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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적안과 별-(5)

Carllion
댓글: 5 개
조회: 390
추천: 2
2006-08-23 18:04:05
항구의 보급창. 칼은 발이 넓은 사람이다. 에스텔은 그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에에? 포탄 가격이 언제 이렇게 올랐어? 야, 존, 말 좀 해봐.”

존이라 불린 칼과 같은 또래의 청년은 곤란한 듯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요새 해군들이 깡그리 쓸어가서 거의 없어. 장인들에게 빨리 만들어 달라고 주문은 해두었지만 아직 수량이 부족해. 그나마 이것도 너라서 싸게 파는 거야. 아버지한테 걸리면 나 죽어.”

“아, 뭐 좋아. 상황이 그렇다면 이 정도라도 할 말 없지 뭐. 식수랑 식량은 4일치씩, 포탄은 6개씩(대항해시대의 단위와 동일) 저기 내 클리퍼랑 대형 갤리온에 실어줘. 자재 가격은 어때?”

칼이 묻자 존은 서류를 뒤적거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 존이 말문을 열었다.

“목재 재고량이 많아서 괜찮은 것 같아. 물론 서류상이지만. 그것도 줘야 돼?”

“4개씩 실어줘.(대항해시대에서의 단위와 동일)”

존은 주문 목록에 칼의 이름과 물품과 수량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칼에게 세부사항을 물었다.

“내일까지 실어주면 되지?”

“그렇게 해줘. 라이자 누나 소식 아냐?”

“음, 그러고 보니 라이자씨가 어제 귀환했어. 오늘부터 휴가라나 봐.”

“거짓말 아니지?”

“내 정보망을 우습게 보는거냐? 왜? 에리카가 보고 싶대?”

“음. 그래. 보고 싶다고 몇 달 전부터 나한테 조르더라. 나도 항해로 바빴지만.”

칼은 그렇게 말하면서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나왔는지 장부에도 무언가를 기록하였다. 장부에 기록하는 것은 지출 목록이었다. 상인이라면 꼭 해야 할 일중 하나였다. 존에게는 종이에 기록한 것을 내밀었다.

“자, 이거 은행에 주면 거기 적혀있는 만큼 돈을 줄거다. 보급품 대금하고 정보이용료(?)다. 충분하지?”

“휘익, 정보이용료 치고는 많은데?”

존이 휘파람을 불자 칼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싱긋 웃었다.

“그냥 받아둬.”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옆의 그 여자 누구야?”

“내 부관. 오늘 고용했지. 경험이 전무라서 이런데 끌고 다니는 중이다. 이름은 에스텔이라고 하고. 야, 내 친구 존이야. 인사해.”

칼의 퉁명스런 말투에 존이 크게 웃었다. 물론 악의는 없었다.

“하하하. 네 녀석의 그 말투 오랜만에 들어본다. 실례했습니다. 저는 존이라고 합니다.”

“에스텔이에요. 저 이상한 선장이랑 언제부터 친구였어요?”

“4살 때부터요. 같이 사고를 좀 많이 쳐서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죠. 아가씨는 이런 녀석 부관노릇 하려면 애 깨나 먹겠어요. 성격도 저 모양이지, 언제나 해적 표적이지.”

“거 미안하군. 성격이 이 모양 이 꼴이라서.”

칼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에스텔도 쿡하고 웃어버렸다. 물론 칼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순간 칼이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곧 그 생각은 증오로 변하였다.

“성격 이 모양인건 거기 아가씨도 마찬가지지만.”

“뭐야! 너 말 다했어!”

“다했다면 어쩌시려고?”

“이이익! 너 잡히면 가만 안 둬! 선장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칼은 피식 웃으며 광장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뒤돌아서서 존에게 외쳤다.

“나중에 돈 안줬다고 잡아떼지 마라! 난 분명히 줬다!”

“내가 그럴 놈으로 보이…….”

그러나 존의 외침은 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너 거기서!”

“날 잡을 수 있다면 성이 풀릴 때까지 나를 때릴 수 있는 권한을 주도록 하지. 와하하하!”

“잡히면 죽여버릴거야!”

“와하하하! 잡을 테면 잡아보라고!”

