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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UMP45) 에필로그.

렝가는op다
댓글: 13 개
조회: 2889
추천: 15
2017-11-15 04:00:30







0. 들어가기 전.

 이 글을 읽기 전에 이것 하나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제목은 에필로그라고 적어 놓았지만 사실 이 글은 에필로그가 아니다.
 물론 ‘제목을 에필로그로 써 놓았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소리 하는 것이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만큼은 밝히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프롤로그다. 이건 그녀와, 아니 그녀들과 나의 새로운 이야기다. 



1.
 
  늦은 시간, 사람이 없는 한적한 가게 안. 나는 평소처럼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손님을 반기고, 손님을 대접하고, 매일 넓은 가게 구석에서 몰래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소박한 일상이다.
 예전에 나는 지휘관 생활을 했었다. 늘 보고서나 쓰는 힘겨운 직업이다. 보고서를 다 쓰면 다시 보고서가 들어오고, 다 쓰면 또 들어오는 다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직업.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녀를 만나기 전 이야기다. 그리고 그녀가 내 곁에 없는 지금은 나름 큰 철물점을 하고 있다. 

 딱히 철물점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부품을 모으다보면 그중에 그녀의 부품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그 사실을 계속 부정했다. 그녀는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있을 거다. 지금 어딘가에서 분명 나를 그리워하며 나와 같은 별들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1년의 시간은 너무나도 길고 가혹하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현실과 타협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철물점을 시작했다. 

 늘 부품들을 보면서 남 몰래 눈물을 훔쳤다. 저기 어딘가에 그녀가 있을지도 모르겠지. 다시 팔수가 없었다. 어쩌다가 그곳에 그녀가 있을 것 같아서 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형에서 쓰일 수 있는 부품을 전부 모아두기 시작했다. 그나마 나오는 수익은 인형에서 쓰이지 않는 부품들을 팔아서 벌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완전히 포기한건 아니다. 이 가게를 지을 때 그녀들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위층에 그녀들의 숙소도 같이 만들어 놓았다.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그 방을 청소하고 단장했다. 다만 가게를 만들고 청소를 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나갔다.
 총합 3년이 흘렀다.

