시에는 제가 성우도 아니었고, 제가 개그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개그물에 의욕적으로 덤볐던 것 같아요. 성우가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더빙이었죠.

'매너 방위대'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 숨겨진 조연 캐릭터 등 거친 역할도 좀 맡았었고, 다양한 역할들을 많이 해봤어요. 아직 방송에 방영되지 않은 작품도 있고, 여러 가지 역할을 경험하면서 팬분들에게 보여드리는 중이니깐 앞으로 더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돼요.




▲ 당시 매너방위대는 큰 인기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 후레쉬맨)




● 지금까지 연기한 역할 중 가장 잘 어울린다고 자신할 수 있는 목소리를 뽑자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아이엠스타!'의 마린도 있는데, 원래 제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남자아이나 '아이엠스타!'의 마린같이 10대 중 후반의 발랄하고 똑똑한 여자아이, 아니면 그외 조연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이 리틀 포니'의 애플블룸을 만나게 되고, 생각이 많이 변했죠. 애플블룸이 지금까지 제가 맡아왔고, 생각했던 캐릭터들과는 많이 달라서 처음에는 연기하기 힘들다고 느꼈어요. 애플블룸 같이 어린 캐릭터는 제가 처음 내보는 소리였거든요.

캐릭터라는 게 처음에 기본 톤과 소리를 잡고, 그 안에서 성격과 특징을 표현해야 하는데, 계속 기본적인 부분이 흔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역할은 내가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힘들다"라고 생각하면서 동기들에게도 고민 상담을 많이 했죠.

그런데 프리랜서가 된 후 디즈니 주니어의 '스누피와 피너츠'라는 작품의 오디션을 거치고, 샐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어요. 여기서 샐리라는 캐릭터도 애플블룸처럼 굉장히 어린 소녀인데, 사투리를 사용한 애플블룸과 다르게 정말 어린아이로만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죠.

이 샐리를 연기하면서 "내가 애플블룸 때 이렇게 접근을 했어야 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어린 나이의 소녀 연기도 할 수 있다고 깨닫게 됐어요. 김채하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궂히게 된 계기가 된 거 같고, 덕분에 다음부터는 어린 여자아이 오디션을 보거나 표현을 할 때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애플블룸이나 샐리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팬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마이 리틀 포니'의 귀여운 애플블룸.



▲ '스누피와 피너츠'의 샐리(우측 두 번째).




● '마이 리틀 포니'의 애플블룸이 보여준 사투리 연기는 상당히 인상 깊었어요.

처음 애플블룸을 만났을 때 애플블룸과 애플잭,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그 가족들이 원래는 시골에 있다가 서울로 상경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 애플잭은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많이 노력한 스타일의 캐릭터지만, 애플블룸은 아주 어린 동생이기 때문에 고유의 사투리를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풋풋함을 간직한 채 연기하고 싶었죠.

그래서 그 당시 PD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마침 제가 경상남도 양산시에서 지내다가 20살에 서울로 올라왔는데, 계속 고민을 하다가 PD님에게 "제가 경상도 사투리가 가능하니깐 애매하게 섞어보겠다."라고 말했어요.

이도 저도 아닌 사투리를 만들어서 마이 리틀 포니의 세계 안에 존재하는 어떤 지방의 느낌이 나게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게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서울말도, 경상도 말도 아닌 게, 여러 지방의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준비를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을 팬분들이 귀엽게 봐주셔서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 그럼 캐릭터를 연기하기 전에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시는 건 뭔가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제가 느끼는 첫 느낌을 많이 따라가는 편이고, 가끔씩 어떻게 표현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캐릭터가 있어요. "더 재밌게 가야 할지,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 할지." 고민될 때는 작품을 담당하는 PD님과 많이 상의를 하는 편이에요.

제가 맡는 역할들이 조연들이 많고, 아직은 주로 양념을 치는 캐릭터들이 많이 담당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깐 이 작품 안에서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제가 어떤 분위기를 내야 하는지 분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마이 리틀 포니의 애플블룸 사투리는 매력적이었습니다.




