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비스 1년 차 '이터널 리턴', 다시 해도 재밌을까

기획기사 | 정수형,전세윤 기자 | 댓글: 25개 |



한창 재미있게 즐기던 게임이라도 어느 순간 흥미를 잃고 접는 사례는 흔하다. 그만두는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게임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모두 즐긴 후 딱히 할 게 없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해서 접는 경우가 많다. 다만,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는 싱글 게임과 달리 온라인 게임은 주기마다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지니 단순히 접는다기보단 잠시 그만둔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지난 17일, 시즌 5를 맞이한 '이터널 리턴'에 흥미가 생긴 것도 어찌 보면 잠시 그만뒀던 게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즌 1 기간에 플레이 타임 200시간을 돌파하며 즐겁게 했던 게임인지라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호기심이 동했다. 이따금 시즌 업데이트 기사를 통해 게임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한편, 게임을 설치하는 동안 정말 복귀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일반적인 RPG라면 다시 캐릭터를 육성하고 던전을 가던 레이드를 가면 그만이지만, '이터널 리턴'은 PvP 위주의 게임이라 플레이어의 전투 센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했을 때도 배틀로얄과 AOS가 합쳐진 특유의 시스템으로 초반 진입 장벽을 겪었던 기억이 남아 있으니 어딘가 꺼림칙하다. 괜히 했다가 시간 낭비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 불현듯 '이터널 리턴'에 진심인 동료 기자가 생각났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생각난 김에 얼른 N기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N 기자 - '이터널 리턴'을 주로 담당하는 동료 기자. 얼리 엑세스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플레이하고 있으며, 플레이 타임 1000시간을 훌쩍 넘겼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현우를 꼽고 있으며, 그의 기사에서 현우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껴볼 수 있다.


복귀자 : 시즌 5 시작되고 시간이 좀 지났는데 게임 분위기는 어때요?

N기자 : 사람마다 분위기가 다른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갈려요. '교전' 중심으로 바뀌었거든요. '이터널 리턴' 커뮤니티 유저들은 좋아해 주는데, 반대로 제 친구들은 정말 싫어했어요. 좋아하는 이유라면 '교전 중심'이 되었으니까 이제 실력 요소로 게임의 판가름이 많이 정해지고 싫어하는 이유라면 게임의 흐름이 너무 라이트하게 바뀌었고 승리 패턴이 희석된 것을 말합니다.

근데 이 게임의 유저수가 그리 많지 않고, 절반 이상의 유저가 커뮤니티에 모여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위기 자체는 좋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코어 요소가 희석되고 더욱 라이트 해졌기에 친구들에게 영입하기 쉬워졌다는 글도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제 친구들은 이전부터 그 코어 요소를 보고 게임을 하던 친구들이니까 참 아쉽습니다.



'이터널 리턴'의 얼리 엑세스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화석 기자의 말을 들어보니 불현듯 시즌 5에서의 변경점들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교전 위주로 바뀌었다는 말은 시즌 5에서 새롭게 추가되는 시스템과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 시즌 5에서의 변화는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듀오 및 스쿼드 모드를 자주 하는 유저에게 해당하는 자동 부활 시스템의 도입이다. 쉽게 말해 듀오 및 스쿼드 대전에서 이틀 차 밤이 되기 전에 죽는다면 30초 후 원하는 지역에서 자동으로 살아날 수 있다. 이전에도 부활 시스템이 없진 않았지만, 죽은 유저에게 팔찌를 얻은 후 맵에 존재하는 3개의 부활 포인트에 찾아가 되살려야 했다.



▲ 듀오 및 스쿼드 모드에서 전투 중 사망할 경우

일단, 게임 내에 딱 3명밖에 되살릴 수 없다는 점과 시체에서 팔찌를 회수해야 하는 점, 마지막으로 부활 기계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다 보니 미리 상대방이 기계 근처에서 대기하거나 시체 주변을 지키고 있으면 되살리기가 너무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특히, 살아난다고 쳐도 부활을 하는 과정에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선두 그룹과의 격차를 좁히는 게 너무 힘들었다.

새롭게 바뀐 시스템은 파티원이 한 명이라도 생존해 있다면 일정 시간 뒤 자동으로 부활할 수 있으니 초반 교전에 거침이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의 페널티가 줄어든 배틀로얄 게임이라니. 그야말로 대놓고 싸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셈 아닌가.

