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e스포츠,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SEMC 윤태원 대표

게임뉴스 | 임혜성 기자 | 댓글: 4개 |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반가운 게임을 지스타에서 만났다. 베인글로리(VainGlory).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했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따졌을 때는 꽤 낮다고 생각했다. 원래 나는 모바일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 간단한 이유다. 대부분 게임이 페이 투 윈(Pay to Win)의 형태를 띠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극복하기 위해선 수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사의 목표는 수익이기에 어쩔 수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모바일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다. 가볍다는 건 모바일 게임의 장점이지만 묵직한 게임 취향을 가진 나에게 맞지 않았다. 작년 중순까지 나는 모바일 = 라이트하다는 고정 관념을 가졌었다. 그때 이 게임을 만났다. 베인글로리. 처음엔 코웃음을 쳤다. 이전까지 AOS를 모바일로 구현한 게임들은 모두 어설펐다. 재미도 없고, 깊이도 없고 무엇보다 AOS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그런데 베인글로리는 달랐다. 일단, 가장 놀랐던 것은 챔피언들의 개성이 살아 있다는 것이었고, 두 손가락으로 컨트롤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거다. 가상 조이스틱 없이, 터치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했다. AOS 장르를 내가 모바일을 통해 플레이하면서 재미를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페이 투 윈이 아니었다.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컨트롤 하나로 승패를 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베인글로리는 예상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국내 시장에서는 메인 스트림에 오르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베인글로리에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권해서 베인글로리를 접한 사람들 대부분이 무슨 모바일 게임이 이렇게 하드코어해?라는 말을 했다.

소수 팬의 성원에 힘입어 e스포츠 리그를 시작했지만,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많은 사람이 베인글로리는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윤태원 대표는 이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실패는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큰 그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e스포츠와 터치 스크린의 혁명이란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서 윤태원 대표가 가지고 있는 청사진을 엿볼 수 있었다. 청중의 시선을 50분간 꽉 붙들어 맨 윤태원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e스포츠는 점점 진화 중

국제적으로 e스포츠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짚어보며 강연을 시작하겠다. 최근 2~3년간 게임 업계 최고의 화제는 e스포츠와 VR이다.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주목 받게 된 흐름을 보자면, 우선 많은 채널에서 e스포츠에 관심을 끌게 됐다. 한국에서는 OGN을 통한 TV 중심의 컨텐츠를 만들었고, 미국에서는 트위치라는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e스포츠가 대세가 됐다. 최근에는 ESPN과 같은 게임과 관련 없었던 방송국들까지 e스포츠 방송을 시작하는 단계까지 왔다. 인터넷 산업의 거인 아마존, 페이스북도 e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하던 사모펀드들도 e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e스포츠가 가진 잠재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와 같은 자사 프랜차이즈로 e스포츠 리그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NBA 전,현 프로 선수들도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구단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중국, 대만의 경우 유명 연예인이 직접 팀을 운영하기도 한다.

작년에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가 도타2의 상금이 권위 있는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의 상금을 넘어섰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상금도 웬만한 프로스포츠를 뛰어넘고,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어떤 스포츠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어떤 브랜드가 후원을 해주느냐다. 코카콜라, 펩시, 몬스터, 레드불 등 기존 스포츠 후원사들이 e스포츠에서도 후원을 하고 있고, HTC, 레이저 같은 디바이스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단편적인 예들이 e스포츠가 국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거다.




최근에는 굉장히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블리자드가 e스포츠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란 e스포츠 팀들이 모여서 연합체를 만들고, 게임 회사가 연합에 들어가 그 연합체의 일원이 되어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것이다. 이건 e스포츠가 스포츠화되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단계다. 이 프랜차이즈를 통해 리그가 운영되고, 리그 운영으로 생기는 수익이 프랜차이즈에 속한 플레이어와 팀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상금을 빼고는 혜택이 거의 없었는데,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계의 초석이 깔린 것이다.

해외 프로스포츠단의 운영은 이런 프랜차이즈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요약하자면 블리자드와 라이엇이 대회 중심의 운영에서 연합체를 통해 다른 프로 스포츠 리그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e스포츠가 기존의 축구, 농구 같은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전히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미흡하다. e스포츠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주류 언론이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e스포츠가 스포츠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긍정적인 대답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 그러나...

