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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마비노기 영웅전 팬픽 - 소나기 인챈트 스크롤 1

아이콘 기사로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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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457
2011-02-05 15:17:58
신음을 내며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과음을 한탓일까. 흔치 않은 기회라 마구 마셔댔던게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딸기주라고 해도 어쨌든 술은 술인가보다.
 창밖을 보면 아직 여명인채로, 해가 떠오르지 않아서 밝지는 않았다. 허나, 곧 있으면 해가 뜰테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었다. 온몸이 근지럽다. 목욕을 마지막으로 한게 언제더라? 으.. 목욕을 하는게 소원인데.. 이그나흐강에 가서라도 하고 싶다.

 여관에서 나오자 깡깡 하는소리가 시끄럽다. 소리는 대장간에서 난다. 대장간의 그 아저씨.. 어젠 나보다 술을 많이 마셨으면서 괜찮은걸까. 생긴것처럼 술에 강한모양이다. 어쩌면 술김으로 두드리는것일수도 있지만.
 여관앞에 아무렇게나 앉아 멍하니 있었다. 다친 오른팔이 지끈하고 통증을 전해온다. 이제 슬슬 익숙해졌을때도 됬지만, 아무래도 자고 일어나면 그런것이 둔해져 깜짝 놀라곤 한다. 왼손으로 오른팔을 쓰다듬으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슬슬 밝아오는 모습에 왠지 안심이 됬다. 오늘도 평온하게 왔구나.

 "어머, 일어나셨어요?"

 뒤를 돌아보니 여관의 예쁘장한 아가씨다. 이런 촌구석에 이런 미인이 있으리라곤. 처음 봤을때는 깜짝 놀랐다. 적당히 인사하고 다시 멍하니 하늘을 봤다. 그러나 그건 처음뿐이다. 대화를 나눠보고 나서는 조금 실망했다. 예쁘장하면 뭐하나. 머리에 든게 없는 여자는 질색이다. 솔직히 착하기만하고 다른 장점이 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옛 생각이 나버렸다. 이런..곤란한데. 잠시 마을이라도 둘러보는게 좋을것 같다.

 마을은 크기가 참 애매하다. 작다고 하기엔 크고, 크다고 하기엔 작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산책하기엔 알맞은 규모다. 한바퀴쯤 돌고 나면 괜찮아 지겠지. 걷다 보니 처음 보이는건 용병단이다. 듣자하니 로체스트에서 고용한 용병들이랬으니 상당한 실력가라는 의미겠지? 최근에 일어난 그 거미 사건도 용병단에서 잘 처리한 모양이다.
 용병들이 마을에 있으면 든든해지는건 사실이다. 오랜만에 안심하고 푹 잠을 잘수 있었던것도 용병단의 존재 때문이었고. 조금 궁금해지는데? 살짝 기웃거려 볼까. 용병단입구 근처에 왔을 무렵, 큰 외침이 들렸다. 안쪽에서 누군가 고함을 지르고 있는듯하다. 왕국 기사단이 어쩌구 하는데.. 아무래도 거미사건과 관련한 이야기인것 같다.

 별로 기웃거릴만한 상황이 아니다. 얼른 자리를 뜨는게 좋겠다. 그 판단은 옳았다. 내가 자리를 뜨자마자 투구를 쓴 용병단원 한명이 용병단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엿들었다고 추궁당하는건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니까.
 여기저기 보이는 민가들은 크기는 아담했다. 그러나 네모 반듯한것이 제법 정성을 들여 지은듯이 보였다. 다른 마을에 비해서 좀 더 활기가 있다. 지리적으로 로체스트와 거리가 가깝기 때문일까? 다음 목적지로는 로체스트로 할까 진지 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 

