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퍼스트 디센던트, "캐릭터 중심의 루트슈터로 만들겠다"

인터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9개 |



그간 루트슈터 게임은 외국 개발사만 선보여 왔던 장르였다. 또한, 슈팅과 RPG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아야 하는 장르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가 높아 외국 개발사에서도 시도하는 사례가 드물어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러한 루트슈터 시장에 국내 개발사 넥슨이 발을 들이 밀었을 때 큰 화제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후 조금씩 정보를 공개하고 얼마 전 스팀 베타 테스트까지 끝마친 '퍼스트 디센던트'는 눈길을 사로 잡는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 액션은 좋았지만 최적화와 슈팅 등의 부분에서 아쉬웠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이번 스팀 테스트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향후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발전할 생각일까. 넥슨은 지스타 2022에서 '퍼스트 디센던트'의 이범준 PD의 공동 인터뷰를 준비해 테스트 및 시연 버전을 하면서 궁금했던 점을 속 시원하게 풀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넥슨게임즈 이범준 PD



■ 캐릭터 육성과 스킬의 재미 Up

Q. PS5 버전의 최적화가 잘 됐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최적화 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지 개발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 10월 말에 스팀 베타 테스트가 끝나고 곧바로 지스타를 준비해야 해서 시간이 촉박했었다. 지스타에서 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은 PS5 시연과 한국어 더빙이었는데 추가로 지적받았던 최적화 및 사운드 등의 문제를 최대한 잡고자 노력했다. 또한, PS5 시연에 맞춰 듀얼 센스의 트리거와 햅틱 등도 지원하고자 했다.

PS5는 기대보다 최적화가 잘 됐는데 지스타 시연장에 있는 디스플레이가 120Hz, VRR을 지원하는 OLDE 제품이다. 그래서 해당 기능까지 적용해 4K 다이나믹 해상도에서도 40 프레임 이상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 훨씬 부드럽고 쾌적하게 플레이를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출시 시점에는 품질 우선, 프레임 우선, 밸런스 모드 등 다양한 그래픽 품질을 지원하고자 계획 중이다. 또한, 이번에는 PS5만 준비했는데 앞으로 PS4, Xbox 등도 다 준비하고 있다. PC 버전의 최적화 역시 인텔, 엔비디아, AMD의 지원을 받으면서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 확실히 발전된 최적화를 보여준 PS5 시연 버전


Q. 지스타 현장에서 시연한 관객과 여러가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 몇 분과 얘기를 나눴는데 얼굴을 보고 여쭤봐서 그런지 크게 아쉬운 점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패드가 낯설어서 조작이 조금 어려웠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현재 패드는 100% 완성된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Q. PS5 듀얼 센스의 진동이 살짝 약해서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 앞서 언급했듯 패드는 100% 완성된 게 아니라 차차 개선할 예정이다. 총 쏘는 맛과 스킬 및 그래플링 훅을 쓸 때 느낌을 강조할 것이다.

한편으로 플레이 시간을 많이 요구하는 장르라 피로도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소리와 진동 등 감각적인 피드백이 너무 강하면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어서 이와 관련해서 계속 수정할 생각이다.


Q. 점프와 착지 모션이 어색하고 그래플링 훅을 사용할 때 높이와 상관 없이 점프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아쉬웠는데 현재 버전은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상태인가.

= 최적화 외에 가장 많이 받았던 피드백이 점프 모션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전력 질주 중 재장전이 안되는 것인데 모션은 지금보다 더 퀄리티를 올릴 생각이다. 그래플링 훅도 체공 시간을 조절하거나 해서 조금씩 바꿔나가려고 한다. 이 부분도 개발 우선 순위가 높다.

현재 버전의 완성도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다들 무엇을 해야 할 지는 잘 알고 있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턱걸이를 한 수준이라서 앞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가고자 한다.



