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출장을 며칠 앞둔 시점. 동료 기자들과 각자 어떤 강연을 들을지 결정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실 벽면, 대형 TV 화면에 GDC 홈페이지를 띄워두고 빼곡히 적혀 있는 강연 리스트를 훑어보는데 영어의 압박에 머리가 아찔해지는 시기가 다가왔다.
바로 그 순간, 뭔가 이득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르면서 0.1초 만에 해석이 가능한, ‘이 건 내꺼’일 수밖에 없는 강연 하나를 발견했다. 이름 하여 “Awesome Video Game Data”. 직역하면 ‘죽여주는 비디오 게임 데이터’ 정도 되겠다. 다른 어떤 강연보다 기사를 쉽게 작성할 수 있겠다는 직감에 바로 손을 들어 그 강연을 선점한 후, 회의실을 유유히 빠져나왔던 게 아직 생각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장에 와서 보니 내 예상이 적중했다. 현재 게임업계의 플랫폼 비율, 성별, 나이대 분포, 모바일 유저 패턴까지 모든 강연 내용이 깔끔하고 명확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별다른 설명 없이 90장에 가까운 PT 자료를 1시간 동안 넘기는 게 강연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이다.
단순 흥미를 넘어 현재 게임업계를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까지 제공했던 이번 강연. 독자들에게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스샷의 압박’이라는 단순무식 솔루션을 택해야 했음을 양해해주길 바란다.
참고로 강연자는 지오프리 자킨(Geoffrey Zatkin)이라는 사람인데 게임 개발자 출신으로 EEDAR의 공동창업자이다. EEDAR는 수준 높은 게임업계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2006년에 설립한 회사로 회사를 만든 후 3년이 지난, 2009년에 포브스로부터 미국에서 전도유망한 20개 기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