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감성, 깊이, 퍼즐, '애프터 디 엔드'

인터뷰 | 지민호 기자 | 댓글: 6개 |
최근에는 인디 게임이란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다. 인디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름만 들어도 많은 사람이 알 정도로 인지도 높은 인디 게임도 상당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메이저에 속하는 게임사인 넥슨에서 이번 지스타 2016에 인디 게임을 출품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뭔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애프터 디 엔드'다. 넥슨에서 내놓은 인디 게임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애프터 디 엔드의 개발자인 박재은 팀장을 만나보았다.



▲ 네오플 박재은 팀장


Q. 애프터 디 엔드의 장르는 퍼즐이다. 퍼즐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았는가?

기본적으로 이 게임을 시작하면서 퍼즐 요소에 대해서는 기준 없이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 마치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놀이터에 노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것도 있다. 예전에 넣었다가 지금은 아직 안 들어간 부분인데 예를 들어 조도 센서를 감추면 바구니에서 다른 광물을 찾는 등의 많은 실험을 했었다. 대중적인 면과 독특한 면의 중간선을 찾아서 최종적으로 정리하게 됐다.


Q. 퍼즐 어드벤처의 경우 난이도를 높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에도 이런 부분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주 높은 난이도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조금 하향 평준화를 진행했다. 하드코어한 스트레스는 최소화한 게임이라 생각하면 된다.


Q. 게임을 시연해보니 특정 레버를 조작하면 시점이 변하면서 아버지가 만든 길을 아들이 이용하는데 이런 구조는 어떤 발상에서 시작됐는가?

일단 게임 안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표현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이 캐릭터에 대한 정의를 디자이너가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부족에서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유저가 마음대로 상상하길 원했다.

게임 내에서 캐릭터를 전환하는 구조는 시선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싶었다. 같은 공간이라도 시간이 지나 풍파 되거나 무너지는 것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는데 제한적인 개발 리소스를 고려했을 때 가장 잘 표현된 모습이라 생각한다.


Q. 시장성이 낮은 편인 인디 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 게임에 도전한 계기는 이블팩토리와 유사하다.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것, 그리고 기존에 회사에서 진행했던 것과는 다른 것에 도전해보자는 것에서 시작됐고, 이블팩토리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했다.


Q. 개발에 참여한 인원은 몇 명인가?

팀 구성원은 6명으로 경력 많은 개발자도 있고 창의적인 신입도 있는 재미있는 팀이다. 내가 프로그래머 겸 리딩을 담당하고, 신입 프로그래머, 모델러 2명, 컨셉 아트 1명, 기획자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Q. 기존의 모바일 퍼즐 게임과는 다른 이 게임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인데 나는 게임이 종합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보는 맛이 있다. 이런 부분을 스토리로 엮어서 게임에 표현하고 싶었다. 시연 버전은 게임 플레이에 대한 부분만 노출한 상태인데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여러 가지 카메라 부분에서 다른 모바일 게임보다 좀 더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Q. 접근성은 좋지만,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퍼즐 장르의 게임인 것 같다. 유료화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

이 게임은 경쟁적인 요소보다는 느긋하게 즐기는 성향이 강한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부분 유료화가 방해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어 유료화가 결정된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넥슨에서 유료 게임으로는 처음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하고 있다. 유료 게임의 다운로드가 바로 매출로 연결되는데 유료 게임으로 결정하면 사업적으로는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런 것들은 배제하고 게임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자고 생각했다.


