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오이디푸스 왕이랑 로아 스토리를 같이 생각하면서
모험가의 서사에 흥미를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오이디푸스 왕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리라는 신탁을 받고서, 그걸 피하고자
양치기에게 갓난아이를 주며 죽이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그 양치기는 차마 가여운 마음에 죽이지 못하고 다른 자에게 건네줌으로서 아이는 죽지않죠..
생각해보면
이 양치기야말로 예언에 마음을 얽매여 그에 향한 선택만을 해왔던 작품 속 주인물들과는 달리
예언 같은 것에 전혀 마음이 얽매이지 않고 진심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했지만
어찌보면 정작 이 양치기의 선택으로 예언이 굴러가기 시작했다는 아이러니가 있죠.
그래서 예전에 이 양치기의 서사가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어요.
처음에는 로아 모험가의 서사가 이 양치기랑 비슷하다고 사색을 했었어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불어가지만
정작 그로 인해 모든것이 굴러가기 시작했던 느낌이라고
오늘 아침까지도, 그리고 방금까지도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주인공 모험가가 아니라,
오히려 루테란의 서사랑 닮은 느낌이네요
죽였어야 할 갓난아이(오이디푸스)를 죽이지 않고 다른 자에게 건네주었던 양치기
죽일 수 있었던 카제로스를 봉인해 둔 채 500년 후의 우리에게 기약한 루테란
루페온을 만나 어떠한 이유인지 고뇌를 거듭했지만, 끝내 그 고뇌에도
소멸이 아닌 봉인이라는 결정을 한 루테란
카제로스는 루테란의 오만함이 피워낸 혼돈, 즉 그의 자유의지로 이어진 결정이 질서를 파멸로 이끌것이라 비웃었지만
어쩌면 위에서 오이디푸스 서사의 양치기가 그러했듯
루테란이야 말로 더할나위 없는 한 장의 조커가 되는것은 아닐까
혼돈의 마녀의 예언
그를 쟁취하려는 카제로스, 퍼트려 조장하려는 카마인, 그림자처럼 뒤에서 암약하는 쿠크세이튼까지
이 수많은 초월자들의 사이에서
운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역할이란 어떤것인가, 그리고 이 자그마한 존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오이디푸스 신화가 말하고자 했던 이 주제의 아래에서
루테란의 오만함이 피워낸 혼돈이야말로 모든 초월자들을 무너지는 젠가처럼 허물어뜨릴 단 하나의 손가락이 될지니
카단은 그걸 알고있는것은 아닐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음...잘 정리해서 못쓰겠네요
뭔가 생각도 이상한것 같고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