 길을 걷다가 왠지 재밌어보이는 장면을 봤다. 왠지 한 집의 창문에 사람이 많이 몰려있다. 구경거리가 있다는 의미렷다. 슬금슬금 다가가서 무엇을 보고 있나 봤는데.. 의외로 재미 없는 것이다. 한 청년하고 외눈안경을 쓴 늙은이가 투닥거리는건데.. 뭐 아들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쯤 되어 보인다. 이런게 뭐가 재밌어서 구경하는가 의문이 들었는데 안을 자세히 보니 조금은 납득했다. 온갖 마법도구가 어지러져있는 것으로 보아 둘 중 하나는 마법사인것 같다. 둘 다 마법사이거나.
 그러면 신기한 마법이라도 부릴까 싶어서 구경하는거겠지. 참으로 멍청한 사람들 아닌가. 마법을 그런 사소한일에 사용하리라 생각하는걸까? 억측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슬슬 배가 고파져 여관으로 돌아가는데 눈에 익숙한 장면을 봐버렸다. 의도한건 아니겠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단란한 가족.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재미없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여관에서 주는 밥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쌓인 피로는 별로 없지만 딱히 할일도 없었다. 어차피 오늘 저녁이면 이곳을 떠난다. 아침 일찍 나가는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흉흉할때는 어둠을 틈타서 가는게 귀찮은 일이 별로 없다. 어디까지나 혼자일때 이야기긴 하지만. 그 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열려있으니 들어와"

 문이 열리자 보이는건 여성. 누군진 잘 모르겠다. 여관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후훗, 역시 예상한것처럼 생겼네."
"누구?"

 조금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다. 전생에 아마 여우나 그런 종류였을거다. 그리고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것이.. 꼭 관찰하는것 같다. 옛날의 누군가를 생각하게 해서 기분이 더 나쁘다.

"이름까진 필요 없겠죠? 돈이 되는 건수가 있어어 찾아왔는데."

 트레져 헌터인가. 이런것도 참 오랜만이다. 한창때는 온갖일을 다했었는데.. 음음. 그렇지만 그다지 좋은 추억은 없었다. 정말 돈에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들까지 해냈었지.

"처음 보자마자 건수라니. 요즘 트레져 헌터는 트레져 헌팅이 전문인가 보지?"

 교묘하게 여성을 욕했음에도 여성은 표정하나 일그러지지 않았다. 옛날 그 사람과 비슷하다고 무심코 생각해버렸다. ..짜증난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잖아요? 당신도 돈되는 일이라면  싫진 않을텐데."
"의심하지 않는게 더 이상하잖아? 보다시피 난 부상자고. 내 실력이 형편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그 여성은 피식 하고 웃더니 근처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다리까지 꼬고서는. 뭐야 이년은..

"그런건 내가 판단해요. 내가 이 일을 몇년 했다고 생각해요? 척 보면 알 수 있어요. 특히, 당신의 그 방패를 보면 알 수 있죠. 그 문양, 당신 가문의 상징이죠?"

 이런게 싫어서 이런 촌구석으로 처박힌건데.. 흠. 하긴 이 정도면 아주 촌구석은 아닐지도 모른다. 마법사도 있고 용병단도 있으니. 도시와도 가까우니.. 내 선택이 잘못됬다고 밖엔 생각할수 없다.

"트레져 헌팅이 주업이고 좀도둑 행세는 부업인가보군. 난 이 방패를 누구에게 보여준적이 없는데."

 방패를 천으로 감싸며 다시 한번 여성을 비난했다. 그러나 여성은 눈 깜짝 않고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당당해도 저쯤 되면 능력이 아닐까.

"뭐 그래요. 무단으로 침입한건 맞아요. 훔치진 않았으니 별로 문제시할건 아니라고 봐요. 그것보다, 중요한건 건수 아닌가요?"

 교묘하게 말을 돌리는것도, 자기 중심으로 말을 이끌어 가는것도.. 그 사람이 자주 하던건데.. 나는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들어나 보자는 심경으로 말해보라고 했다.

"후훗, 좋아요. 황금빛 가죽을 가진 놀을 들어본적이 있나요?"

