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운 제국은 마계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태평성대를 맞이하고, 약 천 년에 다달으는 기나긴 세월동안 세계를 지배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날수록 운 제국은 계속하여 쇠락하게되고, 사실상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후계자 책봉 문제였죠. 어느 나라나, 후계자를 잘못 선택하게 되면 그것은 치명적인 파멸의 계기로 작용하게 됩니다.
대략 50년전, 전 황제의 막내아들인 섭환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장자인 섭무는 서대륙의 제후에, 삼남인 섭광은 유주의 제후에 임명되게 되죠. 아마도 둘째 아들은 북대륙의 제후로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 일로 인하여 섭무와 섭광은 섭환에게 반감을 가지게 됩니다. 아무튼 정작 책봉되고 나서는 별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사건은 서쪽에서 시작됩니다.
(서락의 풍경으로 보이는 그림 수라도)
마치 엄청 오래전에 파멸한 것처럼 묘사되는 것과 달리, 서락이 몰락한 것은 한 세대를 넘어가지 않습니다. 현재 약 40세로 추정되는 진서연은 서락에서 피난온 사람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서락에서 피난민들이 탈출해온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역시나 높은 확률로 천명제로 추정됩니다.
아마도 섭무 역시 섭환에게 반감을 가지고 자신이 황제가 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정통성을 얻기 위해 천명제를 추진했겠죠. 똑같이 천명제를 시도했다가 망한 섭광과 다른 점이라면 서락은 초기진압에 실패하여 대륙 전체가 탁기에 물들어버리고, 사람들은 왜 마계의 문이 열리고 탁기가 퍼졌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되버리고, 황족으로 추정되는 진서연이 노예로 팔릴 정도로 대혼란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마도 섭무의 능력이 뛰어나 훨씬 더 비밀리에, 그리고 훨씬 더 대규모로 천명제를 벌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서연이 아기일때 서락을 탈출하였고, 강류시에서 노예로 팔려 귀도시에서 비월에게 거두어질 때가 10여세 정도로 보이므로, 아마도 대략 40여년 전에 서락의 파멸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락의 붕괴와 탁기가 북대륙에 옮겨가면서 운 제국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입니다.
(고도시가 망하기 전)
예전에 글에서 조금 수정을 해서 말하자면, 수월평원은 고대부터 나류국의 땅이었고, 운 제국도 손 쉽게 영향권에 넣었을 것입니다. 돼지농장 지역은 현재는 농촌과 해적기지가 존재하는 곳이지만, 아마도 50년전만 해도 동방대륙의 항구로 운 제국 본국과 연결을 하는 주요한 요충지였을 것입니다. 앙시족, 홍돈족과 같은 대부분의 영수족들은 운 제국의 통치 아래 복속되어 있었을 것이지만 생활환경이 다른 수와족, 악교족, 그리고 초강경파인 낙원족 같은 경우에는 아마도 건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별로 서로 별다른 마찰은 없어 보입니다.
고도시는 유주의 주도로 장안이나 교토처럼 계획도시로 건설되었으며, 거대한 묘지로 미루어보아 그 규모또한 굉장했을 것입니다. 도시는 분지에 위치하여 방어에 유리하며, 돼지농장과 반달호수에 나오는 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돼지농장과 (추정이지만) 반달호수 아래 거대한 해안지역을 통해 운 제국 본국으로 수송했을 것입니다. 경천맹 피신지의 수많은 고택들은 그 지역이 발달된 상업지역임을 보여주고, 이는 고도시와 귀주의 주도인 강류시 간에 무역로가 탄탄했음을 증명합니다.
(귀도시)
하지만 유주의 번영은 한 인간의 욕망으로 끝나게 됩니다. 30년전, 유주 제후 섭광은 유란의 꼬드김에 넘어가 (그리고 아마도 서락의 파멸의 원인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한몫 했을 것입니다.) 천명제를 시도하게 되고, 그 결과 고도시는 파멸하게 됩니다.
