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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죽는 건 진저웨일이고 에스더는 무쓸모이지 않을까?

박하라니
댓글: 17 개
조회: 4094
추천: 16
2023-09-11 14:25:42
카멘 전조 퀘스트와 강선햄의 라이브를 바탕으로 생각해봤을 때, 카멘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절망"이다. 절망, 절망, 하다 보니까 이게 뭔 뜻인가 오히려 헷갈리길래 검색해봤다. "절망"의 사전적 정의는 '바라볼 것이 없게 되어 모든 희망을 끊어 버림. 또는 그런 상태.'를 의미한다. 바라볼 것이 없다, 기댈 곳이 없다, 끊어지다, 희망을 끊다 따위의 키워드로 대충 망상해봤다. 참고로 전 스토리 덕후도 아니고 그냥 망상하길 좋아하는 사람임. 디테일 엄청 부족함.


1. 그래서 누가 죽어요? : 내용상의 절망
다들 직감하고 있을 것 같다. 누군가 하나쯤은 죽지 않겠느냐고. 샨디가 정배라는 사람도 있고, 역으로 당연히 진저웨일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또는 파판의 경우를 참고했을 때는 니나브가 죽는 게 정배라는 사람도 있다.
그럼 언급된 인물들이 희구하는 걸 생각해보자. 니나브는 대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베른 남부에서는 ‘이번에도... 지킬 거야!’, 군단장에서는 ‘내가 지켜줄게’, 카멘 전조에서는 ‘아직... 쓰러질 수 없어...!’라는 대사를 친다. 니나브가 원하는 건 자신의 친구들, 나아가 이 세계를 지키는(데에 일조하는)일이다. 가능한 죽음 루트는 전투 중 사망이나 타인을 위한 희생 정도가 있을 텐데, 원하는 바가 '누군가를 지키는 일'인 사람에게는 두 가지 루트 모두 타당한 루트다.
  

하지만 '절망'이라는 키워드와 엮는다면 조금 다르지 않을까? 부상당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적과 싸우다가 죽거나, 누군가를 위해 숭고하게 희생하는 일은 모두 슬프다. 하지만 절망적인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절망이라는 키워드와 맞는 결이라면,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킬 수 없는 것'일 테고, 조금 디테일을 붙인다면 그런 상황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일 테다.
  

예를 들어보자. 귀여운 욤이 있다. 카멘이 휘두른 검에 욤이 죽는다. 그걸 두고볼 수 없었던 니나브가 욤을 밀쳐내고 대신 칼에 맞아 죽는다. 이건 슬프다. 하지만 아직 쓰러질 수 없다고 말했음에도 쓰러진 상태가 되어, 귀여운 욤이 카멘의 칼 아래 스러지는 것을 바라만 본다? 이건 암울하다. 절망과 더 가깝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니나브는 죽는 인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카멘과의 전투 중에서는.
  

그럼 샨디와 진저웨일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은 니나브와 마찬가지로 이 세계를 지키는 일을 바랄 것이다. 조금 더 개인적으로 나아가자면 샨디는 스승된 도리로서 제자의 성장을 바랄 것이고, 진저웨일은 스토리나 호감도 퀘스트로 미루어 보아 본인의 존재 가치 증명을 바랄 것이다. 하나씩 가정해보면서 어떤 루트가 더 절망적일지 생각해봤다.
  

먼저 샨디의 입장에서
샨디가 죽는다면, 제자의 성장 가능성은 열려있다.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진저웨일이 죽는다면, 제자의 성장 가능성은 없다. 완전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진저웨일의 입장에서
샨디가 죽는다면, 진저웨일이 존재 가치 증명을 할 수는 있으나 사랑하는 스승에게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진저웨일이 죽는다면, 죽었기 때문에 자체로 증명 실패이며 나아가 앞으로도 증명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완전한 실패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입장에서 비교했을 때 두 인물이 모두 절망에 가까워지는 경우는 진저웨일이 죽는 경우다.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단순하게 정의에 의거해보면 진저웨일이 죽는 것이 조금 더 절망에 가깝다. 왜냐하면 샨디의 입장에서는 제자 진저웨일은 ‘바라볼 대상’일 것이며 자신의 미래이자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저웨일의 죽음은 곧 바라볼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며 또한 끊어지는 것 자체다. 따라서 진저웨일이 죽지 않을까 멋대로 상상해본다.
  

이렇게 드라이하게 바라보지 않아도 진저웨일의 죽음쪽에 조금 더 손을 들어주고 싶은 이유가 있기는 하다. 망상 주의.
  

1) 카멘 전조퀘스트에서 샨디가 진저웨일을 향해 “언제까지 지켜줄 수만은 없거늘...”이라고 한다. 진저웨일이 죽는다면 샨디의 바람이 ‘절망’된다.
  

2) 진저웨일의 호감도 퀘스트 중, 이런 대사가 나온다. ‘혹시라도 내가 영감의 손에 죽으면... 이곳에 묻어주길 바랄게.’ 진저웨일이 말한 이곳은 푸른 바다의 섬이고, 이 호감도 퀘스트의 이름은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원래 스토리는 여자에게 차인 진저웨일을 정신차리게 하는 스토리지만 여기만 뚝 떼어놓고 보면 유언 느낌이 낭창하다. 그럼 상상하기도 쉽다. 카멘 이후 사망한 진저웨일은 환죽도에 등장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푸른 바다의 섬에 묻어주면 된다. 마치 플레체 백일기도마냥 며칠 후속 퀘스트 넣어주면서 보내줄 수 있다. 후일담으로 진저웨일 그리워 하는 퀘스트 하나 내주면 딱이고, 이어서 샨디 병세 악화되고 그 병세 치유하러 림레이크 가면 뚝딱이다, 그냥.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이라는 게 진짜 아픔일 수도, 이별의 아픔일 수도 있는 거니까.
  

