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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악마의발톱-11

날아라횬쓰
댓글: 2 개
조회: 583
추천: 2
2007-09-17 00:54:08
"여보!"

뒤돌아 걸어 가는 아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나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아내에게 달려갔다.

아내는 뒤돌아 보더니 내가 달려오는 모습이
마치 자기를 때리러 오는 것인마냥 느꼈는지
핸드백을 가슴까지 올렸다.

아내앞에 가자 상기된 얼굴과 뜨거운 마음이
식을 줄 몰랐다. 주먹을 쥐었다. 있는 힘껏
주먹을 쥐었다. 손이 떨리자 아내는 갑자기
가방을 내렸다.

"왜 이래요, 여기 사람 많은 곳에서 뭐 어떻게
해보겠다는거에요?"

아내가 가방을 내리고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뭐 어떻게 해보겠다니, 내가 때리기라도
하면 무슨 생각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손이 떨렸다. 때리면, 때리면 아내가 뒤돌아설까.
신문기사에 나오는 갈 곳 까지 간 녀석들 처럼
내가 그렇게 행동하면, 내 아내는 돌아설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보, 지금까지 당신 배타는거 기다려준 것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힘든 여자는 없었어요.
돈? 그 몇푼 가지고 제 인생을 보상하겠다니.
당신은 그 발상 자체가 틀린거에요. 이제와서
내 인생 좀 찾겠다는데 아이들 내세워서 제 앞길
막으려고 그러세요? 생각 좀 하시라구요."

"할 말 다 했는가?"

"할 말도 없네요.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하늘에 구름은 마냥 흰색인데 얼굴에 빗방울이
주룩 주룩 내리는 것인마냥 눈물이 흘렀다. 주먹에
들어간 힘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눈앞에
습기 찬 유리창처럼 흐려졌다. 소리내어 울 수 없는
이유는 내 나이가, 울기엔 너무 성숙한 나이였기
때문이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니 아내는 그제서야
뒤돌아서서 말도 없이 앞을 향해 걸어갔다. 택시를
잡으려는 듯 길가에서서 좌우를 두리번 거리며
살폈다.

아내를 향해 달려갔다.

"여보."

"왜 이러세요. 진짜."

"이거, 얼마 안되지만 친정가는 차비하시오.
가다가 출출하면 뭐라도 들면서 가고......"

"돈 필요 없어요."

"넣어둬."

"참, 알겠으니 갈 길 가세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 겨우 종이 몇장 뿐이었다.
마음 한 켠이 뜨거워 지는 것이, 눈물로는 다 개워
낼 수 없는 뭔가가 있었기에, 멍하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돈을 주고 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화창한
날씨가 그저 원망스러웠다.

아내가 택시를 잡은 듯 했다. 아내를 쳐다보니
택시에 오르며 행선지를 말하고선 나를 쳐다보았다.
택시가 출발하고, 택시 유리창으로 아내의 모습이 지워져 갔다.

'이렇게 끝인가......'



결자해지라 했던가.
맺은 자가 풀어야 한다고. 내가 그동안 배를 타면서
맺었던 아내의 아픔들이 나의 이혼결정으로 풀린건가.
이게 진정 결자해지란 말인가. 푼자가 아픈 것이
무슨 옛 선조들의 격언이던가.

뒤돌아서며 집을 향해 걸었다. 아이들을 볼 생각에
면목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짧은 몇시간 안되는 이 상륙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밥한끼와 당부의 말
밖에 없었다.

집을 향해 걸었다.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어느 하나 옳은 생각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없었다. 아이들 앞에 서면, 이 말을.
아이들 앞에 가면. 이 말을 해야지......
수 없이 되뇌여 보아도, 어느 하나. 부족한 아버지로서
책임감 있는 말은 없었다.

집이 보이자 서둘러 발을 내딛었다. 오랜만에 오는
집이었지만 익숙한 풍경이 마음은 조금은 안심시키는 듯
했다. 계단을 오르고 복도로 들어가자 둘째가 밖에 있었다.

"명한이 나와있었구나!"

"아빠~"

"요 녀석. 아빠 오는 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나와있었어?"