 일이 끝나면 늘 부품들을 옆에 두고 창가에 앉아서 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 날도 나는 늦은 시간이 되어 집으로 올라갈 준비를 하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그녀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은 하늘에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오른쪽 팔목에 걸려있는 고무줄을 바라보았다. 3년 전 그녀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자 우리의 결혼반지. 평소에 전장에 나갈 때 사용하던 각이 진 머리핀이 아닌 사복차림 일 때 그녀의 머리카락을 책임지던 녀석이다. 나는 형광등 불빛을 반사해 녹색으로 빛나는 조금 두꺼운 머리끈을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푹신푹신한 털이 내 손가락 끝에서 느껴졌다.
 “하아....”
 나는 숨을 한번 깊게 뱉어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참아냈다. 나는 늘 하던 생각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녀와 처음 만났던 순간. 그녀가 처음 나에게 말을 건넸던 순간. 그녀가 처음 눈물을 보였던 순간 등등.
 그녀, 그리고 소대원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을 전부 천천히 헤집어 보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듯이 되뇌었다. 누군가 그걸 듣는다면 분명히 재미없는 이야기라고 생각 했을 거다.
 “그런대로 행복했었네.”
 언젠가 나는 그녀와의 첫 만남이 최악이라 했었다. 정정하겠다. 그녀와 만났던 그 순간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다. 멈춰져있던 내 보고서작성 인생을 다시 움직여주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해준 그녀를 만났던 순간이다. 더 이상 그 첫 만남을 부정하며 감추지 않겠다. 나는 그날 그녀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다시 별을 바라보았다. 별빛들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물방울처럼 빛을 냈다.
 그때였다.
 ‘딸랑딸랑’
 내 등 뒤에서 요란한 종소리가 고요한 가게내부를 울렸다.
 나는 무감정하게 허공에 대고 말했다.
 “오늘 영업 끝났습니다.”
 나는 그 손님이 바로 돌아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창밖에 집중하려했다.
 그때 내 귀를 간질이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여기 혹시 핫쵸코 있나요?~”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 한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었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내 등 뒤에서 부터 시작되어 내 머릿속에 도착했다. 그 목소리를 내 뇌에서 빠르게 분석했다. 이윽고 한 가지 결론이 내 머릿속을 뚫고 지나갔다.
 잠깐만.... 말도 안 돼.
 반쯤 감겨져있던 내 눈이 점점 확장되었다. 턱을 괴려고 올라가던 팔이 이내 멈추고 다시 내려갔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이, 마치 지금을 위해서 지금까지 멈춰 있었던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심장의 떨림이 내 전신에 울려 퍼졌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두근거리는 소리가 내 귀까지 전해졌다.
 코끝이 찡해지며 눈물이 잠시 시야를 가렸다. 머리속이 하얘지며 백지속에 그녀의 얼굴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기름칠을 하지 않은 로봇의 고개가 돌아가듯이 삐걱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45....”
 그녀가 있었다.  
 죽은 줄 알았다. 아무리 부정해도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살아있었다. 지금 내 눈앞에서 그녀가 살아있다.
 일부분을 네모난 고정기로 고정시킨 회색 머리카락과 왼쪽 눈에 나 있는 긴 흉터, 너덜너덜해진 검은 색 후드잠바, 다 찢어진 검은색 스타킹을 입고 있는 이 아름다운 소녀는 살아있었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입이 움직였다.
 “이거....꿈이야?”
 그녀가 살짝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네. 꿈이에요.”
 그 대답을 듣고 나도 살짝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렇구나...”
 그녀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지금은 저에게 어떤 짓을 하셔도 다 용서 해 드릴게요.”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떨어졌다. “꿈이니까요.”
 한줄기의 눈물을 뺨에 흘리며 그녀는 나에게 싱긋 웃음 지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와 점점 가까워졌다. 8M도 안되어 보이는 이 짧은 공간이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처럼 길게 느껴졌다. 나는 오작교를 건너는 견우의 마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 대었다. 만질 수가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툭하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얼굴은 따듯했다. 반대쪽 손도 그녀의 볼에 가져다 대었다. 조금씩 떨리는 손이 손등에 닿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팔로 감싸서 품에 안았다.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이 순간을 너무 기다린 나머지 그녀를 꿈에서 수도 없이 보았다. 그리고 꿈에서 깰 때 마다 나는 잔혹한 현실에 좌절했다.
 꿈의 내용이 점점 잊혀 지려 하면 나는 기억해 내려고 안간힘을 써냈다.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언제나 꿈의 내용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을 자책했다.
 때문에 그녀와 다시 만나는 꿈을 수차례나 꾸었던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현실’ 이다.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가 살아서 돌아와 주었다. 내 품에 안겨있다.
 한참을 그 상태로 있었다. 그녀도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너무 강하게 끌어안아서 숨이 막혔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강하게 끌어안았던 팔을 풀고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가며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떠나던 날처럼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었다. 겨우 만난 재회의 순간을 울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이제는 양 눈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내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전부 용서해드린다고 했는데, 겨우 이게 끝이에요?”
 나는 바로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잡아서 그녀의 얇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팔이 내 목을 감쌌다.
 그녀의 모든 것이 느껴졌다. 불규칙적인 호흡, 달아오른 체온, 내 목을 간질이는 그녀의 손길, 내 혀 위를 달리는 그녀의 혀. 긴시간동안 우리는 서로의 타액을 공유했다.
 그녀가 잠시 입술을 떼더니 머리에 달려있던 네모난 머리장식을 뽑아내듯이 벗어 던졌다. 회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 후 45가 나를 손님 접대용 책상으로 몰아 붙였다. 그녀가 내 멱살을 잡아당겨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끌려 이리 저리 가게 안을 전부 헤짚었다. 짜릿하고 행복했다. 지금까지 견뎌온 시련을 지금 다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만약 우연히 창밖에서 얼굴을 붉히고 재미있다는 듯이 우리를 바라보는 UMP9을 발견하지 못 했더라면 우리는 소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갈 때가지 갔을지도 모른다.
 소대원들을 보고 나서야 평정심을 찾은 우리는 손을 맞잡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예전 404 소대원들이 있었다.
 UMP9은 얼굴이 붉어져서 내 눈을 피했다.G11은 벽에기대서 태평하게 자고 있었다. 
 HK416이 나를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즐거우셨나요?”
 45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 너희들을 생각 못했어.”
 “웃기지마. 들어가기 전 까지만 해도 우리한테 떨린....”
 45가 강하게 416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416~. 핵심코어 회수당하고 싶은 거야?”
 416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 짓고 나서야 그녀가 손을 내렸다.
 나는 주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일단은 들어갈까? 여기에 계속 서있을 수는 없잖아.”
 내 말에 동의한 소대원들을 데리고 가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때를 위해 준비해둔 그녀들의 방을 하나씩 소개해 주자 그녀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우와~이게 우리 방이야?”
 9만빼고서.
 9이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침대위에 뛰어들며 소리쳤다. “지휘관, 이걸 다 어떻게 준비한 거야?”
 “퇴직금으로 했지.”
 내 대답을 들은 416이 나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 많은 돈을 전부 여기에 꼴아 박았어요? 대단하시네요.”
 “마음에... 안 들어..?”
 “그건 아니에요. 저기 바보들 보다 기쁜 건 아니지만요.”
 그녀는 그 말을 마치고 조용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45에게 가보았다.

