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후에 계산을 끝마친 칼은 도구점에 들렀다. 그가 살 물건은 물론 재단용 도구였다.
“아마리아가 무섭긴 무서운가봐?”
“무섭지. 그리고 오늘 만들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왜?”
“왜냐고? 내가 만들 물건이 저것이기 때문이지.”
칼은 지나가는 아가씨를 가리켰다. 정확히 그 아가씨가 입고 있는 옷이었다. 그러자 에스텔이 칼을 만류했다.
“너 미쳤니? 저거 줘서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그래? 아마리아 걔 대충 보니까 화려한거 좋아하게 생겼는데.”
“오, 짧은 시간에 정확히 꿰뚫어 봤군. 프레드릭도 그 말 하더라.”
“잘났어, 정말.”
“흐흐, 칭찬으로 듣도록 하지. 먼저 가. 사이먼하고 약속이 있으니까.”
“알았어. 그리고 말 안하면 되는 거지?”
칼은 고개를 끄덕이고 항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항구 앞.
“여어, 나왔군.”
“형님, 대체 무슨 일로.”
“따라와.”
칼은 사이면을 데리고 시내로 향했다. 시내로 가자 옷가게 하나가 나왔다.
“들어가.”
“네, 네.”
사이먼은 칼에게 떠밀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가게는 여성용 의류점이었다. 칼은 열심히 옷들의 재료와 재봉 상태를 살폈다. 그의 그 모습을 의아히 여긴 사이먼이 그에게 물었다.
“여긴 왜 오신겁니까?”
“바보같은 놈. 이번 항해 계획에 어느 도시가 끼어 있을 것 같아?”
“어딘데요?”
“플리머스다. 광물을 좀 실어 날라 볼까 해서. 1년 만에 플리머스 가는데 애인 줄 선물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이번에 급료도 깎인 놈이 어떻게 사줄 수 있을까 싶어서 불러 낸거야. 그 여자가 좋아하는 색은 알고 있나?”
“네, 네. 에메랄드빛을 띠는 녹색을 좋아합니다.”
“그래? 네가 골라봐.”
“이거요.”
“뭐? 이거? 야, 이건 나도 만들 수 있다 이놈아.”
칼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사이먼은 그보다 더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이 못 만드는게 어디 있어요? 재료만 갖다 주면 칼로네이드포도 만드는 사람이.”
“내가 그랬냐? 난 칼로네이드 못 만들어. 어디서 주워들은거야? 어쨌든, 이거 말고 이거 어때?”
“좀 비싸 보이지 않나요?”
사이먼이 고른 것은 다그리에, 칼이 고른 것은 트위드제 페티코트모양이었지만 스커트가 조금 길고 옷감도 좋았다. 분명 아까 것 보다 비싸보였지만 칼의 입장에서는 싸구려 옷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사이먼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고른 것이었다.
“허허, 참. 내가 누구냐? 원하면 귀족들이나 입는 드레스도 사줄 수 있어. 네 사정을 생각해서 이거 고른거야.”
“그래도.”
“이놈이 그래도? 그럼 저거 입힐래? 안젤라나 크리스티나가 입고 있는 저거?”
“그건 안 됩니다!”
“그럼 이걸로 하자? 응?”
“네, 네.”
“그럼 계산하자. 얼마죠?”
사이먼을 반협박으로 설득시키고 점원에게 옷 가격을 물었다. 점원은 칼이 들고 있는 옷을 받았다. 그리고 대답했다.
“1만 5천 두캇입니다. 포장해 드려요?”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사이먼에게 들리고 칼은 돈을 건넸다. 그리고 사이먼을 배로 돌려보내고 자신은 프레드릭의 저택을 향해 걸었다.
프레드릭의 저택. 에스텔이 보였으나 칼은 조용히 하라는 손짓과 함께 들키지 않게 잽싸게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아마리아가 나왔을 때는 에스텔만 남아있었다.
“언니, 칼은요?”
“방으로 가던데? 그리고 출입엄금이라는 말도 함께 남겼어. 메이드 몇 명 데리고 올라갔고.”
“칼이 뭘 들고 있던가요?”
“직물 몇 종류랑 재단용 도구 일색.”
“그래요? 기대해야겠네요.”
‘기대하지 않는게 좋아. 지금이라도 쳐들어가서 때려주는게 좋을거야.’
에스텔은 아마리아의 기대의 찬 말을 듣고 그렇게 속으로 말했다. 실제로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때 아마리아가 에스텔의 손을 잡았다.