● 평소 "꼭 이런 캐릭터는 한 번 연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하신 역할이 있다면?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서 미키 사야카라는 파란 머리 친구가 있는데, 이 작품이 귀여운 여자애들이 등장하는 것과 달리 마법소녀의 처절함과 배신, 살아남아야 하는 고통 같은 것들을 표현한 만화에요. 어린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보는 만화죠.

여기서 사야카는 원래 굉장히 활발하고 의젓한 아이인데,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친구를 위해 마법 소녀가 되거든요. 그런데 마법 소녀로써 점점 고립되고, 사랑했던 남자가 자신의 친구와 연결되는 걸 보며 마법 소녀가 될 때의 마음과 사랑에 배신당하며 마녀로 폭발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게 제가 보면서도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서 집에서 혼자 연습도 했었어요. (하하)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폭발해서 무아지경으로 다 쏟아보고 싶은 욕심 때문인 건지, 한국에서 방송되기 힘들 것 같은 작품에 대한 로망이 생기는 것 같아요.



● 김채하 성우의 목소리는 "딱 이거다!"라고 팬분들이 추천하는 역할이 있나요?

저는 프리랜서로 전향된 지 얼마 안 돼서 팬분들이 저한테 기대하는 게 많기보단, 아직은 제가 더 보여드려야 할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음.. 소리에 힘이 좋다고 어필이 됐었는데, 안 해봤던 캐릭터인 열혈 남자아이 같은 것도 재밌겠네요. 아직은 못해봤지만, 분명 앞으로 열혈 남자아이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미키 사야카.




● 이번에 아르피엘에서 연기한 리샤는 새롭게 선보인 캐릭터인데요. 리샤는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나요?

처음에 넥슨에서 리샤라는 캐릭터를 봤을 때 첫 느낌은 "참 예쁘고, 활발하고, 잘 싸울 것 같다"였어요. 그런데 평소 성격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대본을 받고 연기를 하면서 알게 된 건 이 친구가 나이에 비해서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은 친구였어요.

어릴 때 차별도 받고, 지금 수신학원에 오기 전까지 어려움을 많이 겪다 보니깐 얼굴이나 성격에 티가 나기 마련인데, 오히려 더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요. 원래부터 성격이 밝은 아이인 점도 있지만,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배려하는 친구죠.

분위기 메이커에 애교도 많고, 사랑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 제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으면 너무 사랑스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 같아요.



● 어린 시절의 리샤와 성장한 리샤 두 가지 목소리를 함께 연기했는데, 두 목소리를 연기할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했습니까?

자신이 푸른 용족이지만 남들과 다른게 생긴 모습으로 차별받던 어린 시절에는 아무래도 어린아이니깐 굉장히 기죽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연기할 때는 이 아이가 지니고 있는 콤플렉스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죠.

반면, 수신학원에 왔을 때는 남들과 다른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래 나는 남들과 다르지만, 푸른 용족이란 자부심이 있어!"라고 마음을 굳건히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기 때문에 좀 더 당당해지고, 더 밝아질 수 있는 힘을 지녔던 거죠. 따라서 옛날과 다르게 더 밝고 활발한 캐릭터로 연기를 했어요.




▲ 리샤의 웃음 뒤에는 어두운 과거가..




● 아무래도 게임 녹음을 많이 하다 보면 게임에 관심이 좀 생길 것 같아요.

저는 따로 즐기는 취미 같은 게 적어서,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온라인 게임도 많이 했고, 요새는 플레이스테이션 4로 위쳐나 배트맨도 하고, 플스 비타도 들고 다니고, 핸드폰 게임도 하는 등 게임 장르는 가리지 않고 좋아해요.

그래서 게임 녹음 처음 들어왔을 때,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라고 도움이 많이 됐죠. 특히 온라인 게임은 예전에 마비노기랑 카트 라이더에 빠져서 했을 때가 있는데, 카트 라이더는 무지개 손이었어요. (하하) 마비노기는 누렙(누적 레벨)을 2,000 정도 찍어서 챔피언까지 올라갔어요. 근데 거기서 나름 고수가 됐다고 생각하니깐 멘붕이 오더라고요.