에스텔은 전력을 다해 뛰고 있었지만 칼을 잡을 수는 없었다. 물론 칼은 전력을 다해 뛰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존은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녀석, 아버지와 누나가 세상을 떠난 뒤 저런 모습을 본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두 사람.”

만약 이 말을 칼이나 에스텔이 들었다면 존은 목숨이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뛴 끝에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미들튼 저택 앞이었다. 칼은 아직 팔팔한데 반해 에스텔은 녹초가 되었다.

“뭐야. 잡히면 가만 안 둔다더니. 나보다 헥헥거리네. 군인 맞아?”

“군인 맞아. 여기 어디야?”

“여기? 미들튼가 저택 앞.”

“뭐?”

정말이었다. 미들튼가 저택 앞에 와있는 것이었다. 칼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한 우락부락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칼리온님이시군요. 라이자님을 찾아 오셨습니까?”

“아아, 오랜만이군요. 근육질 아저씨. 상당히 피로해 보이는데요?”

“어제 귀환했지만 보고와 기타 일처리 때문에 쉬지 못했습니다. 자, 들어오십시오.”

근육질 아저씨라 불린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이 곳에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라이자님을 모셔오겠습니다.”

나자는 이 말을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잠깐의 정적 후에 에스텔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최고의 해군사관 집안이라던데.”

“말도 마. 라이자 누나 전투할 때 보니까 무섭더라고. 내가 도망가고 싶을 정도니까.”

“설마. 성격이 그 모양이신데 그런거 즐기는 거 아니었어?”

“네가 거기 있어봐라. 그리고 그건 성격하고 전혀 관계없어.”

방 문이 열렸다. 그 근육질 아저씨가 앞서 들어오고 그 뒤로 평상복 차림의 한 여성이 들어왔다.

“여어, 누님. 군복 아닌 평상복 입으니까 사람이 달라 보이는데?”

“무슨 일이야?”

“그렇게 사무적으로 대하지 말라고. 휴식을 방해하고 싶진 않았어. 에리카 때문이지.”

“에리카?”

라이자는 그때서야 소파에 앉았다. 칼은 자신의 휴대용 책력을 보여주었다.

“자 봐. 내일이 에리카 생일이잖아.”

“그러네?”

“그러네가 아니야. 에리카가 누나 보고 싶다고 동지중해로 떠날 때부터 졸랐다고.”

“에리카가 몇 살이지?”

“9살. 내일 저녁 6시니까 늦지 말고 와. 만약 누나가 안 오면 난 바다에서 상어들이랑 회동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칼이 농담조로 말했지만 라이자가 소파에 몸을 기대며 태연히 대답했다.

“넌 바다 속에서 상어를 만나도 상어를 잡아서 나올 사람이잖아. 뭐가 걱정이야?”

“윽. 말을 하면 좀 들어줘. 피곤한건 나도 알지만. 어, 윌리엄 형님!”

“오빠? 오빠가 어디…”

라이자가 뒤를 돌아보니 그녀의 뒤에 그녀의 오빠인 윌리엄이 서있었다.

“칼 아니냐? 런던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다만.”

“하하. 오늘 돌아왔죠. 내일이 에리카 생일인데. 와 주실 거죠?”

“음? 벌써 우리 꼬마 아가씨 생일이 되었나? 상관없겠지. 어차피 휴가인데. 그건 그렇고 이 아가씨는 에스텔이냐?”

“어? 얘 아세요?”

“알다마다. 내 부하였는걸? 어쩌다가 이런 녀석 부관이 되었는가?”

윌리엄의 말에 에스텔은 킥킥거리며 웃었고 칼의 표정은 이상하게 구겨졌다. 윌리엄은 ‘내가 못할 말 했나?’는 식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칼이 얼굴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윌리엄에게 물었다.

“그거 악의죠?”

“악의? 악의는 무슨 악의냐? 하도 오랜만에 얼굴 봐서 장난 한번 쳐봤다. 그리고 내일 생일 파티에 가지 않았다간…”

“안 왔다간?”

“차라리 칼에 맞아 죽지 그 무서운 손톱에 당하기는 싫거든.”