Q. 퍼즐 게임이고 유료화로 나오는 게임인 만큼 다음에 업데이트 될 콘텐츠는 DLC 방식으로 제공할 것인지? 혹은 별개의 타이틀로 등장하게 될 것인지?

현재로써는 DLC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고 콘솔이나 스팀이 우리 게임과 더 잘 맞을 것 같다. 컨트롤적인 면에서 키 배열이나 성능적인 측면에서 포기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스팀과 콘솔과 연계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여러모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Q. 처음에 게임이 공개되었을 때 콘솔 게임인 '저니'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타이틀 이미지에 많은 이슈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첫인상은 비슷할 수 있지만, 우리 게임은 로우폴리로 구성되어 있다. 로우폴리의 단순함을 이용하지만, 깊이 있는 아트 스타일을 추구했다. 그런 비판이나 의견은 잘 받아들이고 우리 게임이 앞으로 나올 명작들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Q. 퍼즐 게임이 유저의 순발력과 직관을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이 게임은 관찰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속도감이 상당히 느리다. 이에 대해 유저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데 속도감을 느긋하게 만든 이유가 있는가?

일단 캐릭터 속도가 느리다. 여타의 3D 게임처럼 위에서 보는 탑뷰로 카메라가 고정된 채로 바닥만 보고 이동하면 이동속도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조금만 시야가 바뀌거나 속도가 빨라지면 조작 면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카메라 회전을 선택하고 이동속도도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조정하게 됐다.

아까 말한 것과 같이 전반적으로 느긋하게 즐기는 게임인 만큼 현재로써는 따로 속도를 조정하거나 해당 부분을 개선할 계획은 없다.


Q. 소개 자료에서 나왔듯이 실험 정신, 독립적인 인디 정신이 강조되어 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인디 정신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실험을 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내가 생각하는 인디란 자본이나 외부와는 완전히 독립된 상태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회사에서 나와 혼자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보다 편하게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 않냐고 할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회사 내에서 독립적인 환경을 제공받았고, 회사 측면에서 인디 게임이 2종류 나온다고 이야기가 진행됐다. 정말 힘들게 개발하고 있는 인디 게임사들과 비교하면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실험적인 부분에 대해 몇 가지 말하자면 모바일에서 카메라를 회전한다는 것이 상당히 큰 부담이다. 위에서 볼 때와 뒤에서 볼 때의 시점과 표현이 모두 다르니 이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성능적인 면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게임적인 측면에서는 예를 들어 조도 카메라에 손을 대면 밤이 되는 것이 있다. 다른 게임에서는 실시간 라이트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실시간 라이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픽적인 표현을 위해서 최적화를 굉장히 많이 했다. 베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흔들면 게임 안에서 지진이 일어나 캐릭터가 카메라를 응시하기도 한다. 사소하지만 게임 안의 세계와 유저가 연결되는 방법을 시도했다. 거창하기보다는 조금 사소한 부분에서 많은 시도를 한 것 같다.


Q. 이 게임이 서구권에서도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있는가?

서구권에 많이 기대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로우폴리가 최근 서구권에서 유행하고 있고, 완전히 매트한 아트 컨셉이 서구권에서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정식 런칭 버전이 완성됐다고 가정했을 때 시연 버전은 어느 정도의 볼륨인가? 그리고 출시 일정이 궁금하다.

시연 버전은 전체 볼륨의 1/8 정도라고 생각한다. 출시 일정은 이블팩토리 이후 2월 말쯤에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출시를 할 것 같다.


Q.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의 목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목표하는 방향성이나 지표가 있는가?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다. 내부적으로 매출 기대치는 다른 팀에 비해 적게 잡고 있어 그런 부담감은 다른 팀보다 덜한 편이다.


Q. 넥슨에서 인디 정신이라는 타이틀로 2개의 게임을 공개했는데 혹시 내부에서 그런 게임들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는지?

네오플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두 타이틀이 소규모로 인디라는 컨셉으로 진행 중이고, 그 외에는 답변하기 어렵다.


Q.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게임 스타일이 AR과 잘 어울릴 듯 하다. 이와 관련해 고민한 적이 있는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카메라를 이용해서 게임을 어둡게 만드는 등 카메라를 이용한 시도를 하려 했지만 많은 부분이 제외됐다. 지속적으로 게임의 요소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부분만 들어가자니 인지가 안 될 것 같고 여섯 부분으로 나누자니 게임의 키 컨셉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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