다른 두 개의 변경점은 액티브 아이템 추가와 무기의 개성을 강화해주는 무기 숙련도 다양화로 이 역시 전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투에 여러 시스템을 추가해 교전 시 변수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솔로 모드보단 듀오 및 스쿼드 모드에서 큰 변화가 생긴 시즌이 아닐까 싶다.



▲ 30초 후 원하는 위치에서 부활할 수 있다!


복귀자 : 그럼 시즌 1에서 접었던 유저가 시즌 5로 복귀하면 어떨까요. 지금 해도 괜찮겠죠?

N기자 : '이터널 리턴'의 어떤 요소를 보고 복귀하느냐에 따라 다를 거라 생각하는데요. 일단 치고받으면 재밌잖아요? 사람과 경쟁하는 게임은 대부분 그런 싸우는 요소에서 재미를 찾으니깐요. 그러니 복귀하는 사람들이 싸움을 좋아하고 제작과 생존에 비중을 두지 않았던 유저라면 금방 익숙해져서 자리 잡을 겁니다.



생존보다 여포 플레이에 로망이 가득했던 게이머로서 고인물 기자의 답변은 아주 훌륭한 정답이었다. 마침 설치도 끝났으니 더 이상의 두려움은 없다. 바로 게임을 켜고 루미아 섬의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후 몇 일 동안 게임을 쭉 해보니 확실히 시즌 1 때와는 정말 세세한 부분에서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비단, 앞서 언급했던 시즌 5의 변화 외에도 거쳐온 시즌의 변화를 모두 체험할 수 있어서 더욱 크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예전과 달라졌다고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진입 장벽의 완화였다. 게임 편의성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과거에는 장비를 파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면 최근 '이터널 리턴'은 파밍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교전을 할 수 있도록 게임이 최적화됐다.



▲ 캐릭터 선택창에서 추천 루트를 고를 수 있는게 생각보다 편하다

장비 로드아웃도 인게임 캐릭터창에서 추천 트리로 선택할 수 있었고 내게 필요한 아이템의 경우 상자를 클릭하면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가방으로 자동 수집된다. 혹은 상자를 열어둔 상태에서 곧바로 장비를 제작할 수도 있었다. 지역마다 상자의 노선도 최적화가 이뤄져 있었고 빠른 이동을 위해 구역을 지나칠 때마다 이동속도 버프를 걸어주는 등 초반 템포가 시즌 1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빠른 초반 템포를 바탕으로 유저들은 1일차 밤부터 치열한 교전을 벌였으며, 생존 확률을 높이고자 상위 아이템 파밍에 발 빠르게 나섰다. 여기서 또 달라진 점 하나가 기존에는 상위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선 운이 좋아야 했지만, 이제는 정해진 시간마다 상위 아이템을 확정으로 얻을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제 본인의 성장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 루트를 확정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되면서 계획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가령, 1일차 밤에는 호텔과 묘지에서 생명의 나무가 등장하고 2일차 밤에는 미스릴을 주는 알파라는 몬스터가, 3일차 밤에는 포스 코어를 주는 오메가라는 몬스터가 확정으로 등장한다.

초반 교전에서 강력한 캐릭터라면 곧바로 오브젝트 싸움에 들어가면 되고 중후반을 바라보는 캐릭터라면 다른 유저들이 오브젝트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야생동물을 잡거나 또 다른 장비를 제작하면서 이전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명확한 목표가 생기니 교전 타이밍을 계획하기가 이전보다 수월했고 더욱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져 꽤 만족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 같은 캐릭터여도 어떤 특성을 선택했냐에 따라 운영 방식이 달라질 정도다

특성과 액티브 아이템 역시 전투의 양상을 크게 바꾼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시즌 1 당시에는 캐릭터의 능력을 특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장비 외에는 없었다. 따라서 매 판 하나의 캐릭터가 낼 수 있는 포텐셜의 제한이 존재했고 이는 게임을 단순하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특성과 액티브 아이템은 이러한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캐릭터의 장점을 끌어올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가령, 장기적인 교전 능력이 취약한 캐릭터라면 흡혈 특성을 선택해 교전 중 끊임없이 체력을 회복할 수 있고 생존력이 부족하다면 금강 특성으로 일시적인 방어막을 얻고 적에게 슬로우를 걸 수도 있다.

액티브 스킬은 시즌 5에서 새롭게 도입된 시스템으로 모든 장비에 액티브 스킬이 장착된 것은 아니고 몇몇 상위 장식 장비에만 적용되어 있다. 캐릭터의 이동속도를 순간적으로 빠르게 만들거나 방어력을 올려주는 등 교전 상황에서 역전의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스킬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액티브 스킬을 갖춘 장비는 대체로 만들기 까다로운 편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전투에 변수가 많아야 이득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꽤 유용하게 쓰였다.