 9과 함께 누워있던 45가 나를 보고 음흉한 눈빛을 지으며 나에게 손짓했다.
 뭔가 많이 불안했지만 일단 순순히 따라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여기 앉아요,”
 45가 손으로 침대를 툭툭 치며 말했다.
 내가 순순히 앉자 그녀가 내 다리를 베고 누웠다. 그녀가 평화로운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어두운 검은색의 우주에 빠져버릴 것 같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빠져 버릴 듯이 바라보고 있었을 때 9이 내 어깨에 얼굴을 걸치고 말했다.
 “지휘관. 지휘관은 우리 언니 어디가 그렇게 좋아?”
 난데없이 대답하기 제일 껄끄러운 질문이, 방비도 못하고 있던 나에게 쑥하고 들어왔다. 어릴적에도 이런 질문을 받을것이라고 전혀 생각해보적이 없었기에 미리 대비 해서 생각 해두지도 않았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게. 어디일까.
 “음...글쎄...”
 그러자 45가 검지손가락으로 내 가슴부근을 문지르며 말했다.
 “지휘관~. 내 어디가 그렇게 좋아?”
 그녀의 반쯤 감긴 눈이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지금은 꾹 참아두었다.
 나는 그냥 내 진심을 말했다.
 “네가 너라서 좋아.”
 나는 그녀를 향해 살짝 웃어주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9이 김빠진다는 듯이 말했다.
 “에이~그게 뭐야. 우리 언니의 ‘작은 가슴이 좋다’라도 말하란 말이야.”
 45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 속에는 상상도 못할 살의가 풍겨 나왔다.
 “9~? 뭐라고 그랬어?~ 응?”
 그제야 실언을 한 것을 알아차린 9이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아, 아니...아...어...음....미안해 언니...”
 9은 이 상황이 너무 무서웠는지 내 등에서 떨어져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건 그렇고 지휘관~ 왜 내 방이 여기 있는 거에요?”
 “무슨 소리야?”
 “당연히 지휘관 방이 내 방인 거 아니었어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9은 어떡할 건데?”
 45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건... 그렇네요.”
 “알았으면 오늘은 이만 씻고 잠드는 게 어때? 밤이 늦었어.”
 “네~네. 지휘관도 같이 할래요?”
 나는 실소를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런 건 나중으로 밀어두자. 오늘은 소대원들이랑 같이 씻어.”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9을 데리고 11과 416의 방으로 걸어갔다. 



