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on] 진짜 애니메이션 같은 게임 만드는 비법

게임뉴스 | 정수형 기자 |



이번 지스타 2023에서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느꼈던 작품을 하나 꼽는다면 빅게임 스튜디오의 '브레이커스'가 떠오른다. 게임을 하다보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주는데 스토리 컷신이 나올때마다 스킵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얘기를 들어줄지 궁금증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애니메이션 RPG 강자로 떠오르는 빅게임 스튜디오는 어떻게 해서 이처럼 뛰어난 애니메이션 연출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2023년 11월 17일, 지스타 2023 컨퍼런스에서 빅게임 스튜디오의 최재영 대표는 서브컬쳐 게임제작을 위한 렌더링과 스토리텔링 기법을 주제로 작업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공유하고 더 나은 개발을 위한 밑거름이 될 강연을 진행했다.



▲ 빅게임 스튜디오 최재영 대표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세계관 설정, 캐릭터 설정 그리고 연출에 대한 방식과 흐름이다. 최재영 대표는 이를 진행하면서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지점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첫 번째는 세계관 설정이다. 흔히 세계관을 설정할 때 방대하게 짤 지 혹은 좁고 깊게 짤 지 고민한다. 이중 어떤 게 애니메이션 스타일에 맞는 방식일까 생각할텐데 사실 이는 상관없다. 판타지든 무협이든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최재영 대표는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토리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대는 나의 삶과 내 이야기가 결부돼야 한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으면 이야기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드래곤볼을 예로 들면 원래 손오공의 처음 목표는 천하제일 무술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회차가 넘어가면서 지구를 구하러 간다. 만약, 처음부터 지구를 구하러 가는 길에 천하제일 무술 대회에 가는 방식이었다면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은 캐릭터 설정이다. 캐릭터를 설정할 때는 반전매력이 중요하다. 다만, 반전 매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재영 대표는 많은 작가와 협업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잘 되진 않았었다고 밝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세계관을 짤 때처럼 너무 깊고 공감되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설정할 때 소설의 문법을 따른다. 예를 들면 드래곤볼의 무천도사를 떠올려보자. 대머리에 호색한이지만 사실 세계 최고의 무도가라는 간단하고 직관적인 설정을 갖고 있다.




반면,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을 애니메이션에 넣으려면 해당 캐릭터를 묘사하기 위해 엄청난 회차가 필요하다. 캐릭터의 깊이를 다 설명해야만 해당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처럼 빠른 템포의 연출과 이야기를 풀기 위해선 캐릭터의 설명이 매우 직관적이고 빨라야 한다.

캐릭터 설정 관련해서 브레이커스 개발 일화 중 하나가 소개됐다.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는 브레이커스에서 꼬마 용족을 잡아달라고 했는데 어떤 사람이 종족을 멸망시킨 자라는 콘셉트를 들고 왔다. 애니메이션 7화쯤에 종족을 멸명시킨 자라는 꼬마 용족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여낼 것인가를 생각하면 결코 쉽지 않다.

반면, 처음부터 거창한 콘셉트로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게 아니라 꼬마 용족이지만 물건을 훔치기 좋아하거나 혹은 꼬리를 부끄러워하는 애니메이션적인 설정을 넣어두면 등장시키기 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 설정을 가볍게만 가자는 의미는 아니다. 첫 시작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설정해 호기심을 불러내고 뒷 이야기로 조금씩 풀어나가면 된다.




최재영 대표는 흔히 애니메이션하면 2D를 얘기하는데 2D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을 비현실적인 표현의 확장이라 생각했다. 주변에서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RPG를 만들고 있다고 해서 보면 정작 2D 애니메이션에서 나올법한 표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래픽을 카툰렌더링으로 만들고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RPG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만 갖고는 사람들의 공감대와 시선을 잡기에 부족하다고 전했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 그리고 연출 방식을 잘 조합해서 만들어야 애니메이션과 같은 RPG가 아닌가라고 본인의 소견을 밝혔다.




스토리텔링에 이어 다음은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렌더링 방식에 대해 발표했다. 브레이커스는 언리얼 엔진4로 개발 중이지만 언리얼 엔진에 있는 기능 대부분을 꺼둔 채 제작됐다. 이에 최재영 대표는 아마 유니티로 개발하는 분들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먼저, 비실사 렌더링의 문제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을 셀 셰이딩은 dot 값에 따라 단계적으로 음영을 표현하며, if문 혹은 텍스트를 통해 음영 분기가 이뤄진다. 다만, 이렇게 했을 경우 폴리곤이 복잡해지거나 법선벡터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구간이 발생하면 그림자가 이질적으로 생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예시로 캐릭터 얼굴에 그림자가 생기는 예시를 살펴보니 얼굴의 음향이 어색하고 깨진 것처럼 보이는 게 발견됐다.