핸드폰 게임은 최근에 요괴워치 뿌니뿌니라고, 저희 후배들이 더빙을 했다고 해서 호기심에 설치했죠. 근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 이번에 함께 녹음한 정재헌 성우와는 같은 게임을 작업한 이력이 많네요.

정재헌 선배님은 작업한 게임에서도 목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원래 제가 좋아하는 분이세요. 특히 정재헌 선배님이 연기하신 '너에게 닿기를'의 카제하야 쇼타는 제가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2D 남자 캐릭터 중 세 손가락 안에 뽑힐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에요. 게다가 '나루토'의 미나토 역할까지 너무 멋지시죠.

선배님 별명이 꿀오빠라는게 너무 잘 어울릴 정도로 참 매력적인 소리를 지니신 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맡으신 캐릭터도 멋지지만, 그냥 정재헌 선배님의 팬이에요.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로 저를 설레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 정재헌 성우와 행복한 김채하 성우.




● 성우 활동을 하면서 이불킥할 정도로 민망하거나, 자신의 흑역사로 뽑을 수 있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면?

흑역사까진 아닌데, 제가 배에서 소리가 좀 많이 나는 편이에요. 한 번은 김장 선배님과 함께 녹음을 진행하던 중에 형용할 수 없는 아주 큰 꼬르륵이 나왔어요. 소리가 나는 중에도 제가 "제발 그만 나라"고 생각해야 될 정도로 큰 파도가 밀려오듯이 "으으아아아으아~" 이렇게 크고, 강하고, 길게 말이죠.

저는 너무 창피해서 대본만 들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고, 제 옆에 있던 동기들은 웃고 난리가 난거예요. 게다가 후배들도 주먹을 입에 갖다 대면서 막 "끅끅끅끅" 거리며 참는 게 눈에 보이는데, 김장 선배님만 굉장히 평온한 표정으로 옆에 계셔서 그게 더 창피했죠.

"그래도 내가 여잔데.."라고 생각하며 풀이 죽어있는데, 저 멀리서 한신 성우가 마치 미어캣이 고개를 들듯이 고개를 들더니 주변을 막 살피는 거예요. 그러더니 PD님 눈치도 보고,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김장 선배님께 다가와서는 "선배님, 밖에서 큰 천둥소리가 난거 같은데, 이거 마이크에 안 들어갔을까요?"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거 때문에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계시던 김장 선배님까지 표정이 일그러지시면서 엄청 웃기 시작하는데, 저는 한신 성우를 보면서 "동기라는 게.. 감싸주지는 못할망정"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뒤로는 제 배에서 소리가 크게 나는 걸 다 아니깐, 자발적으로 "나야"라고 밝히고 있어요.

임윤선 성우나 여윤미 성우를 비롯한 제 동기들은 이제 제 배에서 큰 소리가 나면 저를 처다보는 게 아니라 제 배를 향해서 "그래, 이따 밥먹자"라며 배를 달래주기도 해요.



● 반대로 성우 활동에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젠가요?

다른 선배님들도 많이 요청을 받으시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많이 아는 캐릭터의 목소리를 통해서 "밥 많이 먹어라", "반찬 가리지 마"라고 한 마디만 해달라고 부탁받을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이게 바로 선배님들이 말했던 캐릭터 토크인가? 하면서 이 한 마디를 해줬을 때 아이들 반응이 너무 재밌어요.

아이들이 너무 순수해서, 제 한 마디에 "네 알았어요"라고 대답할 때면 단순히 이 캐릭터를 녹음실에서 연기한다는 게 아니라 그 캐릭터를 통해서 아이들이 달라지는 걸 느끼게 돼요. 그러면 저도 그냥 "연기를 잘 하는 성우가 돼야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사명감을 지니게 되죠.

근데 가끔씩 안 믿는 친구들도 있어요. 한 번은 제가 아이에게 "내가 요괴워치에서 타올라이온이야"라고 했더니 "그럼 한 번 해보세요"라고 말하는데, 그래서 "활활"하며 연기를 했죠. 잠시 후 아이가 "저 다 컸어요. 그런 거짓말 안 믿어요"하면서 가는 거예요. "아 가끔은 동심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재밌는 일이 많아요.