나는 스타크래프트1을 출시하던 시기에 블리자드에 있었는데, 이때 e스포츠가 한국에 생겨나고 발전하는 과정을 직접 봤다. 한국이 원조임은 틀림없다. 올해 LoL 세계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했고, 블리즈컨 오버워치 월드컵에서도 한국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베인글로리에서도 한국팀이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이 잘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산업으로 봤을 땐 어떤가? 사실 프랜차이즈는 한국에서 먼저 시도했다.

KeSPA(한국 e스포츠 협회)는 기업 팀들이 모여 운영 단체를 만든 것이다. 문제는 질적인 발전을 많이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e스포츠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국 e스포츠 프로팀들은 모 회사의 PR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 스스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다. 이건 큰 문제다.

OGN, MBC 게임과 같은 케이블 TV 채널을 통해 한국이 e스포츠라는 새로운 걸 만들었지만,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놓쳤다. e스포츠의 스포츠화를 하기 위한 여러 단계를 놓침으로 현재 한국 e스포츠의 주소는 세계 e스포츠에 선수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야구로 치면 쿠바다. 쿠바에는 유능한 선수들이 많아 MLB에 선수들을 공급하지만, 쿠바 리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떨어진다. 한국 e스포츠도 그렇게 되고 있다.



■ 모바일을 선택한 이유? 접근성과 보편성




이제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지금까지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모든 게임이 PC다. 도타2, LoL, CS:GO, 오버워치 등등. 일 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모바일이 e스포츠에 더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말했을 때, 다들 비웃었다. 올해 내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스포츠를 보면 축구, 야구, 농구들은 친구들과 함께 골목이나, 운동장에서 하는 거다. 그야말로 생활 스포츠다. 골목에서 놀던 사람 중 잘하는 사람은 프로가 되고, 잘 안되면 팬이 된다. 스포츠화를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접근성이다.

한국은 PC방이라는 장소가 있어 친구들과 함께 생활 스포츠처럼 즐기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강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PC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다. 모바일은 접근성이 뛰어나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PC 게임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하이엔드급 PC가 필요하다.




반면, 모바일은 여기 계신 모두가 가지고 있을 거다. 홍콩은 일 인당 1.5개의 모바일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엔드 PC의 경우 전 세계에서 7~8억대 판매, 설치되고 있다. 이 숫자는 더 증가하지 않고, 정체됐다. 터치스크린을 가진 모바일 디바이스의 숫자는 내년에 30억 개에 육박할 거란다. 접근성, 보편성에서 모바일이 가지는 장점이다.

성능 면에서도 모바일은 PC에 버금갈 정도로 강력하다. 작년에 출시된 아이폰 6s는 같은 해 나온 저가형 맥북과 성능이 비슷하다. 모바일 기기로 2~3년 전 PC 게임을 해도 이상이 없다는 거다. 모바일이란 플랫폼에 매력을 느낀 나는 이 플랫폼에 맞는 훌륭한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 그러나 플랫폼의 완벽함과는 별개로 모든 모바일 게임이 e스포츠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 모바일 게임이 e스포츠 종목이 되려면?




첫째는 당연히 재미다. 이에 못지않게 다른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두 번째가 e스포츠화를 노리는 개발자분들이 간과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페이 투 윈(Pay to Win)의 방식이다. 이런 불공평한 플레이 배경이 만들어지면 e스포츠 종목이 되기 어렵다. 세 번째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이다. e스포츠 타이틀에 적합한 방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CS:GO라는 훌륭한 e스포츠 종목이 있지만, 이를 제외한 다른 FPS 게임들은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고 즐기기 위해서는 게임을 이해할 수 있는 방송용 시스템이 필요한데, 만들기가 쉽지 않다. 네 번째로 기술 수준에서 경기력 차이가 나야 한다는 거다. 축구만 봐도 똑같은 공을 다루는데 동네 축구와 월드컵의 수준 차이는 엄청나다. 아마추어 레벨의 플레이어와 프로 레벨의 플레이어의 스킬 차이에 의해 게임 플레이와 결과가 달라져야 한다.

