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파티 인벤

전체보기

모바일 상단 메뉴

본문 페이지

[감상] 소녀종말여행 감상

아이콘 작은찻집
댓글: 7 개
조회: 6310
2017-12-24 21:54:20


5화 삽입곡 + 최종화 엔딩곡 




 반갑습니다.
 
 수료휴가 3박4일의 끝자락을 거닐고 있는 작은찻집입니다. 거의 끝이 난 분기의 애니들을 찾다가 이름부터 굉장한 작품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소녀종말여행, 소녀에 종말에 여행이라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키워드들만 쏙쏙 골라 모여있어서 당장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키워드와 몇몇 짤들을 보고 기대한 건 끝없는 절망과 우울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억지로 처절하게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만두찐빵같은 귀여운 그림체에 그런 전개면 반전 매력도 있고요.

 그리고 그 기대는 처참히 부서졌습니다. 

 얼핏얼핏 보여주는 주인공의 기억에는 총성이 튀고 불이 일어나는 아비규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주인공들이 화수를 넘겨가며 지내는 곳은 눈으로 모든 것들이 뒤덮인 폐허에서 전투식량을 먹고 둘이서 꽁냥거리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었겠지만 아무튼 지금 주인공들은 먹는 걸로 싸우고 물을 찾아 다니며 가끔은 목욕까지 하는 일상을 지낸다고 당당하게 보여줘서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함정을 집었다는 기분마저 들 정도로 폐허를 거니는 소녀들은 여타 일상물의 전형적인 캐릭터의 움직임을 따라하고 있었고 짧은 단위로 장소와 소재가 변했습니다. 먹보에 바보인 금발머리는 바보같은 말과 행동을 하고, 똑똑하고 고지식한 검은머리는 그런 바보에게 태클을 걸고.. 최대한 배경에 대한 설명을 줄여서 작품은 두 캐릭터에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아줬는데 그 두 캐릭터가 너무나 평범해서 작품 자체가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까지가 초중반의 감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본 건 끝까지 보자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볼 즈음에도 이 작품의 노래들은 정말 좋았습니다. 오프닝과 엔딩도 좋았지만 5화의 삽입곡이 이 작품을 보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 속의 등장인물도 이 노래는 마음에 들었는지 꾸준히 흥얼거렸습니다. 

 살짝살짝 작품의 무게감이 느껴진 것도 이 즈음인거 같습니다. 모든게 멈추기 시작한 공간에서 아직 움직이는 기계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나, 처음으로 잡은 물고기를 보며 생명에 대해 나눈 이야기, 훼손된 병기들을 보며 나누는 이야기 등등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먹는거만 좋아하는 금발머리가 이야기의 핵심을 꿰뚫는 말을 던져서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건 덤이고요. 

 치즈맛 전투식량을 먹으면서 진짜 치즈를 모르고, 초코맛 전투식량을 먹으며 진짜 초코를 모를 정도로 과거의 문화들과 단절된 두 소녀들이 과거의 물건들을 보면서 나누는 대화는 그만큼 순수했고 그만큼 더 와닿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츰차츰 늘어나던 이 과거의 것들에 대한 대화는 두 사람에게만 집중이 가능한 배경과 시너지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보여주는 세계관은 독특했습니다. 옛날 전차와 옛날 철모, 옛날 라이플과 잠수함이 인간과 폐허에 있으면서 주변에는 무지막지한 크기의 로봇과 풍력 발전소, 인공지능이 존재했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어울렸어요. 워낙 작품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다시피해서요.

 그렇게 마지막화를 보았습니다.

 

 마지막화는 이전의 11화까지의 내용들보다 밀도가 높았고, 수준급의 연출을 보여줬으며, 적재적소에 쓰인 음악은 20분 가량의 시간 전체를 아우르면서 아름답게 치장해주었습니다. 왜 이 작품의 제목이 소녀 종말 여행이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요. 수많은 작품들이 초반 3화가량에 모든 걸 쏟아부어 보는 사람을 모아놓고 마지막화에서 급하게 끊거나, 말아먹어서 한 분기만 지나도 시청자들의 눈밖에 남아나는데 이건 지루한 초반부를 굉장히 멋진 결말로 마무리지어서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2기가 나와도 자연스럽고, 이대로 완결이 되어도 자연스러운 마무리였어요. 


 이 마무리때문에 저는 예전 만화인 카페 알파가 떠올랐습니다. 종말을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지내는 모습들. 카메라라는 소재 등등.. 그 작품을 워낙 좋아해서 겹치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지만요. 비슷한 메세지를 이 작품에서는 전쟁과 문화와 단절된 두 소녀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보여주는 것으로, 저 작품은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들이 죽고나서도 살아갈 로봇의 시점에서 종말을 보여주는게 차이가 있어요. 

 '어둡지만 따뜻한' 

 제가 가장 좋아하고 글로 적어내고 싶은 분위기가 매우 잘 드러나는 마지막화였습니다.


 처음에는 본 시간이 아깝다고 후회했는데, 이젠 조심스레 추천을 하고 싶은 작품이 되었네요. 

 끝마무리가 중요하단 걸 가르쳐준거 같습니다. 



 여담

 


 구글에 검색하면 보이는 원작 만화판의 거칠고 투박한 선도 작품 제목이랑 정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Lv79 작은찻집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지금 뜨는 인벤

더보기+

모바일 게시판 리스트

모바일 게시판 하단버튼

글쓰기

모바일 게시판 페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