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 NFT, 약일까 독일까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54개 |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말한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기술로, 기존의 가상 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다. 즉, 자산에 고유값이 부여하면서 소유권이 명확해지는 셈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해당 토큰의 소유권, 판매 이력, 최초 발행자를 확인할 수 있어 위조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정보들이 모두 저장되고 있기에, 일종의 '관리되는 정품' 혹은 '진품'이라고 인식하면 편하다. 결과적으로 NFT는 가상 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가 부여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 6,930만 달러에 낙찰된 '매일: 첫 5000일'

이러한 속성들로 NFT는 유무형 자산이 디지털 자산으로 치환하는 힘을 지닌다. 디지털 자산에 희소성과 소유권이 발생했고, '나만이 가질 수 있다'라는 개념이 정립된다. 근본적으로 복제가 가능했던 디지털 콘텐츠가 희소성을 갖게 되는 점을 주목해 NFT는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6,930만 달러에 NFT JPG '매일: 첫 5000일'이 낙찰되면서 큰 파장이 일어난다. NFT가 가장 활성화되었던 디지털 예술 시장뿐 아니라 많은 업계가 주목했고,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임업계에서 대중적으로 처음 NFT를 선보인 게임은 2017년부터 존재했다. '크립토키티'는 NFT 고양이 캐릭터를 내세웠고, 교배를 통해 희소성을 가진 새끼들을 판매할 수 있었다. 개발사는 고양이에 NFT를 부여하여 생김새가 같다 하더라도 고유의 가치를 부여했고, 이를 통해 희소성과 소유권이 정립되며 유저들의 거래가 활성화됐다. 이후 NFT를 적용한 '엑시 인피니티'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NBA 탑샷은 프로 농구 선수 카드를 NFT화하여 NFT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NBA 스타들의 후광과 인기, 두터운 팬층을 제대로 겨냥했고, 카드 게임과 수집 문화에 맞추어 수집욕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형태로 NFT를 모델을 도입했다. 여기에 영상과 적절한 디자인까지 더하며 MLB와 NFL의 사례처럼 잊혀지지 않고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 NFT, '미르4'의 성공으로 전환된 국면

그동안 게임업계에서는 NFT보다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를 활용하려는 시도와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점차 메타버스의 열풍이 식어갈 무렵 또 다른 키워드로 NFT가 떠오르게 된 것에 가깝다. 정확히는 블록체인기술, 그리고 메타버스와 융합하는 NFT에 대한 관심과 연구 늘어나고 있던 시점에 '성공적인 사례'가 발생하면서 더욱 활발해진 셈이다.

주인공은 바로 위메이드였다. 위메이드는 2018년 1월 자회사 '위메이드 트리'를 설립하고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기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온 바 있다. 위메이드 트리는 '위믹스 토큰'이라는 NFT를 발행하고 거래소에 등록하면서 본격적으로 NFT에 뛰어든다. 그리고 위믹스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미르4'의 글로벌 버전을 런칭한다.

'미르4' 글로벌 버전에서는 게임 속 주요 재화인 '흑철'을 유틸리티 코인인 '드레이코'로 교환할 수 있는데, 이를 다시 위메이드의 가상 자산인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는 형태다. 게임 내에서 흑철을 얻는 건 곧 가상 자산을 얻는다는 걸 의미하고 이를 통해 유저 간 경쟁과 커뮤니티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미르4' 글로벌 버전 출시 직전에만 해도 650~700원대에 머물렀던 위믹스의 가격은 '미르4' 출시 이후 급등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스팀의 NFT 정책 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여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 환경을 구성하면서 순항을 이어갔다.



