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 2014] "위쳐3 어땠냐고요? 상상했던 그 전투가 그대로 펼쳐집니다"

게임뉴스 | 오의덕 기자 | 댓글: 32개 |



이번 E3에서 가장 주목받은 RPG가 있다면 '위쳐3'를 빼놓을 수 없다.

폴란드의 조그마한 개발사로 시작한 CD 프로젝트 레드(CD PROJECT RED, 이하 CPR)는 북미시장에 처녀작 RPG '위쳐1'을 내놓으며 조금씩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위쳐2'부터는 북미 대형 개발사에 대항할 수 있는 유럽지역의 신흥 강호로 단숨에 등극했다.

게다가 DRM으로부터 자유로운 고전 PC게임 디지털 유통서비스 GOG(www.gog.com)까지 운영하면서 전 세계 게이머의 머릿 속에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 GOG 홈페이지. 역시나 위쳐3 예약판매가 메인이다.

아마 2011년 E3였던 것 같다. 행사장 입구에서 직원 한, 두 명이 '위쳐2' 플랜카드를 들고 홍보물을 나눠주며 기자들보고 미팅 룸에 제발 와달라며 3일 내내 큰 소리로 애원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위쳐3' 시연회장 입구에 전 세계 기자들이 너나할것 없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과연 '위쳐3'는 비디오게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RPG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벤에서도 어렵게 '위쳐3' 비공개 데모 시연행사를 찾았다.



▲ 이... 이것은!?
“혹시 데모 보시면서 맥주 드실 분?” 기자간담회장에서 서슴없이 병맥주를 돌리는 대범함에 좀처럼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선뜻 손을 들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용자들이 생겨났다.

기자도 용기를 내어 병을 받아 살펴봤더니 흔히 볼 수 있는 맥주 브랜드가 아니다. 폴란드 넘버1 비어 ‘지비에츠(Zywiec)’. CPR의 주도면밀함에 굴복하며 한모금 들이키자 어느덧 '위쳐3' 데모시연을 준비하기 위해 칼같은 정신상태로 무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만 각설하고. '위쳐3' E3 데모는 게롤트가 말을 타고 있는 거대한 성의 정문을 향해 전진하는 장면부터 시작했다. 여느 데모 시연이 그렇듯 개발자의 그래픽 자랑이 쏟아졌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기자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기자들을 입을 벌리고 감탄하고 있었다.




▲ 그래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수준.

필드의 화사함, 풍부한 표현은 E3 어느 대작 게임보다 월등했고 성 내부와 외곽 마을, 그리고 실제 사람을 닮은 NPC들이 서로 어우러져 완벽한 판타지 세계, 그 자체를 연출했다. 대부분 RPG들이 ‘우리 게임에는 NPC들이 정말 많고 각자 직업에 따라 할 일을 하고 실제 마을처럼 …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홍보해 왔었지만, 진짜 눈을 부라리고 세어봐도 '위쳐3'의 성 안에 있는 NPC 수가 백 명은 훨씬 넘어 보였다.

어떤 NPC는 배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다듬고 있고, 다른 어떤 NPC는 성 안 연못에서 낚시를 하고, 그 옆에서는 빨래를 하는가하면 도망가는 아이, 쫓아가는 엄마, 술먹고 주정하는 행인 등등 각기 고유한 성격과 행동 패턴을 가진 NPC들이 개발자의 표현 그대로 ‘정말 살아있는’ 성과 마을을 구성하고 있었다.

이게 단순히 고정되어 제 할 일만 하는 있는 배경 같은 NPC들이 아니라 게롤트를 조작해서 다가가면 대사를 내뱉거나 짜증을 내거나 인사를 하거나 도망하거나 하는 실시간 상호작용을 보여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 아이고 나죽소. 거기 게롤트 양반, 나좀 구해주오.

주점에 들어간 게롤트가 한 NPC와 대화를 나눔으로써 퀘스트가 시작됐다. 사라져버린 회색 머리의 여인을 찾는 퀘스트인데... 진행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다. 늪지대 필드로 나가서 (여기 비주얼도 정말 끝내준다. 더 이상 그래픽 이야기는 안 하기로.) 남아있는 흔적을 추적하다가 여인의 소재를 알고 있는 ‘반지의 제왕’의 골룸과 비슷하게 생긴 NPC와 대화를 하게 되는데 목소리를 잃어버려 게롤트에게 단서를 알려줄 수가 없다.