▲ 액티브 스킬은 없어도 크게 문제될 건 없으나 있으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복귀자 : 초반 교전이 빨라졌다는 점에서 완전 공감이 가네요. 초창기부터 쭉 게임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셨는데 어때요?

N기자 : 확실히 이 게임은 변화 요소가 많습니다. 알파와 오메가라는 오브젝트가 추가됐을 때도 그렇지만, 인터페이스가 바뀐 것도 굉장히 놀랐죠. 얼리 엑세스 게임답게 새로운 장비 및 효과, 무기 종류의 다양화 등 계속 등장합니다. 이 때문에 처음과 비교하자면 게임이 굉장히 편해져 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운석이나 생명의 나무 시간, 위클라인이 등장하는 시간대, 심지어 하이퍼루프를 타면 나타나는 발판을 통해서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고수분들은 이를 철저하게 이용했죠. 야생동물도 이 시간에 죽이면, 대충 이쯤에 등장하겠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부분에서 어드밴티지를 얻기 쉬웠습니다. 솔직히 입문자로선 그냥 돌아다녔더니 야생동물이 없네? 발판을 통해서 위치를 안다고? 그런 걸 어떻게 해? 같은 느낌이죠.

그걸 전 유저에게 공통으로 풀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초보자여도 운석과 생명의 나무 캘 수 있도록 말이죠. 하이퍼루프로 알 수 있던 위치, 시야는 이제 사라졌고요. 그러고 보니 최근 패치 중에서 스쿼드를 했을 때, 팀원을 아는 방법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체력 바를 통해서 2명은 빨간색인데 1명은 흰색이죠. 이러면 흰색은 다른 팀이라는 걸 알아서 어드밴티지가 꽤 있었는데 최근 패치를 통해서 이걸 누구나 알기 쉽게 바꿨어요. 이젠 Tab키를 눌러서 팀마다 표기되는 색을 보면 되니까요.



앞서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느끼기에도 진입 장벽의 완화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게임을 운영할 때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게 하여 모두가 계산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굳이 보려고 하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 알람으로 알려주니 정보를 떠먹여 준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흔히 고인물과 청정수를 가르는 주요 장치 중 하나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아쉽게 볼 수 있겠지만, 이는 게임의 플레이를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 적의 위치를 잠깐 알려준다거나 오브젝트 시간을 보여주는 등 게임의 편의성이 높아졌다

게임에서 반드시 익숙해져야만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이터널 리턴'으로 따지면 각 캐릭터의 특징을 파악하고 대응 방식을 알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전투가 아닌 생존을 목표로 한 게임인 만큼 싸웠을 때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흔히 초보자들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본인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자각하지 못한 채 일단 적이 보이면 싸우려고 하고 빠르게 패배하는 것이다.

게임에 익숙해진 유저라면 상대방의 상태를 보고 견적을 내본 뒤 만만하다고 생각이 들 때만 교전을 하려고 한다. 어찌 보면 약자만 찾아서 싸우려는 얍삽한 사람 혹은 겁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생존 게임에서 그런 것은 오히려 칭찬에 가깝다. 이처럼 바뀐 게임의 편의성은 게임을 진행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들에 한해서 제공해줄 뿐 게임을 운영할 때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오랜만에 복귀한 유저로선 꽤 고마운 변화로 느껴졌다.



▲ 초창기와 달리 캐릭터도 많아져서 알아야 할게 늘어난 기분

몇 일간 시즌 5에 접어든 '이터널 리턴'을 하면서 느낀 점은 얼리 엑세스 게임답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모습이 체감된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도 교전 위주로 재미있게 게임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지금 다시 시작해도 크게 부담 없을 정도로 게임의 편의성도 좋아졌고 많이 친절해졌다. 다만, 게임의 흐름 자체가 교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인 운용 외에 피지컬의 한계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는 점에선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아직 얼리 엑세스인 만큼 앞으로도 꾸준하게 게임을 다듬어간다면 지금보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한창 개발 중인 4:4 신규 점령 모드의 경우 파밍, 제작, 숙련도 등이 사라지고 무한 부활을 통한 난투를 제공한다고 하니 새로운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N기자에게 한 가지를 더 물어봤다. 1년 넘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없는가. 이에 N기자는 "딱히 바라는 것은 없고 현우 버프나 해주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쿨하게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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