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장 승수 1300판에 12승은 10번은 훨 넘게 한 사람인데, 운빨에 대해 오늘만큼 체감한적은 없는 것같음.
방금 투기장을 돌았는데 매우 준수하다고 생각되는 덱으로 서로 다른 성기사한테 3번 졌음
지는 패턴이 하나같이 동일하면서도 참 어이가 없었는데, 상대의 6마나 턴 멀록기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멀록기사를 뽑았고 정리하지 못한 멀록기사들이 최소 멀록대장, 주구장창 4랩 이상의 멀록들만 뽑았는데
즉시 처리할 방법이 없어 대등했던 싸움이 한순간에 폭파되었음.
정작 본인 법사덱은 불기둥이 3장인 덱임에도 불구하고 10마나가 되도록 전혀 나오지 않았으며 패배직전
덱에 있다는 둥 얼굴이나 슬그머니 내비치는 정도.
하스스톤이 종종 '실력겜' 등의 언어로 비웃음을 사는 이유는 실제로 운적인 요소가
필자가 여태 경험해본 다른 어떤 카드 게임보다도 심한편에 속하기 때문임.
하스스톤에서 '실력'이라함은 카드를 알고, 트렌드를 알고, 코스트별 플레이를 생각하고
상대의 주문 또는 핵심 직업하수인등을 고려해 필드 배치를 하고 효율적인 교환 또는 명치 공격을 하는 건데
숙달되는데에는 게임 판수 1000판도 필요없음. 정말 그 누구나 전설은 달 수 있고 시간만 충분하다면
전설 상위권도 노려볼 수있음. 정말 하스스톤에서의 실력이란 상승한계치가 명확하고, 그마저 높지 않으며
대동소이함.
새벽 경에 돌렸던 투기장에서의 운빨좆망상황은 사실 정말 실력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골치아플 수 있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운에 따라 1/1 멀록이 나올 수 도 있었으나 3/4 멀록기사만 연속으로 나오는
천양지차의 운빨차이는 이에 대응하여 제 아무리 효율적으로 핸드를 운용한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음.
동전 토템지기, 토템지기를 2,3마나에 써 둘 다 토템골렘을 뽑으면 거의 이기는 것도 사실 어이없는 거임.
대전 게임에 로또확률을 계속 터뜨려 승리하는 것 자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문제가 있음.
물론 확률은 때로 재밌기도 함. 분명 예상치 못한 박사붐의 폭탄이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을
부정하지 않음. 하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수가 너무 커서는 안되는데 현재 하스스톤의 변수는
너무너무 커서 그 한방이 게임을 끝내버리는 지경임. 더욱이 확장팩마다 발매하는 카드가 죄다
'당신의 운빨을 시험합니다' 이다 보니 전략이고 실력이고 운빨에 너무 많이 좌우되는 게임이라 생각됨.
하스스톤 대회에서 누가 이길것이라 예측하는 것만큼 어리석은게 없는 것 같음.
이에 더해 초반 멀리건과 이어지는 드로우는 한 차례 더 운빨요소를 가미하는데, 30장을 다 쓰고
게임이 끝나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고 대부분의 게임은 20장 내외에서 결판난다는 걸 생각해보면
뒤의 10장은 거의 쓰지 못하는 카드나 다름 없다고 보면 됨. 아무리 잘짠 덱도 다 소용없음.
정말 필요한 카드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그렇게 적지만은 않으니까.
정말 필요한 카드를 필수카드라 칭하고 계속 말을 이어보자면,
예컨대 수수께기의 도전자를 필수 카드로 삼고 있는 성기사의 경우 이 카드가 후반 2~10장에 들어있으면
정말 게임이 재미없어 질 것이고, 얼방법사의 타우릿산이 알렉스트라자가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내가 왜 이 경기를 아둥바둥 계속 했는가 생각이 들 것임. 제 아무리 컨셉덱이라 해봐야 컨셉을 결정짓는
핵심카드가 운빨부족으로 끝내 나오지 않는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음.
또한 고작 2개 밖에 넣지 못하는 핵심 카드의 제한은 정말 창의적인 덱은 불가능 하게 만들고
거의 모든 덱들을 잡덱으로 만들어버렸음. 덱 시뮬레이터에 존재하는 정말 다양한
'방밀' 전사들은 그냥 좋은 카드를 많이 넣은 방어적 전사 잡덱의 여러 형태에 가까움.
요약해, 카드 자체의 발동운빨과, 멀리건 운빨, 드로우의 운빨이 다 합쳐지니 정말 이 게임은 시작과 동시에
누가 이길지 모르는 거대한 운빨 실험장이 되고 말았음. 나아가 30장 제약, 카드당 2장 제약의 일괄적인
적용은 창의성, 다양성을 상당히 틀어막고 있다고 생각함.
일반행정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