이런 사항들을 가지고도 e스포츠를 시도하면 잘 안 될 것이다. e스포츠는 두 가지 방식으로 보통 접근한다. 먼저 큰 프로 대회를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인기를 끌어 점점 유저층을 넓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기를 끌고, 점점 유저층이 넓어지며 대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으로 접근할 때 대부분이 실패한다. 프로 스포츠는 근간이 중요하다. 나는 이를 뒷골목 스포츠라고 부르는데, 첫 번째 방식으로 접근하면 뒷골목 스포츠가 자라기 어렵다. 뒷골목 스포츠가 없는 상태에서 리그를 시작하면, 경기를 봐도 재미가 없고 선수층도 얕기에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다. 뒷골목 스포츠가 프로 경기보다 중요하다.

⊙ e스포츠 산업 생태계 구축의 핵심은?




e스포츠가 산업이 되기 위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선수들이 나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을 제작하는 사람, 송출 하는 사람, 중계하는 사람, 스폰서를 구하는 사람, 선수들을 관리하는 사람 등등이 모여 유기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그런데 각각의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그 생태계는 점점 죽어가고 끝에는 무너진다. e스포츠 업계의 큰 숙제 중 하나가 이런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다. LoL, 블리자드가 말한 프랜차이즈가 다음 레벨의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중요한 단계다.



■ 그럼 베인글로리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먼저 개발자들에게 당부해두고 싶은 말이 있다. e스포츠를 위해 게임을 만들려고 하지 마라. e스포츠는 개발자가 아니라, 커뮤니티가 만드는 거다. 커뮤니티에서 너희의 게임이 재미가 있고, 보는 것도 즐겁다고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e스포츠가 된다. 물론, e스포츠화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개발할 수 있지만 구 할이 실패할 것이다. 막상 e스포츠를 시작해도 갈 길이 멀다. 재밌는 게임을 출시하고, 개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커뮤니티를 관리해야 하고, 스트리밍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대회를 개최하고, 운영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들고 어렵다.

나는 e스포츠 타이틀을 만들겠어!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지만, 엄청난 시간과 돈, 피와 땀이 들어간다. e스포츠를 상업적으로 본다면 썩 효율적이지 못하다. 대회를 열었을 때, 관심을 가지고 보는 이들은 100중 99가 기존의 플레이어들이다. 냉정하게 마케팅적으로 보자면 잡은 물고기에게 열과 성을 다해서 밥을 주는 건 바보짓이다. 마케팅에서 이점을 가지기 위해 e스포츠 타이틀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베인글로리도 지금까지 e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실현할 수 있을지는 우리도 확신이 없었다. 게임을 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지 커뮤니티에서 팬들이 스스로 토너먼트를 조직하고, 대회를 시작하더라. 우리의 주도하에 열린 것이 아니다. 그제야 아 우리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베인글로리로 대회를 통해 경쟁하는 걸 즐긴다고 생각했다.

팬들의 요청을 받아 옵저버 모드를 만들었다. 플레이어들이 굉장히 만족했고, 스트리밍이나 토너먼트에서 옵저버 모드를 사용했다. 커뮤니티에 우리가 도움을 주고 싶었고, 워낙 커뮤니티가 많다 보니 해야 할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어느 순간 풀뿌리들이 너무 많이 자라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 프로 리그를 열어야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우리의 작년 핵심 성과 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s)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트위치에서 방송을 하고, 또 보는가. 두 번째는 사용자들이 하루에 베인글로리를 어느정도 플레이하느냐였다. 왜 일반적인 지표가 아닌, 이 두 가지를 KPI로 봤냐면... 기업 비밀이다(웃음). 베인글로리가 e스포츠 종목이 된 지 1년 3개월 정도 됐다.