언리얼 엔진4는 PBR 기반이 자리 잡았다 보니 NPR을 위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이에 최재영 대표는 두 가지 방식을 고려했다. 포워드 렌더링과 셀 셰이딩을 위한 라이팅이다. 포워드 렌더링의 경우 모바일 지원이 잘되고 최적화 및 다양한 렌더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셀 셰이딩을 위한 라이팅을 위해 언리얼 엔진에서 지원하는 기능을 모두 제거하고 디렉셔널 라이트, 스카이 라이트, 포인트 라이트 등을 빅게임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이러한 작업을 몸, 얼굴, 헤어에 맞춰서 적용했는데 몸의 경우 일반적인 툰 마테리얼을 사용해 이미지 기반 방식으로 음영의 단계를 조정했다.

얼굴은 애니메이션에서의 직화 방식으로 표현했는데 미호요에서 공개했던 원신을 참고해서 미리 정의된 그림자 이미지를 디스턴스 필드 방식을 통해 하나의 보간된 이미지로 제작됐다. 헤어 스타일도 애니메이션의 작화 방식처럼 하나의 구형 방식으로 렌더링을 작업했고 그 결과 애니메이션처럼 자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해졌다.

자동화된 애니메이션을 위한 나무 제작 방식도 언급됐다. 최재영 대표는 생각보다 나무 제작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따라서 쉽고 빠른 작업을 위해 R&D를 진행해야 했다. 이에 스피드트리와 3DS MAX를 고려했으나 스피드트리는 실사 느낌이 커서 브레이커스와 맞지 않았고 3DS MAX는 생산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절차적인 방식을 사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후디니(Houdini)를 이용해 제작하게 됐다.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잎을 만들고 덩어리화해서 나무의 형태를 만든 뒤 라이팅을 넣으면 애니메이션 느낌의 나무가 만들어진다. 브레이커스의 경우 음영만 렌더링할 수 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역광 등을 계산하기 위해 좀 더 복잡한 형태를 갖췄다.

이처럼 한 번 R&D 작업을 거치면 이후에 작업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최재영 대표는 실제로 고퀄리티의 나무를 제작하는데 10분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이어서 나무의 여러 색깔과 형태를 제작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후디니를 통해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2D 애니메이션 연출 방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흔히 애니메이션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식이 나카무라 파편이다. 애니메이터 나카무라 유타카의 블록액션을 뜻하는 이 방식은 파괴 및 강한 임펙트를 주는 연출에 활용된다. 여러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등장하며, 브레이커스에서도 해당 효과가 쓰였다.

애니메이션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표정에 대한 방식도 언급됐다. 애니메이션처럼 드라마적 표현의 핵심은 표정이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캐릭터 표정에 주목하는데 이는 캐릭터의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가장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브레이커스는 다양한 표정을 만들기 위해 모프 타겟을 사용했다. 여러 개의 표정을 만들어두고 AI를 적용했고 텍스트에 맞춰 캐릭터 립싱크를 맞출 수도 있다. 최재영 대표는 하나의 표정을 만들면 모든 캐릭터의 표정으로 할 수 있도록 제작했는데 초반 설정이 다소 어려우나 완성해두면 생산성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카메라에 대해서도 얘기가 이뤄졌는데 2D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카메라는 보통 절대 화면을 돌리지 않는다. 화면을 돌리면 한 장씩 다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3D 게임인데 굳이 화면을 안 돌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다만, 2D 같은 감성과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선 이러한 단점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특정 장면에서 캐릭터의 신체 일부를 과장되게 표현해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더해주는 오버파셜과 2D 애니메이션에서 임펙트를 줄 때 쓰이는 이미지플레이트 그리고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그리기 위한 모션 캡쳐 기술이 설명됐다. 참고로 모션 캡쳐 기술은 전문가를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용했을때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작업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재영 대표는 "제작하는데 도음이 됐으면 좋겠고 저희의 방식이 맞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보단 저희 방식을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얻어서 더 발전시키고 멋진 작품을 만들길 기원한다"며,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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