 나도 내 방으로 가서  샤워를 했다. 나는 목욕을 조금 오래하는 편이라 시간이 더욱 늦어져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어 침대에 몸을 던졌다. 기나긴 하루였다. 믿지 못할 하루였다.
그녀가 돌아왔다.
그녀가 살아있다.
 그 사실만으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슬슬 피로가 몰려 들어온다. 나는 배개를 배고 눈을 감았다.
 잠을 청하려는 순간 방문이 열렸다.
 소리에 깜짝 놀란 내가 고개만 살짝 들어 그곳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45가 서있었다.
 나는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45?”

 45는 조용히 문을 닫고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저 어때요? 지휘관?"
 그녀가 입기에는 조금 큰 흰색 와이셔츠 밑으로 그녀의 흰 다리가 드러나 있었다. 순간 잠이 싹 달아났다.
 “잠깐만 너, 옷을 총 몇 벌 입고 있어?”
 그녀가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얇은 입술을 지그시 누른 후 대답했다.
 “글쎄요...0보다는 크고 2보다는 작으려나.~”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부부나 다름 없으니 상관없겠지 뭐. 
 나는 차분히 우리를 방해할만한 요소를 생각해 내보았다.
 “소대원들은 어쨌어?”
 “다들 자고 있어요.”
 “휴대전화는?”
 “있을 리가 없잖아요?”
 “밥은?”
 “방금 먹고왔어요.”
 “정말이지... 너는 예전부터 빈틈이 하나도 없다니까.”
 그녀가 단추를 하나씩 풀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런 중요한 순간을 누군가가 방해하게 두진 않을 거니까요.”
 심장이 다시 두근거렸다. 숨이 조금씩 거칠게 쉬어졌다. 그녀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심장을 쥐어잡았다.
 그녀가 침대위로 올라와서 내 몸 위를 차지했다. 
 겉으로 보았을때는 가녀린 몸이지만 막상 내 위에 올라타있으니 상당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마치 산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때의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는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얼굴이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서 내 입술에 닿았다. 나를 잡아먹을듯이 덤벼오는 바람에 반쯤일으켰던 몸이 완전히 누워져버렸다.
 흰색 와이셔츠를 반쯤 걸친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충동을 제어하지 못할 뻔 했지만 혼심의 힘을 다해서 이성의 끊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이런 상황을 전부 파악 하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그녀가 입술을 떼어냈다. 그녀의 혀와 내 입 사이에 진한 타액이 이어졌다가 이내 끊어졌다. 그녀가 천천히 얼굴을 내 귀 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럼...아까 하던 거 마저 해줘요.”

 그 목소리에 나는 겨우 눌러 놓았던 자제력을 잃어버렸다.

 나는 바로 그녀의 몸을 잡고 그녀와 나의 상하 관계를 뒤집었다.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연약한 비명을 질렀다.
 놀란 기색도 잠시 그녀가 다시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턱 선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했다. 
 “오늘 밤 만이에요.”
 천천히 그녀의 풀다 만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어 내렸다. 하나하나를 풀어낼 때 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 소리가 나를 더욱 미치게 했다. 이윽고 그녀의 새 햐얗고 투명한 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몸은 인간과 100%같다고 해도 무방했다.
 때 묻지 않은 그녀의 속살을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손이 올라갈수록 몸의 떨림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내 옷과 그녀의 흰옷을 침대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러자 그녀가 손으로 몸을 조금 가렸다. 아무것도 걸쳐지지 않은 팔에는 내가 걸어준 시계가 걸려 있었다. 이제는 멈춰버렸는지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지만, 대신 그녀의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모든 방해요소는 전부 없어진 거 같네.”
 그녀가 게슴츠레하게 뜨여진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지휘관 마음대로 해주세요.”
 나는 천천히 그녀의 몸을 건드렸다. 내 손이 닿을 때 마다 그녀는 간지러운 듯이 웃음 지었다.  
 나는 그녀에게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방해가 되는 그녀의 팔을 옆으로 내렸다. 손으로 그녀의 등을 느끼고, 그녀의 부드러운 다리를 반대 손으로 느끼며 천천히 그녀의 몸에 다가갔다.
 간지럼을 타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우리 사이에서 흘렀다. 나도 그녀의 이마에 머리를 대고 같이 웃었다.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회색으로 빛나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바닥에서 장난을 쳤다.
 그녀가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랑해요.”
 나도 그녀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
 “나도 사랑해”