"엄마가 아까 연락했어요. 아부지 오신다구."

"엄마가 뭐라시더냐?"

"엄마 친정에 다녀올테니 아부지랑 저녁 먹으래요
여기 돈도 5만원 주고 갔어요."

"다른 말씀은 없으시던?"

"다른 말은 없고, 친정에 일주일 정도 있다가 온데요
고향에 아는 분이 돌아가셔서 봐야 한다나......"

"그래 형은 어딨니?"

"형은 큰방에서 컴퓨터 게임하고 있어요."

"허허, 녀석들. 게임좋아하는 건 여전하구만."

"일단 들어가요. 아부지. 오늘 다시 가야되요?"

"오늘 꼭 가야되는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르지."

"에이, 아부지는 맨날 사라져."

"허허, 다 너희들을 위해서 고생하고 있잖니."

"아무튼. 들어가요 아부지.
형! 아부지 왔어~"

"어, 아부지 오셨어요?"

"어 그래 성한아. 밥은 먹었냐?"

"아부지 들어오시면 먹을려고 했는데.
아부지 식사하셨어요?"

"아부지 식사 안했단다.

아내와 고기를 먹은지가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 앞에서 배부른 척 할 수 없었다. 저녁시간이
되어가자 혹시 출항 스케쥴이 바뀔까봐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스케쥴이 바뀌어서 오늘
돌아가야 한다면 아이들하고 먹는 이 밥이 마지막
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부지 그럼 우리 피자 시켜 먹어요."

"피자? 좋지. 잘아는 데로 시키거라.
아부지가 쏜다~!"

"와~진짜요? 엄마가 돈 주고 갔는데?"

"너희들 용돈 하거라. 성한이도 이제 대학생이고
명한이도 중학생인데 돈 필요하지 않겠니."

"헤헤, 나는 아부지가 진짜 좋아요."

"녀석, 엄마는 안좋구?"

"에이. 엄마는 맨날 오전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고 그래서 별로 볼 시간 없어요."

"아빠도 배타고 나가는데 볼 시간이 더 없지 않니?"

"한 번을 보더라도 아부지는 좋아요."

"얘끼 녀석아. 엄마를 더 좋아해야지.
더 챙기곡. 말야."

"헤헤, 아무튼 피자 시킬께요 아부지."

"명한아 냉장고에 붙은 거 좀 가져와"

"어 알았어 형."


아이들이 방으로 가서 주문을 하는 사이에
잠시 짐을 놓고 짐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방도
그대로고, 가구도 그대로고, 모든 것이 변함없이
제자리에 있었는데 아내만 제자리에 없다는
생각에 또 다시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피자를 주문하는 두 녀석.

대학생, 중학생이라고 하지만 아부지가 사주는 피자가
어디 그리 좋아서 저리 웃는지.

비단 아부지 뿐이랴.
저희 어미가 사주는 피자가 훨씬 맛있을 것을......

'띠리링'

"여보세요?"

"선장님 3항삽니다"

"음 그래. 무슨 일이야?"

"예 선장님 출항 스케쥴 나왔습니다.
오늘은 스케쥴이 빡빡해서 안되겠고, 빠르면 내일 새벽 6시 30분
늦으면 내일 아침 9시 30분 되겠습니다."

"음 그래, 내 늦게라도 버스타고 배로 돌아가지."

"예 선장님. 선식에 연락해 놓겠습니다."

"아니 연락하지 말게, 내가 따로 연락하지."

"예 알겠습니다. 선장님.
수고하십시요."

"그래, 수고하게"



출항스케쥴이 예상대로 나온 것 같았다. 아이들과 밥 한끼,
잠 한 번은 자겠구나...하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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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스케쥴 : 배가 화물을 내릴 때 시간당 얼마나 화물을 푸는지 계산을 해서
하역인부들이 출항 시간을 계산해 준답니다^^ 그래서 보통 내일 몇시쯤,
내일 모레 몇시쯤 하며 말을 해주구요, 이 시간에 따라서 항해사나 선장님
기관장님들이 상륙을 하는 것이죠 ㅎㅎ

Lv2 날아라횬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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