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2015] 폴아웃4 게임스컴 시연회 '그래픽? 판타스틱! 아쉬움도 남는...'

게임소개 | 오의덕 기자 | 댓글: 23개 |




⊙개발사 : 베데스다 ⊙장르 : RPG ⊙플랫폼 : PC, PS4, Xbox One ⊙발매일 : 2015년 11월 10일


유럽 최대 게임쇼이자 전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인 ‘게임스컴’이 8월 5일 개막했다. 저마다 막강 신작 라인업을 뽐내며 살벌한 홍보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솔직히 독일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부터 내 마음속 ‘베스트’는 이미 정해져 있다. 베데스다의 신작 폴아웃4.

사실 별걱정이 안 되는 게임이다. 지금까지 베데스다와 디렉터 '토드 하워드’의 행보를 볼 때 출시되자마자 평점 9점 이상을 기록하며 GOTY의 강력한 후보에 오를 것은 이미 자명한 일. 지난 E3에서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을 한번 보시라.


얼마나 더 기름칠하고 다듬어서 폴아웃4를 그냥 명작 중 하나로 만드느냐, 아니면 레전드오브전설의 반열에 오르게 하느냐가 남았을 뿐이다.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소갈비를 게걸스럽게 뜯고 난 후, 이 사이 어딘가에 낀 고기 찌꺼기가 성가시게 한달까. 단 하나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이슈가 있는데 바로 E3부터 불거진 ‘그래픽 논란’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플레이 영상에서 보여준 대부분 콘텐츠는 전작에서 진일보한 모습으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지만, 전체적인 그래픽은 ‘뭐 나쁜 건 아닌데 이게 과연 차세대 그래픽인가'하는 찝찝함을 남긴다는 것이다.

실제 여러 게임 커뮤니티에서 은근히 논란이 많이 됐던 이슈로 해외 쪽에서는 디렉터인 토드 하워드에게 직접 물어본 매체가 있을 정도다. ‘에이, 우리 베데스다 성님들이 출시될 때는 알아서 상향 해주시겄지’라면서도 다른 블록버스터 신작들이 소위 ‘쩌는 그래픽’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때, 폴아웃4 영상 속 저질 텍스쳐가 눈앞에 아른거리면 불안감을 동반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꼭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고, 바로 그 기회는 게임스컴 2015라는 행사로 찾아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게임스컴 2015 베데스다 부스에서도 폴아웃4를 직접 플레이할 수는 없었다. 긴 대기열을 뚫고, 작은 극장처럼 차려진 시연회장에서 운영 스태프의 설명과 함께 플레이 시연 데모를 감상할 수 있었을 뿐.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스크린의 크기가 거대해서 보통 소형 극장만 했기에 오랫동안 게임으로 단련된 매의 눈을 가지고 폴아웃4 그래픽을 이리저리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연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이 캐릭터 생성부터였다. 이후 S.P.E.C.I.A.L에 스탯을 투자하고 선호하는 재능(Feat)를 선택하면 끝. 이 모든 과정이 전작보다 비주얼적으로나 UI적으로나 크게 발전했다. 특히 재능을 선택할 때 애니메이션과 함께 핍보이가 등장해 간략히 어떤 능력인지 보여주는데 코믹하면서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주인공 캐릭터가 애완견인 도그미트(Dogmeat)와 함께 폴아웃4의 배경 도시인 보스턴에 첫발을 내밀자마자 구울 몇 마리가 미친 듯이 달려든다. 어떤 놈은 캐릭터를 잡아먹을 듯이 지상 위에서 돌진하기도 하고, 어떤 놈은 건물 내부 - 시연에서는 슈퍼두파마트가 다시 등장했다 - 를 조사하고 있을 때 창문을 통해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위협하기도 했다. 전투는 전작과 유사하다. FPS 실시간 전투를 기본으로 V.A.T.S. 시스템을 활용해 ‘멈춤 상태’에서 구울의 머리, 어깨, 다리, 팔 등 적중률에서 차이가 나는 각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전투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적(구울, 레이더스)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민첩해지고 역동적으로 바뀌어서 이게 폴아웃인지 데드아일랜드 혹은 데드라이징 같은 전문(?) 좀비 액션 게임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것. V.A.T.S 시스템을 통해 부위를 정확히 적중시켰을 때 팔, 다리가 부러지거나 머리가 완전히 깨져서 선혈이 낭자하는 등의 물리 효과도 굉장해서 직접 플레이 못 하고 쳐다만 보는데도 손에 땀이 났다.

근접 전투가 강화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해머로 구울을 내려치는 동작, 타격감이 매우 흡족해서 출시되면 스탯과 재능을 올인해, 컨셉 잡고 북두신권의 켄시로처럼 플레이해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눈에 띈 점은 실시간으로 무기 세팅을 변경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투 중 언제라도 게임을 잠시 멈추고 휠 모양의 UI를 돌려 무기 변경이 가능한데 적의 형태와 숫자,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에 따라서 매번 적절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전투 전략의 다양성을 크게 살렸다. 구울이 단체로 달려들 때는 샷건으로 먼저 오는 놈을 처리하다가 나머지는 화염방사기로 한 번에 통구이를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것.

자, 이제는 마지막으로 폴아웃4의 전체적인 그래픽을 논해야 할 차례. 일단 필드부터 보자. 전작이 드라마 속 세트장 느낌이라면 폴아웃4의 배경은 마치 땅 위의 먼지 티끌 하나까지 살아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현실 같다. 색감 자체가 뚜렷해지면서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 어두컴컴한 건물, 황량한 토지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데 영화 속 아포칼립스가 바로 여기가 아닐는지. 주인공 캐릭터와 도그미트, 그리고 적들의 움직임도 물리엔진의 개선으로 빠르고 역동적이며 판타지적 사실감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하지만, 하지만... 영상으로만 보던 저질 텍스쳐는 여전했다. 사물과 배경을 확대해서 보거나, 특히 어린아이가 크레용으로 힘없이 그린듯한 이미지가 떡하니 화면에 크게 보일 때는 앞서 언급했던 설렘과 흥분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던 게 솔직한 감상이다. 저질 텍스쳐가 하나, 두 개씩 휙휙 지나갈 적에는 그저 그랬지만 운 나쁘게 한 화면에서 여러 개가 합창을 할 때는 '이건 폴아웃3 그래픽’이라는 생각도 일순간 들었다.

결론적으로 폴아웃4의 그래픽은 ‘환상적’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는 힘든, 딱 그런 수준이다. 시연회의 마지막 장면은 아군인 브라더후드오브스틸의 팔라딘을 지상에 내려준 헬기가 복귀하다가 적의 사격에 맞아 추락하는 사이, 주인공 캐릭터가 높은 언덕에 잠복해 있는 적을 향해 로켓포를 날리자 적이 있던 건물과 건물 주변 전체가 폭발하고 산산이 부서지는 ‘언차티드’식 액션 활극이었다. 혀를 내두름과 동시에 FPS 기반 롤플레잉 게임에서 이런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서 그래픽적 타협점이 필요했겠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아직 폴아웃4의 정식 출시일은 3달 정도 남아있고, 스카이림에서는 출시 후이긴 하지만 무료로 고해상도 텍스쳐팩을 배포해 게이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도 했다. 이번에는 베데스다가 외계인을 납치하든, 스팀팩을 복용하든 좀 더 그래픽 상향에 힘써줘서 포장 비닐을 뜯고 디스크를 콘솔에 넣자마자 전 세계 게이머들의 입에서 이런 함성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War, war never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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