 잠시 후 방안에 그녀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아픔에 눈물을 조금 흘리다가 이내 나에게 온몸을 맡겼다. 그녀가 이렇게 순종적으로 굴자 그 모습마저도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서로의 손길을 느끼고, 서로의 호흡을 들었다. 서로의 입술을 음미하고 서로의 눈빛을 뇌속에 각인시켰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가 되었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잠시 나뉘었다가 이제야 짝을 만난 것처럼.
 3년 동안 쌓아왔던 감정들을 지금 이 순간에 전부 해소 하듯이 전부 털어냈다.
 그녀와 나의 모든 것을 공유했다.
 그녀와 나의 교집합이 하나의 원으로 완전히 일치되었다.
 서로의 손을 꽉 마주잡고 절대 놓지 않기로 무언의 약속을 했다. 

 우리의 재회의 밤은 길고도 길었다.


 길었던 재회가 끝나고 그녀와 나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잠에 들기전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지휘관.”
 45가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말을 이어갔다. 그녀의 연약해 보이는 몸이 불안하게 떨렸다.
 “그때 못했던 말인데....만약....40이 지금의 저를 본다면 뭐라고 말할까요?"

 그녀의 얼굴을 볼수 없었지만 그녀의 심정이 이해는 되었다. 사신의 과거. 암부에 몸을 담군 그녀를 과연 그녀가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면서까지 구한 목숨이 남들의 목숨을 빼았는 행위로 돌아온 셈이니. 
 "이렇게 추악하게 변해버린 저를 질타할까요? 저를 괜히 살린 것 같다고 자책할까요? 저를 쓰레기라고 하면서 저와 의절할까요? 아니면....아니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말을 해주기로 했다. 딱히 위로도 아니고 질책도 아닌 진심으로 하는 말을. 
 나는 그녀의 머리를 차분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40이라면, 너를 살리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40이라면 아마 ‘행복해보여서 다행이야’ 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런가요.”
그녀는 그다음 부터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가슴에서 느껴진 감각이 그녀가 조금 미소를 띄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녀는 그리고 그녀는 잠에 들었다. 머지않아 나도 같이 잠에 들었다.
 부디 이게 꿈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2.
 
 다음날 아침. 창밖에서 들어오는 강렬한 햇빛에 눈을 떴다.
 아...아침이구나. 45는?
 순간 온몸이 섬뜩해지며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에만 해도 안겨있었던 45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내 옆에 엎드려서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린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어제 입었던 흰색 와이셔츠에 내 옷장 안에 있던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축 늘이며 놀란 가슴을 달랬다.
 “놀랐잖아! 그보다 왜 웃는 거야? 웃겨?”
 그녀는 실실 웃으며 발로 침대를 찼다.
 “제가 일어 났을 때랑 하는 짓이 똑같아서요.”
 순간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조금 뭉클했다. 겉으로는 별로 내색 안하면서 내가 없어질까 봐 은근히 마음을 졸이고 있던 모양이다.
 “옷은 제가 입혀놨어요. 지휘관, 보기보다 몸에 흉터가 많네요.~”
 쓸데없는 짓을. 나는 그녀를 살짝 째려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매혹적인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일찍 일어난 사람의 특권이에요.”
 “그런 거냐.”
 “그런 거에요.”
 나는 몸을 낮춰서 그녀에게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말했다.
 “나가자. 소대원들 기다리겠다.”