▲ 그래플링 훅 사용 시 체공 문제는 조정될 예정이다


Q. 정식 출시 후 엔드 콘텐츠가 궁금하다.

= 캐릭터 수집과 육성을 하면서 더 높은 단계로 도전하는 게 있고 핵심 콘텐츠는 레이드가 있다. 현재는 캐릭터 연구의 깊이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피드백 중에 캐릭터 스킬이 고정되어 가지고 노는 맛이 부족하다는 게 있었는데 추후에는 스킬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


Q. 루터슈터는 콘텐츠를 만들때 폼이 많이 들어가는 게임이다. 정식 출시 후 콘텐츠 추가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우선은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고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뒤 커뮤니티에서 많이 보였던 글 중 하나가 이대로 출시하면 망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대로 출시할 생각은 없고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출시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현재 개발팀은 라이브 서비스를 대응하는 형태로 준비하고 있다. 빠른 업데이트와 라이브 서비스 운영이 잘 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해결할 마음은 없고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점차 개발 인력도 늘리는 등 우상향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


Q. 루트슈터는 국내에서 개발한 사례가 드문 장르인데 개발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 이번 IGC 강연에서 관련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는데 루트슈터를 만들기 위해선 세 가지의 경험과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슈터 전투, RPG, 운영 능력이다. 지금까지 사례를 봤을 때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한 개발사는 없는 것 같다. 모두 하나씩 부족한 점이 있는 상태로 개발을 해서 각자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저희 역시 개발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막상 뚜껑을 까니 더 어렵게 느껴진 부분이 있었다. 따라서 다른 게임을 보고 연구하면서 우리 게임에 맞는 점을 살펴보기도 했다.



▲ 다양한 개발 능력을 요구하는 루트슈터 장르


Q. 구체적으로 그래플링 훅을 어떻게 개선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 관련해서 개선 요구사항이 정말 많았다. 내부적으로 체공 시간을 둔 이유가 있었는데 실제 유저의 경험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파크루에 대한 요구가 많았는데 도착 지점에서 좀 더 올라가거나 매달리기, 벽 타기 등 선택지를 확장하고자 한다.

그래플링 훅은 현재 이동 수단 외에 전투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는데 추후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를 만들 생각도 있다. 참고로 근접 공격에 사용하는 것은 CBT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추가한 시스템이라 튜토리얼에서 가이드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다. 이 점은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


Q. 필드 콘텐츠가 반복 미션 밖에 없어서 다소 아쉬웠다. 필드에 생동감을 불어 넣을 콘텐츠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 오픈 월드 탐험을 지향하는 게임은 아니긴 하다. 그래픽은 언리얼 엔진5 교체 과정에서 퀄리티가 높아지니 오해가 생겼는데 저희 게임의 알맹이는 폐지 줍는 게임이다. 다만, 이러한 기대치를 어떻게 채월 것인가가 현재 숙제인데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멋진 오픈 월드 게임이 되진 않을 것이다. 현재는 미션의 종류도 적은 편인데 앞으로는 종류도 늘리고 콘텐츠고 보강하려고 한다. 또한,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그래플링 훅을 더 재미있게 쓸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


Q. 루트슈터는 슈팅 감각 역시 중요한데 이번 베타 테스트에서 슈팅 감각과 총기 간의 밸런스, 개성 등에서 아쉬운 모습이 보였다. 추후에 이러한 슈팅을 어떻게 채워나갈 생각인지 궁금하다.

= 저희 게임이 FPS가 아닌 TPS라 FPS만큼의 슈팅으로 파고갈 생각은 없지만 현재 내부적인 눈높이가 조금 낮은 것 같아서 좀 더 끌어올리려고 한다.

내부에서 스킬과 총기의 비중을 어떻게 배분할 지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데 총기 간의 차이가 부족한 것은 잘 알고 있다. 다만,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의 완성도와 스킬의 쓰임새, 전략적 세팅이라 슈팅이 모든 것을 대처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캐릭터 중심의 게임이다. 따라서 슈팅 실력으로 모든 콘텐츠를 파훼하는 것은 RPG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총기 밸런스를 잡기 어렵겠지만 슈팅의 순수한 퀄리티는 올리되 캐릭터의 육성을 앞서 나가진 않을 것이다.



▲ 캐릭터 중심의 게임으로 캐릭터와 스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Q. 글로벌 시장에서 다른 루트슈터 장르의 게임과 어떻게 차별화를 가질 예정인가.

=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도라고 생각한다. 이번 테스트의 피드백 중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시장에서 이런 게임은 많지 않으며, 어느 정도의 포지션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커뮤니티에서 호불호가 나뉘는 게임이라는 소리가 많았는데 불호인 분을 게임에서 계속 커버해야 하느냐하는 이슈가 한동안 있을 것이고 호인 분들이 더욱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도록 하는 업무도 진행돼야 할 것이다.