(고도시 붕괴 이후 세력도)
고도시가 귀도시가 되었지만 다행히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좌장군 도융 휘하의 운 대륙군은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생존자를 피신시키고 도시를 봉쇄했으며, 이후 천하사절과 영수들의 적극적인 활약으로 귀도시의 탁기를 막으려 했기 때문이죠. 결국 귀도시 사태는 일단락되었고 남은 마족과 탁기를 관리하는 것은 수월평원 최강의 전투종족인 악교족의 역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수월평원에 제후나 주목, 총독과 같은 중앙관리가 파견되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운 제국은 서락과 고도시의 붕괴로 인한 이중고로 더이상 유주의 치안을 관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겠죠. 그나마 수월평원을 관리한 것은 도융군의 잔존세력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전 지휘관의 자식을 지휘관으로 추대하여, 이후 도유한이 장성하였을 때 도유한군이라 불렀던 상황을 보면 이들이 중앙의 통제와 지원을 받아 재편성되지 못하고, 사실상 고립되어 현지에서 거의 민병대나 자경단 수준의 세를 유지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반달호수는 제대로된 거주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길드인 대어방 총타가 위치하고 있고, 또한 수와족과 악교족의 생활반경이 서로 겹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마찰이 없었을 것입니다. 고도시가 붕괴되면서 원숭이 숲의 도로는 그 중요성이 없어졌기에, 원숭이 숲도 자연스레 인간과의 충돌이 없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과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앙시족과 홍돈족과 인간과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본래는 그것이 억압적이 되었던 유화책이 되었던간에 운 제국의 중앙 관리에 의하여 치안이 조절이 되었겠지만 운 제국의 지배체계가 붕괴되면서 잔존한 운 대륙군의 힘만으로는 그것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돼지농장의 거주지에 성벽이 들어서고, 풍저회라는 이름의 자치회가 만들어지는 것도 앙시족과 홍돈족 간의 갈등이 그 원인이었을 것입니다.
(백청산맥 전도)
그렇다면 귀주, 즉 백청산맥은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서락이 파멸하고 아직 고도시가 건재했을때, 강류시를 중심으로한 귀주 역시 별 탈 없이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는 서락에서 피신온 사람들을 노예로 팔아버리기도 했으니까요. 강류시는 풍 제국 설립 이전부터 상업의 중심지로 번창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숲이 황실의 유원지이자 백림사의 땅이고, 북방설원은 아직도 이민족들이 가득한 미개척지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강류시의 동쪽과 서쪽에도 부농촌과 같은 마을이 널리 펼쳐져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즉 강류시는 귀주의 주도로 건설된 계획도시로, 백청산맥 남부에 펼처진 광대한 비옥한 고원지대에서 나오는 엄청난 부와, 또한 염색촌으로 대표될 수 있는 다양한 산업들이 특화된 마을들에서 나오는 엄청난 부가 한데 모이는 대도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도시가 파멸한 30년 전부터 풍운전쟁이 일어나는 20년 전까지 강류시가 어떠했는지는 보여주는 자료는 없습니다. 심지어 주의 지배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알 수 있는 것은 강류시가 큰 혼란 없이 잘 운영되었다는 것입니다. 귀주의 평화의 증거는 의외의 인물의 행보로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진서연이죠.
(비월의 제자, 풍운전쟁의 영웅, 풍제국의 태사)
진서연의 행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귀도시에서 구출되었습니다. (30년 전)
비월에게 수련을 받던 도중, 흑룡파와 무신의 음모에 걸려들어 매맞던 소양상을 구출합니다. (?)
비월에게 꾸중을 듣지만, 이를 듣지 않고 소양상을 탈출시키던 도중 붙잡혀 처형될 위기에 처합니다. (?)
비월이 진서연을 감싸기 위해 그녀에게 신공을 전수하고 자신이 출두하려 하지만, 무신의 음모에 희생되고, 진서연은 오해 속에서 천하사절에게 공격을 받으며 탈출합니다. (?)
여러가지 이유로 백청파의 스승님의 무덤에 찾아가려하지만 백청파에 의하여 공격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두검성 건마를 제외한 백청파를 전멸시켜 멸문시킵니다. (?)
풍운전쟁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던 풍 제국을 구원합니다. (16~20년전 사이, 풍운전쟁기)
풍 제국의 태사가 되어 영린촌을 침공합니다. (16년전)
즉 그녀는 고도시가 멸망하고 풍 제국이 세워지기 전까지, 검선 비월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평화롭게 성장하였으며, 비극의 원인이 된 사건에서도 강류시의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흑룡파의 일원인 진태평이 판관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의 개인사는 비극으로 치닫고, 그녀는 완전히 타락하여 마황의 끄나풀이자 마공의 고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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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쭉쭉 길어져서 여기서 또 자릅니다. 3편부터는 풍제국의 건설과 풍운전쟁의 시작, 그리고 가능하다면 본편까지. 그리고 너무 길어지면 또 짜르고 4편에서 본편을 다루게 될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