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운영은 현실정치와 비슷하다. 이용자가 살기 좋은 게임 세상을 만들어야 번영한다. 엔씨소프트의 장수 온라인게임 ‘리니지2’는 운영방식을 개혁하면서 인기를 되찾은 게임이다.
초창기 리니지2 속 세상은 자본주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였다. 높은 레벨의 캐릭터가 낮은 레벨의 캐릭터를 착취하고, 특정혈맹(이용자끼리 모여 만든 정치세력)이 서버의 이권을 독식하는 구조였다. 부패한 혈맹들은 게임 내에서 전횡을 일삼았다. 자기편이 아니면 접근도 못하게 하는 ‘사냥터 통제’를 일삼았다. 반기를 든 세력은 조직적으로 괴롭히며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다. 막대한 자본을 벌어들인 상인 캐릭터(자본세력)들은 거대 혈맹(정치세력)과 결탁해 게임 속 경제를 흔들었다. 자본가들은 적은 가격으로 재료를 사들여 비싼 가격에 완제품을 되파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그러다 보니 물가가 턱없이 뛰었다. 서민들은 열심히 사냥을 해도 필요한 아이템을 구하기 힘들었다. 보통 캐릭터를 키우면 레벨 수준에 맞는 장비로 교체해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다 보니 살 엄두도 못 냈다. 아이템 값이 비싸다 보니 현금 거래가 늘어났고, 이를 겨냥한 ‘작업장’도 생겨났다. 낮은 레벨의 이용자가 거대혈맹에 대항하면서 계층간 투쟁이 전개됐으나, 빈익빈부익부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게임사는 원래 콘텐츠만 제공하고 이용자들의 행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용자 불만이 커지자 달라졌다. 해마다 콘텐츠를 추가할 때마다 제도를 조금씩 변화시켰다. 올해 새로 추가된 콘텐츠 ‘파멸의 여신’부터는 게임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와 경제 전반에서 개혁이 진행됐다. 레벨이 낮은 이용자들을 위해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주요 아이템을 싸게 구입할 수 있고, 대여할 수도 있다. 캐릭터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무료로 지원해 레벨을 올리기도 수월해졌다. 마을마다 거래중개소를 배치해 시장을 개편했다. 이용자는 거래중개소에 등록된 아이템들을 비교해 가장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아이템 가격 담합을 막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정치 개혁도 진행됐다. 누구나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었다. 선거와 유사한 공성전부터 바꿨다. 공성전에서 승리한 세력은 세금을 걷는 등 막강한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혈맹만 참여할 수 있던 공성전을 개인에게도 개방했다. 특정 정치세력에 속하지 않고도 용병 자격으로 공성전에 참가하고, 성주가 될 수도 있다. 또 강한 캐릭터가 약한 캐릭터를 괴롭힐 수 없도록 시스템에 제한을 뒀다. 난도가 높은 콘텐츠를 추가해 높은 레벨의 이용자들에게 새 도전의 기회도 제공했다. 서민 캐릭터가 게임하기 좋은 환경을 열었다는 점에서 리니지2의 개혁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개혁에 성공한 리니지2는 평균 동시접속자 10만명 이상을 유지하며 최근작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덕규 <베타뉴스>(betanews.net) 기자