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ON 2016] "가상현실 사업,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 볼레크리에이티브 서동일 대표

게임뉴스 | 지민호 기자 |
몇 년 전만 하더라도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생소한 단어였다. 물론 가상현실이라는 분야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주제임과 동시에 꾸준히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실제로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예측과는 반대로 가상 현실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상용화 시기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이야기해 온 인물이 있다. 과거 오큘러스 VR의 한국 지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볼레크리에이티브에서 VR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는 서동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지스타 2015에서 '가상현실 산업,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바가 있는 서동일 대표는 올해 지스타에서도 '가상현실 사업, 어떻게 진행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다시 한 번 단상에 올랐다.

[바로가기] [강연] "가상현실, 어디까지 왔는가?" VoleR 서동일 대표가 말하는 VR의 미래



▲ 볼레크리에이티브 서동일 대표



◆ VR - 차세대 플랫폼

서동일 대표는 본격적으로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2016년 글로벌 VR 생태계 맵'을 통해 가상현실에 대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가상현실에 대한 발전이 왜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났을까?





이에 대해 서동일 대표는 '수확 체감'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경제 용어로 사용되는 수확 체감은 생산 요소의 투입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투자 비용에 비해 성과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이다.

과거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는 급격하게 발전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FHD(1920x1080)에서 멈춰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크기는 약 4.4~5.7인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정도 크기의 스마트폰에서는 FHD 이상의 해상도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4K가 넘어가는 지금의 해상도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으니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더는 팔릴만한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가상현실을 체험해보면 화질이 안 좋거나 해상도가 애매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특히, PS VR을 플레이해보면 크게 느껴진다. 지금 가상현실에 사용되는 해상도가 FHD급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에서는 멀쩡한 디스플레이가 왜 가상현실에는 그런 것일까? 가상현실에 사용되는 어안 렌즈에 FHD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기에 맞는 디스플레이가 필요해지면서 그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수확 체감이 사라지면서 더 좋은 디스플레이를 만들 필요가 생겼다. 다만, 현재 흥행하고 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4~5년 정도 된 게임이다 보니 소비자들은 굳이 PC를 업그레이드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엔비디아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PC 시장의 약 1% 미만만이 가상현실 콘텐츠를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는 말은 남은 약 99%의 PC는 모두 업그레이드되거나 재구매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된다.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상 현실 시장은 생산자 위주로 가고 있다. 기존의 먹거리 시장들이 수확 체감으로 인해 없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로 가상현실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가상현실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독특한 사용자 콘텐츠 경험이다. 90세 할머니에게 가상현실을 통해 지중해 스타일의 집을 보여주었다. 그에 대한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 할머니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나이와 건강상의 문제 등 많은 제약이 있는 만큼 어려울 것이다.

실제라면 포기해야 하겠지만, 가상현실이라면 가능하다. 평소라면 자신이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스카이다이빙을 하거나 닭이 되어 닭처럼 행동해볼 수도 있다. 즉, 가상현실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처음으로 시간과 공간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제어함으로써 지금까지 막대한 비용을 들였던 산업들에 파격적인 혁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생겼다.





어떤 기술이든 2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이 기술을 통해 현재 하는 일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을까? - '생산성'과, 이 기술을 통해 현재 하는 일을 더 싸게 할 수 있을까? - '비용 절감성'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이 2가지 요소는 모든 기술의 핵심 가치이고, 이에 대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다.

지금까지의 가상 현실은 사용자 경험이 정체되면서 제반 기술이 약하고 관심도 부족했다면 현재 시점에서는 관심도 커지고 이에 대한 생산성과 비용 절감성도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에 나왔던 휴대폰을 보자. 벽돌폰이라고 불릴 정도로 크면서 배터리도 금방 방전됐다. 그러나 생산성과 비용 절감성이 증가하면서 여러분들의 주머니에는 스마트폰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의 가상현실 HMD의 형태는 과도기적인 행태이지만, 생산성과 비용 절감성이 증가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더 가벼워지고 더 매력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 VR - 산업적 성공 요소

현재 가상현실 시장은 아직 공급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앞에서 말한 수확 체감으로 인한 문제 때문에 당장 가상현실을 즐길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라는 종합 문화 공간이 생기고 있다. 한 가족이 이곳을 방문하면 아빠는 전자 가전 상품을 보러 가고, 아이는 놀이 공간에서 놀고, 엄마는 쇼핑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다시 모여서 식사를 하고 집에 간다. 이런 식으로 한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에 대한 니즈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쉽게 만족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상현실이다.