“오오, 역시 형님은 말이 통하는군요.”

여담이지만 윌리엄도 에리카의 손톱에 당한 전적이 있었다. 전쟁터를 뛰어다니는 그였지만 에리카의 손톱은 전쟁에서의 공포를 뛰어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피까지 봤다. 오빠의 말에 라이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이제 그만해.”

“험험. 어쨌든 내일 6시라고 했지? 잊지 않고 가도록 하마.”

“큭. 간단하게 끝나는군. 누구처럼 사무적이지 않아 좋군 그래.”

라이자를 지칭한 말이었다. 그녀의 표정이 복잡 미묘하게 변화하였다. 칼이 그 표정을 눈치 채지 못할 사람은 아니었으나 사무적인 그녀의 태도에 어딘가 모르게 서운함이 느껴져서 계속 빈정거리는 것이었다.

“너도 그만 빈정거려.”

그러나 그의 빈정거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누나가 조금만 더 상냥하게 대해주면 당장에라도 그만두지. 그리고…”

그러나 그는 말을 더 이상 잊지 못했다. 갑작스런 공격(?)을 당해서였다.

“어서와. 미안해. 요즘 피곤해서 네 누나와의 약속도 잊어버릴 뻔했어.”

칼은 라이자에게 안겨있었다. 칼은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당황해 보이는 것 같았지만 편안해 보였다. 친남매와도 같은 풍경이었다.

“저기 대장님. 칼과 라이자씨가 무슨 관계죠?”

에스텔이 윌리엄에게 물었다.

“아주 가까운 관계. 정확히 저 녀석 아버님과 우리 아버지.”

“네?”

“칼의 아버님과 우리 집안은 각별했지. 악연으로 출발했지만.”

“악연이오?”

에스텔이 눈을 반짝이며 윌리엄을 쳐다보았다. 옛 부하의 궁금증을 잘 아는 그로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칼의 아버님이 상인들 사이에서 샛별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 우리 집안은 네가 알다시피 해적 집안이었지.”

“그렇죠. 미들튼은 유명했죠.”

“칼의 아버님의 상선을 아버지가 습격했는데 그때 1대1로 맞붙게 되었대. 놀라지마. 우리 아버지가 저 녀석 아버님한테 졌어. 그것도 아주 깨끗이. 그리고 아버지가 분하셔서 그 후로 칼의 아버님 상선만 세 번 습격했는데 세 번 다 졌다고 하더라.”

“지, 진짜요?”

“우리도 저 녀석을 이겨본 전적이 없어. 네가 상대가 안 된 것도 당연해. 칼의 검술은 유럽에서도, 오스만 투르크에서도 볼 수 없는 검술이거든. 그 검술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나도 몰라. 했던 얘기를 마저 하자면. 그 이후로 두 남자는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현재의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라는 식의 이야기 전개가 되겠지.”

“그렇군요.”

라이자의 과감한(?)행동 하나로 칼은 조용해졌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라이자는 옅은 미소를 띠며 그에게 말했다.

“일단 가봐. 내일 6시에는 꼭 간다고 에리카에게 전해줘.”

“으, 응.”

얼떨결에 저택을 나선 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긴가민가 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이 한심해보였는지 에스텔이 칼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선장, 정신 차려.”

“아.”

칼이 정신을 차리자 이번엔 에스텔이 그를 한심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

“라이자씨가 한번 안아준 것 같고 뭐 그리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하고 있어?”

“그, 그래. 일단 집으로 가자. 너 배 안 고프냐?”

“뭐?”

갑작스레 꼬르륵 하는 신호가 울렸다. 물론 그 진원지는 에스텔이었다. 그 신호 후에 에스텔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고 칼은 그냥 씨익 웃을 뿐이었다. 그전의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아닌 순수한 웃음이었다.

“그렇게 뛰어다녔는데 배가 안고프면 말이 안 되지. 집으로 가자고.”











성균관대 발표날...
결론은 불합격.....
이제 하나 남았네요
절망의 나락속으로 빠질 그날...
병원간다고 나와서 집에서 밥먹다 한편 씁니다.
좋은하루 되십시오.

Lv11 Car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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