우선 게롤트는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골룸 NPC (이름은 의외로 ‘조니’)의 목소리를 되찾아줘야 하는데 퀘스트 하나가 여러 NPC를 만나 대화하면서 다른 퀘스트로 계속 파생된다. 스포일러 때문에 데모 시연에서 나온 스토리를 모조리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이것 하나는 보장한다. 나름 스릴과 반전을 거듭하는 RPG팬이라면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는 퀘스트 시스템이라는 것을.

퀘스트를 진행함에 따라 게롤트의 전투도 선보여지는데 CPR이 주장하는 ‘전략적이고, 반응적인, 그리고 다층구조의 전투’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얘기하면 목각 인형이 칼을 들고 각 타이밍에 한번씩 어색하게 휘두르는 전투에서 탈피해, 적의 공격을 맞받아치거나 회피해서 적의 후방으로 이동, 단숨에 목을 자르는... 말 그대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전투가 가능하다. 적이 쏜 화살을 칼로 맞 받아쳐 한번에 적의 숨통을 끊는 액션도 보였다.

마법도 굳이 게임을 멈춰서 정지 화면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 필요 없이 버튼 한번에 캐릭터 주위에 펼쳐지는 원형 UI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마법을 원하는 타이밍에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자, 두 눈을 감고 한번 상상해보자. 트롤같이 생긴 몬스터 세 마리와 마주쳤다.

게롤트를 보자마자 세 몬스터가 동시에 공격해 오는데 게롤트는 즉시 몸을 우측으로 굴려 공격을 피하고 파이어볼 마법을 발사, 한 놈을 태워버렸다. 뜨거운 화염에 견디지 못해 몬스터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마구 긁고 있는 사이, 게롤트는 다시 재빠르게 나머지 두 놈의 후방으로 돌진해서 광역 베기로 치명타를 날린다. 이제 세 몬스터의 체력이 10%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 게롤트는 다시 전방으로 이동, 진지파 같은 마법으로 여유를 부리며 한방에 세 놈을 쓸어버린다. 2분, 3분이 채 지났을까. 이 말도 안될 정도로 환상적인 전투 장면을 '위쳐3' 데모 시연 행사장에서 내 눈으로 확인했다.





거의 시연이 끝날 즈음에 보스몬스터 공략 장면도 나왔다. 이런 다이나믹한 전투에 더불어 위쳐 시리즈의 전통인 ‘폭탄’과 ‘독약’ 등 소비 아이템을 어떻게 가미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였다. 주위에 늑대를 소환하는 보스몬스터를 두고 이리저리 피하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사용해 치밀한 전략으로 제압하는 장면이었을 거다. 그 때 내 손에 게임패드가 없었음에도 땀이 배였다. 누구의 말처럼 서양식 싱글 RPG ‘몬스터헌터’가 바로 이런 걸까.

처음부터 끝까지 '위쳐3' 광신도처럼 찬송가만 부른 것 같은데 물론 단점도 몇 개 보였다. 전반적인 그래픽은 뛰어나지만 아직도 캐릭터와 NPC의 모션에서 어색함이 많이 느껴졌다. 특히 NPC와 대화하는 컷신에서 유독 이질감이 심했는데 다른 북미 블록버스터 대작들과 비교해 마감면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전투 장면에서도 비슷한 흠이 종종 보였는데 게롤트가 너무 빨리 이동하다보니 적 몬스터의 반응이 제때 따라오지 못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방향을 쳐다 본다든지, 뭔가 싱크가 안 맞는 듯한 느낌이 종종 있었다. 이런 부분은 '위쳐3'가 진정 콘솔 RPG 대륙의 철왕좌를 차지하고자 한다면, 앞으로도 출시 때까지 계속해서 갈고 닦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멜로씬도 많이 넣어줬구만, 왜 연기를 못하니.

45분 간의 데모가 모두 끝이 나자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고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각자 데모 소감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종이와 펜이 놓여 있었다. 1점부터 10점까지 선택할 수 있었는데 과감히 9점에 동그라미를 쳐서 개발자에게 건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예상치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다시 한번, 이번 E3에서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 폴란드 개발사 ‘CPR’의 대인배적 마인드에 감사를 표한다.



▲ 선물 고마워요. CPR!

▲ '위쳐3' E3 한글자막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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