 황금빛 가죽을 가진 놀. 어디서 들어 봤는데?

"엠버메인? 그 녀석 말야?"
"알고 있네요. 그럼 이야기가 빠르죠. 그 녀석의 가죽을 탐내는 높으신 분들이 많거든요. 어때요?"

 나는 뒤척이며 말을 이었다. 아 온몸이 가려운걸. 목욕하고 싶다.

"다른 사람 알아봐. 듣자하니 종탑에서 활약한 신참이 있다며? 그 녀석한테라도 말해보는게 어때"

 내가 대놓고 관심없음을 표현하자 여성은 이상하다는듯 되물었다.

"…당신 가문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 일 때문인가요?"
"별로. 그저 놀은 예전부터 우리들에게 우호적이었으니까."

 여성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났다. 나에게 들키지 않도록 작게 한것 같지만, 다 들려버리는건 어쩔수 없는 직업병이겠지.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원위치로 갖다놨다.

"이거, 오랜만에 온 손님에게 실례를 저지른것 같군요. 그런데, 놀들이 우리에게 우호적이라면 종탑에서 발견된 마족의 증표는 뭘까요?"

 처음 듣는 이야기긴 하지만 어차피 나를 이용해먹으려는 수작이다. 무시했다. 그러나 이게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것이었던듯, 체념하는 한숨이 들려왔다.

"당신, 고집쟁이군요. 역시 그 일 때문인가요?"

`아빠, 약속했어요?`

"………"
"그래요. 그럼 푹 쉬시길. 당신이라면 잘 알겠죠. 휴식은 언제나 잠깐이라는걸."

`내가 잘때 옆에 아빠가 없으면, 정말 무섭단 말야`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좁은 시야속으로 보이는건 붉은 피가 대부분이다. 적이 마족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아마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팔다리의 통증은 격했다. 그러나 지금 검을 놓아버리면 죽는건 나기에 정신력으로만 버텨냈다. 그 덕분에 아군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앞으로만 뚫고 나갔다.
 그걸 문득 깨달았을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마족뿐. 적과 아군의 수는 크게 차이 나지도 않고 병력의 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전멸이란 가능성보다는.. 내가 적진 한가운데로 왔다는 편이 더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허나.. 뭐가 되었든 지금은 방법이 없다. 싸우나 안싸우나 여기서 죽는다면, 싸워서 죽는게 낫지 않겠는가? 모리안도 이런 나를 잘했다고 말해줄것이다. 후회는 여기엔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게 되버렸다.
 마족들은 전부 나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정신이 없는거겠지. 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마족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마족도 물론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아군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은 한없이 검을 놓고 싶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나에게 검을 겨누는 적들. 적대감은 가득하지만 의외로 살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왜일까? 그들이 증오해 마지 않는 우리들이 아닌가. 허나 그런건 피차일반으로, 나도 의외로 이놈들에게 살의를 느끼지 않았다. 그런건 마치.. 살기 위해 어쩔수없다는 느낌인것 같아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쟁은, 어쩔수 없는걸까?
 살의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날 죽이지 않는다는건 아니다. 검을 휘둘러 오고, 나는 그걸 받아쳐냈다. 한번 불꽃이 튀자 당연히 주의가 끌렸다. 이쪽을 안보던 적들이 죽자살자 나를 베러왔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놈들도 가족이란게 있을까? 소중한것이, 지킬것이 있는걸까?

