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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사치 - 4.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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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개
조회: 439
2005-11-05 22:10:52
살포시 안개가 깔렸지만, 리스본의 아침 날씨는 제법 화창했다. 겨울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지중해의 햇살이 따사롭게 대양을 감싸고 있었다.

맑은 하늘, 맑은 바다.
이와는 대조적이게도, 그리 맑지 않은 골목길에 결코 맑다고는 볼 수 없는 두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페이트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주변을 돌아보자 옆에는 세르비체가 널부러져 있었다. 쳇. 그렇게 잘난 척 하더니 네놈도 결국 별볼일 없구만. 그나저나 얼마나 마셨던걸까.

"우욱.."

침과 위액이 뒤섞인, 딱히 무어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액체가 특유의 산미와 함께 넘어왔다. 위장에 음식물이 아직껏 남아있을 리는 없다. 채 소화되지 않은 알코올 찌꺼기가 몸속에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게다.

페이트는 곧 심한 갈증과 함께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페이트는 시원한 냉수를 한잔 들이키고 싶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냉수 같은건 없었다.

이 좋은 아침에, 세르비체는 옆에서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잠시 세르비체를 바라보던 페이트는, 결국 다시 드러누워버렸다.




"없다! 없어!"

페이트는 사색이 되어 외쳤다.

밤새도록 대로에 누워 뻗어있던 죄값을 받는 것일까. 얼마동안 누워 있었던지, 벌써 해는 하늘 위로 높이 떠서 어느새 휴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가로운 낮, 한가로운 리스본의 구석진 골목에서 페이트와 세르비체는 알거지가 된 신세를 난감해하고 있었다. 목숨과 바꿔온 돈. 전 재산의 절반을 털어서 산 조합원 증명서. 그리고 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배 문서. 이 모든 것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세르비체는 멍한 정신을 일깨우며 주위를 둘러봤다. 후미진 골목, 누가 쓰러져서 죽어도 사나흘은 모를 듯한 뒷골목에 언제 들어왔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도둑이야!"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저 멀리 누군가에게 쫒기는 듯한 한 남자가 이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고, 그 뒤를 젊은 소년이 뒤쫒고 있었다. 도둑맞은 것을 난감해하던 상황에 이런 외침이라니. 세르비체와 페이트는 도둑이란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 저놈이다. 저놈이 모든 사건의 원흉일테지. 저놈만 잡으면 전 재산을 환수하고 돈을 벌고 거상이 되어 멋진 인생을 즐길 수 있어.

달려오는 남자를 붙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져있던 남자 둘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에 의해, 사면초가에 빠진 도망치던 남자는 별 저항도 하지 못하고 붙잡히게 되었다.




"알베로라고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알베로는 숨을 몰아쉬며 감사를 표했다. 제법 어린 소년이었지만, 나름대로 한 배를 이끌고 있는 듯 했다. 이윽고 다른 선원들이 몰려왔고, 소매치기는 꼼짝없이 잡히게 되었다.

소매치기 남자가 훔쳤던 돈은 약 2만 두캇.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세르비체와 페이트의 물건들은 발견할 수 없었다. 소매치기를 한참을 뒤지다가 절규하는 표정을 짓는 그들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던 알베로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저, 사례금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잠시 시간좀 내 주시겠습니까?"

"좋소."

세르비체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애초에 이 소매치기를 잡으면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 부터가 잘못이었다.

알베로와 함께 묵묵히 걸어가면서, 세르비체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대체 언제,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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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인 것 치고는 썰렁하기 그지없긴 합니다만..-_-;
그동안 시험이다 프로젝트다 이래저래 바빠서, 소설에 통 신경을 못썼네요.

얼추 대학들이 시험이 끝났는데, 잘들 치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시험기간까지 과제를 내버리는 멋들어진 조교분들 덕에 시험이 끝난 지금도 밤새 코딩에 여념이 없습니다; (본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공인지라-_-)

우리네 인생사. 쉽지 않지 않습니까. -┏

Lv2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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