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소설/카툰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소설] 악마의발톱-12

날아라횬쓰
댓글: 2 개
조회: 864
추천: 1
2007-09-24 00:27:22
전화 내용을 들었는지 큰 아이가 물었다.

"아부지, 내일 가요?"

"그래, 또 그렇게 됐구나."

"이번엔 어디로 가요?"

"응, 이번엔 아프리카로 갈 것 같구나. 회사에서
화물을 아프리카로 수배했데."

"아프리카요? 아부지 거기 처음 가잖아요."

"그래, 오래동안 타왔지만 아프리카는 처음이구나.
아프리카에 대해서 아는거 있니?"

"아프리카하면 흑인, 금, 야생동물 이런거 밖에
생각이 안나요. 아부지는 더 아시는거 있을라나?"

"아프리카하면 인종갈등도 있고, 식민지도 있고.
희망봉도 생각나고, 소말리아나...여러가지 있잖니."

"인종갈등에 식민지라니 왜 이렇게 우울한 것만
알고 있으신 거에요? 긍정적인거 생각해봐요 아부지"

"허허 녀석.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언제 아부지가
슬픈 거 봤냐?"

"헤헤, 하긴. 우리 아부지가 부정적일 수가 없잖나요.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허허, 피자 사준다고 하니 아부가 절로 나오는구나?
이거, 피자 자주 사줘야 겠는걸?"

"피자 사주시면 저야 좋죠~! 맨날 아부할께요 아부지~!"

"허허허허"


출항 스케쥴이 빠듯한데 아이들이 좋은 소리로 내 이야기를
받아주니 기분이 좋았다. 다 큰 녀석들이라고 조금 머리가
굵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내게 마음을 열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이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30분 정도 지나자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푸루릉, 끼익.'

"아부지 피자 왔나봐요~"

"그래 명한아 나가보거라."


'딩동, 피자 왔습니다!'

"피자 왔습니다, 15900원입니다.
쿠폰은 안에 있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요~"

"여기 돈 받으세요."



"아부지 피자왔어요. 방으로 가져갈까요?"

"거실에서 먹을까?"

"아부지 편한데로 하세요."

"그럼 거실에서 먹도록 하자."


굳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신문지를 가져와서 바닥에 까는 것이었다.
흘릴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는데 한 조각을 들어 나에게 먼저 권하는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찡한 것을 느꼈다. 제대로 돌봐준 것도,
가르친 것도 없는데 아이들은 어느덧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나이가 된 것이었다.



"아부지 먼저 드세요."

"허허, 녀석들 먼저 먹거라. 아부지도 피자 좋아하지만
너희들이 아버지 보다 피자 훨씬 좋아하잖니."

"그래두요, 원래 윗사람 한테 음식을 먼저 권하는 거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자기 먹는거 먼저 먹어도, 저는 어른들 먼저
생각할래요."

"허허, 녀석. 우리 명한이 용돈 좀 줘야겠는걸?"

"어어~, 아부지 이러기에요? 원래 용돈도 순서가 있는 법.
얼른 이 성한이의 주머니를 채워주소서~."

"허허, 성한이 형이라고 순서 챙기는 거야? 허허허허"

"헤헤헤, 아부지 용돈은 나중에 생각하고 시장하실텐데
얼른 드세요."

"그래그래, 우리 명한이가 주는 피자, 얼른 먹어야 겠다."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피자를 먹고, 함께 웃었다.
서양음식에는 한국음식다운 정(情)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마 그것은 사람 마음 먹기에 달려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충분히, 피자를 통해서 아이들과 한 걸음
더 친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
면서 아이들의 맛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기호를 알게 되서
아버지로서 뭔가를 더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역시 아버지란 존재는 아이들을 하나의 사람으로 알고, 하나씩
알아가고, 챙겨주는 기쁨에 살아가는 걸까. 오늘은 큰 상선의
선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아버지로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이
참 기쁘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기쁜 날이다.




"정리는 아버지가 할테니 얼른 들어가서 씻거라, 양치질 하고."

"예, 아부지."


두 녀석이 나란히 화장실로 가서 양치질을 시작했다. 먹은 것을
정리하고, 바닥을 닦자 허리 춤 위로 거실의 시계가 보였다.
빨간색 깜빡이는 전자시계위로 선명한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이만 가야하는 걸까?'



아이들이 씻고 나오자 방에 들어가 TV를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방에서 컴퓨터 오락을 하겠다며 서로 자리싸움을 했다. 양보하라며
성한이에게 말을 하고선 TV를 켜니 날씨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날씨가 흐려 남해안 곳곳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었다. 비 구름이
내일이면 내륙으로 올라온다고 하니 정박해 있는 우리 배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작업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당직은 잘 서고 있는지.
천성이 뱃놈이고, 직업이 선장이다보니 날씨뉴스에 다른 생각은
나지 않고, 배생각부터 하니......