추가로 저희 게임의 콘셉트에 동의해준 분들이 예상보다 굉장히 높았다. 테스트 후 13,160명에게 설문 조사를 받았는데 스토리, 사운드 효과음, 모션 품질, 반복되는 임무에서는 만족도가 낮았지만 출시 후 플레이하고 싶다는 의향이 90%가 넘었다. 그래서 만족도와 출시 의향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 차별화는 이러한 완성도를 높이고 처음에 제안했던 콘셉트의 형태를 강화할수록 더 드러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Q. 타사의 루트슈터 게임과 비교하면 아이템 파밍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를 어떻게 추가할 계획인가.

= 개인적으로 루팅과 파밍의 재미를 좋아해서 테스트에 많이 뿌리고 먹는 형태로 진행했었다. 그런데 불필요하게 인벤이 가득 차서 흐름이 끊긴다는 의견이 있었다. 현재는 아이템과 룬을 먹고 개조하는 기능이 없는데 추후 이를 추가할 계획이 있다.

참고로 3티어 무기가 테스트에는 구현되지 않았는데 일종의 추가 능력을 제공하는 퍽이 붙어있는 무기가 존재한다. 이러한 아이템이 추가된다면 파밍하는 재미는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계승자마다 상황에 따라 밸런스에서 차이가 나는 게 있었다. 이는 의도한 부분인가.

= 저희 게임에는 캐릭터가 되게 많은데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만능 캐릭터를 낼 생각은 없다. 따라서 이는 의도한 바가 맞다. 추후에는 상성 장치를 도입해서 보스 및 전투 상황에 따라 효율이 나뉘는 것을 만들고 캐릭터의 빌드를 수시로 바꿔가면서 육성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캐릭터마다 성장 전략의 깊이를 더한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 만능 캐릭터는 앞으로도 낼 생각이 없다


Q. 하나의 캐릭터를 성장시킨 뒤 다른 캐릭터를 새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 자주 나왔는데 이런 게 반복되면 피로하게 느껴질 것 같다. 혹시 이를 보완할 생각은 없나.

=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 육성에 있다. 그래서 캐릭터의 빌드를 바꿔가면서 새로운 재미가 핵심으로 남길 바랬다. 그런 부분에서 새로 캐릭터를 키울 떄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육성하는 것을 다른 식으로 바꿀 계획은 없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반복되는 부분에서 오는 지루함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콘텐츠의 양적으로 커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가로 로드아웃이 없어서 불편했다는 피드백도 있었는데 이것도 추가할 계획이고 룬과 인터페이스 관련해서도 직관적이지 않은 부분을 차차 개선해나가고자 한다.


Q. 테스트 중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이기도 했는데 서비스 권역을 어떻게 묶을 것인지 궁금하다.

= 일반 필드에서 파티에 참여하는 것을 난입이라 표현하는데 빈자리가 있으면 플레이어 조건을 보지 않고 넣는 게 있다. 다만, 기대와 달리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있었고 이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파티 매칭 시스템으로 입장하는 보스전 등은 매칭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주로 핑과 권역 등을 비교해서 매칭이 이뤄졌다. 권역별 서버 매칭은 비즈니스적 판단도 있는데 이번에는 아시아 지역을 하나로 묶고 북미도 하나로 묶었다.


Q. 멀티 플랫폼 게임에선 콘텐츠 조절이 중요한데 PC와 콘솔 버전은 플랫폼 홀더의 정책이 달라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PC와 콘솔 버전의 콘텐츠 공급이 달라지거나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프로젝트를 시작할 떄부터 못 박았던 게 크로스 프로그레션까지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서 크로스 커머스라고 모든 국가가 상점 상품을 공유하는 것인데 거기까지는 희망 사항일뿐 여러 가지 문제로 확답하기엔 어려운 상태이다.

그래도 목표는 최소 크로스 세이브로 잡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원 빌드로 해야 한다. 잠시 다른 게임을 예시로 들면 워프레임이 PC와 콘솔 버전이 동시에 출시한 게임은 아니지만 과거에 크로스 프로그레션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이 과정 자체가 굉장히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소니와 미팅할 때도 이러한 얘기를 많이 했다. 동시 출시 후 업데이트 싱크를 100% 맞출 예정이기 때문에 기민하게 대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특히, 글로벌 서비스라 언어 지원 등의 로컬라이징 부분에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저희의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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