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컬쳐] 진정한 의미의 ‘스파이더맨’의 완성이란

게임뉴스 | 전세윤 기자 | 댓글: 8개 |



(※ 본 기사는 스포일러성 문구가 담겨져 있으니 읽으실 때, 주의바랍니다.)


『스파이더맨.』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서양의 슈퍼히어로 세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DC 코믹스의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맨을 떠올릴 것입니다. 가끔 원더우먼이 나오기도 하고, 최근에는 오히려 아이언맨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마블을 지켜온 히어로는 스파이더맨일 것입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배트맨 아캄버스 이래로 콘솔 비디오 게임에서 크게 성공한 코믹스 기반 작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인섬니악 게임즈가 발매한 ‘마블 스파이더맨’은 후속작 발매가 확정되었으며, 후속작에서는 인기 빌런 중 한 명인 베놈이 등장하죠. 중간에 확장팩, ‘마일즈 모랄레스’를 출시해 당시 화제가 되었던 흑인 스파이더맨을 데뷔시켰죠.

그리고 한국에서 스파이더맨의 인기를 끌어올린 작품은 바로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파이더맨 열풍을 불러일으킨 트릴로지는 스파이더맨 3을 마지막으로 감독과 제작사의 결별로 인해 명맥이 끊어졌죠. 이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만들었지만, 흥행이 시원치 않았고, 마블 스튜디오가 주도하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 성공적인 코믹스 기반의 게임, '아캄버스'



▲ 그리고 마블 스파이더맨 또한 성공을 거두어 2편이 제작되는 중이죠

여하튼 주저리주저리 잡설이 길었습니다. 굳이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길게 말한 이유는 바로 이번 스파이더맨 신작이 제 마음속에서 깊게 자리 잡은 추억을 불살라주었고, 많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해 준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죠. 소니 픽처스와 마블 스튜디오의 협업으로 인해 20년간의 추억,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노 웨이 홈). 이번 영화에 갈채와 박수를 보내기 위해 저는 타자를 두드렸습니다.

‘톰 홀랜드’가 열연하는 이번 작품은 마블 스튜디오가 공들인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이자 틴에이저(청소년) 사가를 마무리 짓는 작품입니다. 또한, 이번 주제는 ‘멀티버스’로 여러 평행세계를 다루죠. 심지어 그 평행세계는 저희의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있었던 추억의 빌런이었습니다. 소니 픽처스가 단독으로 제작했던 그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이었죠.

닥터 옥토퍼스, 그린 고블린 뿐만 아니라 어메이징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와 리자드까지 불러 본작의 피터 파커에게 큰 위협을 안겨주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작중 내에 등장하는 피터의 부탁 때문입니다. 전작의 빌런, 미스테리오가 뿌린 영상은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버렸고, 결국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하게 된 피터가 더 이상의 고통을 인내하지 못한 것이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파이더맨은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피터 파커의 존재를 잊혀지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소원의 대가는 큰 법. 스트레인지는 정말로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주문을 외우게 됩니다. 그러나 예고편에서도 보여졌듯이 모종의 이유로 집중이 깨진 스트레인지는 결국 주문을 외우는 데 실패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멀티버스의 균열이 깨지게 되고 우리가 알고 있었던 빌런들이 오게 되죠. 하지만 빌런들 또한 MCU의 스파이더맨이 자신들이 알던 스파이더맨이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더욱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이번 세계에 대한 욕심을 보이죠.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들의 운명,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하며 그들을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그런 스트레인지와 대립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흘러갑니다.



▲ 뭐든지 '공짜'는 없는 법이죠.
(출처: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 어쨌든 멀티버스로만 존재했던 빌런들을 불러왔으니
(출처: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 원래 세계로 되돌려놔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이번 노 웨이 홈은 스파이더맨의 정수입니다. 스파이더맨 트릴로지가 위대한 영웅의 모습과 성장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선 보다 원작에 가까운 스파이더맨의 고증과 함께 화려한 액션, 영상미를 선보였다면, MCU 스파이더맨은 거대한 하나의 서사시였던 MCU의 톱니바퀴로 작용하면서 맞물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걸 이번 노 웨이 홈을 통해서 MCU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오직 스파이더맨 하나에만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추억만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에 대한 고증, 그리고 추억에 대한 존중과 헌사가 계속해서 쏟아졌습니다. 단순히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재해석한 것뿐만 아니라, 원작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째서 노 웨이 홈에 옮겨져 오면서 이 빌런의 모습이 달라졌는가를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모습만 달라졌을 뿐. 우리가 알던 캐릭터 그대로였습니다. 그린 고블린은 이면을 보여주며 여전히 사악한 모습을 보였고, 샌드맨은 MCU의 피터 파커를 믿지 못했을 뿐, 여전히 선했습니다.

