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19] "얼리억세스는 오픈 키친과 같다", 서브노티카 포스트모템

게임뉴스 | 원동현 기자 | 댓글: 2개 |


▲ 언노운 월드 엔터테인먼트 조나스 보텔 리드 프로그래머

지구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 인류는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담은 게임을 수없이 개발했다. 로켓을 타고 우주를 떠다니기도 하며, 때로는 시공간을 넘어 미래와 과거로 넘어가는 것도 게임 상에선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지구에는 그 어느 장소보다도 미스터리한 장소가 남아있다. 바로 늘상 우리가 바라봐오던 바다 속이다. 과거 문명이 바다 속에 잠겨있다는 속설이 오늘날까지도 떠돌만큼, 심해의 세계는 언제나 인류에게 있어 동경의 장소로 남아있다.

언노운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서브노티카는 그러한 심해의 신비를 담아냈다. 지구와는 조금 다른 외계 행성 속 바다에서 생존을 꾀하고, 미스터리를 풀어 이윽고 탈출을 감행하는 일련의 활극을 다루고 있다.

금일(19일), 언노운 월드 엔터테인먼트 리드 프로그래머 조나스 보텔(Jonas Boetel)은 GDC에서 서브노티카 포스트모템 강연을 진행했다. 해당 강연은 서브노티카의 프로토타입 개요부터 유저들의 피드백을 통해 발전해나가는 커뮤니케이션 방법론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다뤄냈다.




서브노티카는 많은 게이머의 인식에 비해 상당히 일찍 출시된 게임이다. 지난 2014년 말 얼리억세스를 시작했으며, 올해로 6년차를 맞이한 장수게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흥행에 불이 붙는 슬로우 스타터로서의 면목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2백만가량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메타스코어 역시 87점에 육박하는 등 전체적으로 좋은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조나스 보텔은 서브노티카의 시작은 전형적인 스몰 프로젝트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4명의 개발자가 6개월 간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해양 탐사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첫 목표’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게임 엔진이 유니티라는 것 외에는 전부 바뀌어버렸다. PC와 콘솔을 목표로 개발하게 됐으며, 개발자는 25명, 개발 기간은 5년이 걸렸다. 개발 비용 역시 1,000만 달러에 육박하며, 초기 계획에서 한참 벗어나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 현실은 달랐다

서브노티카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심해에서 즐기는 마인크래프트였다. 심해를 배경으로 한 별다른 생존 게임이 출시되지 않아 이를 블루 오션으로 여겼으며, 여기에 SF적인 요소와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미했다.

그는 이러한 ‘특징’들이 게임의 ‘스파이크’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본인이 GDC에서 게임에는 유저들을 찌르는 스파이크가 필요하다는 강연을 들은 바 있으며, 이러한 점에 착안해 서브노티카에 특징적인 요소들을 덧붙였다고 밝혔다.



▲ 게임에는 '스파이크'가 있어야 한다

처음으로 개발된 서브노티카의 프로토타입은 정말 단순한 모습이었다. 간단한 해양 생태계와 잠수함 등이 구비되어있었으나, 게임적인 재미는 한참 부족했다. 조나스 보텔은 "당시 서브노티카가 정말 지루했다"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게임 전반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잠수함 등이 고장 나는 시스템을 추가했다. 이는 게임에 직접적인 긴장감을 더해줬으며, 잠수함 역시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레시피만을 제공하는 형태로 바꾸어 플레이어에게 보다 큰 자유도를 부여했다.

프로토 타입 테스트를 통해 심해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산소 관리 시스템, 기술 진화 트리 등은 상당히 흥미로운 시스템인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모듈러 잠수함과 조작 체계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후 디렉터는 서브노티카의 컨셉 아트에 큰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신비로운 심해의 세계를 다양한 색채로 그려냈으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빌드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프리 알파 단계에서는 프로토타입에 비해 상당히 좋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 밋밋했던 프로토 타입



▲ 이후 월등하게 발전한 프리 알파 버전

얼추 모습을 갖춘 뒤 그들은 개발에 집중해야 할 부분을 골라냈다. 최우선 순위는 PC 플랫폼으로의 개발, 그리고 손수 제작해가는 샌드박스 형태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보다 깊이 있는 레벨 디자인과 서브노티카만의 편집 툴을 개발하기 위해 보다 많은 개발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얼리억세스를 통해 게임을 출시한 이후, 언노운 월드 엔터테인먼트 측은 텔레메트리 시스템을 활용해 피드백을 적극 수용했다. 게임 내 어떤 상황에서든 플레이어가 단축키를 누르기만 하면 바로 피드백 창이 뜨며, 4종으로 나눠진 이모티콘을 통해 직관적인 평가 역시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당시 피드백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행복’의 이모티콘을 선택한 이들의 지역 내 분포도 및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다수는 게임 시작 지역에서 ‘행복’의 피드백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으나, 특정 지역 및 동선에서도 ‘행복’이 집중되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로 ‘행복’ 표시가 비어있거나, ‘불만’의 표시가 가득한 지역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테스트 초기 일종의 랜드마크로 ‘부서진 선박’을 배치해뒀는데, 이를 유저들이 게임 내 중요한 힌트로 착각해 대거 몰린 바 있다. 이윽고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며 ‘불만’의 피드백을 집중적으로 받게된 것이다. 조나스 보텔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자신들의 동선 배치 및 레벨 디자인이 잘못됐음을 알 수 있었다며, 굉장히 유용하고 필수적인 분석이라고 강조했다.



