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역량이 빛난 엔픽셀, 투자로 게임 부진 메꿨다

'그랑사가'의 엔픽셀(공동대표 배봉건, 정현호)이 2023년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52.7% 줄어든 316억 원, 영업손실은 432억 원이다. 엔픽셀은 급감한 매출에 대비하기 위해 비용을 31.3% 줄였다. 2022년 비용 1,090억 원에서 2023년 748억 원으로 허리띠를 조였다. 그 결과 적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반면, 순이익 기준으로 엔픽셀은 2022년 312억 원 적자에서 2023년 33억 원 이익으로 전환됐다. 본업인 게임사업이 아닌, 부업에 해당하는 투자로 500억 원을 거둔 덕이다. 엔픽셀은 2022년에도 금융수익으로 155억 원을 벌었다.

일반적으로 게임사는 게임이 흥할 경우 현금이 쌓인다. 현금은 가만히 두면 가치가 떨어져 다양한 곳에 투자를 집행한다. 이때 게임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 능력이 발휘된다.

엔픽셀은 2021년 '그랑사가' 흥행으로 현금을 962억 원가량 쌓았다. 이후 2022년 엔픽셀은 다양한 금융상품에 분산 투자했다. 2022년에 새롭게 생긴 자산은 '기타금융자산' 100억 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198억 원이다.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은 보통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상품을 의미한다.

2023년에 엔픽셀의 금융자산은 140억 원 감소하나, 금융수익이 500억 원으로 잡힌다. 투자 활동으로 257%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게임사업 부진을 CFO가 투자활동으로 메꿨다는 평가다.

최근 엔픽셀은 자회사 크로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신작 MMORPG '크로노 오디세이'를 개발 중이다. 크로노 스튜디오는 카카오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관련 계약금은 이번 엔픽셀 감사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크로노 오디세이'는 PC와 PS5, 엑스박스 시리즈 X|S를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한편, 엔픽셀 직원 수가 2022년 511명에서 2023년 385명으로 126명 줄었다. 관련 퇴직금 지급도 2022년 2억여 원에서 2023년 15억여 원으로 증가했다. 엔픽셀은 지난해 인력을 줄이고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접는 등 긴축 운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