TV를 틀어놓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성한이가 내 표정을
읽고선 다가왔다.

"아부지, 비오면 배에 가보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허허, 그래야지."

"비오면 아부지가 탄 배는 작업 못하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큰 비가 아니라고 하니 걱정은 말거라.
태풍이 오는 거면 몰라도 작은 비에 넘어갈 만큼 배가 약하진
않단다."

"이번에 타시는 배는 얼마나 큰거에요?"

"우리 성한이가 배를 조금 알면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텐데.
쉽게 말해서 길이가 309m에 폭이50m란다."

"이야! 감이 안와요 아부지"

"월드컵 경기장 보다 크다고 보면 되지."

"그럼 화물 창이 몇개나 되는거에요?"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곳이 9군데나 된단다.
음......9군데를 모두 싣게 되면 18만톤에서 20만톤까지 싣게
되는거지."

"이야! 그럼 화물창이 엄청 크겠네요."

"화물창에서 축구해도 된다, 허허허"

"축구요? 이야......, 오실 때 마다 말씀만 하지 마시고,
진짜 나중에는 꼭 태워주세요."

"오냐 알았다."


아이들을 낳고 배를 타게 된지도 오래되었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제대로 배를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았다.
모름지기 선장이라면 가족들을 배에 데려올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 권한을 발휘하지 않은 것이다.
웬지 가족들을 배에 방선시키면 나도 모르게 연약한 모습을
보일 것 같아 방선시키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이들의 말에 선뜻 대답은 했지만 내키지 않은 마음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간이 저녁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작업상황을 파악하려
폰을 들어 배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시간이면 삼항사가 당직을
서고 있을테니 삼항사가 받겠거니 했다.

'띠리링'

"음 여보세요. 삼항사?"

"여보세요. 실버비너스호 실습항해사입니다!"

"음? 실항사? 나 선장인데 삼항사 자리비웠나?"

"삼항사님 잠시 화장실 가셨습니다."

"흠, 그럼 삼항사 돌아오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전하고, 실항사는 또 삼항사가 시킨다고 라면 끓이고
야식 만들고 그러지 말고. 쉬그라 알겠나?"

"예! 선장님. 말씀 전하겠습니다."


'탁'


폴더형 휴대폰이다보니 전화를 끊을 때 마다
탁탁 소리가 났다. 낡은 것은 아니지만 제법 쓸만한
휴대폰인데 은근히 거슬리는 소리이긴 했다.
뭐, 어차피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휴대폰이니 바꿀 필요는
없었다. 배 타는 사람에게서 좋은 휴대폰이 무슨 사치일까.
어차피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장님, 삼항사입니다."

"음 그래, 삼항사. 화장실은 잘 다녀왔고?"

"하하, 시원합니다. 선장님."

"허허, 자네만 시원하면 되는가. 옆에 있는 실항사도 시원
해야지. 10시 넘어서까지 같이 있었으면 그만 쉬게 해주게나."

"예, 선장님. 그렇지 않아도 막 올려 보내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래그래,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인데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적당히 교육시키고 쉬게 하게."

"예, 선장님. 그나저나 실항사 때문에 연락하신겁니까?"

"아니지, 작업때문에 걸었네. 지금 그 쪽에 비오는가, 삼항사?"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습니다. 큰 비는 아닌데 작업인부들이
잠시 작업때문에 이야기 하러 모인 것 같습니다."

"출항 스케쥴이 바뀔 것 같나?"

"아무래도 비가 더 크게 내릴지도 모르니 오늘 빨리 작업끝내고
내일 새벽 6시 30분에 출항할 것 같습니다. 늦어도 7시에는
출항시킨다고 하니 스케쥴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 같습니다."

"흠, 그럼 지금 들어가야 겠구만. 준비하고 들어갈테니 삼항사는
당직 교대 준비하고, 이항사 한테 말해놓고 있게."

"예, 선장님. 선식업자한테 연락할까요?"

"음 아니야. 택시타고 들어가지 뭐."

"예, 선장님. 살펴오십시요."

"그래, 자네도 일하고, 쉬고 있게."


'탁'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철광석이나 석탄, 시멘트 같은 화물들을 Bulk 화물들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TV에서 벌크선, 벌크선 그러는데요, 그 때 말하는 벌크선들이 이런
철광석이나 석탄, 시멘트 같은 화물들을 나르는 배들을 말합니다.
보통 벌크선들은 크기가 다양한데 제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배는 큰 녀석에
속합니다. 어마어마하죠^^;;;;

벌크선들은 비가 오면 작업이 좀...곤란합니다. 특히 철광석이나 석탄에
비해 시멘트는 치명적이죠^^;;

에.....벌크선 중에서는 오렌지나 가축을 실어 나르는 배도 있습니다.

대항온라인에도 가축거래 렙 올리셔서 하시는 분들 있으신데요.
정말, 매치가 잘되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Lv2 날아라횬쓰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