 몇을 베었는지도 몰랐다. 영웅노릇이란것도 사실은 쉬운걸지도. 아니면 적들이 약한걸까? 정신력도 이제는 한계인것 같았다. 안그래도 흐린 시야에 격하게 움직인 탓에 땀이 온몸에 흘러 현기증이 났다. 끈적끈적한 찜찜한 기분과, 달아오른 체온때문에 비가 오더라도 플레이트 갑옷 안은 찜통인탓에, 체력적으로는 이미 몇번이나 쓰러졌어야 정상이었다.
 숨을 토해냈다. 그리곤 다시 들이마시고 숨을 참았다. 숨쉬는것 조차 힘든 이 상태에서.. 검을 휘두른다는 사실이 웃겼다. 허나 그렇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죽어버리면 싸우는 의미가 없어져버리니까.
 웃기지만, 웃음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럴 기력조차 없다. 사실 이제 내가 검을 휘두르는건지 몽둥이로 누굴 때리는건지 분간도 가지 않는다. 갑옷안의 가죽은 이미 헤져서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그대로 살결에 닿았다. 그것만이, 아직 내가 살아있다고 자각하게 해주었다.

 이제는 처음보다 적의 수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저 멀리선가 나를 찾는듯한 목소리도 들리고.. 어슴푸레 희망이 보이기는 했다. 그 탓인지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조그만 안도감에 몸은 무너져갔다. 적이 휘두른 둔기를 방패로 막았으나 그 충격을 방패를 놓치고 말았다. 방패는 멀리 날아가 다른 적에게 맞았지만, 둔기는 재차 나에게 휘둘러졌다.
 갑옷을 입었어도 이런 무식한 공격을 급소에 맞는다면 죽는다. 피할수 있는거리도 아니다. 할 수 없이 오른팔을 들어 막았다. 오른팔의 건틀릿이 부서졌지만 오른팔은 부러지지 않았다. 힘을 짜내어 검을 휘둘렀다.
 아군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주위엔 적이 보이지 않았다. ....살았다는 사실 역시, 정말 현실감과 동떨어졌다.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대로 쓰러졌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내 주위로 충실한 나의 부하들이 왔다. 아아.. 정말 쉬고 싶다.

 근데 잠들수가 없었다. 이대로 잠들기엔 뭔가 불안했다. 이를테면, 지금 이 상황을 예측한것처럼. 눈 앞에 보이던 흐릿한 사람의 형체는 무언가에 날라가 빨간것을 흩뿌리며 사라졌다. 솔직히 상황판단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게 무슨 상황이람? 차가운 금속의 감촉만 아니었다면 사실 이미 난 죽은게 아닐까 하는 착각도 든다. 
 이따끔 입안으로 들어오는 짭짤한 비는 이제 기분나쁘지도 않았다. 무엇인가 고함소리가 들린다. 빗소리와 섞여서 분간하기 참 어렵다. 늑대 울음소리 같은것이 자꾸 들렸다. 사신이 늑대라는 소리는 들어본적이 없는데.. 내 손을 누군가 잡고 끌고 간다. 그렇지만 몸 어디 한군데 까딱할수가 없었다. 통증조차 지금은 사라졌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진동이 내가 끌려간다는 사실을 알려줄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곧 멎었다. 나는 다시 시체와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야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사람이라기엔 몸집이 좀 더 크다.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무기를 들고 있는게.. 아아, 미쳤군. 사실 난 죽은거라고 믿고 싶지만 전혀 그럴수가 없다. 말도 안되게 현실감이 지금은 너무 충만하다. 내가 곧 죽을거라는것을 생각해버렸기 때문일지도.
 이 녀석들이 나를 죽일리가 없지만, 마족에게서 느껴지지 않던 살의가 가득히 느껴진다. 차라리 아까 죽어버리는게 나았을껄. 그런데 그 시꺼먼 형체도 갑자기 사라졌다. 상황이 뭐가 뭔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늑대 울음소리 같은것이 시끄럽게 귀에서 요동쳤다. 잠들래야 잠들수가 없다. 불면증 환자처럼 온몸은 납덩이지만 잠은 들지 않았다. 어떤 족쇄가 나를 붙잡고 있다….

 슬픈듯한 울음소리가 멎고 나서야 비로소 잠이 오기 시작했다. 왜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 다만 지금 생각하는건 잠들고 싶다는 것뿐. 마지막으로 그때 본 것은, 빗속에서 빛을 잃어버린 황금의 가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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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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