 문 밖에는 소대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 평상시에는 보지못햇던 평상복 차림이었다. 전부 내가 혹시 몰라 옷장에 넣어두었던 것들이다. 416은 두꺼운 회색 후드티에 검은색 긴 추리닝바지를 입고 있었고, 9은 귀여운 오리가 그려진 흰색 면 티에 검정색 트레이닝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11은 노란색 얼룩이 박혀 있는 파란색 잠옷차림이었다.
 45가 문밖으로 나오자마자 9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언니! 밤새 어디 갔나 했더니 진짜 지휘관한테 갔었어?”
 곧이어 HK416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밤새 같이 있었군요. .....그래서....즐거우셨나요?”
 나는 당황해서 변명을 해보려했지만 입이 잘 움직이지를 않았다.
 “아..아니..그...그게..”
 45가 9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이상 알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가벼운 말투에 저런 섬뜩한 단어가 섞이자 순간 소대원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조용히 있던 G11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런 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오늘은 일 안 나가세요? 가게 문 열 시간이 한참 지났어요.”
 정적에 같이 휩싸였던 나는 그녀의 물음에 깜짝 놀라며 대답햇다 
 “어?! 아, 오늘부터 가게 문 닫을 거야.”
 45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왜요?”
 “그게 이젠 의미가 없어졌거든. 가게에 있는 모든 부품들을 팔고 다른 가게를 열 생각이야. 물론 방금 들은 생각이긴 하지만.”
 “그 말은 지금 실업자가 되었다는 말이네.” 416이 요점을 꼬집어 말했다. “축하해요. 지휘관 이걸로 2번째네요.”
 “넌 변한 게 전혀 없구나. 그건 그렇고 이제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되는 거야?”
 45가 말하려고 하기 전에 416이 대답했다.
 “네. 왜 인지는 몰라도 그리폰에서 더 이상의 추적을 포기했어요. 방심을 할 수는 없지만 8개월 정도 지속되는 걸로 보았을 때 현재는 안전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404소대에 있었을 때도 냉철한 상황 판단, 정리능력이 뛰어났던 그녀가 브리핑을 하자 9이 거들며 말했다.
 “안전을 확보한 후로는 지휘관을 찾으러 다녔어.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왜 이런 촌구석에 가게를 지은거야. 뭐 그래도 힘들게 지휘관을 찾았을 때 언니의 귀여운 표...”
 9의 머리를 쓰다듬던 45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45는 나에게 싱긋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때 조용히 있던 11이 뭉개지는 발음으로 말했다.
 “그럼...그...부품이란 게...다..팔릴 때까지는 뭐 할꺼야...?”
 나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음...글세 여행이라도 갈까?”
 “바다가자!!! 바다!!!” 9이 45의 손을 풀어내고 소리쳤다. “지휘부 근처에 바다가 있는데도 별로 본적이 없단 말이야!”
 9의 강력한 주장에 ‘나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들은 나는 45에게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45. 나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지휘관이 좋다면 저도 좋아요.”
 “그럼 결정 된 거네.~” 9은 그 말을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이 이상해서 나는 9에게 들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말했다
 “9? 어디 가는 거야?
 “바다 갈 준비 해야지!”
 “지금?”
 “쇠뿔도 단김에 빼랬어. 오늘가자!”
 나는 조용히 45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 눈을 보고 잠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잠시 후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나는 416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45의 눈치를 보던 11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정인가. 다들 각자 짐들 챙겨서 나와.”
 소대원들은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나도 방으로 들어가려할 때 내 등 뒤로 45가 말했다.
 “지휘관~좀 있다가 핫쵸코 한 잔만 가져다 줄 수 있나요?~”
 나는 걸어가다가 몸을 돌려 뒤로 걸으며 말했다.
 “또 다른 거 필요한건 없어?”
 “핫쵸코를 다 마시고 나면 지휘관 필요할 것 같네요.~”
 나는 피식 웃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자, 여기서 내 이야기는 끝이다. 지금부터는 오랜만에 겪어보는 여행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내이야기가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이건 프롤로그다.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아마 다음은 바다에서 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이런 재미없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감사하다.
 꼭 다음에 또 보도록 하자.
그럼 여기서 내 이야기를 마치겠다.
 



fin
 
 
 

 

이제 내일 모레면 수능이네요. 수능날 컨디션을 위해서 조금만 쓰려했는데 벌써 새벽 4시네요. 피로때문에 내용이 조금 이상할 수도 있는점 양해드립니다...ㅜㅜ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Lv28 렝가는o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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