OGN, 트위치, 일본 케이블 TV로 중계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 8개의 다른 카메라로 다양한 각도를 볼 수 있는 중계 모드도 개발했다. 미국에서는 기존 프로게임단이 베인글로리 팀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내년부터는 e스포츠 연간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거다. 6개의 지역에서 프로 리그를 열고, 그 프로 리그에 참여하기 위한 챌린저스 리그도 공개할 것이다. 뒷골목 스포츠의 핵심인 커뮤니티 대회도 계속 지원할 생각이다.




굉장히 길고 두서없이 이야기했지만, 핵심을 이 사진으로 설명하겠다. 캄보디아에서 두 달 전에 열린 랜파티 현장 사진이다. 캄보디아는 프로리그도 없고, e스포츠가 산업화가 안 된 곳이다. 그런 e스포츠 불모지에서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랜파티를 한다고 공지했고, 펩시의 후원을 따내 카페를 빌려 랜파티를 했다.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e스포츠 프로화의 핵심이다.

현재 대부분 게임이 위에서 아래로(top to bottom)의 방식으로 e스포츠에 접근하고, 실패한다.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가지고, 리그를 시작했던 LoL, 오버워치 같은 게임이 아닌 이상. 아래에서 위로(bottom to top)의 방식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다. 내가 준비한 것은 여기까지다. 들어줘서 감사하다.


■ 질의 응답

Q. 베인글로리를 개발하고, e스포츠화를 하는 데 있어 힘든 점이 없었나?

게임 개발을 해보면 알겠지만, 모든 게 다 힘들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했었고, 좋아해서 결국 커서도 게임 업계에서 일하게 됐다. 밤도 많이 새고, 사고도 자주 생긴다. 하지만 재미가 있기에 하는 거다. 구체적으로 힘든 점을 이야기하자면 앞의 강연자분이 주제로 삼았던 VR에서의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예를 들어 설명하고 싶다. UX에서 표준이 중요한 이유가 뭐냐면 10년 전에는 콘솔 게임에 FPS 장르가 없었다. 헤일로라는 게임이 나오면서 표준이 잡히고, 이후 헤일로의 ui(user interface), UX를 표준으로 삼아 FPS 게임들이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헤일로의 UX, UI가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개발자가 갈려나갔을까.

우리도 개발 시간의 반을 UI에 사용했다. 누구도 터치만으로 AOS 장르를 만들려 한 적이 없었기에 선발 주자에게는 심도 있는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VR은 내가 봐도 무서운 게 꽤 오래 게임을 개발하고, 판매했지만 VR처럼 많은 문제가 해결이 안 된 플랫폼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우리 같은 경우는 VR로 콘텐츠를 만들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불확실한 것에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VR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개발자와 투자자들이 존경스럽다. 그분들 중 99%는 가루가 된다. 그들이 남긴 시체를 딛고 VR이 언젠가 훌륭해질 거다. 우리는 그때 VR을 만들 거다(웃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는 게 가장 힘들다.


Q. 초기에 많은 투자를 받고, 시작했다. 투자자들에게 어떤 점을 어필했기에 거액의 투자 유치가 가능했나?

나는 초창기에는 없어서 잘 모르겠다(웃음). 우리 창업자들이 네 명이다. 엔지니어 네 명이서 개발한 게임 엔진을 베이스로 창업을 시도한 것인데, 그들이 개발한 게임 엔진 자체가 워낙 훌륭해서 이를 근거로 많은 벤처 캐피탈들을 만나 투자를 받게 됐다.


Q. 한국에서의 성적이 저조하다. 한국은 PC 보급률도 높고, 뒷골목 스포츠를 하기 위한 장소인 PC방도 존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시장을 공략해야 베인글로리가 흥행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나?

중요한 포인트다. 한국이 게임 개발자로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오버워치를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오버워치만을 플레이한다. 그걸 뚫고 나가는 것이 정말 힘들다. 거기다 모바일로 코어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렸다. 이 외에도 여러 애로사항이 있는데, 이것들이 겹쳐 한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장기전으로 나갈 생각이다. 모바일 플랫폼이 가진 잠재력을 믿는다. 2014년부터 1년 6개월 동안 다른 회사처럼 대규모 투자를 짧은 시간에 하진 않았으나, 커뮤니티와 함께 작업하면서 조금씩 성장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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