3) 엘가시아 스토리나 오르골 퀘스트, 각종 이스터에그들에서 알 수 있다. 로스트아크팀은 인물들을 소모품처럼 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토리상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 죽음이 헛되이 느껴지거나 우습게 느껴지지 않도록 충분하게 설명을 해준다. 제레온이 그 대표적인 예다. 제레온은 첫 등장부터 폐급 향기를 물씬 풍긴다. 생판 남이라고는 해도 어쨌든 같은 미션을 수행하러 온 건데, 동료의 생사여부는 내팽겨치고 죽은 척을 하고 있다. 행동뿐만 아니라 주변의 평가까지도 일관적이다. 길드 협회장은 그가 어설픈 재주를 지녔다고 했고, 기사단(특히 루드벡)은 그를 가리켜 비겁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리아칸의 독구름과 비아키스의 등장, 그리고 곧 들이닥칠 악마군단에 둘러싸인 주인공 일행을 구한 건 그 비겁한 녀석의 어설픈 재주였다.
  

샨디는 입버릇처럼 ‘진저웨일 녀석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등 진저웨일이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의 말을 한다. 스승된 마음으로 제자가 의젓하게 성장하길 바라만, 진저웨일은 어설픈 모습을 훨씬 많이 보여주고 있다. 루테란에서도, 플레체에서도, 환죽도에서도, 카멘 전조퀘스트에서도. 이런 진저웨일이 카멘 전조퀘스트에서 주인공을 향해 버프를 걸어준다. 엄습하는 카멘의 어둠을 피해 달아나는 데에 도움이 되라고. 근데 사실 우리한텐 그 버프가 크게 도움되진 않았다. 그 자잘한 버프를 보면서 내가 떠올린 건 제레온의 모래시계였다. 어설픈 녀석의 잔재주. 누군가와 결이 같다고 생각한다. 결이 같으면 마무리도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2. 이걸 저희끼리요? : 형식상의 절망
베른 남부 혼돈의 권좌를 밀다 보면 익숙한 그림이 나온다. 혼돈의 권좌를 향해 달리는 모험가를 첫 번째로 막아서는 건 비아키스. 그런 비아키스를 막아서는 건 웨이다. 이 세트를 뒤로 하고 등장하는 건 아브렐슈드. 그런 아브렐슈드를 제압하는 건 아제나다. 이어서 등장하는 건 일리아칸. 생명을 갈취하려는 일리아칸의 앞길을 막은 건 니나브의 화살과 실리안의 검기다. 익숙한 조합이다. 각 군단장에 성실하게 출석하는 에스더들로 매칭해놓았다. 심지어 일리아칸은 히든 에스더 조합이다. 제작자들이 얼마나 큰 그림을 그려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고,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하여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제작자들의 이런 습성에 의거하여 카멘 전조를 본다면 샨디와 아제나, 카단을 떠올릴 수 있다.
진저웨일은 카멘 면전에서 어그로를 끌어버린다. 카멘은 그런 진저웨일과 모험가를 공격하고, 샨디와 아제나가 나서서 이를 막는다. 샨디는 분신을 소환하고, 아제나는 정령을 소환하여 공격을 막아낸다. 카단은 이즈음 등장하여 더 큰 공격을 단신으로 막아낸다. 그렇다는 건 카멘 레이드에서 샨디, 아제나, 카단은 에스더 스킬로 반드시 등장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니나브와 아제나 역시 공격을 시도하기는 한다 무위로 돌아가긴 하지만)
  

이런 에스더 스킬은 플레이어들에겐 믿을 구석이 되어준다. 든든하니까.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절망의 뜻은 ‘기댈 곳이 없다’다. 모종의 이유로 에스더가 잠긴다면? 그거만큼 절망적일 수가 있을까 싶었다. 화면 한쪽에 든든하게 올라가 있던 초상화에 X 표시가 되어있든, 회색으로 비활성화되어있든 한다면 레이드 시작부터 힘이 쭉 빠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입력이 출력이 확실한 로스트아크팀의 특성을 고려하면 재미없게 막진 않을 거고, 반드시 그럴싸한 상황을 연출할 거 같다. 다양한 게 나올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형식을 따라갔으면 좋겠다.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에스더가 없다, 라는 형식을 빌려 당연히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했던 요소가 방해가 된다, 라는 내용을 담는다면 재밌을 거 같다.

이를테면 진저웨일이 무언가를 보여주지만 결국 희생되고, 그걸 목격한 샨디가 이성을 놓는 그림도 재밌을 거 같다. 그런 샨디를 아제나가 억제하는 사이 플레이어는 에스더 없이 카멘과 전투를 치러야 하는 느낌? 니나브는 다친 상태라서 쉽게 리타이어가 가능하다. 간절하게 플레이어를 돕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느낌으로 나가도 좋고, 타락하는 느낌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 카단은 유일하게 사용가능한 에스더지만 특정한 조건에서만 발동된다면?
  

주절주절 길게 늘어놨지만 정리하면 죽는 건 진저웨일일 것 같고, 에스더들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따라서 우리끼리 알아서 싸워야 할 것 같다. 그냥 망상에 불과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커서 그냥 막 줄줄줄줄 상상하게 된다, 자꾸. 빨리 카멘 만나보고 싶다.

Lv17 박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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