“응?”
“저랑 차 한 잔 하면서 얘기 좀 해요.”
다시 테이블. 에스텔은 아마리아의 손에 이끌려 자리에 앉아 차를 들고 있었다. 아마리아가 에스텔을 찬찬히 훑어보자 에스텔의 얼굴은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에스텔이 입을 열었다.
“왜 그래?”
“언니는 칼의 누나와 많이 닮았네요. 키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심지어는 사이즈도 비슷해 보이는데요?”
“뭐?”
“언젠가 칼의 가족들이 모두 암스테르담에 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 만났어요. 칼의 누나인 카렌 씨는 병약해보였어요. 왜 있잖아요. 병약한 미녀는 남자들에게 보호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는 검은머리와 검은 눈을 가진 여자 보기 어렵잖아요. 칼의 집에 가보면 어딘가에 가족들과 함께 있는 그림이 있을 거예요. 가서 한번 보세요.”
에스텔은 그녀의 말 중에서 일부는 이미 들은 바가 있다. 그러나 칼의 누나가 어떤 사람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런던에 돌아가면 꼭 그 그림을 보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마리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칼은 아마 언니를 보고 누나가 생각났을 거예요. 그래서 데리고 다니는 걸지도 모르죠. 그리고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칼을 사랑하세요?”
“콜록콜록! 콜록콜록콜록!”
에스텔은 연신 기침을 해댔다. 삼키려던 차가 목에 걸렸기 때문이다. 에스텔의 모습에도 아마리아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아까와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왜 그러세요?”
“내가 미쳤니? 19세와 21세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모르니? 내 눈엔 아직 어린애로 밖에 안보여.”
“그래요? 어제 두 사람을 봤을 때는 꽤 깊은 관계구나 싶었는데.”
‘깊은 관계는 맞지. 원수지간. 그것도 아주 깊이.’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봐?”
에스텔이 묻자 아마리아는 할 말을 찾는 듯 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할 말이 없어 손가락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아뇨, 그냥…”
“뭔 헛소리여 또?”
그녀들 뒤로 칼이 들어와 있었다. 그 목소리에 아마리아는 하려던 말을 자신도 모르게 멈추었다. 그녀는 칼의 손에 들려있는 것에 시선을 옮겼다. 그것을 본 그녀의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누구주려고 만든거야?”
“당연히 너지.”
“나보고 입으라고? 이거를?”
“재료가 없는데 어쩌냐? 그래 미안타. 솔직히 말할게. 너 집에 있는거 꿈에도 몰랐어. 알았으면 준비해 왔겠지. 한번만 봐줘.”
“솔직히 말을 하지. 왜 거짓말 한거야?”
“그야…안 챙겨오면 항상 화냈잖아.”
“응? 내가 그랬나? 나중에 꼭 챙겨와.”
“알았어.”
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동시에 의아히 여겼다. 보통 화를 내야 정상인데 오늘은 조용히 넘어간게 뭔가 이상했다. 그래서 칼은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뭔가 이상한 것 같다. 화내야 정상인데?”
“이 찻잔이 어디서 나온건지 알아?”
“찻잔? 아, 그거 내가 나폴리에서 사온 자기 세트에 포함된 찻잔이잖아.”
“응. 이거 프레드릭이 그랬는데 굉장히 고가래. 그리고 솔직히 말해줘서 이번 한번만 넘어가 주려고. 언제 출발할거야?”
“모레 아침에 가려고. 앤트워프 들렀다가 플리머스 가보려고.”
“그래? 그런데 프레드릭에게 들은게 있어.”
“뭔데?”
“해적이 있대.”
칼은 그 말에 웃음 밖에 안나왔다. 해적이라면 숱하게 만났는데 새삼스럽게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끝까지 들어. 해적들이 대함대인 것 같다고 했어.”
“뭐라고?”
“앤트워프와 플리머스 사이에서 주로 활동한다나봐. 해군이 출동하면 사라져버려서 비상이라던데?”
“자세한건 앤트워프에 가서 들어보면 되겠지 뭐.”
“태평한건지 아님 자신감이 넘치는건지.”
“칭찬으로 듣도록 하지.”
안녕하십니까..오랜만에 글 하나 올립니다.
이벤기간이라고 정신없이 달렸더니..
결국엔 상대갤 탔습니다..클리퍼까진 무리-_-;;
이 파트만 넘어가면 술술 잘 써질텐데...어렵..;OTL...
절대로..절대로 그냥가지 마세요..[댓글 구걸중?]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