▲ 간단하고 직관적인 피드백 시스템



▲ 유저 평가 분포도로 레벨 디자인을 검증할 수 있었다

2015년도, 서브노티카는 고래와 닮은 일종의 괴물을 게임 내에 업데이트했다. 별다른 역할은 없고, 그저 갑자기 등장해 플레이어들을 놀래키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약간의 호러 요소가 게임을 보다 흥미롭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러한 괴물 같은 크리처가 게임의 ‘스파이크’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시까지 서브노티카의 매출은 상당히 저조했다는 점이다. 해양 생존이라는 장르는 분명 독특했지만, 게이머를 끌어들일 결정적인 ‘무언가’가 부족했다. 이에 언노운 월드 엔터테인먼트 측은 매달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임팩트’ 있는 특징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이클롭스 잠수함과 리퍼를 이러한 ‘임팩트’ 있는 특징의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매달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게임 관련 지표는 꾸준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행복’의 피드백은 압도적으로 늘어났으며, ‘불만’의 피드백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한, 스트리머가 ‘서브노티카’를 플레이하며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한 스트리머는 매주 서브노티카로 콘텐츠를 만들어냈으며, 이를 통해 총합 25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스트리머가 분명 좋은 홍보수단이기도 하지만, 콘텐츠를 꼼꼼히 살펴보는 좋은 테스터의 역할도 겸비한다고 말했다.



▲ 서브노티카로 총합 250만뷰를 달성한 스트리머도 있다

스트리머와 다양한 매체에서 서브노티카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매출 역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업데이트 로드맵을 준비했으며, 이를 유저들과 친밀하게 공유했다. 또한, 게임 내 모든 데이터를 도식화해서 분석했으며, 엔진 내 기능 등을 통해 로우 데이터를 받아 자체적인 프로세싱을 거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게이머들이 게임에 보다 오래 흥미를 붙일 수 있게끔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러한 샌드박스 생존 게임은 ‘왜 생존해야 하며, 왜 탐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이에 언노운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테크니컬 아티스트인 브라이언은 잠수함을 업그레이드해가며 점점 깊은 곳으로 향한다는 ‘방향성’과 마지막에 ‘외계인’을 만난다는 ‘목표’를 구상해냈다.

실제로 시나리오 라이터를 영입해 스토리를 보다 세밀하게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낯선 환경에서 생존을 꾀하며, 궁극적으로는 로켓을 통해 행성을 탈출한다는 것이 스토리의 주된 골자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선형적인 스토리’가 있다 해도 ‘비선형적인 선택지’를 무수히 제공해 ‘선형적인 게임 플레이’를 탈피하고자 했다. 플레이어가 어떤 부분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토리’는 서브노키타의 마지막 ‘스파이크’로 자리잡았다. 멀티 플레이, 테라포밍, 날씨 등 다양한 요소 역시 고려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구현하지 못했다.



▲ 이윽고 완성된 서브노티카의 스파이크



▲ 스토리는 선형적이지만, 플레이는 비선형적이다

그는 서브노티카의 성공의 요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공포, 호기심 등 사람의 감정에 집중해 게임을 디자인했다는 점, 스트리머의 방송을 통해 게임이 알려졌다는 점, 그리고 얼리 억세스를 일종의 ‘쇼’로 소화해내며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다.

얼리 억세스는 미완성의 게임을 플레이어와 함께 개발해나가는 것과 다름 없다. 이는 마치 몇몇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오픈 키친과 같다. 요리를 만드는 걸 구경하는 것도 일종의 오락인 것이다. 물론 전제는 상호 신뢰다. 손님(플레이어)이 돈을 투자한 만큼, 요리사(개발자)는 성설하게 요리(개발)에 임해야 한다.

아울러 강연 말미에 그는 "당신의 게임과 당신의 플레이어, 그리고 당신의 본능에 귀를 기울여라”고 전했다.






! GDC2019 최신 소식은 박태학, 정필권, 원동현, 윤서호 기자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직접 전달해드립니다. 전체 기사는 뉴스센터에서 확인하세요. ▶ GDC 뉴스센터: http://bit.ly/2O2Bi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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