▲ 그녀의 뱃속에는 천둥이 숨어있답니다.




● 하지만 점점 성우들의 더빙 무대가 축소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답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질문인데, 성우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예전과 상황이 달라진 것 같긴 해요. 활동 분야도 옛날에는 더빙과 드라마 연기 만으로도 너무 일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드라마 CD나 게임, 성우분들이 이벤트를 준비하는 무대 같은 새로운 영역도 많이 생겼죠.

그래서 분야가 좀 더 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빙 작품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다른 분야로 길이 열리고 있죠. 그만큼 앞으로는 단순히 "난 연기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성우가 되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건 뭐가 더 있을까?"하는 등 요즘 시대에 맞춰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누가 찾아와서 "너 이거 해볼래?"라고 제한받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기획해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볼까?"라고 행동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오픈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해요. 저는 아직 시도를 해보진 못했지만, 주변 선배님들이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죠. 또 실제로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있으니깐, 저도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 같은 작품도 자막과 더빙에 따라 느낌이 다른데, 더빙의 매력은 뭘까요?

음.. 매력보단 더빙이 진짜 꼭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이 연세가 좀 있으신데, 재밌는 외화 영화가 있어서 같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국내 영화만 찾으시는 거예요. 제가 "왜?"라고 물었더니 자막을 못 따라가서 못 보겠다는 말씀하시더군요.

그게 처음에는 "그래도 엄마, 자막 다 안 읽어도 영화가 재밌으니깐 즐길 수 있을 거야"라고 말했죠. 하지만 이해도 제대로 못하는데 그걸 왜 보러 가냐며, "나중에 티비에서 하면 편하게 볼래"라며 거절하시는데, 그때 많이 더빙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저 같이 부모님께서 연세가 있으셔도 부담 없이 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더 생길 수 있는 게 더빙의 매력 중 하나 같아요.

그리고 자막보다 더빙이 됐을 때 확실히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도 있죠. 예를 들어 미국 영화에서 등장하는 말 장난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걸 우리나라 식으로 순화시켜서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개그코드로 바꾸면 관객의 이해도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 애니메이션에서나 더빙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도리를 찾아서)




● 성우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대학을 다닐 때는 성우 학과가 없었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에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후로 성우 학과에 진학을 하고, 성우가 되기 위해 전공부터 오로지 성우 공부만 하면서 졸업하는 분들이 많아지신 것 같으데, 흔히 '올인'이라고 하잖아요. 학생들이 '올인'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10년 가까이 성우에 '올인'을 하면서 준비했었던, 성우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다가 운 좋게 합격했거든요. 하지만 준비를 하시는 분들은 자신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어요. 성우가 우선순위기는 하지만, "내겐 선택 사항이 2번도 있고, 3번도 있어!"라고 하면 좀 더 즐겁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성우를 오래 준비하면서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니깐 좀 불안하고 불행했었거든요. 근데 만약에 그때 제가 관심 가는 다른 부분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그거에 대한 장래도 준비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순수하고 즐겁게 성우 준비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성우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는 게 또 뭐가 있는지 생각을 많이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면, 성우가 된 후에도 좋아하는 일들과 성우 일을 함께 접목해서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낼 기회도 있으니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 긴 시간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리샤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이렇게 인사하게 됐는데요. 리샤를 만난 게 올해 제가 성우로서 받을 수 있는 행운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처음 리샤라는 친구를 연기할 때는 몰랐지만, 점점 이 친구를 알게 되면서 "이 친구를 만난 게 나에게 복이었구나" 또 "이 친구를 연기했던 사실을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인 성우로써 욕심이라면 인터뷰를 봐주시는 분들이나 팬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숨겨진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 다양한 작품과 활동을 통해서 "김채하가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저런 가능성도 있는 성우구나"하고 기대도 할 수 있고, 즐겁게 들으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는 성우가 되겠습니다.




▲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성우 김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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