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의 알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왜 하필 창세의 길을 완성시키는 매개가 '알'이여야 하는가?
히어로즈 오브 메이플에서 우리는 주시하는 신 아브락사스와 데미안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모티브는 소설 '데미안'이었죠.
소설 데미안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굳이 소설 데미안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간단히 생각해보면 됩니다. 알은 새가 부화하기 위한 장소인데, 그 알은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깨져야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즉, 알은 파괴와 창조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그렇다면 파괴와 창조가 동시에 일어나는 이 모순적인 현상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우린 하얀마법사로부터 궁극의 빛은 궁극의 어둠에서만 찾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에스페라 스토리에 의하면, 요컨대, 빛은 창조, 어둠은 파괴를 뜻합니다.
검은마법사는 아케인리버를 열어 많은 양의 에르다를 흐르게 했고, 타나를 흡수했으며, 메이플월드에는 사슬이 드리워졌고 대전쟁이 시작되려 했고, 세상은 혼돈에 빠져 몹시 파괴적인 면모를 보였습니다. 혼란에 빠진 메이플월드는 어둠을 뜻합니다.
검은마법사는 이것을 노렸습니다. 궁극의 어둠이 함께할 때 비로소 궁극의 빛을 찾을 수 있다ㅡ세상을 부술 때 창세의 길, 자신이 바랐던 신세계를 완성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알이 내포하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그는 소멸과 창세를 동시에 꿈꿨습니다. 즉 자신의 계획에선 자신 역시 소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 소멸이 완전한 소멸일지, 아니면 창세 이후 다른 길로 부활한다든지는 아직 완전한 의미는 모릅니다. 왜냐하면 창세의 알을 부수고 하얀마법사와 대면했을때 대적자도 '소멸되었다'고 표현합니다만 대적자가 죽었을 리 없죠. 검은마법사는 제른다르모어에게 사전에 세상의 소멸 이후 완전한 부활을 약속하고 미리 양해를 구한 걸지도 모릅니다. 창세의 알 속의 무언가를 매개로 세상의 재창조 이후 부활을 기대한 걸지도 모르지요.
"아이러니하죠. 초월자가 초월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소멸할 수조차 없다니."
"네. 그래서 당신이 필요했습니다." _하얀마법사 보이스 스크립트
그러나 그는 초월자라는 구속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계획을 실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균형을 건드릴 수 없었지요. 그래서 그가 본인의 계획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대적자였던 것입니다.
대적자는 봉인석과 염원을 품습니다. 봉인석과 염원은 그 매개체와 출현한 시기가 다르다뿐이지 똑같은 의미를 추구합니다. 그들은 세상 사람들의 선한 뜻을 품습니다. 대적자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검은마법사와 다릅니다. 대적자는 목적을 위해 타나를 죽이길 거부했습니다. 운명의 축이 틀어졌다는 것은 이를 짐작케 합니다. 대적자는 선 그 자체이며, 인간이기 때문에 운명으로부터 무척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대적자에겐 악 그 자체인 검은마법사을 죽일 권능을 갖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르카가 그녀 단독으로 검은마법사를 죽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어쨌건 검은마법사는 운명하기 전, 그것이 본인이 바라던 형태든 아니든, 그토록 찾았던 어둠 속의 궁극의 빛이 완성되는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 말았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