놀이공원의 경우 롤러코스터와 같은 놀이기구를 만들면 다시 철거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가상현실은 기기 하나와 적당한 공간만 있으면 롤러코스터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롤러코스터의 코스 변경도 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가상현실 테마 공간에 대한 니즈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콘텐츠가 부족하다. 이제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서 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변할 필요가 있다.





가상현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매 가치 요소가 상승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스트리트 파이터 5를 좋아한다. 이 타이틀은 PS4에서만 할 수 있으니 PS4를 구매했다. 그런데 이제는 기어스 오브 워 4가 나온다고 한다. 이 타이틀은 엑스박스에서만 가능하니 엑스박스를 구매해야 한다.

이처럼 소비자에게는 내가 사용하는 기기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단순히 기기가 있으니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기고 싶은 콘텐츠를 어느 기기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 개발된 가상현실 기기들은 독점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다양한 런칭 타이틀을 확보하는 만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가격 설정도 중요하다. 가상현실 기기는 아직 비싼 편이지만, 최근 구글이 발표한 '데이드림 뷰'라는 HMD는 79달러이고 샤오미에서 개발한 가상현실 기기는 39달러다. 가격은 굉장히 빨리 내려가면서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는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앵그리버드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앵그리버드를 마우스나 패드로 한다면 재미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앵그리버드는 손가락으로 즐길 때 가장 재미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트리트 파이터는 아케이드 스틱으로 즐길 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즐길 때 가장 재미있는 것이다. 어떤 게임이든 그에 맞는 입출력 장치에 따라 재미가 결정된다. 따라서 가상현실도 그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디자인이 필요하다.






◆ VR - 플랫폼 / 콘텐츠 / 사업 전략

지금까지 가상현실 플랫폼은 하드웨어 중심 콘텐츠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 하드웨어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 말이다. 그래서 초기에 가상현실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던 기업들에 많은 투자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런 투자가 언제까지 진행될까? 그 하드웨어가 충분히 퍼져서 누군가 콘텐츠를 개발해도 충분한 수익이 나올 때까지는 꾸준히 투자한다.





그와 함께 콘텐츠 개발에도 힘을 쓸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를 아무리 널리 퍼뜨려도 해당 하드웨어를 통해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킬러 콘텐츠'라는 존재다. 대표적인 예로 스팀을 들 수 있다.

현재 스팀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PC 유통망이다. 그런데 PC는 하드웨어의 종속성이 없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팀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프 라이프'라는 게임의 존재다. 스팀은 하프 라이프의 콘텐츠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인데 하프 라이프를 하는 유저가 많아지다 보니 다른 콘텐츠들을 추가하기 시작했고, 이를 확장하다 보니 탄생한 것이 지금의 스팀이다. 하드웨어가 없어도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다른 전략은 인지도 높은 IP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VR을 개발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소니의 경우 이전부터 많은 유저들이 즐겼던 '레지던트 이블'이나 '파이널 판타지'를 VR로 개발해 인지도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사업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경우 오큘러스나 데이드림 뷰가 많이 퍼지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페이스북과 연동되는 오큘러스와 구글과 연동되는 데이드림 뷰가 쉽게 통과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 내에서는 자국에서 만든 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테마 공원들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PS VR을 필두로 VR방이 늘어나는 추세고, 일본과 미국에서의 가정용 VR 확산 속도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자신이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면 내가 타겟을 삼은 시장이 어떤 국가인지, 그곳에서는 테마 공원과 가정용 중 어떤 시장이 더 활성화됐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 VR - 피할 수 없는 미래

사용자의 경험은 이제 '보기'에서 '체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콘텐츠를 봄으로써 제삼자의 입장으로 관람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가상현실은 플레이하는 순간 자신이 그 안에 존재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가상현실과 연관된 생태계도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가상현실 기기가 발전하려면 그에 필요한 디스플레이, 연산장치 센서, 카메라, 렌즈의 기술도 발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더 쉽게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제작 툴이나 사용자의 경험을 극대화해주는 사운드, 콘텐츠에 대한 발전도 따라온다.

가상현실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생산성과 비용 절감성이 증가하면서 점점 대중화를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생태계도 구축도 심화되고 있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어색할 수 있지만,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될 것이다. 모바일이 지금의 스마트폰을 변화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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