또한 음악(OST)의 어레인지를 통해 알게 모르게 스파이더맨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들에게 인상을 크게 심어줬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일렉트로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단순히 어울리는 OST를 깔지 않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작곡가 한스 짐머가 작곡한 ‘My Enemy’의 강렬한 멜로디를 일부 가져왔습니다. (이후, 2회차 관람을 하면서 크레딧을 지켜본 결과, 'I'm Electro'라는 곡에 한스 짐머가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니 엘프만이 작곡한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상징적인 메인 테마의 멜로디도 가공되어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듯, 팬서비스 측면에서는 100점 만점을 주어도 모자랄 만큼의 멋있는 순간을 연이어 만들어냈습니다. 모든 스파이더맨의 실사영화를 본 적이 있고, 그에 대해 좋은 추억을 안고 있다면 절대 싫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작중 내에서 ‘최고의 성장’을 이뤄내면서 작중 내내 뜻깊은 의미를 선사해줍니다. 팬서비스 작품으로 이렇게까지 잘 만들어진 작품은 정말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 2회차를 보러가시는 분들이라면 각 시리즈의 메인 테마와 이 곡은 듣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유튜브 'Hans Zimmer - Topic' 채널)



▲ 히어로의 '과오'와 '트라우마'를 씻는 듯한 느낌의 상쾌함을 준 본작
(출처: 네이버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스틸컷)

노 웨이 홈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볼까요? 우선 스파이더맨은 불행의 아이콘입니다. 거미에게 물려 초능력을 얻게 된 피터 파커는 수많은 사람을 도와주며 ‘친절한 이웃’이라는 아이콘을 얻지만, 빌런들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들키기도 하고, 주변 인물들이 죽거나 혹은 다치기도 합니다.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게 되면 피터 파커인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하죠. 생활을 양립할 수 없는 스파이더맨의 고뇌는 작품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건 원작인 카툰은 물론, 영화가 되었건, 게임이 되었건 간에 변함없는 요소입니다.

이번 작품은 그 모든 것을 꿰뚫었습니다. 피터에게 지금껏 슬픔과 좌절, 성장을 주었지만, 그 강도가 약했고 아직도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의 그늘에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었죠. 그 모든 것을 본작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그것을 여실히 보여줌과 동시에 피터 파커가 아닌 진정한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하게 되죠.



▲ 저는 우선 샌드맨이 정말 좋았습니다. 3편 이후의 재회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거든요
(출처: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3' 스틸컷)



▲ 그리고 이번 작품의 최고 빌런, '그린 고블린'. 윌렘 대포의 연기에 흠뻑 반한 순간이었죠
(출처: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 숭고한 희생을 이루어낸 아이언맨과 정반대의 입장에서, 그러면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성장한 스파이더맨
(출처: 네이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틸컷)

결과적으로 틴에이저 시리즈는 스파이더맨의 기원을 다루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이언맨의 그늘에서 성장해 멋진 슈트를 받고, 갖은 활약과 성장을 겪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스파이더맨과는 거리가 멀었죠. 하지만 진정한 성장을 이뤄낸 지금은 본작을 통해 ‘귀가할 집이 없다.(노 웨이 홈)’는 부제를 훌륭하게 이뤄냈고, 미성숙하고 어렸던 피터와 결별하게 됩니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뒤가 마치 그린 스크린처럼 보이는 듯한 질이 떨어지는 CG와 부족한 액션씬 등이 있습니다. 특히 액션씬의 경우에는 전작인 파 프롬 홈에서 성장을 이뤄냈었기에 더욱더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그래도 닥터 스트레인지와 MCU 스파이더맨의 다툼, 닥터 옥토퍼스와의 다리에서의 첫 결투, 그린 고블린과의 처절한 첫 싸움은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히 과거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에게 있어선 그저 MCU 스토리의 연장선으로 보일 가능성이 큰데, 이를 고려하면 시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평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억이 불러일으키는 감동이 줄어든다면 노 웨이 홈의 단점이 여과 없이 그대로 보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하지만 떨어져 있던 시리즈를 서로 이어주고 시리즈의 팬들을 전부 만족시킨 본작의 의의 자체가 하락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그 외에도 MCU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지금까지 스파이더맨을 지켜봐 온 팬들에게는 오히려 너무 가혹한 시련을 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MCU의 피터가 시련이 아예 없었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으니깐요.

여하튼 진정한 의미로 ‘스파이더맨의 완성’을 보여준 노 웨이 홈 덕분에 MCU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커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예고편까지 쿠키 영상으로 보여주었기에 자연스럽게 다음 MCU 영화에 대한 흥미를 이끌었죠.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10년간의 결실을 보여준 MCU는 소니와의 협업을 통해 그보다 더한 20년의 결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멀티버스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새로운 작품들의 편입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의 세계도 멀티버스로 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죠. 지금도 꿈만 같지만, 기왕이면 게임판만의 '스파이더버스'도 경험해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이번 영화를 통해 큰 성장을 이룬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의 향후 행보가 너무 궁금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스틸컷)



▲ 게임만의 스파이더버스는 안 만들어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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