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역 표지판이 보이자 김사장은 좌회전하여
내가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짐가방 하나 달랑 있는 것도 도와주겠다며
먼저 내려서 가방을 들어 주었다.
"김사장 고맙소. 빠르면 오늘 저녁이나 내일
오전에 봅시다."
"예, 선장님. 오실 때 연락주시면 마중하하러
다시 포항역으로 오겠습니다."
"허허, 친절은 고맙소만 김사장 아내가 화내는건
아닌지 모르겠소 허허."
"허허, 다녀오십시요."
익숙한 포항역 경치에 눈은 정면을 응시한채
발걸음이 창구로 향하도록 발을 내딛었다.
열차표를 끊으려는 듯한 행동이었는지
매표소에 직원이 먼저 나를 불러주었다.
"여기로 오세요. 고객님."
"동대구 하나 주시오."
"동대구 하나. 2시 20분 무궁화 확인하시고
앞에서 기다리세요."
"더 빠른 건 없소?"
"여기 화면을 보시면 제일 빠른게 2시 20분
찹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마음에 화면도 확인하지 않은채
빠른 표를 달라고 말해버렸다. 포항에서 기껐해봐야 얼
마 걸리지 않는 고향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있기에
마음이 조금은 조급했다.
끊었을지 모를 휴대폰을 켜보았다. 벨소리와 함께 전원이
켜지자 한칸 남짓 남아있는 밧데리가 보였다.
'이 정도면 전화 한통은 되겠구만."
1번을 꾹 눌렀다.
바이올린을 켜는 듯한 연결음이 들리더니 이윽고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집에 있는 감?"
"어머, 어쩐 일이세요?"
"정리하고 간다더니, 아직 집에 있구만......"
"옷가지랑 아이들 좀 챙기려고 잠시 들렀어요."
"그 정신에 아이들 생각은 나나보네."
"몇개월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당신보단
낫지 않아요?"
"내 직업을 좋아한 건 당신이었잖아."
"그렇게 오래 탈 줄 누가 알았어요?"
"거, 했던 얘기 또 하고, 다퉜던 얘기 또 하지 맙시다."
"저도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아요.
그나저나 포항에 들어오신거에요?"
"지금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집에 가면 이야기 좀 해."
"무슨 이야기요. 도장이라도 찍어 주실려구요?"
"내 도장을 찍든, 지장을 찍든 당신하고 이야기 좀
하려고 일부러 내려가고 있소."
"그럼 1시간 뒤에 도착하시겠네요.
점심 식사 안하셨지요?"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 하지."
"그래요, 그럼. 도착하시거들랑 집 앞에
고기 집에서 봐요."
"그래 그렇게 하지."
차가운 아내의 말투에 조금 화가 났지만
어떻게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 풀릴 것 같아
할 말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아내가 이렇게 나올테고, 아이들 이야기를
꺼내면 또 이렇게 나올테고.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복잡해
지는 문제인 것 같아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했다.
'2시 20분에 동대구로 출발하는 열차에 오르실 손님은
지금 승차해 주십시오.'
안내방송이 나오자 생각을 뒤로한채 가방을 들고 열차에
올랐다. 시간을 보니 10분 남짓 여유시간이 있어 출출한
허기라도 잠시 채우자 하는 생각이들었다. 들어가는 창구
오른 쪽에 편의점이 있었다.
"이거 빵하고, 우유 하나 얼마요?"
"네, 찍어드리겠습니다."
"1200원 입니다. 고객님."
"여기 있소."
"좋은 하루 되세요. 고객님."
"허허, 거 점원이 참 친절하구만."
"네."
먹을 것을 가방에 챙겨 넣고 열차에 올랐다.
바깥을 보니 나무가 좌우로 살랑살랑이는 듯 했다.
눈이 침침한지 육지멀미를 하는건지 내 눈이 내 눈을
믿지 못하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놈의 멀미가 또 도지는구만.'
---------------------------------------------------------
횬쓰입니다^^;
9월 항해일정을 보니 행복하네요.
아이템의 꿈? ㅋ
단편정도로 생각하고 짧게 적으려고 했는데 어느 덧 길어지고
있고 제 나름대로 생각한 스토리가 짜임새를 갖춰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구요,
가급적이면 쉬운 말, 쉬운 용어로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전문용어가 없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