▲ 미르4의 성공으로 NFT, P2E 모델이 본격적인 화두에 오른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와 가능성을 보여준 건 위메이드의 '미르4'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게임사들도 가만히 손놓고 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3월 넵튠의 정욱 대표를 프렌즈게임즈의 대표로 선임했고, 당시 정욱 대표는 "프렌즈게임즈가 국내 캐주얼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도록 업계의 화두인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시도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라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 5월에는 프렌즈게임즈와 웨이투빗의 합병이 이뤄졌다. 웨이투빗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BORA(보라)'를 운영 중이고, 실생활 밀착형 블록체인 프로젝트 및 메타버스와 NFT를 활용한 영화, 영상, 음원의 서비스 등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엔씨소프트 역시 게임과 직접적 연관이 이뤄진 건 아니지만 '엔씨 유니버스'를 통한 NFT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스카이피플은 NFT를 도입한 '파이브스타즈 for Klaytn'를 서비스했다.



■ 3분기 실적발표, 모두가 의식하는 키워드가 되다

이렇듯 게임사들도 NFT와 게임 간의 접목 가능성은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전까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이라는 키워드가 더 주목받았지만, NFT도 이와 연관성이 적지 않으므로 게임사들도 주목해야 하는 주제였다. 그리고 이러한 NFT의 열풍은 앞서 언급했듯, 위메이드의 성공으로 가속화된다. 위메이드 '미르4'의 행보 이후로, 본격적으로 NFT와 P2E이 주목받는 키워드로 떠올랐고, 3분기 실적 발표 현황이 이를 그대로 보여줬다.

컴투스-게임빌은 10월 NFT 전문 기업 '캔디 디지털'에 120억 원 가량의 투자를 진행했고, 가상 자산 거래소 '코인원'의 2대 주주로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크로매틱소울: AFK 레이드'를 통해 토큰 이코노미 및 NFT를 적용하여 2022년 1분기에 출시하고, 2022년 3분기에는 NFT가 적용된 게임빌 프로야구 발표한데 이어 컴투스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에 블록체인을 적용한다고 발표해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취했다.

2019년부터 블록체인 플랫폼에 참여한 펄어비스도 "NFT 기술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라는 발언과 함께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관심을 두고 있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던졌다. 엔씨소프트는 내부 TF를 구성하여 NFT와 블록체인 적용 준비를 완료하고 한발 더 나아가 내년에는 NFT가 적용된 게임을 발표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러한 NFT, P2E에 대한 발표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화두가 NFT로 몰려있는 가운데, 3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대대적으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도 NFT가 거의 빠짐없이 등장했다. 컨콜을 맡은 재무책임자들과 대표이사들이 NFT를 고려, 연구 중 같은 다소 두루뭉술한 키워드라도 등장하면 해당 게임사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실적에 상관없이, 주가가 크게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치트키, 단어 자체에 힘이 깃든 마법 같았다. 시장의 기대가 어떤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있는지 누구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반증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이라고 할 수 있었고, 주식시장의 과열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의 관심과 시선이 NFT, P2E에 키워드가 맞춰져 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NFT와 P2E라는 키워드를 통해 구축한 환경이, 새로운 가능성이 될 여지는 충분했고 이를 증명한 사례도 나온 마당에 외면할 주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 정치권은 '관심'을 가지는 단계



▲ 밸브는 NFT게임을 금지했다.

그렇다고 'NFT'와 'P2E'가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같은 키워드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히려 이를 경계하거나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밸브의 경우 스팀 등록 가이드라인에 NFT 및 암호화폐에 대한 규정을 추가하여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프로그램 등록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반면에 에픽게임즈는 이에 대해 다소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직접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해외부터 서로 의견이 갈린 가운데, 국내 서비스에 경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더 적지 않다. 예전부터 블록체인기술과 NFT에 기반한 콘텐츠를 제공했던 '파이브스타즈 fot Klaytn'은 게임위에 등급 분류 취소 처분을 시작으로 긴 공방을 진행 중이다. 이는 채굴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NFT가 자산 가치가 있다는 점을 들어 사행성 조장을 우려한 조치였다.

