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5] 천재 프로그래머 '존 카맥', 삼성 기어 VR의 혁신을 논하다

게임뉴스 | 오의덕 기자 | 댓글: 56개 |




강연 30분 전부터 총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강연장이 절반이나 가득 찼다. 이드 소프트웨어의 공동창업자이자 프로그래머로 '둠'과 '퀘이크'를 만들었던 게임업계의 전설 ‘존 카맥’을 직접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 것이다. 그가 차세대 그래픽 기술 개발에 정진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오큘러스의 CTO(최고 기술책임자)로 전격 입사한 것이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모바일 VR의 여명’ (The dawn of moblie VR)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 존 카맥은 강연대도 올라서는 것도 마다하고, 바로 옆 간이 의자에 편하게 앉아 강연을 시작했다. 마치 오랜시간 공들여 코딩한 프로그램이 최초 실행된 듯,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모바일 VR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마구 쏟아내는 모습에서 세기의 천재를 직접 대면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 강연대도 마다한 '존 카맥'


“어떤 사람들은 왜 '모바일 VR'이냐고 묻습니다. 당연한 질문입니다. 사실 오큘러스는 하드코어 PC 게이머에 기반을 두고 출발했으니까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VR 분야에서 일하고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 저는 여전히 VR이 게이밍, 그 이상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특히 저는 모바일 VR이 VR 분야에서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2013년 8월 오큘러스 VR에 합류한 후, 존 카맥은 우연히 삼성의 '기어 VR' 초기 프로토타입을 체험할 기회를 얻는다. 오큘러스 리프트에 사용할 디스플레이 협상 건으로 오큘러스 VR의 CEO 브렌단 이리브가 한국의 삼성을 방문했을 때 삼성 측에서 ‘스마트폰을 삽입해서 구동할 수 있는 헤드셋'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브렌디 이리브가 그 헤드셋을 미국으로 가져와서 존 카맥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 오큘러스 개발자 키트1(DK1)


“제가 처음 봤을 때 삼성이 만든 프로토타입은 상당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오큘러스 개발자 키트1(DK1) 수준의 가상 현실도 보여주지 못했죠. 그래서, 저는 오큘러스의 기술 고문으로서 뭔가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로 오큘러스에서의 대부분 시간을 모바일 VR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모바일 VR이 앞으로 보여줄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하게 됐습니다."

"처음 6개월은 모바일 VR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코딩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일 년 전쯤, 갤럭시 폰을 기기에 삽입해서 사진과 비디오 감상을 할 수 있는, 간단한 VR 기능 위주로 비공개 시연을 했습니다. 그걸 보고 삼성에서는 ‘우리가 이 제품을 지금 바로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존 카맥에 따르면 모바일 VR 기기, 즉 ‘기어 VR’을 그 당시 바로 상품화하는 것에 대해서 오큘러스와 삼성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다. 오큘러스 입장에서는 아직 VR 기술이 무르익지 않은 시점에서 성능이 떨어지는 VR 기기가 상품화되는 것은 VR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존 카맥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물에 독을 푸는 (Poisoning the well)' 결과를 낳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이런 지적들이 나왔습니다. ‘좋아, 지금 이건 존 (카맥)의 코드로 실행되는 거잖아, 하지만 그 말은 엄청나게 최적화된 코드에서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그 외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 거지?’ 그 당시 제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소비자들이 모바일 VR이 멋져 보여서 충동적으로 샀는데, 집에 가져와 한 번 써보고 너무 실망해서 집어 던져버리는 일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오큘러스와 삼성은 꾸준히 성능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상호 합의 하에 기어 VR의 첫 번째 버전을 출시하는 대신 그 이름을 ‘이노베이터 에디션’(Innovator Editon)이라고 명명하기로 한다. 사실 오큘러스의 대부분 직원은 개발자 에디션 혹은 개발자 키트(Developer Kit)으로 부르고 싶었지만, 삼성은 이제까지 한번도 개발자 키트를 출시한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부르기로 한 것이다.

“최근에 삼성은 기어 VR을 정식 출시했습니다. 당연하지만 기능면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죠.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어 VR을 써 본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뜨겁다는 겁니다. 사실 PC용 VR은 데모 한 번 구동하려고 해도 하드웨어 측면에서 넘어야 할 장벽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어 VR은 스마트폰과 헤드셋만 있으면 어디든 가지고 가서 머리에 씌우면 바로 작동합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멋진 일이었어요."



▲ 삼성의 '기어 VR'


존 카맥은 모바일 VR이 VR 자체를 대중에게 크게 홍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누구나 휴가를 떠날 때 기어 VR을 챙겨갈 수 있고, 우연히 어디를 방문하거나 혹은 길을 걷다 주변 사람들의 머리에 씌워진 기어 VR을 목격할 수 있다. 기어 VR만의 휴대성이 사람들에게 VR을 사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아직 모바일 VR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고, 전체 VR 중 비록 일부 기능만 작동할 뿐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은 남길 수 있다는 게 존 카맥의 생각이다.

첫 번째 기어 VR의 나름 성공적 출시를 통해 모바일 VR의 가능성을 확인한 오큘러스 연구팀과 삼성 측은 현재 기어 VR의 최종 소비자 버전을 출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존 카맥에 따르면 아직 정확한 출시일과 구체적인 기능을 밝힐 수 없지만, 삼성은 다음 신제품 출시일에 맞춰 '기어 VR의 소비자 버전’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은 보통 일 년에 두 번의 신제품 발표회를 가진다. 며칠 전 삼성이 갤럭시 S6를 공식 발표한 것을 고려해보면, 존 카맥이 언급한 기어 VR의 정식 버전은 갤럭시 노트 5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는 2015년 하반기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이 기어 VR의 다음 버전을 출시할 때까지 오큘러스도 화질과 착용감 등 여러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삼성도 기어 VR 신형의 보급률을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있는 분들이 올해, 내년에 도전해볼 만한 뭔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면, 제 생각에 지금은 AAA급 게임을 만들 때가 아닙니다. 모바일(VR)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인 시기입니다."





존 카맥은 삼성이 이미 기어 VR을 통해 개발자들에게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시장이 존재함을 증명하고 있으며, 오큘러스와 페이스북은 단순히 소수를 위한 VR이 아니라 전 세계, 폭넓은 대중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VR 환경을 조성할 것이기에 개발자들이 지금부터 모바일 VR에 대한 애플리케이션과 게임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플랫폼 측면에서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는 정말 멋진 성과입니다. 저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해야 한다고 열렬히 주장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만큼 ‘기반 환경’, ‘인프라(infrastructure stuff)'를 잘 이해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가상현실을 광활한 영역까지 확대하는 것입니다. 저와 마크 주커버그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가상현실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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