이 공방은 국내 첫 NFT 사례로 상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기에 파장이 크고 모두가 주목해야 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해당 공방은 심리에서 금융위의 판단을 구할 시간을 요청했고 법원이 받아들였기에, 키는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의 판단과 해석에 따라서 NFT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제 28조, '경품 제공 금지 및 사행성 조장 금지'를 위반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게 되므로 매우 중요하다.



▲ 금융위원회의 결정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금융위원회는 '일반적인 NFT는 가상 자산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놓는 추세다. 그런데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일부 NFT가 실제로 지불이나 투자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가상 자산의 정의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려서 아직 완벽한 결정과 판단이 나온 상황이라고는 볼 수 없다.

FATF는 'NFT 역시 FATF의 표준 적용을 받고 있으며, 기술적 용어나 마케팅 용어에 연연하지 말고 성격과 실질 기능을 고려해 각국에서 맞는 규제를 도입할 것'을 권했다. 현재까지 NFT가 가상 화폐처럼 수백만 개가 발행되지는 않기에 정체성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나, 희소성과 유일성을 부여하는 NFT 속성상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NFT에 대해서 전문가들도 가격 조작 및 자금세탁방지(AML)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우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EU는 MiCA(암호화 자산 시장)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NFT까지 포괄적으로 범주에 속할 만한 해석을 내놓았다. 국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NFT의 입법 동향과 흐름, 그리고 이후 움직임과 업계의 관점까지 전문가들과 면밀히 논의해 봐야 할 주제가 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NFT가 실적 발표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화두로 오른 만큼, 관계자들과 논의를 추진하고 의견을 듣는 '관심' 단계로 접어든 추세다. 정치인들에게도 금융위 해석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사행성이 부각되어 버리면, 고심하거나 판단이 이뤄지기 이전부터 매우 부담스러운 주제로 돌변하게 되므로 정치권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



■ 정부-게임사-게이머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

게임사들 현재로서는 현 상황을 관망하고 신규 콘텐츠의 가능성으로 R&D(연구개발)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크래프톤은 좀 더 핵심을 짚은 해답을 내놓았다. 아무리 NFT가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지라도, NFT로 보유한 콘텐츠의 의미와 가치가 영원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점을 지적했다.

NFT와 게임이 접목되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게임 스스로 매력도를 높여서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꺼냈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게임에서 '정품' 딱지가 붙은 희귀 아이템이래봐야 결국 가치가 없을 수밖에 없으니, 적절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보면, NFT는 희소성 및 유일성을 부여하고 소유권이 이동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 '경품'으로 해석될 성향이 있기에, 게임사들도 게임 내 희귀 아이템에 NFT를 부여하기 어렵다. 소유권이 유저에게 넘어가는 순간 마음대로 그 가치를 훼손하는 패치나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없으며, 경품 및 사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거래소를 통해 가치가 있는 재화로 교환하게 되는 형태가 일반적이게 되며, 이 경우 게임사는 단순 콘텐츠 제공자의 역할이 아닌 거래소와 플랫폼, 화폐를 모두 통제하게 되며 '경제를 관리하는 기관'급의 영향력과 책임이 부여될 수 있다. 이러한 큰 변화는 국가와 회사, 그리고 이를 이용하게 될 유저 모두가 함께 주목해야 할 주제가 된다.




현시점에서는 NFT와 P2E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에 이어서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있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즐길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속성을 가진 키워드다.

이제는 엔터테인먼트로서 게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개념이 적지 않게 게이머들에게도 의식되고 있는 시대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옳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인지, 게임의 근본적 속성을 파괴하는 일탈인지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NFT로 만들어지는 P2E 환경이 게임사와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기회를 주는 '또 다른 가능성'이 될 수도 있겠지만, 튤립 버블처럼 큰 파장만 주고 사라져버리는 버블경제 해프닝으로 지나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NFT는 한동안 화두에 오를 것이고, 이를 통한 막대한 수익 창출과 성공 사례가 있는 만큼 정부와 업계의 민첩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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